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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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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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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마왕 혹은 수호자 5

DUMMY

이본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 그에 시우는 나름대로의 확인을 위한 질문을 했다.



"11명의 마왕. 그 자리에 정치인도 초청되셨다면서요. 상원의원이신 아버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신가요, 직접 경험하신 일인가요?"


"직접 경험했죠. 저도 아버지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럼 형의 눈은..."



생각을 해보면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분명히 손시훈에게 뭔가 이상이 있었다면 블루베리나 카푸스가 이미 언질을 줬을 것이다. 특히 카푸스. 시우에게 헌터가 되라고 했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는 자리에서 형은 눈을 바쳐가면서 이 지구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말을 했겠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카푸스가 손시훈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어떻게든 회복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본은 먼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괜히 강림이니, 숭배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소감과 함께 나름대로 복잡한 사건정리를 해보는 시우였다.



게이트 사건 발생 -> 상황이 평범한 헌터들의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음 -> 형이 뭐든 해보려고 집을 나감 -> 러시아와 협력관계 구축 -> 11명의 마왕 격퇴 -> 세계 헌터 연합, 국제 S랭크 연맹 탄생...



그 이후에 블루베리와 적운흉풍이 형에게 합류하거나, 카푸스와 만나는 일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 순서들 지금 이야기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 그 두 가지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던 시우는 적운흉풍의 등 위에서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무지개로 만들어진 실을 엮어서 만든 천을 두른 모습의 손. 그것이 중요한 것의 첫 번째다.



"이건 지금 저와 제 형만이 쓸 수 있는 거군요."


"네 맞아요. 시우씨는 아직 적운흉풍에게서 모자란 힘을 보충하기 위해서 여분의 마나를 공급받지만, 핵심은 이거죠. 생명력을 오라로 가공한다는 것. 지구에서는 완전히 실전된 기술일...거예요. 아마도."


"아마도?"


"마왕의 말을 듣고, 각 국 정부에서 조사를 나름대로 했죠. 그리고 그 조사는 세계 S랭크 연맹과 국제 헌터 연합이 똑같은 결론을 추측하기에 이르렀어요. 중국의 무공(武功)이라고 말이죠."


"...무협지에 나오는 거요?"


"네. 내공과 기를 오라와 생명력으로 치환하면 상당히 맞아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스스로로 실전시켰다는 말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겠죠."



한 개의 의문이 완전히 풀리고, 동시에 생겼다.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중국을 휩쓸었던 문화대혁명. 그 때 일어난 피해의 수준은 고대에 일어났던 분서갱유에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문명 파괴의 수준이었다.



수많은 중국의 전통문화가 사라졌고, 그 중에는 무공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시중에 돌아다니는 복원한 무공들은 헌터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가짜들. 하지만 형이 쓰는 무공은 '진짜'다.



그래서 적운흉풍을 시우에게 맡긴 것이다. 적운흉풍을 통해서 무공을 알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비적합자도 무공을 배울 수 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우는 재능도 있다.



그러니 제일 좋은 방법은 형이 직접 자신을 가르치는 거겠지만 한 쪽 눈을 다치고도 마왕을 쫓아서 달려가는 인간에게 그럴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지금 당장 마왕이 쳐들어오는데 동생을 붙잡고 하나하나 가르칠 여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거기다가 어설프게 배우면 헌터처럼 싸우기 위해서 앞으로 나서야 할 것은 형도 알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시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과 형에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시우에게 형은 어떻게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 무공을 배운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었다. 블루베리도 자신에게 무공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아무튼 그 생각은 거기까지. 자신이 이 무공을 쓰면 안 되는 이유는 확실하다.



세계 S 랭크 연맹이든, 국제 헌터 연합이든 손시훈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을 자신이 쓰게 된다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생각을 더 해 보면 지금 자신과 함께 있는 이본도 몰래 보고하지 않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가늘어진 눈초리로 표시하자 이본은 먼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일단 제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전에 한 가지 사실을 알 필요가 있어요. 제가 방금 한 이야기와 맞지 않는 것 같은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죠.


