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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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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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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2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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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부인 - 3

DUMMY

괴수 연구 보고서 11번째


망명정부의 원소술사 하나가 게리온의 심장을 마력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강력한 야수의 내장으로부터 마력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그 논리를 게리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마족에게 있어서 이건 최후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농지와 마석 채굴장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게리온을 통해 마력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큰 행운일 것이다.


게리온을 생포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다. 총 5마리를 생포하는 과정에서 계승자 8명이 죽었다가 부활했다. 이제 부활해 사용할 수 있는 마력도 많이 남지 않은 만큼, 한 번의 죽음이 마족 전체에 있어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그것을 지하 감옥에 가둔 뒤 다각도의 실험을 진행할 것이다.


괴수 연구 보고서 12번째


놀랍게도 생포한 게리온 1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일주일 넘게 살아 있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생존에 있어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게리온은 평상시에는 죽은 듯이 자고 있다가, 근처에 사람이 오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정황상 추가적인 에너지 섭취가 없으니, 평상시에는 가사 상태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게리온 2호는 죽인 뒤 그 내부를 해부하기로 했다. 놀랍게도 괴수의 내부 구조는 인간과 유사했다. 하나의 심장과 두 개의 폐, 대장과 소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소멸한 한 과학자가 했던 말처럼, 어쩌면 괴수는 인간이 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리온 3호에서는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지만, 그 게리온은 등에 문신이 있었다. 해골 마크 아래에 정체불명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쩌면 그 문신이 게리온의 상징일수도 있으나, 다른 게리온에게서는 문신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괴수 연구 보고서 13번째


우리들은 게리온 생포를 통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그러니까 어느 장기를 이용해야 마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처음 가설을 내놓은 원소술사는 반쯤 폐인 상태가 되어 연구실 안에 처박혀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계승자부터 인간들까지, 모두들 힘을 합쳐 마족의 명맥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괴수 연구 보고서 14번째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게리온의 심장을 압축시킨 뒤, 심장에 특수 호스를 꼽았다. 심장 안의 피를 비롯한 각종 물질들을 높은 압력으로 빨아들인 뒤 화학 처리를 했더니, 약한 마력을 내뿜는 덩어리로 변했다. 아직 마력원으로 쓸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걸음 더 내딛은 것이다.


괴수 연구 보고서 15번째


괴수들이 이곳을 습격했다. 모든 연구 자료가 파괴되었다.


*****


마리우스는 울프치니크 성 안의 병원에서 눈을 떴다. 간호사 한 명이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주치의를 불러왔다.


“다행히도 뼈와 신경은 크게 다치지 않아 일주일이면 치료가 끝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무 위험한 행동을 하셨군요. 지휘관의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괴수의 시체를 해부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는 알았다고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얼마 후 중대장이 그를 찾아왔다. 다행히도 마리우스는 그동안의 활약을 감안해 징계를 받지는 않았으며, 치료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임무에 복귀할 것을 지시받았다. 물론 더 이상 괴수 연구를 못 하게 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뭔가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괴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원정대에 왔지만,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중단돼 버렸고, 부가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괴수를 해부한 것도 사실상 더 이상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더 이상 괴수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려움이 사라지자 공허감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일주일 후, 마리우스는 숙소 근처에서 포스마린이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마리우스는 왠지 포스마린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괴수를 잡아서 에너지를 얻으려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는 거지. 신기하지 않아? 사람 사는 곳은......아, 나중에 얘기하자.”


그는 마리우스의 얼굴을 보자 통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게,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계승자에게 무례를 범한 걸 용서해주십시오.”


“뭐 그런 걸 가지고. 전 괜찮아요. 다만......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괴수를 해부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에요.”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괴수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뭐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


“하하하, 그냥 계승자의 사정이라고만 알아 두세요. 살다 보면 그렇게 어이없이 다칠 때도 있는 거죠.”


마리우스는 더 이상 괴수 해부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나마 눈앞의 광전사가 자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마리우스가 퇴원한 지 며칠 뒤, 엘리시온은 마침내 괴수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5만 명의 군인 계승자들 중 절반이 넘는 3만 명이 괴수 퇴치에 동원되었다. 다만 상당수는 천계 내의 괴수와 싸우러 갔으며, 마계에 지원을 온 원정대는 약 5,000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수 퇴치는 예전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수천 명에 달하는 계승자들이 대형을 갖추고 진격하자, 아무리 괴수들의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더 이상 계승자를 정면 승부로 이기기는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천족 군대는 계승자와 싸우기 위해 공중전함을 끌고 왔다. 공중전함이 있는 이상 공중에 생긴 균열에서 천족을 기습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마리우스가 제안했던 마법진 폭파를 통한 균열 없애기는 이제 천족 전체로 퍼져나갔다. 본래 마법진은 무언가를 소환하기 위한 것이고, 폭파는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괴수와 싸우는 데 있어 마법진 폭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소술사들은 능숙하게 마법진을 만든 뒤 그것을 균열과 함께 터트렸다.


