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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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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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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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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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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외부인 - 2

DUMMY

마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 계승자를 감시했다. 그는 원정대장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곧바로 마리우스가 속했던 10중대에 배정을 받았다. 그 계승자는 루푸스를 포함한 보급대원들과도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누었다.


“저번에 만났던 분들이군요. 반갑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리우스는 일단 최대한 불편한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애써 웃으며 그 계승자와 악수를 나누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포스마린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이름이군요.”


“그런가요?”


마리우스는 그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말 겉으로 봐서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계승자였다.


원정대는 이곳에 있는 동안 몇몇 마족들과 교류를 하였다. 몇몇 사람들은 천족에게 적대적이었고, 몇몇은 협조적이었다. 확실한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천족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천계에 있을 적, 마족들은 험한 환경에서 살아서 성격이 거칠고 잔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갖춘 천족과는 달리 마족은 군국주의를 추구했고, 그로 인해 양 세력 간에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리우스가 직접 본 마족들은 잔인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전쟁의 패배 때문에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천족에게 함부로 대드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천족과 마족은 언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런, 혹시 천족 담당자는 없는 겁니까?”


루푸스가 마족 상인에게 물었다. 그와 마리우스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티타늄 합금 단검을 찾고 있었다. 계승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괴수들의 습격을 받을 경우 저번처럼 보급대원들만의 힘으로 격퇴하기 위함이었다.


“마리우스, 혹시 얘가 뭐라고 하는 지 해석할 수는 없나?”


마리우스는 최대한 몸짓으로 그 상인에게 자신들이 찾는 물건에 대해 설명했으나, 그 상인은 알아듣지 못했다.


“음식점처럼 메뉴판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이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뭐 문제라도 있나요?”


그때 뒤에서 포스마린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마법 증폭용 반지를 사러 왔다고 했다.


루푸스는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자신들이 호신용 단검을 사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포스마린은 마족 상인에게 뭐라고 얘기를 했다. 잠시 후 그 상인은 저 구석에서 단검 하나를 가지고 왔다. 루푸스가 찾던 물건이 맞았다.


“오, 감사합니다. 광전사님은 마족 언어를 굉장히 잘 하시는군요.”


“하하하, 예전에는 마족 땅에 잠입하는 임무를 맡았거든요. 그 일을 하는 계승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마족 언어를 할 줄 압니다.”


둘은 단검을 하나씩 사서 들고 나왔다.


“이왕이면 다섯 개 모두 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예산이 빠듯하구만.”


“일단 하나는 루푸스 씨가 갖고 있고, 제가 갖고 있는 건 루시우스 씨에게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힘쓰는 일에는 그분이 제격이니까요.”


“그렇게 하자고. 그나저나 그 광전사 분은 참 대단한 것 같아.”


마리우스는 포스마린의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은근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뭐 계승자라면 오래 사니깐 중간 중간에 마족 언어를 배울 수도 있겠죠.”


“그런가? 아무튼 난 그분이 왠지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던데.”


마리우스는 루푸스가 그 광전사를 지나치게 동경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착각이 아니었다. 10중대의 모두가 그 광전사에게 굉장한 존경심을 표했다.


줄리아는 그 남자가 천마전쟁의 영웅들 중 하나라며, 매일같이 그 광전사의 이야기를 했다.


“뭐 계승자니까 대단한 인물인 건 알겠는데, 너무 빠져있는 거 아니야?”


가이우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못마땅한 듯 은근히 그녀를 비난했다.


“가이우스 씨가 뭘 몰라서 그래요. 그는 미네르바가 직접 수여하는 최고의 보상인 제우스 훈장을 받았다고요.”


“제우스 훈장......? 그게 뭡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마리우스가 끼어들었다.


“계승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는 명예에요. 아마 그 훈장을 받은 계승자들은 다 합쳐서 500명도 안 될걸요.”


“굉장히 받기 어렵겠군요.”


“맞아요. 제가 알기로는 천마전쟁의 막바지에 최후의 마계 공습 당시 활약한 계승자들에게만 그 훈장을 주었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유능하긴 하겠네. 그래도 너무 띄우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본인도 부담스러워 할 걸.”


“뭐 부담까지야, 솔직히 말해봐요. 그분을 질투하는 거 맞죠?”


“질투는 무슨......”


그때 숙소 내에 안내방송이 들렸다.


“원정대 본부에서 알린다. 30분 내로 괴수들이 울프치니크 성에 도달할 것이다. 모든 전투 병력은 즉시 장비를 챙긴 뒤 성의 광장으로 집결하라. 이상.”


“또 시작인가......”


마리우스는 바이젤의 팔찌를 맸다.


“그 포스마린인가 뭔가 하는 사람,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면 이번에 제대로 활약하겠군요. 그것만큼은 기대가 됩니다.”


늘 그렇듯이 원정대는 방어 대형을 갖춘 채 적을 맞이했다.


괴수들은 점점 더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주력 부대가 정면에서 원정대의 시선을 끄는 사이, 별동대를 구성해 울프치니크 성을 공격하기도 했으며, 일부러 도망치며 원정대를 깊숙한 숲 속으로 끌어당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전술은 모두 예전에 천족과 마족이 썼던 전술이라는 것이다. 천족은 천 년 넘게 전쟁을 했고, 근접 공격만을 할 수 있는 괴수들이 쓸 수 있는 전술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족은 공중 정찰병과 성으로부터의 포격을 적절히 활용했고, 몰래 성 안으로 침입하려던 괴수의 대부분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점령군들에게 모두 쓸려나갔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안심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고, 100번의 싸움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한 번 죽는다면 그 다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투가 계속되면서 원정대 전체의 보급 문제가 새롭게 떠올랐고, 이로 인해 원정대는 종종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몇몇 계승자들은 무기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채로 전투에 나서야 했으며, 마력 공급기에 에너지원인 마석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마리우스! 뒤쪽이다!”


