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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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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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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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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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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령 사냥꾼 - 16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4장 – 계승자에 대하여


천족의 신 미네르바와 마족의 신 데브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재 금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천족의 역사를 아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여신 미네르바는 지금으로부터 약 800여 년 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강력한 마법 능력을 지녔으며, 늙지 않는 육체를 지녔다. 어째서 그런 강력한 존재가 태어났는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갔지만, 현재로서는 단지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그녀 역시 직접 전투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쟁의 규모가 커지자, 모든 전투를 직접 관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수하들을 양성하기로 결정했다.


여신 미네르바의 특별한 축복을 받은 자들을 우리는 ‘계승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간보다 수 배 이상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녔으며, 상처 치유력과 잠재된 마력 역시 훨씬 뛰어나다. 또한 이들은 날개를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다. 계승자들은 수백 년 동안 마족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섰다.


미네르바보다 약 50년 늦게, 마족에서는 ‘데브칸’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태어났다. 이 남자의 경우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났으나, 마법보다는 육체 능력 쪽으로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의 하수인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천족 계승자의 숫자는 전체 인구의 약 0.1% 정도, 즉 약 10만 명 정도이다. 마족의 경우 멸망한 현재는 알 수 없지만, 전성기 당시에 약 8만 명 정도 되었다고 추측된다.


계승자는 이론상으로는 늙지 않는다. 다만 가장 오래 산 500살 정도의 계승자가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완전한 불로불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영혼을 ‘영혼석’이라는 것에 묶어 둔다. 계승자가 사망할 경우, 그들은 영혼석 근처에서 약 70분 후 부활한다.


만약 영혼을 영혼석에 묶지 않았거나, 영혼석이 파괴된 경우에는 부활할 수 없다.


계승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은 대우를 받으며,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 역시 상당하다. 모든 계승자는 반드시 전투에 앞장서거나, 아니면 쉬는 날 없이 마법 연구에 몰두해야만 한다. 그것이 권력자의 의무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리우스는 마구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경비원들이 죄다 싸우러 나간 탓에 다행히도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충 눈치를 챈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은 몹시 불안한 듯 푸르릉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불러서 탄 뒤, 다른 하나를 끌고 마구간 밖으로 나갔다.


마리우스는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움직였다. 뒷마당에 도착하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늦지 않아 다행이네.”


“경비원은 다 싸우러 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폭탄은?”


“물론 설치했지. 우리가 있던 방이랑 예배당 근처, 그리고 신전의 마력원이 있는 곳에.”


신전은 어마어마한 빛을 내뿜으며 남은 공중함선을 전부 격추한 뒤, 자신을 향해 돌격하는 파견대를 태워 죽이고 있었다.


“파견대의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죽어도 근처에서 다시 살아날 텐데 뭐가 걱정이야. 자, 폭파시킨다.”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신전 안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신전의 보호막이 해제되고 곳곳이 붕괴되었다. 당황한 신도들은 겁에 질려 사방팔방으로 도망갔다.


바이젤의 폭탄 덕에 파견대는 다시 한 번 승기를 쥐었다. 그들은 모든 화력을 신전에 집중했다. 곧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신전은 완전히 무너졌다.


위기에 처한 생귀니우스 사제들은 차원의 균열을 열었다. 그들이 만든 균열 안에서 게리온 수백 마리가 튀어나왔다.


파견대의 대원들은 공격 대형을 이룬 채로 뭉쳐서 남은 신도들을 소탕했다. 파견대는 게리온의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했는지, 무작정 그것들을 향해 돌격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상대측에서 먼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이다.


게리온들이 덮쳐오는 타이밍에 맞춰, 그들은 마법 미사일과 불화살을 쏘아댔다. 게리온의 손이 마법사들에게 닿으려는 순간, 기사들은 방패로 그것들을 밀어냈다. 뒤이어 광전사가 거대한 창으로 게리온의 심장을 후벼 팠다.


“자, 가자고.”


바이젤이 말했다. 둘은 유적지 바깥을 향해 내달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결계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어이, 너희들!”


누군가가 그들 앞에 폭발 화살을 쏘았다. 이에 말들이 놀라는 바람에 둘 모두 말 위에서 떨어졌다.


그 남자는 천천히 둘 앞으로 다가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분명 생귀니움 신도였다.


“뭐냐, 너네들은? 옷차림을 보아하니 생귀니우스는 맞는 것 같은데......”


“네, 보다시피 지금 도망가고 있습니다만.”


마리우스는 그를 째려보았다.


“지하 대피소로 가라는 말은 못 들었나?”


“죄송하지만 못 들었습니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대피소로 가는 건......”


“그럼 지금 돌아가라. 밖으로 나가면 안 돼.”


“그건 저희가 결정할 일......”


“내 말 못 들었나?”


궁수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활에서 마리우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바이젤은 마리우스를 뒤로 물러서게 한 뒤 자신이 직접 나섰다.


“질질 끌 필요 없어. 여기서 처리하고 계속 움직인다.”


그녀가 주문을 외자 손에 낫이 소환되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마족......! 마족 계승자가 여기 있다니,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희 둘 다 배신자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그녀가 접근하자 그 궁수 역시 날개를 펼쳐 위로 날아갔다.


