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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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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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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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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마왕 혹은 수호자 3

DUMMY

생각 이상의 앳된 목소리. 아직 정면에서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손시훈의 등을 바라보던 헌터들은 그가 많아봤자 20대 초반의 청년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에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걱정 따위는 정말로 하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눈 깜빡한 사이에 일어난 일. 순식간에 자신에게 날아온 마왕을 향한 완벽한 반격이 펼쳐진 것이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마왕이 휘두른 손톱을 피하는 동시에, 골반을 뒤틀면서 빠르게 올린 정강이는 마왕의 목을 정확히 가격한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헌터들은 물론이고, 손시훈에게 반격을 허용한 마왕의 눈동자마저 커다랗게 떠져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공중으로 빙글 몸을 돌린 손시훈은 정강이로 짓누르듯이 마왕의 몸뚱이를 땅바닥에 쳐 박았다.



"커헉!"



모두가 그 한 방의 반격에 마왕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땅에 몸을 들이박았다가 손시훈에게 강제로 앉혀진 마왕은 아직 살아만 있지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시훈이 한 손으로 관자놀이에 난 뿔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뼈가 부러진 목은 이미 고개를 푹 떨구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아직 모자라다는 듯이 손시훈의 팔과 다리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인 팔과 다리는 정말로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양 발과 무릎으로 마왕의 몸뚱이를 고정시키고, 양 손으로는 마왕의 뿔을 하나씩 잡은 자세. 그 상태에서 손시훈의 양 팔뚝과 손등에 핏줄이 살짝 돋아나자 헌터들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것은 분명히 마왕이란 존재였으니까. 붉은색의 피부와 양 관자놀이에 난 뿔, 어께에 돋은 가로로 잡아당겨서 늘린 박쥐날개를 가진 겉모습과, 목이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으로써는 상처 하나 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위압감.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은 저런 마왕이 인간한테 할 법한 일이지, 인간이 마왕에게 할 법한 짓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손시훈은 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는 가벼운 짜증을 담은 표정으로 양 팔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마왕의 몸뚱이는 '투두두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위에 달려있는 머리를 목뼈의 일부까지 놔주고 말았다. 동시에 사방으로 튀는 녹색의 피를 뒤집어썼지만 손시훈의 태도는 농부가 밭일을 하다보면 흙이 묻는 것 같은 태도로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자신들을 향해서 양 손으로 들어 올린 마왕의 머리를 본 러시아 헌터팀은 본능적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치 콜라를 먹으면 코와 목구멍이 톡 쏘는 감각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서 나름대로 한 마디씩 외치기 시작하는 러시아 헌터들. 그런 분위기에 감염되었는지 다른 국가의 헌터들도 사람이 아직도 피범벅이 되어서는 꿈틀거리는 뼈가 대롱대롱 붙어있는 머리를 들고 있는 끔찍한 모습의 한 인간에게 환호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좋다만 환호의 중간중간에 섞여있는 자신의 이름이 살짝 신경 쓰이는 손시훈이었다.



처음은 한 러시아 소속의 헌터였을 것이다. 발음이 상당히 정확했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의 어눌한 발음들은 러시아 헌터들을 대충 따라하고 있는 다른 헌터들. 그러나 이미 얼굴도 드러났고, 이 자리에 자신의 동생도 있으니 숨기려고 해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신경을 완전히 끄기로 한 손시훈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가볍게 던져버렸다.



"너, 수호자가 아니었군."


"마왕도 아니지만. 지구에 이런 말이 있어.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나는 딱히 천재도 아니고, 계속해서 노력하기도 힘드니 즐기려는 것뿐이야."


"즐긴다라, 나도 즐기는 걸 좋아해."



이번에는 또 다른 마왕이다. 그 모습은 마치 황금으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동상과도 같았다.



