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08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6.29 22:17
조회
118
추천
5
글자
13쪽

유령 사냥꾼 - 14

DUMMY

계승자의 맹세


저는 고귀한 천족의 계승자로서, 영혼이 소멸하는 그날까지 오직 천족을 위해 힘쓸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미네르바 이외의 그 어떤 신도 섬기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타인의 모범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천마전쟁의 선봉에 서서 사악한 마족의 음모를 분쇄하는 데 기여할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다른 천족을 소중히 대하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제 자신은 온전히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믿으며,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그들이 예배당에 도착했을 때는 때마침 예배가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남자와 여자들이 번갈아가며 예배당 안에 앉았다.


천족의 주신 미네르바를 섬기는 일반적인 신전과는 달리, 생귀니움 교단의 신전에는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아야 했다. 또한 이런저런 장식물들로 꾸며놓지 않고, 정면에는 교단을 상징하는 커다란 별 문양이 있을 뿐이었다.


바이젤은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일주일에 몇 번 예배를 드리는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일주일에 두 번 예배가 있습니다.”


멘토가 대답했다. 마리우스와 바이젤은 예배당 중간쯤에 앉았다. 고위 사제로 추정되는 남자가 앞의 연단에 올라섰다.


“우리의 구원자, 게리온님에게 기도 드립시다.”


사제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리자, 예배당의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따라했다. 마리우스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해석하기 위해 최대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래도 그가 살던 시대 이전의 언어였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기도가 끝나자 그들은 찬양을 했다. 찬양의 곡조는 미네르바를 찬양하는 노래와 비슷했지만, 약간 더 빠르고 경쾌했다. 물론 가사는 그 기괴한 괴수를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마리우스와 바이젤은 노래는 따라 부르지 못했지만, 적당히 몸을 흔들며 다른 신도들과 같이 춤을 추었다.


찬양이 끝나고 신도들은 자리에 앉았다. 마리우스는 의자가 아닌 맨바닥에 앉는 것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사제의 설교가 이어졌다. 사제의 설교는 여러모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몇 가지 내용을 추리자면, 그들은 천족의 제도를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 제도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일부일처제를 기반으로 한 결혼과 같은 제도는 서로를 옭아매는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했다. 클라우디아 역시 비슷한 내용을 증언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귀니우스는 일종의 집단생활을 통해 아이를 공동으로 양육했다.


그들은 수도 엘리시온을 중심으로 한 천족의 체계적인 법령과 무역망, 군대와 같은 것들을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했다. 인위적인 것들을 없애고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게리온이었다. 신도들에게 있어 그 괴수들은 천족을 심판하는 일종의 구원자였다.


사제는 게리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천족을 벌할지에 대해 말했다. 사제의 말에 따르면 그것들은 처음에는 농촌, 그 다음은 도시를 공격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마계를 침공했으며, 마족 멸망에 가장 큰 공헌을 세웠다. 같은 방식으로 천족을 멸망시킨다는 것이다.

사제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양되어갔다. 그는 게리온에게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죽을 것이며, 그들에게 순종한다면 영원한 쾌락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교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신도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찬양이 이루어졌다.


입 안에 이상한 맛이 느껴졌다. 마치 철을 핥는 기분이 들었다. 마리우스는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했지만, 그 맛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는 곧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마약이었다. 과거 마리우스는 유령 사냥을 배우기 이전 근처 산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아그리파는 그에게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을 손쉽게 잡는 법을 알려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 마약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마약을 바른 고기를 산에 놔두면, 멧돼지가 냄새를 맡고 그 고기를 먹으려 드는 것이다.


이 마약은 예배를 주관하는 자들이 뿌린 것임이 분명했다.


“바이젤, 느껴집니까? 마약 같은 맛이 느껴집니다.”


그는 바이젤을 쳐다보았다.


너무 늦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그녀 역시 나름대로 약에 저항하고자 했던 것 같았지만, 약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졌다.


다른 신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동생이 했던 말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한 여자가 마리우스에게 달라붙었다. 그는 점점 몽롱해지는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애썼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정중하게 여자를 밀어냈다. 다행히도 그 여자는 다른 남자와 짝이 되었다. 그는 점점 미쳐가는 와중에도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혹시나 이러한 분위기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언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 걱정되었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나 해답은 과거에 있는 법이었다.


“마리우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리우스...... 아주 잘했다. 너도 이제 사냥꾼......”


“아버지......?”


“자칫하다간 너 역시 약에 중독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칼로 손목을 살짝 벤 뒤, 약 성분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고통이 느껴진다면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다 빠져나간 뒤에 회복 마법으로 손목을 봉합해야 한다.”


마리우스는 과거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작은 마법 칼날을 소환했다. 누굴 죽일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었지만, 손목을 벨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마리우스는 자해를 하는 것이 몹시 불편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도 약기운 때문인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 당신은......”


