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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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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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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3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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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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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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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지평선 너머 - 5

DUMMY

마리우스가 보기에 그 전함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정말로 이걸 고칠 수 있는 겁니까?”


“해 봐야지. 마을 안에서 함선 수리 경력이 있는 사람을 불러 모으면 될 거야.”


수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두 명 뿐이었다.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그런가. 내가 너무 상황을 낙관적으로 봤을지도 모르겠군.”


두 명의 기술자는 공중전함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 우디스는 그들에게 어느 부분을 수리해야 할지 물었다.


“우선 마력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시동조차 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면 보호막은 어떻게 합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보호막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만약 부유섬이 정말로 저 위에 있다면, 모든 에너지를 고도 상승에만 집중해도 버거울 겁니다.”


“보호막이 없다면 폭발 화살에 순식간에 당할 텐데......”


“어차피 올라가기만 하면, 그 다음 싸우는 건 우리들의 몫이니 괜찮을 거야. 문제는 마력원을 찾는 건데......”


우디스는 함선과 꽤 멀리 떨어진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그 건물은 이곳저곳이 부서져 사실상 폐허나 다름없었다.


“저 건물은 과거 원소술사들의 사관학교로 쓰였던 곳이야. 내 부모님이 다녔던 학교와 똑같이 생겼거든.”


“저건 건물인데, 어떻게 여기로 넘어올 수 있는 겁니까?”


“간혹 가다가 차원문 실험이 실패하는 경우 그 실험이 이루어지던 건물이 통째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 아무튼 중요한 건, 어쩌면 저 안에 마력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 바로 가져올 수 있는 겁니까?”


“그게 말이지......나도 예전에 한 번 시도해본 적이 있어. 혹시 마을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 문제는 저 안에 타락한 정령들이 있다는 거야.”


“정령 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이곳은 마나 밀도가 상당히 높아. 원소술사들이 실험용으로 만든 정령들은, 오랫동안 이곳에 고립되어 살면서 폭력적으로 변한 거지. 대기 중의 마나는 정령들이 아슬아슬하게 그 존재를 유지할 만한 수준이야. 그러다보니 놈들은 이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죽여 마력을 흡수하려고 하고 있어.”


그 말을 들으니 마리우스는 이 고요한 공간이 어딘가 무서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저희를 공격하러 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 우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어떻게 할 겁니까?”


“공격대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대원들의 실력도 볼 겸, 저곳을 점령해야 마력원을 확보할 수 있어.”


*****


8명의 계승자들은 천계와 마계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사였으나, 이곳에 온 뒤로는 오랫동안 평화를 누린 탓에 싸우는 법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그들은 과거의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마리우스와 우디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팀은 크게 두 조로 나뉘어졌다. 마법사 사관학교는 총 4층으로 되어 있었으며, 마리우스가 이끄는 5명은 홀수 층, 우디스가 이끄는 5명은 짝수 층을 살펴보기로 했다. 마리우스의 팀은 본인을 포함해 기사 1명, 사제 1명과 암살자 2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저희 안전한 거겠죠?”


사제가 물었다. 그녀는 마을을 위해 다시 한 번 마법봉을 잡았지만,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걸요. 애초에 전 인간이고, 어쩌다 보니 이 슈트를 얻어 강해졌을 뿐 싸우는 법은 잘 모르니까요. 그래도......적어도 지금 죽게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건물의 입구에 들어서자 음산한 분위기가 더욱 심해졌다.


“이브, 불을 밝힐 수 있어?”


“후레쉬를 작동합니다.”


슈트 가슴 쪽에서 불빛이 나오더니 학교 안을 비췄다. 우디스는 다시 한 번 공격대원들에게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마력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린 이 학교의 세부적인 구조를 모르고, 정령들은 오랫동안 여기서 살아온 만큼 우릴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애쓸 거야. 즉 적이 도망간다면 무리해서 쫓지 말아라. 모두 살아서 보자고.”


우디스의 팀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리우스는 복도를 걸으며 학교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 이 학교는 2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마족 원소술사들에게 맞서기 위한 새로운 비밀 마법을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복도의 그림에는 마법 실습을 하는 계승자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기에 다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여성 암살자가 물었다. 그녀는 과거 마계에서 특수 간첩에게 주어지는 ‘쿠노이치’라는 칭호를 받았고, 그 칭호로 자신을 불러주길 요청했다.


“여기로 넘어온 사람들은 운 좋게 마을에 정착하거나, 아니면 이 안에서 굶어 죽었겠죠.”


“어쩌면 구울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사제가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아까 공격대장님이 말했다시피, 여긴 마나 농도가 높아요. 만약 여기서 굶어 죽는다면 구울로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사제님, 재수 없는 말은 안 했으면 하는데요.”


기사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구울 정도야 뭐 천계에도 흔히 있는걸요.”


마리우스는 팀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구울이 있어봐야 기껏해야 계승자 한두 명도 상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복도의 코너를 돌자 주변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아까와는 달리 이제 후레쉬가 비추지 않는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제님, 혹시 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한데......제가 마력이 지금 많지가 않아서요......도와드릴까요?”


