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113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29 15:28
조회
86
추천
3
글자
12쪽

비트의 세계 - 1

DUMMY

엘리시온은 그 흑마술 협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협회를 분쇄하고자 했으나, 전쟁 때문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협회에서 마족의 기술을 훔쳐와 계승자 생성 실험을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천족은 이것을 기회로 봤다. 최대 전력이 무력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협회를 기습한다면, 그들을 박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족의 기술까지 탈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족은 마족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빼앗긴 기술을 되찾고 장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흑마술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려 했다. 그리고 그들은 공교롭게도 동시에 흑마술 협회의 본부를 침공했다.


마족은 흑마법사들을 죽이고 있는 천족들을 보았다. 자신들의 계승자 변환 기술을 훔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곧바로 천족을 공격했다. 협회 본부는 순식간에 세 개의 세력이 맞부딪히는 난장판이 되었다.


병력이 약간 부족했던 마족은 싸움에서 조금씩 밀렸고, 그들은 더 늦기 전에 현재 계승자 변환 실험이 진행 중인 여자를 죽이려 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여자는 이미 계승자로 완전히 각성한 뒤였다. 문제가 있다면, 올바르게 각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동료들이 천족과 마족에 의해 잔인하게 죽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었는데, 마족의 공격을 막기 위해 그녀의 생존본능이 계승자의 힘을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각성한 그녀는 천족처럼 우아하거나 마족처럼 강인하지 않았다. 그녀의 등에서는 날카로운 촉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 촉수들은 눈앞의 마족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계승자 한 명을 죽인 순간, 처음으로 살인의 쾌락을 느꼈다. 그녀는 눈앞의 계승자들을 모두 죽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천족과 마족은 싸움을 멈추고 임시로 동맹을 맺었으나, 그 기이한 촉수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모든 계승자들을 죽인 뒤 살아있는 흑마법사를 찾았으나, 생존자는 없었다.


여자는 땅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이드래곤해 천족과 마족을 없애기로 다짐했다.


그녀는 손이나 다리, 혹은 등에서 강력한 촉수를 꺼내 적을 공격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페로몬을 내뿜어 상대의 정신을 지배했다. 정신을 지배당한 계승자들은 여자의 명령에 따라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계승자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근처의 전진기지에서 부활한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수도로 날아가 각자의 신에게 겪은 일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그녀는 꽤 많은 계승자들을 죽였으나, 데브칸과 미네르바가 그들을 보호하는 한, 계승자들은 끝없이 살아남아 여자를 괴롭혔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이제 자신의 원래 이름조차 잊어버렸다. 여자가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온 몸에 상처를 입어 걷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우연히 차원문 하나를 발견했고, 천족 계승자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는 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자신이 천계도, 마계도 아닌 무인지대의 마을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안에서 상처를 천천히 회복해갔다. 그녀가 머무는 공간은 특이하게도 깊은 지하에 저절로 생겨났으며, 거대한 철문을 통해 마을회관과 이어졌다.


그녀는 마을 지하의 한 폐건물에서 머물며, 가끔씩 그 안으로 찾아오는 인간들을 홀린 뒤 잡아먹었다. 인간들이 더 필요할 경우 촉수를 감춘 채 마을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여자는 철문 이외에 마을과 이어지는 비밀 통로를 찾아냈다. 그녀는 계승자나 인간을 먹으며 몸 안에 마력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언젠가는 천족과 마족의 전쟁이 끝날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평화에 물들어 약해졌을 때가 바로 자신이 다시 나설 때였다.


문제는 마을의 멸망은 그녀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귀니우스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을 괴수로 변화시켜 마을을 불태워버렸으며, 살아남은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여자는 괴수의 습격으로 집을 잃은 계승자인 척 하면서, 빠르게 새로운 상황에 적응했다. 그녀는 마리우스라는 남자로부터 천족과 마족간의 전쟁이 끝났고, 이제 게리온이라는 이름을 지닌 괴수들이 천족의 새로운 위협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혼돈의 시대는 곧 그녀의 시대였다. 괴수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을 적절히 이드래곤한다면 적어도 천족과 마족의 수도를 불태우는 것 정도는 가능해보였다. 그녀는 폐건물 안에 자리를 잡은 뒤 공격대원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


마리우스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납치한 계승자들을 소화하기 위해 촉수로 묶어둔 뒤, 마리우스가 입은 갑옷을 통째로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유독 그만큼은 쉽게 흡수가 되지 않았다. 다른 계승자들은 제 아무리 철갑 갑옷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촉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마리우스가 입고 있는 기이한 갑옷은 뭔가 달랐다. 그녀는 더욱 강하게 촉수로 그를 묶었다.