엘리트주의인 세계 S 랭크 연맹은 상대적으로 손시훈의 사상에 가깝고, 평등주의를 내세우는 국제 헌터 연합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시훈은 세계 S 랭크 연맹을 경계하고 반대로 국제 헌터 연합에게 호감을 표시해요. 왜일까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것. 하나는 형과 자신만이 쓸 수 있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기사라는 멋진 단어가 들어간 비유와 함께 너희 모두는 특별한 존재라고 말한 사람이 왜 세계 S랭크 연맹을 싫어하는 걸까.



그 답을 시우는 이미 알 것 같았다. 형의 말에 충분한 힌트가 있었으니 말이다.



손시훈이 11명의 마왕들을 격퇴할 때에 인류 평균은 비적합자였다. 하지만 자신이 적운흉풍을 받은 지금, 인류의 평균은 D랭크. 그리고 그가 예측하는 미래가 오면 인류 평균은 C랭크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상대적으로 평등해지는 때까지 인류를 인도하는 것이 손시훈이 생각하는 최상위권 헌터의 의무다. 마치 어른이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최상위권 헌터라고 해서 남들보다 특별해도 우월하지는 않다.



어른이나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우월하지 않은 것과 똑같다. 하지만 세계 S랭크 연맹은 온건파라고 해도 상당수가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게 현재 상황. 반면에 비적합자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존중하는 세계 헌터 연합이 현재 손시훈의 원하는 이상에 더 걸맞은 단체다.



"호오, 상황 파악이 빠르시네요?"


"이렇게 머리를 돌려도 요즘 세상은 비적합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라."


"아."


"하지만 러시아 헌터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상 실패했어요. 그게 손시훈이 세계 S 랭크 연맹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죠."



세계 S랭크 연맹의 초창기는 확실히 제어가 됐었다. 손시훈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러시아 소속 헌터들과 러시아 헌터의 정점을 넘어서, 당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대통령이 관리를 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사상을 대충 이해하고 있는 헌터들이 연맹원으로 받아들여지고, 러시아 대통령마저도 더 이상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없게 되자 연맹은 점점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손시훈이 주기적으로 관리를 했다면 모를까, 그 없이 소수의 러시아 헌터들이 할 수 있는 건 뒤틀린 사상의 온건파들이 과격파로 심화되지 않게 막는 게 한계였다. 그들마저 없으면 세계 S 랭크 연맹은 더더욱 과격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은 상태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견제하는 국제 헌터 연합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계 S 랭크 연맹이 손시훈이 명령하면 뭐든지 하는 사병화다. 거기서 세계 S 랭크 연맹은 손시훈을 거꾸로 설득까지 시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더니, 은근슬쩍 그 위에 설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발목까지 잡게 된 상황이다. 그러니 손시훈이 세계 S 랭크 연맹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시우는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에 믿을 놈이 왜 이리 없냐!'라고 중얼거리는 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형이 잘못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시우였다.



"형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름대로 사정이 있나 보죠. 적운흉풍과 블루베리를 후방으로 보냈음에도 본인은 아직 전방에 있으니까요."



.


.


.



"손시훈! 손시훈! 아니, 손시훈님!"



그것은 정말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마치 뒷골목에서 질이 나쁜 양아치를 만난 이후인 모습의 노신사. 정장은 이리저리 찢어져 있고, 얼굴은 두들겨 맞아서 부어올라 있다. 그렇게 처참한 모습이 된 마왕, 테르젤은 반투명한 벽을 미친 듯이 두드리면서 손시훈을 향해서 간절히 외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조금만 생각을 해 주십시오! 전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겁니다! 제발!"



그가 이렇게 간절히 외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자신이 안에 들어가 있는 매직 아이템, 아니 보패인 팔괘로는 방어용 도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공격용이라고 보기에도 상당히 애매하다. 정확하게 보패의 사용 목적은 공구에 가까웠다.