마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을 황금으로 빚어낸 것 같은 미모. 그 미모는 잠시 남성 헌터들에게 상황의 긴박함을 잊게 할 정도다. 피부의 광택이나 질감, 그리고 입고 있는 한 장의 얇은 원피스까지 황금으로 된 모습은 그 누가 봐도 인간이 아니지만 그로 인한 경계심조차도 잊게 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는 순식간에 손시훈의 뒤에서 다가와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어. 우리 자기는 마음껏 날뛰고 싶지?"


"흠..."


"자기는 아직 어려서 혼란스러울 뿐이야. 마음껏 욕구를 해방시켜. 자기는 그럴 자격이 있어."


"무슨 자격?"



일단 하는 대답에는 의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러나 손시훈의 몸은 헌터들이 보기에 그와 별개로 움직였다. 이 상황에서 너무나도 뜬금없이 양 손을 맞잡고 클래식 음악에 맞춘 듯한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을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보고 있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헌터들은 살짝 풀린듯한 손시훈의 눈동자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러시아 헌터팀의 헌터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네들의 대장의 눈치를 살필 정도다. 하지만 대통령과 함께 손시훈과 나름대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본 그는 주변과 홀로 동떨어진 채 그럴 수 있다는 태도였다.



더한 정신 오염에도 거뜬히 버티는 사람이니 저 정도는 진짜로 잠깐 가볍게 즐기는 수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헌터들 사이를 박차고 나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반응이 늦어져버린 러시아 헌터팀의 대장이었다.



"야! 정신차려!"


"한창 분위기 좋을 때인데, 귀엽다고 해도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정신 차리라고, 손시훈!"


"누구야?"



팔괘로의 반투명한 벽을 양 주먹으로 쾅쾅 두들기면서 외치는 소녀. 그리고 그를 춤을 추면서 힐끔 보는 마왕이었다. 하지만 손시훈은 자신을 향해서 말을 거는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지금 그가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은 러시아 헌터팀의 대장. 그제야 다른 러시아 소속의 헌터들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자신들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시선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연히 그 시선의 뜻은 '뭐 해?'라는 뜻이겠지.



그리고 그런 러시아 소속 헌터들의 추측에 걸맞게 러시아 헌터팀의 대장은 눈빛으로 '죄송합니다.'란 사과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손시훈과 춤을 추고 있는 마왕은 그에게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었다.



"마력이 조금 비슷한데, 먼 손녀야? 좀 건방지네, 할아버지가 이런 예쁜 언니하고 춤을 추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지?"


"좀 전에 나보고 어리다고 하지 않았어?"


"상대적으로. 여자는 언제나 17살이고 싶은 법이지."


"주책."



짧은 단어와 함께 손시훈은 아주 부드럽게 마왕의 고개를 쓰다듬듯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우득 거리는 소리조차도 없이 마왕의 목은 아주 말끔하게 한 바퀴 돌아가 버렸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세뇌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 한 번에 돌리는 행동. 그대로 쓰러져버린 마왕의 머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손시훈은 자신의 동생을 향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안녕, 시연아?"


"너,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몇 년만에 보는 오빠에게 말이 너무 심한 게 아니니?"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나름대로 일하고 있지."



거칠게 외치고 있는 동생에게 하는 정말로 부드러운 대답. 그러나 말과 함께 하는 행동은 절대로 부드러운 것이 아니었다. 마왕이라고 해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춤을 추고 있던 파트너의 머리를 발로 짓밟으면서 단숨에 뭉개버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들이 헌터라고 해도 선을 넘은 잔인함을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머리를 통째로 뽑고, 함께 춤을 추던 상대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꺾어버리고 밟아서 뭉개는 행동까지. 그 모든 행동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것이다.


그런 행동들에 저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위화감을 품기 시작하는 헌터들의 앞에서 손시연은 자신의 오빠를 향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일이고 뭐고, 지금 그게 할 말이냐? '안녕?'이라고? 니가 집을 나가고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알아?"


"어쩔 수 없었어. 설명도 나름대로 했고."


