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18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21 23:57
조회
85
추천
4
글자
13쪽

외부인 - 10

DUMMY

마리우스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게는 세계의 진실을 알아내고, 사람들에게 그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괴수와 싸우거나 괴수의 심장을 마력원으로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마리우스는 바이젤이 원했던 것 역시 누군가가 자신을 이어 세계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믿었다. 마계에 온 이후로 그의 열망은 한동안 사그라들었지만, 이제는 다시 움직일 때였다.


루푸스는 아까부터 식사를 하며 계속해서 어제의 기억이 사라진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리우스, 진짜 이상하지 않아? 마치 하루 동안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다니까?”


루푸스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눈을 감고 말했다.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성 안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이상하지. 딱히 무슨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어제의 기억만 사라져있어.”


“원래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마리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숙소 안으로 돌아간 뒤, 아공간 형성 가방을 챙겨 다시 나왔다.


그는 성 안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성 밖으로 몰래 나갈 때 지나쳤던 곳으로, 웬만해서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마리우스는 슈트를 꺼내 다시 장착했다.


“어서오십시오, 마리우스님.”


이브가 말했다.


“이브, 혹시 울프치니크에 거주 중인 사람들을 찾아줄 수 있어?”


“인물 목록을 탐색합니다.”


<울프치니크 NPC 목록>이라는 제목 아래에 성 주민들의 이름과 직업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대부분은 마족이었고, 중간 중간 생귀니움 측의 첩자 역시 등장했다.


“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었구나......”


마리우스가 몇 번 더 탐색을 계속하자 천족 파견대의 얼굴 역시 보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전부 NPC라고 하는 건가.’


“저기 이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 목록에 나오는 거야?”


“유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나타납니다.”


“유저......”


마리우스는 유저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그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울프치니크 안에 있는 유저 목록을 찾아볼 수 있어?”


“유저 목록을 검색합니다.”


유저들은 모두 천족 계승자들이었다. 그때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였다. 바로 포스마린이었다.


“이 사람, 분명 여기에 파견된 천족 계승자야. 근데 NPC가 아닌 유저라고 나와 있어. 이브, 혹시 이 포스마린이라는 사람 찾아줄 수 있어?”


“위치 추적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상대에게 연락하시겠습니까?”


“아니, 잠깐 기다려봐. 쓸데없이 연락했다간 날 이상한 사람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은 내가 직접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가 계승자 숙소에서 포스마린을 찾으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우연히도 당사자가 다가왔다. 얼마 전에 원정대에 추가로 투입된 광전사였다.


“앗, 안녕하세......”


마리우스가 인사를 하려는 순간, 그는 포스마린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네, 운영자님. 그 괴수들이 여기에도 나타나 있거든요......저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정말 그놈들이랑 똑같다니까요.”


“광전사님......?”


“네, 네. 잘 좀 처리해주세요. 수고하세요.”


포스마린은 전화를 끊었다.


“광전사님? 지금 누구랑 통화하신 겁니까?”


“앗, 마리우스 씨, 안녕하세요. 지금 통화 같은 건 안 했는데요.”


“하지만 지금 뭐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괴수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세요?”


광전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분명 제가 보기엔 누구랑 무전기로 통화하는 거 같았거든요. 그게 아닌가요?”


“아니, 이건......”


그 광전사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러십니까? 왜 저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한 마냥......”


“방금 했던 얘기는 운영자에게 한 말인데......”


“운영자 말입니까? 그게 누굽니까?”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건가요?”


“저기, 광전사......아니 포스마린님,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얘긴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왜 그렇게 기겁한 표정을 짓는 겁니까?”


“아니, 넌 대체 어떻게......”


포스마린은 창을 빼들었다. 그의 창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이 느껴졌다. 마리우스 정도 되는 인간은 스치기만 해도 죽을 정도의 마력이었다.


“자, 잠시만요! 제가 혹시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일단 설명이라도 해주십시오! 그런 다음에 처벌하는 거라면 이해하겠지만, 이래선 안 됩니다!”


마리우스는 본능적으로 덩굴 마법을 썼다. 그 덩굴들은 여차하면 포스마린을 묶어버릴 기세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인간이 계승자를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마리우스는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아......”


그 광전사는 한동안 멍하니 마리우스를 쳐다보더니, 창을 거두었다.


“미안합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는 재빨리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마리우스는 그를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제 얘기 좀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왜 그러는데요?”


“광전사님, 방금 분명 괴수에 대해 얘기한 거 맞죠? 누구에게 말한 겁니까?”


“......”


“제가 알면 안 되는 겁니까? 무슨 군사기밀 같은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왠지 당신은 뭔가 제가 모르는 걸 아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 되는군요. 어째서 NPC가......혹시 이것 자체가 퀘스트인 건가?”


“빌어먹을,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단 말입니다. NPC니, 퀘스트니 같은 소리를 해도......”


마리우스는 그라쿠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어쩌면 포스마린 역시 창조주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광전사님은 이 세계를 만든 창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창조주라니, 혹시 개발자들을 말하는......”


“네, 이브가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브는 특수 갑옷 안에 들어있는......”


“이브의 존재까지 알다니, 당신 정말로 자아가 있는 것 같군요.”


포스마린이 NPC에게 다가갔다.


“이게 몰래카메라일지도 모르지만......만약 당신이 정말로 자아가 있는 정보생명체라면,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지도 모르겠군요.”


