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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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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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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작성
20.07.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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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아르카다 원정대 - 5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6장 – 휴전 협정


수백 년간 이어진 전쟁에 시민들은 서서히 질리기 시작했다.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부분이 군사비용으로 사용되었고, 그렇게 전쟁을 해도 딱히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허무하게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정부에 대한 불신 역시 커져갔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계승자들이 이 전쟁을 일종의 놀이처럼 여긴다고 비판했다. 어차피 죽어도 영혼석만 있으면 다시 살아나는 계승자와는 다르게, 인간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을 더 무겁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천족 내부에서는 마족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평범하게 무역을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늘어났다. 처음에 엘리시온 정부는 이를 반역이라고 간주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계승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마족 역시 같은 생각을 했기에, 휴전 협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밀무역을 하던 사람들이 큰 활약을 했는데, 이들은 전쟁 와중에도 끊임없이 천계와 마계 양쪽을 오갔던 만큼, 상대 종족에 대한 적대감이 옅었기 때문이다.


제국력 535년에 최초의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다. 또한 천족은 자국 영토에서 생겨나는 마력 결정의 일부를 반드시 마족에게 보내는 대가로, 그들로부터 철광석을 받기로 했다.


점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천족 내부에서는 이대로 전쟁을 끝내자는 의견과, 전쟁 자체는 언젠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립했다. 이 대립에는 미네르바의 책임 역시 어느 정도 있는데, 그녀는 이 시기에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의 주장대로 끌려 다녔기 때문이다.


*****


엘리시온의 건물들은 파드넬이나 테디아 성보다도 훨씬 더 거대했다. 도로 역시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었다. 수많은 마차와 기차, 공중전함들이 엘리시온 내부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마리우스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자동차’라 부르는 것이었다. 마력 문제로 인해 엘리시온 내부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것은 말이나 소, 레일의 도움 없이도 도심을 오갈 수 있었다.


“어디보자......우린 여기서 일단 하루 묵는 걸로 되어 있네.”


루푸스는 위에서 내려온 복잡한 명령서를 읽고 있었다.


“일단은 여관으로 가서 짐을 풀고......어이, 지금 뭐하는 거야?”


루시우스, 가이우스, 줄리아가 근처 노점상에서 특이하게 생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마리우스도 한 번 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줄리아가 꼬챙이에 빵이 끼워진 기묘한 음식을 마리우스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핫도그라는 거래요. 왜 이런 게 테디아나 브리니아에는 없는 건지.”


“어이 다들, 여기 놀러온 거 아니잖아?”


루푸스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뭐 어때요, 어차피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는 거 맞잖아요. 명령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지 않나요?”


줄리아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루푸스 역시 달리 할 말은 없었다.


“아마도 내일부터 있을 원정에 대비해 오늘은 쉬어두라는 뜻이겠죠. 너무 막나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루시우스도 거들었다. 그는 양 손에 핫도그 하나씩을 들고 먹었다. 결국 루푸스 역시 그들과 어울리는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거리를 한바탕 돌아본 뒤, 그들은 배정받은 호텔로 왔다. 호텔의 규모와 화려함 역시 테디아에 비할 바 없이 뛰어났다. 가이우스는 이런 화려함이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했다.


“수도 녀석들은 시종일관 화려하게 사네. 시골 사람들은 가난하게 농사나 짓고 있는데......”


“언제는 별 거 없다면서요?”


두 남녀는 또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너네는 그만 좀 싸워라, 진짜 그러다가 정든다니까. 일단 여기는 큰 방 두개와 작은 방 하나가 있군. 우선 줄리아는 작은 방에서 자도록 하고, 나머지는......어떻게 할까?”


“음, 제가 가이우스 씨랑 잘게요.”


루시우스가 말했다.


“그렇게 하자고. 일단 다들 모여봐. 내일 작전에 대해 알려줄 테니까.”


루푸스는 거실의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쳤다. 다섯 명의 보급대원들이 모두 그 앞으로 모였다.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 엘리시온이야. 내일 아침 일찍 10중대원들은 비행선에 타서 마계로 이동할 거야.”


“공중전함 말입니까? 그걸 진짜로 탑니까?”


루시우스가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제가 약간 고소공포증이......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탈 건 헤르메스 5호야. 선착장에 가면 다시 한 번 알려줄게. 지금 여관에 가져온 것 외에 따로 챙길 건 없어. 이미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짐을 다 실었고, 부족한 건 거기 가서 직접 챙길 거니까.”


루푸스는 손으로 마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가 바로 울프치니크야. 천족의 테디아와 같은 곳이지. 그리고 여기서 처음 괴수가 출몰했다고 알려져 있어. 정확히는 괴수가 최초로 관측된 곳이야.”


이번에 그는 가방에서 명단 하나를 꺼냈다.


“여기 올 때 이미 들었겠지만, 우린 직접 싸우는 것과는 무관해. 그러면 대체 뭘 하는지 궁금할 텐데......가장 많이 하는 일은 아마 사제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일일 거야. 다들 훈련할 때 마력 공급 장치의 사용법은 배웠지?”