"어쩔 수 없었다니, 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건데? 그리고 아빠한테 한 그게 설명이야?"


"그렇다고 내가 마왕을 아버지 앞에 끌고 와서 지금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잖아.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어."



한 명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연소로 A랭크에 발을 디딘 헌터, 그리고 한 사람은 그마저도 훨씬 뛰어넘은 존재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아버지는 정말로 평범한 비적합자일 뿐. 그것은 손시연도 잘 알고 있기에 오빠의 변명 같은 해명에 잠깐 할 말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듯이 그녀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영웅놀이를 하니까 재미있어? 이제 와서 '오빠'라고? 니가 지금 우리 집에 뭔 일이 있는지 알아?"


"별 일 없잖아?"


"하나도 모르잖아!"


"그건 아닌데."



상황과 분위기만 보면 '그건 아닌데.'라는 말은 정말로 변명같이 들린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가 나름대로 가족을 신경 쓰기는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그게 헌터들의 머릿속에 뿌리잡기 시작한 의심과 위화감을 떨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아니 더 심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말이 어색하게 이어졌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몇몇 나이가 있는 헌터들에게는 가정에 소홀하지만 그래도 관심은 가지고 싶은 모습으로 공감을 샀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같이 친하게 사는 이웃의 관점에서 말하는 손시훈의 이야기는 다르다는 인상을 굳힐 뿐이었다.



그것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손시연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말이야, 굉장히 소름끼쳐. 시우 오빠와 똑같은 얼굴인데, 사람 같지가 않아. 집을 나가기 전에도 이상했지만 그 때는 사람 같았는데."


"진짜 사람 같지 않은 말은 지금부터 할 건데. 그 전에 한 가지만 말해줘. 지금 여기 있는 거, 네 의지야, 아니면 억지로 끌려온 거야? 분명히 공식 일정은 대전 근처의 게이트 봉쇄인걸로 알고 있어."


"사라진 주제에 가족들의 뒤까지 캐고 있었네? 거기다가 갑자기 오빠 행세 하겠다고? 내가 부모님 몰래 스스로 지원했다면 어쩔껀데. 이를 거야?"



손시연이 그렇게 목소리를 끌어올리는 와중에 손시훈은 쓰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술의 끝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면서 러시아 헌터팀의 팀장은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한국은 그나마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생이 철없이 위험한 곳에 스스로 발을 내딛었다는 아찔함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생각이 충돌할 일도 없다. 동시에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서 게이트를 홀로 닫으면서 돌아다닐 일도 없겠지.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올 대답은...



"다행이다."


"뭐?"


"한국은 그나마 생각을 하는 나라라서 다행이라고. 다른 나라들처럼 쓸모없는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 미래를 걸지 않는 나라니까."


"...내 걱정은 하지 않는 거야?"


"진짜 사람 같지 않은 말은 지금부터 할 거라고 했잖아."


"너..."


"주변을 봐. 이상하지 않아? 단순한 협상의 자리에 이렇게 많은 헌터들이 올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도 우리끼리의 협상이 아니야, 저것들과의 협상이지."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몇몇 비적합자들의 자존심 싸움에 지구의 미래가 그대로 증발할 뻔 했어. 스스로의 의지로 마왕과 싸우다 이 자리에서 죽으면 그것은 명예로운 죽음이지. 하지만 국력 과시용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가 죽으면 그건 개만도 못한 죽음이야. 자 모두에게 물어보지 너희의 목숨이 오로지 너희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의 동생을 넘어서서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하는 질문. 그에 그 답을 잘 알고 있는 러시아 헌터팀을 제외한 모든 헌터들 사이에 순식간에 혼란이 퍼져나갔다.



"너희의 목숨은 너희만의 것이 아니야! 그런데 너희의 목숨을 아무것도 모르는 비적합자나 그에 준하는 녀석들에게 맡길 셈이냐? 너희들은 그들의 아래에 있는 광대나 사냥개가 아니야! 사람들의 위에서 그들을 지키는 기사지. 너희 모두는 특별한 존재다."