둘은 까페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포스마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전 많이 혼란스럽군요. 정말로 자아를 가진 NPC가 있을 줄이야.”


“그런가요.”


“이게 만약 퀘스트의 일종이라면 전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당신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호기심......마리우스는 어쩌면 그가 자신과 비슷한 부류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체스 같은 보드게임을 해본 적 있나요?”


포스마린이 물었다.


“어렸을 때 몇 번 해본 적 있습니다.”


“그걸 환각을 통해 실제처럼 느낀다고 생각해보세요. 마리우스 씨가 폰이나 나이트, 비숍이 되어 적과 싸운다고 생각해봐요.”


“그런 일을 하는 불법 시술소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체스는 아니지만, 환각을 통해 실제로는 해선 안 되는 강간이나 살인 같은 경험을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게임은 그런 불법 마약을 쓰지는 않지만, 환각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트랜스 오버홀’이라는 장비를 활용해 자신들의 정신을 게임 속으로 집어넣는 거죠.”


“잘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일을 하는 기계가 있다는 거군요.”


“네. 그리고 이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이름은 바로 ‘페어리 월드’예요.”


“페어리 월드, 들어본 적 있습니다. 혹시 괴수가 나오는 균열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원정대가 찾아다닌다는 그 균열 말인가요?”


“네. 전 슈트를 입고 그 균열 너머로 가봤습니다. 그 너머에는 수많은 세계가 있더군요. 그 세계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요. 유저, NPC같은 용어들에 대해서도 잘은 모르지만, 대충 뭘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다른 게임들을 말하는 거군요.”


광전사는 커피를 조금 마셨다. 그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는 듯했다.


“그 게임이라는 건 결국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겁니까?”


“그것도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뭐 맞는 말입니다. 현실을 잊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세계에서 사는 거고, 페어리 월드도 그런 세계들 중 하나인 거죠.”


“그런가......”


마리우스는 왠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왔다. 분명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는 순간이었지만, 마음 속은 편하지 않았다.


“그럼 유저라는 건 결국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군요.”


“네.”


“전 그 게임 속에 창조된, 일종의 환영 같은 것이고요.”


“맞아요.”


“전 어떻게 된 걸까요. 왜 저만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겁니까?”


“일반적인 NPC들에게는 이 세계가 게임이라고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해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NPC들의 인공지능, 그러니까 정신을 관리하거든요. 기본적으로 NPC는 정해진 대로만 행동할 수 있죠. 판타지 용어로 말하자면, 운명을 벗어나지 못해요. 즉 그들의 정신은 세계의 진실을 들었을 경우, 자동으로 그 부분을 지워버려요. 참, 컴퓨터는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 때 쓰는 도구에요. 이 세계의 계산기의 발전 형태라고 보면 돼요.”


“그러면 기억이 지워지는 걸 막는다면, 혹시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진실을 알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불가능해요. 애초에 그들은 정해진 대로 살도록 만들어진 거고, 애초에 자아가 있는 생명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요. 고도로 발전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거랑은 다르죠.”


“그럼 저는 뭘까요.”


“글쎄요......저도 그게 의문이네요. 애초에 NPC에게 자아가 생기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확실한 건 마리우스 씨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발견이에요. 아마 인류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죠.”


“그 정도로 대단한 겁니까?”


“그럼요. 애초에 컴퓨터 프로그램이 스스로 생각하는 건 유래가 없었거든요. 심지어 누군가가 일부러 마리우스 씨를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닌데, 저절로 자아를 갖게 되었잖아요.”


“만약 자아를 가진 게 NPC중에 저 뿐이라면, 제 가족이나 원정대원들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그 사람들은 그냥......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것뿐이에요. 거기에 뭔가 자아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구나......”


“다만 마리우스 씨의 경우를 봤을 때, 그 사람들 역시 진실을 깨달을 가능성 자체는 있다고 봐요.”


“누군가의 자아가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확인합니까?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채팅을 알아듣는지 보면 될 거예요.”


“채팅?”


“네. 제가 아까 전화했던 건, 정확히는 이 게임의 운영자와 1:1 문의 채팅을 하고 있던 거예요. 원래 NPC들은 채팅을 들을 수 없어요. 오직 다른 유저만이 그걸 들을 수 있죠. 즉 당신은 이미 유저와 같은 존재가 된 거예요.”


“그러면 뭔가 이득이 있는 겁니까?”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마리우스 씨는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다만 슈트를 입고 균열 바깥에 나갔다고 했죠? 제 예상이 맞다면 아마 그 슈트는 유저들이 세계를 옮겨다닐 때 쓰는 트랜스 슈트일 거예요. 그걸 입고 게임 속을 탐험하는 거죠. 즉 그걸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질문에도 일일이 대답해주셔서.”


“저도 좀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마리우스 씨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는 도움을 드릴게요. 프로그래머로서 인류 역사의 특이점을 위험에 처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무슨 말이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현실 세계는 어떤 곳인지 조금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천계와는 얼마나 다를지 궁금합니다.”


마리우스의 물음에 포스마린이 약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으시다면 말씀드리죠. 바깥 세계는 많이 망가졌습니다.”


“망가졌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러니까 굳이 설명하자면, 문명의 상당부분이 파괴됐어요. 우린 폐허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