여자의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에너지 흡수를 더 강하게 할수록, 그녀는 자신의 정신이 점점 어디론가 이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슈트는 서서히 여자의 촉수에 흡수되어갔다. 여자는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은 채로 마리우스의 에너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머리 부분을 거의 다 흡수했을 때쯤,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어두운 공간 안에서 눈을 떴다. 햇빛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으며, 저 멀리서 아주 약한 불빛 하나만이 주위를 밝혀주고 있었다. 발이 땅에 닿는 것으로 보아 우주공간은 아닌 듯 했다. 여자는 어두컴컴한 길에서 약간의 불빛과 감에 의존해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발에 무언가 밟히는 느낌이 났다. 확인해보니 그것은 시체의 머리였다. 주변은 모두 시체로 가득 차있었다.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니, 시체는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드래곤이나 백호 같은 신수들의 시체 역시 있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괴한 괴물들도 꽤 많았다.


여자는 자신이 마리우스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죽기 전 갑옷의 무기를 이드래곤해 그녀를 다른 세계로 보내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크르르르르......”


여자는 울음소리를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과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으나, 덩치는 서너 배 더 크고 사나운 얼굴을 지닌 괴수들이 여자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 괴물들이 바로 우디스가 말한 괴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괴수와 촉수괴물이 맞붙었다. 여자는 손 끝에서 모든 촉수를 개방해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괴수의 머리를 후려쳤다. 괴수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녀는 촉수를 괴수의 입 안에 집어넣은 뒤, 그것의 피를 빨아먹었다. 괴수는 날카로운 이빨로 촉수를 물어 상처를 냈지만, 자신의 피와 뇌수가 빨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같은 방식으로 여자는 괴수 여러 마리를 순식간에 처치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거대한 공간 안에는 시체와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는 마치 그녀가 처음 무인지대 마을의 지하로 왔을 때와 흡사했지만, 지저분한 정도가 훨씬 심했다. 마을의 지하는 폐허에 가까웠다면, 여기는 그야말로 거대한 쓰레기통이라 할 수 있었다.


쓰레기를 헤치고 나아가던 여자는 계단을 발견했다. 그 계단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문 하나가 보였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계장비로 보이는 것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계들을 지나쳐 나아가자 의외로 평범하게 생긴 복도가 보였다. 복도의 벽면에는 여러 종류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복도를 끝에 있는 문을 열자,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방금 전의 쓰레기장과는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거대한 건물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으며, 그것들의 규모는 엘리시온을 능가했다.


여자는 폐허가 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도로 곳곳에는 고장 난 자동차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었다. 건물의 1층에는 각종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자는 재빠르게 촉수를 꺼내들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뭐, 뭐야 저건?”


“일단 쏴버려!”


남자 둘이 몸을 내밀고는 석궁과 비슷하게 생긴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 무기에서 매우 큰 소리가 나더니 정체불명의 화살이 여자의 몸을 찔렀다. 여자는 화살을 피하려 했으나, 그 크기가 매우 작고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실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그 화살의 파괴력 자체는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았다. 여자는 촉수로 몸을 가린 뒤 그 남자들의 앞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다.


“으......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남자 하나가 갑자기 엎드려 빌었다.


“야, 헨델! 너 제정신이야?”


옆에 있던 남자는 동료를 질책했다.


“난 몰라. 이제 다 끝났어.”


여자는 이 둘을 모두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 일단 옷차림을 보아하니 천족 계승자는 아닌 것 같았다. 여자는 그들이 무인지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지?”


여자가 물었다.


“조까.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해? 그냥 먹으라고.”


그 남자는 여자에게 꿋꿋이 대들었다.


“보아하니 계승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 폐허에서 살던 사람들인가?”


“계승자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얼마 전까지 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맞지. 니들만 아니었어도 계속 살 수 있었을 텐데.”


“......우리들?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너 무슨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렸냐? 아님 우릴 데리고 실험이라도 할 생각이냐?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죽여.”


“내가 왜 널 죽여야 하지?”


“잭슨, 이제 그만해. 이제 다 끝났다고!”


아까 여자에게 생명을 구걸하던 남자는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우릴 살려준다면 고맙지만, 그렇다 한들 우리들은 너희와의 싸움을 멈출 수는 없다. 물어봐도 할 말은 없으니 너희 동료에게 돌아가라고.”


“무슨 말이지? 난 동료들이 없다. 혹시 흑마법 협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잭슨은 그 여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너 혹시......외계인이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너희들이 내 집으로 돌아가는 열쇠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혹시나 했는데 정말 세계가 섞인 건가. 이렇게 되면......잠깐, 뒤에!”


여자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반신이 촉수로 덮인 괴물이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여자는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쓰는 상대가 약간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등에서 솟아난 촉수로 적의 공격을 막으며, 오른손가락에서 솟아난 촉수로 적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적 괴물이 휘청거리자 그녀는 재빨리 촉수로 놈의 머리통을 뽑았다.


“뭐, 뭐야......너......진짜 얘네랑 같은 편이 아니었어?”


잭슨과 헨델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8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7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2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7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91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8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6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7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100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100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8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9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6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9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1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2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7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7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3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5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1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6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2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6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2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2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30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7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9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21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