"그 말은 넌 비적합자인 아빠와 엄마, 그리고 너와 똑같이 생긴 시우 오빠보다 위에 있고 특별하다는 거네? 집을 일찍 나갔다고 했지만 아빠가 그렇게 가르쳤어?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적합자 판단을 받은 우리에게 비적합자를 깔보지 말라고 했잖아! 아직 인류 대다수는 비적합자야."


"아직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평균이 올라갈 거야. 비적합자에서 D랭크로, 그리고 통상적인 한계인 C랭크까지....그리고 게이트가 막 열렸을 때 아버지가 한 말도 기억해. 어른이 되면 우리는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한계가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구하려면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더 높이 올라가겠지. 특별해서 남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뭐가 나쁘다는 건데?"



손시훈의 말에 몇 몇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중 상당수도 자신들도 내심 이 자리에 오게 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게이트 너머의 몬스터에게는 국경이 없는데 자기네들끼리 견제하고 과시하는 꼴이라니. 거기다가 오늘 자신들은 손시훈이 말 한대로 의미 없는 개죽음을 당할 뻔까지 했다.



그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이 말하고 있다. 너희는 특별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인데 그것이 뭐가 나쁘냐고 말이다. 그 동생도 오빠의 논리를 쉽게 부정할 수는 없는지 살짝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마왕들 중 하나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좋은 연설이었어. 조금만 더 일찍 했으면 아찔했을 정도로 말이야."


"너희 들으라고 한 연설 아니야. 이렇게 되기 싫으면 조금 눈치를 살펴서 행동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양 손으로 머리가 짓뭉개진 마왕과 머리가 목뼈까지 뽑혀나간 마왕을 각각 가리키는 시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었다.



"그럴듯한 연설을 했지만, 여기서 우리만큼 특별한 건 너 뿐이다. 나머지는 가치 없는 벌레들 뿐. 어찌 보면 잘 됐군."


"뭐가?"


"너 하나만 죽이면 된다는 거다. 우리 중에 그렇게 피에 굶주린 사람은 없거든."


"부럽네. 나는 분노조절장애가 좀 있어서. 천박하게 표현하면 너희 말대로 그렇게 피에 굶주릴 때가 종종 있거든. 지금도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리고 싶어."


"충분히 알겠지만 여유도 거기까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행을 한참 지난 옛날 정장을 걸친 노신사처럼 보이는 마왕. 겉모습만을 본다면 인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그렇기에 마왕들 중 가장 독특해 보이는 자다. 하지만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를 까닥이자 그가 저 마왕들의 리더에 가장 가까운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헌터들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는 법. 적합자니 비적합자니 해도 마나가 없으면 거기서 거기지. 마나를 90% 이상을 쓰지 못한 채 뭘 할 수 있을까?"



주문도, 마법진도 없이 지팡이를 까닥였을 뿐인데 손시훈의 몸 주변에 모였던 마나가 흩어지고 있다.



마왕의 말대로 적합자와 비적합자의 차이는 마나의 사용 가능 여부. 마나의 90% 이상을 쓰지 못하면 헌터로써 손과 발이 묶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오자마자 손시훈은 난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나의 움직임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이변. 마나가 사라진 대신 그를 대신하는 알 수 없는 기운이 그의 온 몸을 휘감았다.



마치 무지개로 만든 얇은 천을 온 몸에 가볍게 걸친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에 앞뒤로 할 말을 잃어버린 가운데 손시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귀찮게 했던 말을 또 하게 만들어.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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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조사팀 20.06.01 15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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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영혼과 무공 +2 20.05.28 226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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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왕 혹은 수호자 4 +1 20.05.26 170 7 15쪽
» 마왕 혹은 수호자 3 +1 20.05.26 179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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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왕 혹은 수호자 1 20.05.24 225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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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4 20.05.20 257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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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 20.05.18 302 10 14쪽
14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0.05.17 357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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