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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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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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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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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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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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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르카다 원정대 - 9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7장 – 전쟁의 재개와 전술의 변화


서서히 천족과 마족의 대립이 심해지던 와중, 천족의 최대 마력 충전소가 폭파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곳은 엘리시온 내의 수많은 계승자들에게 무료로 마력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도시 내를 오가는 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원이기도 했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엘리시온 정부는 테러범들 중 하나가 마족 우월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마족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마족 역시 이에 맞서 싸웠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양측의 군사 지도자들 중에서는 싸우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이 상당했고, 무엇보다 천족과 마족의 힘 역시 상대방을 완전히 멸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전쟁은 소수의 계승자들에 의한 국지전으로 제한되었고, 전투에서 이긴 쪽은 상대방의 영혼석을 파괴하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매너’를 보여주었다. 천족과 마족의 강경파 의원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미네르바와 데브칸 역시 대규모 충돌을 원하지는 않다 보니 이 기묘한 대치 상태는 수십 년간 이어졌다.


*****


하늘로 날아오른 부관은 저 아래 균열 주위로 마법진이 생긴 것을 보았다.


“지금이다! 마법진을 폭파시켜라!”


원소술사들은 손을 맞잡았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주변이 밝게 빛났다. 마법진의 폭발과 함께 고정 균열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더 이상 괴수들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성공입니다! 균열을 없앴습니다!”


“믿을 수가 없군. 자, 어서 돌아가자!”


다시 원정대로 복귀한 폭파조는 자신들의 성과를 보고했다.


“다행이군. 지금 남아있는 괴수는 얼마나 되지?”


원정대장이 부관에게 물었다.


“저희가 날아오면서 본 바로는 2,000마리 안쪽인 것 같습니다.”


“다른 균열은 없는 건가?”


“적어도 이 근처에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막을 수 있다. 중대장들은 철수 명령을 취소해라. 지금, 여기서 놈들을 전부 죽인다!”


“알겠습니다!”


괴수의 숫자가 더 이상 불어나지 않게 되면서, 이전과 같은 맹렬한 공세를 펼 수는 없게 되었다. 괴수들은 이제 무조건적으로 돌진하는 대신, 방어 대형을 취한 원정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취약해 보이는 곳을 노렸다.


계승자들은 갈수록 힘이 부쳐갔다. 괴수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자신들 역시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한 상황이었다. 사제들 역시 제대로 된 회복 마법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보급대원들은 계승자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고 간다는 것에 안심하긴 했지만, 남아 있는 괴수들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마력 공급기는 끊임없이 마나를 생성했지만, 생성되는 속도보다 사제들에게 공급하는 양이 훨씬 더 많았다. 대원들은 괴수의 공격을 어떻게든 피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마력을 공급하려 애썼다.


이제는 원정대장을 지켜야 할 경호원들조차 괴수 퇴치에 투입되었다. 원정대장 본인 또한 투구를 쓰고 싸울 준비를 했다.

팔 한쪽이 뜯겨져 나간 기사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원정대장님, 이미 방어선의 상당부분이 뚫렸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더 이상 괴수가 생겨나진 않을 테니 베이스캠프는 안전하겠지만, 저희가 죽게 되면 인간들은......”


“그들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길 것이다. 자네는 여기서 쉬고 있게.”


“......”


원정대장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괴수를 방패로 쳐낸 뒤, 한 번의 일격으로 머리를 꿰뚫었다. 중화기병들은 대열을 갖춘 뒤 다가오는 괴수들을 빛의 광선으로 녹였다. 사수들과 궁수들 역시 등을 맞대고 괴수들과 맞서 싸웠다.


전투는 이미 난전 형태로 변했다.


이제 마리우스 역시 괴수와 맞서야만 했다. 그는 땅 위로 덩굴을 만들어 괴수들의 발을 묶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지만, 발을 묶는 것만으로도 괴수 퇴치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계승자들은 최선을 다해 인간들을 지키려 했으나, 기본적인 신체조건 자체가 뒤떨어지는 인간들은 괴수의 팔 휘두르기 한 번에 몸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인간들은 모두 뒤쪽으로! 계승자 뒤에 숨어라!”


원정대장이 외쳤다. 마리우스를 비롯한 인간 원정대원들은 모두 안쪽으로 들어왔다.


“설마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죠?”


루시우스가 말했다.


“모르지, 계승자가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달렸을 텐데......빌어먹을. 나도 마리우스처럼 마법 같은 거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루푸스는 괴수의 일격을 막다가 부서진 공급기를 벗어던진 뒤 다른 보급대원들 옆에 붙었다.


괴수들은 계승자들의 숫자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아챘는지, 다시 한 번 기세가 오른 듯 했다. 이미 싸우고 있는 계승자들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점점 마력이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계승자도 아닌 인간이 오랫동안 마법을 쓰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괴수들이 동료들을 모두 죽일 게 뻔했다.


“마리우스!”


줄리아가 그에게 마력 공급기를 겨눴다.


“이래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조금만 더 버텨 줘요!”


마리우스는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헛구역질을 한 번 하고 나니, 몸 안에 마력이 가득 찬 게 느껴졌다. 그는 다시 한 번 다가오는 괴수들을 묶었다.