마리우스는 잠시 생각한 뒤 그렇다면 그냥 마력을 아껴두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마리우스님, 저쪽입니다. 저기 실험실이 있어요.”


그들은 실험실의 문을 열었다. 문은 매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실험실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바닥에는 깨진 비커가 널브러져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각종 마법 서적들이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마리우스는 후레쉬로 실험실 전체를 훑어보았다.


“마력원은 어디쯤 있는 걸까요.”


마리우스가 말했다.


“아마 실험 재료들을 모아놓는 곳에 마석이 좀 있을 겁니다. 사실 저도 마법 실험에 대해서는 자세한 것까지는 몰라서, 원소술사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남성 암살자가 말했다. 그는 옆에 있는 쿠노이치와는 달리 마법 공격 위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실험과 관련된 지식을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실은 상당히 기분 나쁜 구조군요. 당연히 있어야 할 창문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 수색에 의하면 별다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정신체에 기반한 구울이 된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암살자가 적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제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매우 위축된 상태였다.


“아이고 사제님, 혹시나 뭐 나타나도 저희가 지켜드릴 겁니다. 사제님은 뒤에서 상처만 잘 치료해주시면 된다니까요.”


기사가 짜증난 듯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자, 자. 일단은 마석부터 찾자구요. 실험 도구들은 저기 서랍장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마리우스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서랍장을 왼쪽 위부터 하나하나 열어봤다.


“아, 여기 마석이라고 써져 있네요. 쓸 수 있는 거겠죠?”


“이건......3급 소형 마석인데, 적당이 정제한다면 연료로 쓸 수 있을 겁니다.”


남성 암살자가 말했다.


“나도 체술보단 마법 위주로 배울 걸 그랬네. 아, 저도 비슷한 거 몇 개 찾았어요.”


쿠노이치가 마석을 한 움큼 쥐어 마리우스가 맨 가방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단 어렵지 않네요. 이대로 가면 빨리 끝내고 올라갈 수......”


그 순간 쨍그랑하고 실험실의 입구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마리우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곧바로 에너지 소드를 작동했다.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태세를 취했다.


“사제님, 뒤쪽으로 물러나 계십시오.”


마리우스는 기사와 함께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마리우스, 이거 봐봐요.”


기사가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피가 뿌려져 있었다.


“피? 대체 누가......일단 주변을 경계하죠.”


“네. 특히 사제님이 당하지 않도록......으아아아악!”


난데없이 기사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너무 순식간이라 마리우스는 대응할 틈이 없었다.


“기사님!”


마리우스가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이브, 무기 목록을 보여줘.”


그는 왼쪽 팔에서 다연장 로켓포를 쏘았다. 로켓은 실험실 곳곳에 명중해 폭발을 일으켰다.


“기사님! 괜찮으십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험실은 파괴되었지만, 주변에는 그저 연기만 흩날릴 뿐이었다.

대원들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일단 이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기사를 찾을지, 작전을 계속할지, 아니면 실패를 선언하고 돌아갈지.”


“미안해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쿠노이치가 말했다.


“물리적으로 상대 가능하다면 어찌어찌 해보겠지만, 저런 걸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어요. 혹시 암살자님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계시나요?”


“저도 저런 공격은 처음 보는지라......”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전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실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제 대원은 마리우스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빌어먹을, 애초에 여기 오는 게 아니었나......”


마리우스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때 암살자가 마석을 마저 챙겨 그의 가방에 넣었다.


“이게 있어야 전함을 가동할 수 있다면서요? 일단은 작전을 속행하죠. 설령 여기서 살아나간다 하더라도, 전함을 가동하지 못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 정신병자들에게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방금의 공격은 대체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기사님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즉사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애초에 이 안에 사는 생물에게 그 정도의 힘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든요. 운이 좋다면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을 겁니다.”


마리우스는 그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났다. 마석을 충분히 챙긴 그는 사제에게 다가갔다.


“사제님, 사제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못 하겠으면 나가도 됩니다. 애초에 전 지휘관도 아니고, 당신들의 도움이 없어도 어쨌든 부유섬을 공격할 테니까요.”


“......정신체는 물리적으로 죽일 수 없어요. 정신체는 우리에게 간섭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못 하거든요.”


사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그 공격을 막아낼 방법은 없는 겁니까?”


“피할 수는 있어요. 그들은 빛을 좋아하니까, 그 갑옷의 불빛도 꺼야 해요. 그리고......모든 정신체들은 그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육체가 근처에 있어요. 그 육체는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처리한다면 더 이상 공격을 당하지 않게 될 거예요.”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의외로 용기 있는 분이군요.”


마리우스는 웃으며 답했다. 떠날 채비를 마친 그는 슈트의 불을 껐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자, 이제 남은 건 3명뿐이지만......전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전 그 생귀니우스들을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전함을 가동시키고, 이 마을을 구할 겁니다. 위층에 있는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은 실험실 밖을 나왔다. 후레쉬를 킬 수 없었기 때문에 이동 속도는 매우 느려졌다. 사제와 암살자는 마력 감지 기술을 사용해 마리우스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복도 건너편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리우스는 분명 그것이 사람의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대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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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5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5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7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7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7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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