포스마린은 생각보다 잘 싸웠다. 주변의 도움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사방에서 달려오는 괴수들을 능숙하게 창으로 찍어 죽였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처음에 보았던 얼빠진 모습은 그냥 착각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원정대는 단순한 괴수 퇴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균열 조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균열의 내부를 조사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몇몇 암살자와 궁수, 원소술사들은 바이젤이 했던 것처럼 자체적인 사역마를 만들어 균열 내부를 조사했지만, 사역마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계승자들은 바이젤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 누군가가 그 균열 안에 들어가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점점 커졌다. 문제는 누구도 섣불리 그럴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균열 안으로 들어가도 안전한 것일까?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균열 너머로 갔다 온 사역마들은 다들 어딘가 미쳐 있는 듯 했다. 발광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역마도 있었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기절하는 사역마도 있었다. 결국 계승자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사역마를 없애야 했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건가.”


원정대장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누구도 나무랄 수는 없었다. 당장 본인부터가 균열 너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바꾼 것은 테오노스였다. 그 역시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답답한 것은 절대로 참지 못하는 성격 이었다.


“제가 하지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쳇바퀴를 굴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중대장이 만약 위험에 처한다면......”


9중대장이 그를 말렸다.


“그래서 네가 직접 할 건 아니잖아. 일단 들어가 봐야 그 다음 조사를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겠어?”


그는 자신의 부관에게 10중대에 대한 임시 지휘를 맡긴 뒤, 거대한 고정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 몸에는 기다란 밧줄이 묶여 있었고, 네 명의 기사가 그 밧줄을 꽉 붙잡고 있었다.


1분의 시간이 흘렀다.


“음......괜찮은 거 맞겠지?”


원정대장이 약간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아직까지 밧줄에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3중대장이 말했다.


“늦어도 5분 안에는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어, 어어어!”


그때 밧줄을 붙잡고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갑자기 밧줄이 빠르게 균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기사들이 밧줄을 더 강하게 잡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균열 쪽으로 끌려갔다.


“누군가 균열 안에서 그를 붙잡은 겁니다!”


5중대장이 외쳤다.


“막아! 전부 밧줄을 붙잡아라!”


원정대장의 명령에 수십 명의 계승자들이 밧줄에 달라붙었다. 가까스로 모두가 균열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이러다가 끊어지면 어떡합니까?”


한 기사가 물었다.


“비싼 밧줄이니 쉽게 끊어지진 않을 거야.”


원정대장은 근력 강화를 최대치까지 사용했다.


“전부! 밧줄을 최대한 끌어당겨라!”


계승자들은 전투 시에나 쓸 법한 마법들을 총동원해 자신의 힘을 늘렸다. 밧줄에는 최대한 많은 계승자들이 붙었다. 약 100명에 달하는 계승자들은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겼다.


“서서히 이쪽으로 당겨져 옵니다!”


“조금만 힘내라! 더 세게 당겨!”


테오노스가 바깥으로 튕겨져 나옴과 동시에, 모든 계승자들은 뒤로 나자빠졌다.


“10중대장의 상태를 확인해라! 나머지는 저 균열을 없애버려!”


원소술사들이 마법진을 설치하는 사이 사제들은 테오노스의 상태를 살폈다.


그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는 마치 정신이 나간 듯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얼굴은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듯 굉장히 수척해져 있었다.


“어이! 테오노스! 정신 차려!”


원정대장은 그의 뺨을 때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제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얘가 왜 이렇게 된 거야?”


“그게......육체적으로 딱히 상처를 입은 흔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균열 내의 존재에게 정신 공격을 당한 듯 합니다.”


사제 역시 당황한 듯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면 아까 밧줄을 당긴 건 누구지? 분명 무척이나 강한 힘이었다.”


“그건 저도 잘......”


“세계......”


테오노스가 입을 열었다.


“테오노스! 정신 좀 차려봐! 안에서 뭘 본 건가?”


“세계......수많은 세계......”


그는 정신을 잃었다.


“일단 테오노스를 성으로 옮겨라. 당분간 균열 내부를 조사하는 건 무리일 것 같군.”

계승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또다시 균열 조사는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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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5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6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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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4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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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5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7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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