한 남자가 그를 가리켰다. 다른 신도들 역시 마리우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스스로 게리온을 위한 진심을 보이다니......”


“오늘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마리우스는 약 기운을 빼내는데 집중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다. 그가 고통을 느끼고 팔을 다시 봉합하려 할 때쯤, 그는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열광했다. 신도들은 마리우스가 자신의 손목을 베어 피를 흐르게 한 것을 충성심의 표현으로 보았다.


마리우스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했지만, 곧 그들에게 사방팔방으로 둘러싸였다. 신도들은 여전히 약에 취한 채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 이런 빌어먹을......”


그는 계속 눈치를 보며 여자들을 밀어냈다. 몇몇은 그의 손목에서 나오는 피를 핥으려고까지 했다.


신도들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워댔다. 그것이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게리온과 연관된 어떤 주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마리우스는 공포에 질렸다. 그는 자신이 그들처럼 될까봐 두려웠다.


마리우스가 팔을 가까스로 봉합하고, 더 이상 그의 몸에서 피가 나오지 않자, 신도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서 외설적인 행동을 반복했다.


그는 다시 한 번 과거를 떠올렸다. 이 약에 중독된 짐승은 피 냄새에 매우 민감해졌다. 피, 피가 문제였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마리우스에게는 너무나 역겨운 일이었다. 그는 차라리 약에 취한 채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바이젤의 손목을 벨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마리우스는 바이젤의 팔찌에서 냄새 재거용 약제 하나를 몰래 꺼내 상처 주위에 뿌렸다. 그의 예상대로 신도들은 피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곧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판단했다.


“이런,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네.”


“이제 어쩔 생각입니까?”


“지금이야. 지금 나갔다 올게.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녀가 마리우스에 귀에 대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말입니까?”


“죄다 약에 취해 있어. 내가 나간다 해도 모를 거야.”


마리우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정말로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위 사제까지도 연단에서 내려와 신도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예배 중간에 나간다면 당신을 의심할 겁니다.”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확인했어. 최소한의 경비원을 제외하면 모두 여기 모여 있어.”


바이젤은 마리우스 손에 작은 버튼 하나를 쥐어주었다.


“내가 돌아가야 할 것 같으면 이 버튼을 눌러.”


백 년 전, 전사로 길러지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한 여자 하나가 훈련장에 서 있었다.


여자의 피부색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는 이질적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몇몇은 그녀를 가리켜 더러운 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경 쓰지 마라. 넌 엄연한 마족의 일원이다.”


훈련 교관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자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가 자꾸만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변의 마족들은 모두 창백한 피부를 갖고 있었다. 천계에서 지나치게 하얀 피부는 나약함의 상징이었으나, 여기서는 그녀와 같은 황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이질적 존재였다. 여전히 많은 마족들이 그녀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희들! 안 꺼져?”


교관이 외치자 그제서야 다들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 저는 어떤 직업을 갖는 거죠? 암살자? 원소술사?”


여자가 물었다.


“너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거다.”


교관이 말했다.


“어떤 직업인데요?”


여자는 약간 흥미가 생겼다.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라니.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이지. 하지만 가장 강력한 직업이기도 해. 어때, 관심이 있나?”


“이미 여기 온 이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하하, 좋은 태도로군. 너는 여러 직업의 마법을 다 같이 배울 거다. 사역마 소환, 창술, 회복 마법 등 다양한 분야의 마법을 익혀야 한다.”


“저, 정말요? 하지만 저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 같은데......”


“모든 직업의 능력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건 아니야. 넌 천계에서 첩자로 활동할 거다. 따라서 각 직업에서 정탐에 가장 효과적인 스킬만을 집중적으로 익히는 거지.”


“천계로 돌아간다고요?”


“왜, 싫어?”


“......”


“이해해. 그 사람들에게 죽을 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우린 천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해. 특히나 넌 피부색이 천족과 같으니, 약간의 변장 마법만으로 그쪽 사람들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이제부턴 힘든 훈련이 있을 거야. 하지만 장담하지. 그걸 모두 버텨낼 수 있다면, 넌 마족 최강의 전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오늘 배울 첫 번째 마법은 바로......”


바이젤은 정신을 집중해 주위의 빛을 굴절시켰다. 곧 그녀의 몸이 투명해졌다. 약에 취한 신도들은 사람 한 명 없는 것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예배당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생귀니움의 기밀문서를 획득하기 위해 신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한두 명의 신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신전의 안쪽에는 고위 사제들이 사용하는 집무실이 있었다. 그녀는 문 뒤쪽으로 정신을 집중해 벌레 사역마 하나를 소환했다. 크기는 매우 작았고 전투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방 안을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입자를 감지하는 함정 역시 없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거대한 별 문양 깃발과 함께, 예배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각종 도구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최고 기밀문서, 즉 금색 별 문양이 찍혀진 문서는 총 3개가 있었다. 그녀는 찬찬히 그 문서들을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5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7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7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