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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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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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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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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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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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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아르카다 원정대 - 1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5장 – 전쟁의 변화


전쟁이 수백 년간 이어지자, 전쟁의 양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대규모로 병력을 집결시켜 싸우는 방식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천족과 마족 모두 상대방의 영역을 일시적으로 점령할 능력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그곳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 만한 능력은 없었다. 즉 무의미한 뺏고 뺏기기의 싸움이 계속될 뿐이었다.


여기에 더해 각종 마법 증폭 장비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며, 신형 장비의 보급 자체가 계승자들을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계승자가 선봉에 서면 인간 병사들이 뒤를 따르는 형태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평범한 인간들은 전쟁에서 점점 빠지게 되었다. 계승자들은 대규모 인간 병력과의 전투를 아예 기피한 뒤, 후방으로 날아가 그들의 본거지를 급습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더해, 어쩌다가 계승자를 죽인다 하더라도 영혼석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끝없이 되살아났다.


기동력과 전투력 모두에서 한참 밀리는 인간들은, 계승자들의 작전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곧 양측은 계승자만을 이용한 전투를 시작했다. 군 체제 역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변화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경제 활동에 전념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는 상당히 독특한 국가의 형태를 만들어 냈는데, 천계와 마계 내부는 대체적으로 평화롭지만, 전투 지역만큼은 매우 치열한 형태가 되었다. 물론 간간히 천족과 마족의 계승자들은 상대 진영으로 잠입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항상 마음속에 일정량의 공포를 갖고 살게 되었다.


마리우스는 테디아 성에서 마법 교본과 말 하나를 샀다.


“이번에는 부디 오래 살아남아라.”


말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히히힝 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밖에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냥 가는 건 아니니까. 어차피 지금 활도 없습니다.”


“그래도 조심해라. 또 다치면 안 되잖니.”


어머니의 배웅을 뒤로 하고 마리우스는 길을 나섰다.


그는 말을 타고 군트프리트의 영역에 도달했다. 주변을 감싸는 강력한 마법의 기운은 거의 사라졌다. 아주 가끔씩 유령 몇 마리가 보였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누굴 공격하기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이, 이건......”


마리우스는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집이 있던 부유섬은, 언제부턴가 땅에 추락해 있었다. 쇠사슬을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로 마리우스를 반겼다.


부유섬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듯 했다.


그는 부유섬 위로 올라갔다. 부유섬의 아래 부분은 뾰족했기 때문에, 그것은 기울어진 채로 땅 위에 서 있었다. 이대로라면 집 안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지금이라면 이걸 복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교본에 써진 대로 마법을 썼다.


엘리시온 땅 속성 마법 교본


흙이나 돌 같은 것을 하늘 위로 올릴 때는, 단지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상당한 양의 마력과 동시에, 자신의 마력을 대신 써줄 마법진이 필요하다.

......


마리우스는 몇 장을 더 살펴보았다.


땅 속성 마법의 장점은, 땅 위에 새겨진 마법의 흔적을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마법진 복구이다.


마법진은 정령의 소환이나 자체 마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술식으로, 마법진을 발동하면 자동으로 땅에 마법의 흔적이 새겨진다. 마법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뒷장에서 할 것이다. 우선 여기서는 다른 마법사의 마법진을 복구하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마법진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 마법진 위에 손을 댄 뒤, ‘사람 이름’, ‘프레토리움’, ‘테라’라고 주문을 외운다. 이 주문은 시전자의 머릿속에서 마법을 확실히 각인하기 위한 일종의 가장 간단한 비밀번호다.


마리우스는 군트프리트가 만든 마법진의 흔적 위에 섰다. 얼마 남지 않은 마법의 흔적 위에 팔찌를 든 왼쪽 손을 댔다.


“군트프리트 프레토리움 테라.”


부유섬은 천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리우스는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몸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부유섬은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마리우스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과 희열에 휩싸였다. 이 정도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곧 부유섬은 원래 있던 자리까지 올라섰다. 주변의 어두운 기운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리우스가 그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 마법진에서 다시 한 번 유령이 생겨났다.


그는 자신에게 활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손을 뻗어 마법을 썼다. 그는 부유섬 위에 자라있던 풀 하나를 덩굴로 만들었다. 그 덩굴은 유령의 온 몸을 감쌌다. 유령은 마리우스가 우려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것은 공격하려는 의지도 별로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확실히 마리우스가 주입한 마력으로 인해 마법진이 다시 발동되기는 했지만, 그는 그 마법진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직감했다.


그는 유령을 묶은 뒤 땅 밑으로 집어던졌다.


군트프리트의 집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더 이상 바이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녀와의 모험은 마리우스의 가슴 속에 너무나 크게 자리잡았다.


그는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운이 좋게도 바이젤이 놓아둔 것으로 보이는 금화 5개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 집에 더 이상 볼 일은 없었다. 이 영역에도 더 이상 볼 일은 없었다.


그는 몸이 약간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유섬을 띄우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쓴 것이다. 마리우스는 다소 어처구니없게도, 군트프리트의 침대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자신이 이 부유섬을 다시 띄웠으니, 암흑 군주의 침대에서 잘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마리우스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이건 하늘이 아닌 우주였다.