대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규모 힐을 자주 쓰면 금방 마력이 바닥나니까, 늦기 전에 바로바로 마력을 공급해 줘야 해.”


“사용법은 다들 알고 있지만, 그러면 결국 저희도 전장에 나가야 한다는 얘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물론 계승자 몇 명이 우릴 보호해 줄 거야. 하지만 너무 정신줄 놓고 있지는 마. 그 괴수들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움직이니까.”


마리우스는 그런 위험한 일은 계승자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저번에 만났던 그 상인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계승자들은 정말 선전용으로 써먹기 위해 자신과 같은 인간들을 원정대에 들인 걸지도 몰랐다.


“우린 어디까지나 뒤에서 사제들만 집중적으로 살피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뭐, 사소한 운반 작업 같은 거야. 밥 같은 것도 현지에 파견된 사람들이 해줄 거고. 어렵지 않지?”


“죽을 지도 모르는데 어렵지 않다니......”


“여기 들어온 이상 그 정도는 각오했어야죠. 가이우스 씨.”


줄리아가 그에게 또다시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마리우스 역시 그 불평분자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마력 공급을 아예 안 보이는데서 하는 게 아닌 이상 위험성은 항상 존재했다. 죽은 다음 후방에서 다시 부활하는 계승자들과는 달리, 인간은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역사책에서 그는 과거의 종교에 대해 배웠다. 과거에 계승자가 되지 못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싸우다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천국과 지옥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이제 사람들은 의무를 다하다 죽으면 천족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는 궤변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딱 그 상황이었다. 마리우스는 괴수와 직접 싸워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이 얼마나 흉포한지 알고 있었다. 만약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수백 마리와 싸우게 된다면? 그것들 중 한 마리만 방어선을 뚫어도 보급대원들이 몰살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마리우스 씨는 조용한 듯 하면서도 항상 긍정적이네요. 부럽습니다.”


루시우스가 말했다.


“루시우스 씨도 마찬가지인걸요.”


“전 겉보기에는 강하지만, 속은 좀생이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도망치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후 그들은 호텔 1층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마리우스는 그곳에서 대원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루시우스는 어렸을 때부터 계승자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가 근육을 키운 것 역시 계승자 시험에 통과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계승자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시험을 보기 이전부터 각종 활동을 통해 스펙을 쌓아야 시험 ‘지원’이 가능했다. 그는 실제로 계승자를 돕는 일을 꾸준히 해왔으며, 그 마지막 단계가 바로 이번 원정이었다.


가이우스는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리우스가 먼저 과거를 꺼내놓자 입을 열었다. 그는 마리우스의 정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그는 부모의 압박에 의해 이 원정대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모는 그가 계승자가 되기를 바랐고, 그는 원치 않았다. 마리우스는 어쩌면 그가 일부러 까칠하게 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줄리아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그녀는 마계를 탐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원정대에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마계 지리를 공부하고 기초 마법을 익히는 등 다방면에 걸쳐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원정대 지원이 너무 손쉽게 되자 다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리우스는 이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바이젤과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분명 잘된 일이었다.


그들은 자기 위해 모두 침대에 누웠다. 마리우스는 루푸스 옆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마리우스, 혹시 괴수와 마주치는 게 무섭나?”


“약간은요. 사실 전 멀리서 괴수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어디서?”


“숲속에 갔다가, 괴수와 사람들이 싸우는 걸 봤습니다. 그 괴수들은......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짐승 같았습니다. 루푸스 씨는 걱정되지 않습니까?”


“확실히 나도 무섭긴 해. 근데 난 나이가 많잖아? 벌서 40이 넘었다고. 내가 무서워하면 다른 대원들은 어떻겠어. 그리고 계승자들이 우릴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전쟁에서 지속적인 마력 공급은 중요하니까.”


마리우스는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지금은 그 역시 계승자들을 믿는 수밖에는 없어 보였다.


“그럼 잘 자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대원들은 아침 6시에 모두 일어나 선착장으로 향했다. 비몽사몽간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아침은 대충 노점상에서 때웠다. 핫도그는 더 이상 대원들에게 낭만이 아닌, 살기 위한 식량에 가까웠다.


엘리시온의 선착장은 비행선만을 취급하고 있었다. 근처에 큰 강이나 바다가 없었던 탓이다.


보급대원들은 모두 헤르메스 5호 안에 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다 비행선이 큰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가 말했다.


“정원이 100명 정도니까. 1개 중대가 모두 탈 수 있지.”


그때 비행선 위의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잠시 후 울프치니크행 비행선이 이륙할테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비행선은 고동소리와 함께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마리우스는 왠지 귀가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살면서 하늘을 날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곧 익숙해질 거야. 한 번 밖을 봐봐.”


엘리시온의 거리와 건물들이 점점 더 작아졌다. 이윽고 그들이 탄 비행선은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마리우스는 마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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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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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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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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