루푸스의 외침에 뒤를 돌아보니 괴수 여섯 마리가 방어 대형을 뚫고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재빠르게 덩굴을 소환해 괴수 세 마리를 묶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어설픈 덩굴을 힘으로 찢은 뒤 계속 그를 향해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운이 좋게도 포스마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광전사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리우스는 지금이 그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겁에 질린 듯 제자리에 서서 마리우스를 향해 달려드는 괴수를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루푸스! 우리가 처리해야 합니다!”


“너무 많아!”


“네 마리를 묶어둘 테니, 나머지 둘만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그는 괴수 하나의 발을 추가로 묶었다.


“미치겠구만. 줄리아! 가이우스!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둘은 각각 루푸스와 루시우스에게 마력을 공급했다. 둘은 은은하게 빛나는 단검을 꺼내든 뒤 괴수들과 대치했다.


첫 번째 괴수는 루시우스에게 달려들었다. 루시우스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인 뒤, 괴수의 턱을 노렸다. 갑작스런 반격에 당황한 듯한 괴수는 그를 노려보며 뒤로 물러섰다.

괴수는 다시 한 번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루시우스는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날아온 발차기를 막지는 못했다. 그는 몇 미터 정도를 날아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두 번째 괴수는 루푸스에게 상당한 치명타를 입었다. 루푸스는 괴수의 양 눈을 찌른 뒤, 괴수가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작은 화염구를 던져넣었다. 입 안에 화상을 입은 괴수는 이리저리 날뛰었다.


하지만 그 역시 괴수와 정면 승부를 벌일 수는 없었다. 고통스러워하던 괴수는 무작정 루푸스에게 돌진했고, 그는 옆으로 피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제 두 괴수는 마리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더 많은 덩굴을 소환하려 했으나, 이미 마력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줄리아는 재빨리 그에게도 마력을 주었으나, 마리우스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너무 늦기 전에 암살자 하나가 보급대원들이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단검을 날려 괴수 하나의 머리에 맞춘 뒤, 능숙하게 괴수들을 처치했다. 암살자는 땅에 쓰러진 루시우스에게 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감사 인사는 나중에, 지금은 처리할 적이 많으니까.”


그녀는 재빨리 전투 중인 동료들에게 합류했다.


마리우스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포스마린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제대로 싸우려 하지도 않았다. 보급대원들을 도운 것도 아니고, 광전사답게 적극적으로 최전방에서 괴수와 맞서지도 않았다.


전투는 다시 한 번 원정대의 승리로 끝났다. 성 안의 점령군 측에서 자신들 역시 괴수들을 모두 격퇴했다는 보고가 날아왔다.


원정대장은 대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들을 살폈다.


“사제들은 중상자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해라. 사망자가 있으면 바로 보고해라.”


한편 마리우스는 오랜만에 괴수의 생체 조직을 채취하려 했다. 처음 원정대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지만, 어느 정도 인정받은 이후로 그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란 바로 괴수의 장기를 마력원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채취용 칼을 꺼낸 뒤 곧바로 괴수의 시체를 절개해 나갔다.


“지금 뭘 하는 거죠?”


뒤를 돌아보니 포스마린이 서 있었다.


“괴수의 시체로부터 마력원을 얻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일단 괴수의 시체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들의 심장은 강력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잘만 하면 현재 천족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차원 코팅된 작은 통 안에 조직을 집어넣으려 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체를 직접 해부하는 건가요?”


“네, 직접 만져 봐야 뭐라도 알 거 아닙니까.”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예요.”


마리우스는 약간 짜증이 났다.


“중대장님께 허가 받은 겁니다.”


“그게 아니라 너무 위험한 일이라 그래요.”


“물론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심장을 비롯해 마력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조직들은 맨손으로 만져도 안전합니다.”


“저라면 안 할 거예요.”


마리우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채취를 멈추고 일어났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중대장님께 허가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까도 안 싸우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하더니, 이제 남의 개인적인 일을 방해하기까지 하는 겁니까?”


“야, 야, 왜 그래 너.”


루푸스가 그를 말렸다.


“아무튼 문제 생겨도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광전사님.”


마리우스는 다시 조직 채취에 집중했다.


그가 채취했던 조직은 심장과 폐 조직의 일부였다. 일단은 그 기관들이 마력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가장 높기는 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마리우스는 바이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그 조직들을 가지고 실험을 했지만, 이제까지 마력원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운이 좋게도, 마리우스는 이제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기관을 찾았다. 그 기관은 심장 아래쪽에 작게 붙어 있었는데, 인간의 신체에는 이에 대응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어쩌면 그것이 핵심 마력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네, 왜 칼이 안 들지......?”


마리우스는 어떻게든 그 기관을 떼어내고자 했으나, 그것은 지나칠 정도로 질겨 칼로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마리우스는 마법을 쓰기로 했다. 그는 작은 덩굴을 손끝에서 소환한 뒤, 천천히 심장과 그 기관을 떼어냈다.


그 순간 마리우스는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뒤로 넘어졌다. 오른팔은 이미 괴수의 산성액에 의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동료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면서, 마리우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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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5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6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8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8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7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7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4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8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5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7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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