“키에에에엑!”


한 괴수는 입 안에서 침을 내뱉었다. 마리우스의 얼굴이 초록 액체로 뒤덮였다.


“으아아악!”


마리우스의 얼굴이 화상을 입은 듯 달아올랐다. 괴수들은 더 이상 근접 공격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몇몇 괴수들은 육체적 진화를 시작한 것이다.


“으......빌어먹을......”


마리우스는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썼지만,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 상황에서 마법을 쓰는 것은 무리였다.


괴수 몇 마리가 보급대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정말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하늘이 하얗게 빛나더니, 빛의 화살이 괴수를 꿰뚫었다.


“저기 봐요! 지원군입니다!”


루시우스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 떠 있는 계승자들은 족히 수천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 사이에 테오노스 역시 떠 있었다.


“진격하라!”


지원군 사령관의 외침에 계승자들은 땅으로 내려갔다. 괴수 하나가 보급대원을 죽이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암살자의 검이 그것의 팔을 잘랐다. 순식간에 상황은 반전되었다.


“10중대장, 아슬아슬하게 와줬구만.”


원정대장도 그를 반겼다. 그는 막 도착한 지원군 사제에게 계승자에게 당한 눈 한 쪽을 치료받았다.


“울프치니크 점령군에게 도움을 요청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다행히도 선뜻 응해주더군요.”


“반갑습니다. 점령군 3대대 사령관입니다. 여신님의 지시를 따르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놈들의 잔당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계승자와 괴수가 비슷한 숫자일 때 괴수가 이길 방법은 없었다. 방금 전과는 정 반대로, 이제 전투는 계승자들의 일방적인 괴수 사냥으로 변했다.


괴수들은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겨우 한 대를 때려봤자 곧바로 회복하여 반격하는 계승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몇몇 괴수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정대장은 직접 날개를 펼쳐 그것들을 쫓았다.


“추격해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괴수들은 이제 마치 사냥꾼을 피해 도망치는 사슴처럼 숲 속을 달렸다. 계승자들은 도망치는 괴수들을 향해 불덩이와 화살을 날렸다.


전투는 원정대 측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더 이상 그들을 습격하는 괴수는 한 마리도 없었다.


어느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들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승리의 영광이 가시고 난 뒤, 보급대원들은 현실을 직시했다. 두 번의 연이은 전투에서 죽은 인간들은 55명에 달했다. 자신이나 동료의 죽음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계승자들과는 달리, 보급대원들에게 있어 다른 인간 대원들의 죽음은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왔다.


“이 일을 앞으로 계속해야 한다니......”


가이우스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게요. 결국 균열 조사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죽은 사람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을 할 수 없으니.”


줄리아가 말했다.


루푸스는 마리우스에게 데운 우유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오늘 수고 많았어. 덕분에 우리 모두가 살았다.”


“하......두 번 다시 이런 식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정말 인간 대원은 불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진 마. 설마 정부가 아무 이유 없이 우리들을 여기 집어넣었겠어?”


“뭐 그랬으면 좋겠지만 확실히 죽는 건 너무 무서운 일입니다. 이 죽음에 뭔가 의미가 있으면 좋으려만......”


“언젠가는 괴수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 때가 되면 혹시 자네가 계승자가 될 지 누가 알겠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자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고.”


마리우스는 베이스캠프의 천막 안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천막 안은 포근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바이젤과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의 뜻을 이어 괴수의 정체를 알아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목숨을 거는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그는 서서히 눈꺼풀을 닫았다.


한편, 원정대 수뇌부 역시 괴수 조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늦은 밤, 원정대장은 울프치니크 점령군의 사령관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는 고정 균열 근처의 괴수 집단이 매우 강력하며, 원정대의 힘만으로 그것들을 처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점령군 계승자들이 협조해야 괴수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정대장님, 저희들도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제 휘하의 대대원들이 마족 저항군 소탕에 동원되었습니다. 비록 세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개별적인 저항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1대대 사령관이 말했다.


“하지만 점령군의 숫자는 꽤 많지 않나? 각 대대별로 400~500명 정도만이라도 차출할 수는 없는 건가?”


“그건 사실상 괴수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엘리시온에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이대로 조사를 계속할 수는 없어. 1,000명으로는 너무 부족해. 애초에 이 땅에 괴수가 몇 마리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균열을 하나하나 살피는 건, 그냥 시간 낭비나 마찬가지야. 특히나 우리 원정대에는 인간 대원들도 있어. 알다시피 이들은 부활할 수 없지. 혹시 괜찮은 방법 없나?”


“일단 당분간 조사를 중단하는 게 어떻습니까? 원정대장님이 그쪽 상황을 정부에게 잘 말해준다면, 정부에서도 함부로 조사를 밀어붙이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괴수와의 전면전이 선포된다면, 그 때 균열 조사에 집중하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삽부터 막히는 건가......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구먼.”


사령관들이 떠나고 난 뒤, 원정대장은 각 중대장들에게 괴수 조사의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그렇게 아르카다 원정대의 모험은 시작한지 단 하루 만에 멈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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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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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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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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