마리우스는 이것이 진짜 우주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의 주위로 수많은 세계가 거쳐 지나갔다. 모두 처음 보는 세계였다. 어떤 세계는 마리우스가 있는 세계보다 더 평화로웠다. 그곳의 사람들은 매일 축제나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외부의 침입 같은 건 없었다.


또 어떤 세계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다. 그곳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전쟁 기계들을 동원해 서로를 죽여댔다.


어떤 세계는 완전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날개가 없이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칼을 휘둘렀다. 그들은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에너지를 써서 싸웠다. 그들은 그것을 ‘기’라고 불렀다.


곧이어 그 세계에도 차원의 균열이 생겼다. 괴수, 마족 사람들이 게리온이라 불렀던 존재가 그 세계에도 도달했다. 수많은 전사들이 게리온에 맞섰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것들은 성 안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학살했다.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아무리 깊이 숨어도 그들은 찾아내고야 말았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눈앞에서 한 가족이 동시에 몰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마리우스는 잠에서 깨었다. 모두 꿈이었다. 그는 기분이 몹시 불쾌해졌다. 어쩌면 군트프리트의 사념이 집 안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꿈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마리우스는 그곳에 왠지 가보고 싶어졌다. 완전히 꿈속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왠지 그 세계가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집의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쇠사슬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말에게 간단히 밥을 먹인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언제나 그렇듯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마리우스는 왠지 그의 집이 불편했다. 그는 자꾸만 집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우스는 클라우디아를 직업학교까지 배웅할 겸 함께 몇 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 테디아 성에 방문했을 때, 한 포고문을 보았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직감했다.


아르카다 원정대 모집 안내


천계 곳곳에 정체불명의 괴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 수는 아직 적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엘리시온 전쟁학자들에 따르면, 그 괴수는 마계에도 나타난 적이 있으며, 마족이 멸망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것들은 천족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주신 미네르바께서는 천계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괴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계신다. 그분은 천계 곳곳에서 용감한 계승자와 인간들을 뽑아 괴수에 대해 조사하는 원정대를 구상하고 있다.


모집 분야는 전투 분야의 계승자들과, 비전투 분야의 인간들로 나뉜다. 원정대의 규모는 약 1,000여 명이 될 것이다.


“1,000명이나 된다고? 이거 엄청난데.”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많은 건가?”


“전쟁 이후로 이 정도의 원정대를 모집한 적은 없으니까. 그 괴수라는 것들이 상당히 무시무시한 존재인가 봐. 진짜로 사람보다 훨씬 강해?”


“그렇긴 하지만 못 죽일 정도는 아니야. 너도 훈련만 받으면 하나 정도는 죽일 수 있어.”


“훈련......”


“사냥 훈련은 지금 굳이 하지 않아도 돼. 뭐 기회는 나중에라도 있을 테니까.”


“괜찮아. 부모님 집에서 사는 이상 부모 말을 따라야지.”


그녀가 어딘가 씁쓸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요즘 어머니는 어때?”


마리우스가 물었다.


“엄마 말이야?”


“아직도 그...... 주말마다 생귀니움 예배 가?”


“아, 그건 이제 안 해. 뭐 본인은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생귀니움 지부 중 가장 큰 곳이 파괴되었다나봐. 천족 파견대가 거길 발견해서 전부 박살냈대. 그 이후로는 한동안 예배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고. 혹시 오빠는 거기에 대해 아는 거 있어? 그것들을 추적한다면서.”


“글쎄......”


“솔직히 말해. 야생동물에게 다쳤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그 괴수랑 싸운 거야?”


“그건 아니야. 정확히는 생귀니움 신도 중 하나랑 싸웠지.”


여동생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그럼 막 화살로 사람도 쏘고 그런 거야?”


“사람한테 활을 쏘진 않았어.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자, 수업 시작하겠다. 물건은 내가 들고 갈게.”


“맨날 이런 식이야. 아무튼 조심해서 돌아가. 난 일주일 쯤 뒤에 집에 가니까.”


“기숙사 생활은 별로 안 불편해?”


“불편하지. 그래도 대도시에서 사는 건 나쁘지 않은 걸.”


“다행이네. 그럼 수고해라.”


마리우스는 다시 그 포고문 앞으로 갔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 원정대에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계승자와 같은 전투 병력이 될 수는 없었지만, 보급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야는 계승자보다는 인간 위주로 선정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부모님이었다.


“여동생은 잘 보내줬니?”


“네.”


아그리파와 루첼은 특별히 아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왔다.


“다 나은 기념으로 특제 소고기를 사왔어. 많이 먹어.”


“네.”


마리우스는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지금 뭔가를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아그리파는 여전히 아들이 사냥꾼의 길을 걷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식에게 여전히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사냥은 언제쯤이니?”


“네?”


“사냥 말이다. 저번에 말 타고 밖에 나갔다 왔다며. 그러면 이제 조만간 다시 사냥 시작할 수 있겠지?”


“아유, 당신도 참. 아직 활도 못 구했잖아요. 좀만 더 쉬라고 해요.”


“이미 충분히 쉬었어. 활은 아빠가 하나 사다줄까?”


“죄송하지만 이제 유령 사냥꾼은 안 합니다. 이제 그 일은 끝났어요.”


“뭐?”


아그리파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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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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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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