궁수가 속박의 화살을 쏘았다. 바이젤은 낫으로 화살을 쳐냈지만, 그 화살에 담겨 있는 마법까지 쳐내지는 못했다. 화살에서 빠져나온 덩굴 같은 것들이 그녀의 몸을 묶었다.


마리우스는 어떻게든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 그는 지금 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여기에 들어왔을 때 모든 무기를 반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작게나마 마법 칼날을 소환하려 했지만, 적과 싸우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했다.


“마족인 걸 보면 파견대 쪽 첩자는 아닌 것 같고, 대체 정체가 뭐냐?”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지.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날 여기서 풀어주고, 우리 둘을 그냥 보내준다면 나 역시 너를 더 이상 해코지하지 않겠다.”


생귀니우스 궁수는 코웃음을 쳤다.


“뭐가 아쉬워서? 일단 너희가 뭐하는 놈들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죽이는 건 좀 찝찝하지만, 지금은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지.”


“혹시나 모를 위협이라...... 지금 너희 신전이 박살나고 있는 건 모르나 보군.”


“널 죽이고 도우러 가면 충분하다.”


궁수는 다시 한 번 화살을 소환했다. 바이젤은 어떻게든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덩굴은 점점 더 그녀를 조여 갔다.


“크으윽......”


“아쉽군.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나도 시간이 별로 없거든. 알다시피 저들을 도우러 가야 해서.”


궁수는 곧바로 폭발 화살 두 방을 쏘아 마리우스와 바이젤의 말을 죽였다. 그 와중에 마리우스 역시 큰 화상을 입었다.


마리우스는 어떻게든 그녀를 도우고 싶었지만, 계승자들에 싸움을 무기도 없는 인간이 도울 방법은 없었다.


“당신의 진정한 재능......”


그는 생귀니우스 마법 교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교사는 마리우스에게 그가 땅 속성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가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 모두, 당연히 그가 활을 쏘는 사냥꾼이 될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그에게 재능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걸 활용해야 했다.


생귀니우스 전투원과 싸우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마리우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능력으로 큰 돌을 던지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모래 정도라면 가능했다. 운이 좋게도, 주변은 온통 흙과 모래로 뒤덮여 있었다.

마리우스는 남아 있는 마력을 모두 한 손에 집중했다. 궁수가 활시위를 놓는 순간. 그는 작은 모래 덩이를 만든 뒤, 궁수의 얼굴에 날렸다.


바이젤의 몸 왼쪽에 화살이 꽂혔다. 맞은 부위가 서서히 녹아내렸다.


“아! 이게 뭐야!”


모래가 궁수의 눈, 코, 입으로 들어갔다. 일시적으로 궁수의 집중력이 약해지자, 바이젤을 감싸던 덩굴의 세기가 약해졌다. 그녀는 재빨리 맞은 부위를 절제한 뒤, 낫을 들고 다시 한 번 궁수에게 돌진했다.


“이 망할 새끼들이!”


궁수는 다시 한 번 활시위를 당겼지만, 이번에는 바이젤 쪽이 빨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궁수의 머리를 벤 뒤, 추락하듯 땅으로 떨어졌다.


“바이젤!”


마리우스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어떻게든 잘린 부위를 절제하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그녀가 맞은 화살에 대해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마법 중에서도 최고위 마법 중 하나인 붕괴 속성의 화살이었다. 일개 인간이 여신의 대리인의 일격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활만 있었어도......”


“시끄러. 지금이 징징댈 때야?”


바이젤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마리우스에게 주었다.


“내가 이제까지 알아낸 모든 것이 여기 담겨 있어. 부탁이야. 내 인생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지 말아줘.”


“죽을 것처럼 말하지 마십시오. 바이젤, 당신도 같이 가야 합니다.”


“불가능해. 이 마법은 절대 인간이 치료할 수 없거든.”


“......”


“무엇보다 난 천족으로 태어났지만, 마족 계승자이기도 해. 신원이 밝혀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거야. 남쪽으로 쭉 나아가다 보면 파견대와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죽던가.”


“바이젤......”


“참, 알려줄 게 있어. 내 본명은 아피우스 바이젤이야.”


“......”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인데, 사실 마족이 되기 전에 난 그의 아이를 낳았었어. 옆집에 맡기기는 했지만, 솔직히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안 했는데......이렇게 자란 걸 보니 정말 기뻐. 이제 돌아가. 그리고 명심해. 무슨 일을 하든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


파견대와 생귀니우스의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됐다.


“잘 있어요, 바이젤.”


마리우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오로지 달빛만을 의지한 채, 그는 끝없이 달렸다. 한참을 달린 뒤에, 그는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라는 것을 알았다. 온 몸이 고통으로 타올랐다.


“이건......”


마리우스의 눈앞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결계였다. 이미 파견대의 포격으로 인해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지만, 여전히 인간 하나가 뚫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마리우스는 주위의 흙과 식물들로 손을 감쌌다. 그런 다음 천천히, 그 결계를 손으로 찢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최선이었다. 손에서 피가 흐르는 듯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계가 충분히 찢어지자, 그는 발로 연이어 방어가 약한 부분을 찼다. 잠시 후 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부분에 사람이 지나갈 만한 큰 구멍이 뚫렸다.


더 이상 몸에서 힘이 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천천히, 모든 힘을 짜내서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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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5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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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4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8 7 13쪽
»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7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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