에너지를 내부에 공급해서 물체를 가공하는 용도. 사용자의 실력이 충분하다면 적을 그 안에 집어넣어서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불태우거나, 얼리거나, 전기 분해할 수 있겠지만, 손시훈의 실력으로는 서서히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한계다. 그리고 그 한계는 테르젤의 상황을 더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팔괘로 안에서 오븐에 산채로 들어간 닭처럼 천천히 타 죽을 것이다.



이미 지금도 열기가 올라와서 팔괘로의 내부는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는 상태. 그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며 테르젤은 피가 섞인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능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시훈님을 막는 건 실패했지만, 이때까지의 방해를 생각해 주십시오! 하나하나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 괴물을 막기 위해서 정말로 별별 수를 다 썼다. 그 덕분에 몇 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 때문에 용서받기 힘들긴 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지구의 마나를 이리저리 퍼트려서 다른 세계의 침공을 유도한 것이다. 아무리 수 십 명의 마왕을 압도하는 힘이 있어도 시간차로 쳐들어오는 공세에는 발목이 붙잡힐 수밖에 없다.



만약에 예상치도 못한 협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시간을 더 끌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의 위상을 지구에서 멀리 떨어트려서 완전히 도망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다른 세계에서 추종자들이 스스로 찾아올 줄이야. 지구 출신도 아닌 사령마와 마법사 시종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협력도 어느 정도 끊어내는 데 성공한 테르젤이었다.



신성력 지대를 구축해서 사령마의 접근을 막고, 대륙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마나를 증발시켜서 마법사 시종을 상당히 무력화시킨 것을 한꺼번에 해낸 것은 누구나 감탄할만한 업적에 가까운 일. 정작 가장 심각한 문제인 손시훈을 막지 못해서 두들겨 맞고, 이렇게 팔괘로 안에 같혀서 천천히 불타버릴 처지가 됐지만 말이다.



그래도 바로 주먹으로 맞아 죽지는 않았기에 테르젤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간절히 외쳤다.



"제가, 제가 손시훈님을 수많은 세계를 거느린 황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제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몇 안 되는 가신들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


"방해를 받아서 아시겠지만 세계 단위의 마나 코드를 조율한다면 지구와 게이트가 연결되는 것을 조절해서."


"너 혼자서?"


"저 혼자서는 무리겠지만, 엄청난 마나를 제어할 수 있는 마법사 시종분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합니다! 정말입니다! 짐작할 수 있잖습니까!"


"그래 보이긴 하다만..."


"믿어주십시오! 영혼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절대로 배반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안 돼."



싫어가 아니라 안 된다는 대답. 그에 멍 하니 있는 테르젤에게 손시훈이 느긋하게 질문을 하나 건넸다.



"보통 게이트를 통한 세계침공은 주로 두 가지를 말하지. 자연적으로 열린 게이트를 통한 침공, 혹은 침공하려는 세계가, 침공당하는 세계 근처로 위상이동을 해서 침공하는 거지. 그럼 네가 말하는 건 어떤 방식일까?"


"침, 침공하는 세계가 침공당하는 세계를 끌어당기는 방식입니다. 아시면서 왜...."


"그럼 한 가지 문제. 수많은 세계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뭐, 정-말로 나하고 비슷한 존재로 급을 맞추자. 나야 메인이 무공으로 싸우는 사람이지만, 너처럼 마법으로 나와 비슷한 경지에 다다른 존재가 있는 세계도 있겠지.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지 않을까?"



이어진 질문에 말문이 막힌 테르젤. 그런 마왕을 향해 손시훈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답을 말했다.



"정답은 한 사람이 쳐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그 짓을 시작해서 개판나기 때문에 안한다. 했다가는 공적이 되겠지. 거기다가 한 가지 더. 블루베리가 그 피해자야. 거기다가 카푸스라고 누구의 짓거리로 인한 피해자분도 있는데, 그게 될 까? 잘 가라."


"손시훈님! 손시훈님!"



등을 휙 하고 돌린 것과 함께 팔괘로의 불길이 더 거칠게 타올랐다. 불이란 것은 한 번 붙이기가 어렵지, 붙이고 나면 더 크게 키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온 몸에 불길을 뒤집어쓴 테르젤은 비명을 지르면서 더 간절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왕! 황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왕의 지위는 충분히 노리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카푸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더 유능할 수 있습니다!"


"쌍둥이간의 영혼적 관계는 어떻지?"


"예...?"



이번에는 정말로 뜬금없는 질문이 던져졌다. 좀 전의 세계 침공 방식의 질문은 그래도 이해가 됐지만 테르젤에게 이것은 왜 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을 왜 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 팔괘로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불꽃은 지금도 테르젤의 몸을 서서히 태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최대한 사전적 의미에서 열심히 대답을 하는 테르젤. 잠깐 말할 시간을 주려는 건지 팔괘로의 불꽃도 잠깐 잦아들었다.



테르젤이 정답을 말하긴 했는지 손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쌍둥이는 죽고 난 이후에도 몸에 남아있는 백(魄)이 부분적으로 같을 수 있고, 평행세계의 같은 자신끼리는 육체와 별개로 남아있는 혼(魂)까지 부분적으로 일치할 수 있지. 그럼 영(英)은 어떨까?"


"그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까. 설령 혼과 백이 완전히 일치할 수 있어도, 영은 조금이라도 일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상식, 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그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거든. 내 쌍둥이 동생은 내 영이 일부분 복제되어 있지. 이게 뭔 뜻인지 알겠나?"


"....! 안 돼! 안 돼! 손시훈님! 제발!"


"충분히 내 대역을 시킬 수 있다는 거야. 진작 내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편리한 왕이 되고 싶다면 얼마든지 될 수 있었다고. 그리고 내 또 다른 동생도 나름대로 재능이 있지. 사람들이 얼마나 죽든 신경도 안 쓰고 그 둘을 훈련시킬 수 있었어. 그랬다면 거기에 네 자리가 있었을까?"


"있습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증명해보겠습니다! 미래의 동생분들 만큼은 못하겠지만, 저도 나름대로.."



마지막의 변명을 위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증오와 원망에 가득 찬 손시훈의 시선을 보자마자 멈췄다.




"너희들, 특히 니놈만 아니었어도 오늘 저녁에 나는 가족과 함께 치킨을 뜯고 있었겠지. 너희들 때문이다. 나는 백년이고 넘게 살 자신이 있어. 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인 내 가족들은 그러지 못하겠지.


짧은 삶을 사는 인간에게는 매일매일이 소중해. 그리고 나에게서 그 소중한 시간을 몇 년이나 빼앗았잖아? 그러니까 난 너에게 세포 단위를 넘어서 영혼까지 타오르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죽일 수밖에 없는 걸?"



증오가 잔뜩 묻은 목소리로 말을 맺자마자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듯이 타오르는 불꽃이 테르젤의 몸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시훈은 차마 죽지 못해서 불꽃속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더욱더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손시훈.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금세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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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조사팀 20.06.01 15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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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영혼과 무공3 20.05.30 174 6 15쪽
27 영혼과 무공2 +2 20.05.29 191 6 15쪽
26 영혼과 무공 +2 20.05.28 226 7 15쪽
» 마왕 혹은 수호자 5 +3 20.05.27 188 10 17쪽
24 마왕 혹은 수호자 4 +1 20.05.26 170 7 15쪽
23 마왕 혹은 수호자 3 +1 20.05.26 179 6 17쪽
22 마왕 혹은 수호자 2 20.05.25 201 6 16쪽
21 마왕 혹은 수호자 1 20.05.24 225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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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4 20.05.20 258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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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 20.05.18 302 10 14쪽
14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헌터 20.05.17 357 10 15쪽
13 등잔 밑이 어두운 법 4 20.05.16 365 11 16쪽
12 등잔 밑이 어두운 법 3 20.05.15 406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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