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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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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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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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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작성
20.06.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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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령 사냥꾼 - 15

DUMMY

생귀니움 1급 기밀문서


명령 제 33호


최근 엘리시온이 우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 것 같다. 특히나 한 달 전에 있었던 침묵의 숲에서의 전투 이후로 테디아 성에서의 전도 활동 역시 계승자들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관용의 원칙에 따라 직접적으로 탄압받지는 않지만, 곧 그들이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한동안 각 지부에 지나친 포교 활동을 자제할 것을 지시한다. 또한 각 신전은 방비를 더 강화하라. 만약 파견대가 쳐들어왔을 경우 계승자가 아닌 일반 신도들은 전투를 최대한 피하고 비상대피소에 숨을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외부 세계에서 가져오는 물자의 양을 더 늘려라. 당분간은 천계 내에서 밀무역을 먹고 사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라. 게리온의 세력은 천족을 압도하며, 그들이 우리를 필시 구원해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들이 이 땅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교주 그라쿠스


첫 번째 문서는 한 장짜리였고,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바이젤은 두 번째 문서를 열었다.


생귀니움 1급 기밀문서


탐사 보고서 제 78호


이번 달의 테디아 내에서 확인된 차원의 균열은 총 56개 입니다. 이들 중에서 유적지나 해안가 같은 안정 지대에서 생겨난 것이 40개로 가장 많았으며, 소규모 마을 근처에서 생긴 것은 14개, 테디아 성 근처에서 생긴 것이 2개 있었습니다.


균열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 잘 된 일이지만, 성 근처에서 게리온이 나타나면서 파견대가 몹시 예민해진 상태입니다. 그들은 테디아 곳곳을 인간 군대까지 동원해가며 수색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저희의 전투 가능 인원과 이곳저곳에 강림하는 게리온을 합쳐도 천족 군대와 정면으로 싸워 이기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파견대 역시 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커지기 전에 조기에 해결하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교주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저희가 승리할 방법을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보고는 여기까지입니다.


보고서의 뒷부분에는 테디아의 지도와 균열의 위치, 그리고 천족 파견대의 수색 범위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안정 지대......’


바이젤은 자신의 추측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리온이 변화가 없는 곳에 출몰한다는 사실은 군트프리트의 추측이었다. 그는 차원의 균열은 사람이나 동물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곳에서는 형성되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놈들은 조용한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바이젤 역시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나, 이로써 군트프리트가 맞는 말을 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졌다.


그녀는 세 번째 보고서를 열었다.


'다각 다각......'


그때 구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바깥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다. 바이젤은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다가 문 앞에서 멈추었다.


'끼이익......'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로브를 입은 남자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바이젤은 애써 가슴을 진정시켰다. 조금만 늦었어도 영락없이 들킬 운명이었다.


팔찌 속에는 미처 보지 못한 마지막 기밀문서가 들어 있었다. 문서를 훔친 건 정체가 발각될 위험을 높이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왠지 지금이 아니면 그 마지막 문서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호 수신기에 불이 들어왔다. 마리우스가 그녀를 부르고 있던 것이다. 바이젤은 최대한 기척을 감춘 채로 예배당 안으로 돌아갔다.

신도들은 전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몇몇 신도들은 옷이 반쯤 벗겨져 있었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다른 사람들을 밟지 않으며 마리우스 옆으로 가는데 성공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속삭였다.


“보시다시피. 일단 지금은 이대로 누워 있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바이젤은 그의 말대로 한동안 누워 있었다. 잠시 후 몇몇 신도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부끄러움이나 신남 같은 것은 없었다. 마약의 후유증 때문인지 대부분의 신도들은 멍한 채로 옷을 챙겨 입었다.


그들은 하나 둘 예배당을 나갔다.


“이렇게 끝난 건가?”


바이젤이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참으로 기묘한 예배로군.”


바이젤은 화장실에서 세 번째 기밀문서를 꺼냈다.


생귀니움 1급 기밀문서


제 5회 테디아 제사에 대한 긴급명령서


게리온께서는 우리들의 신실한 마음을 알아보고 계신다. 이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꾸준히 제사를 올리는 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숲에서의 패배 이후로, 적지 않은 계승자들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게리온을 이 세상에 ‘풀어놓았다’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우린 그분들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끔 길을 닦아놓는 것에 불과하다. 오만한 정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계승자의 전투력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숲에서는 그 점을 알지 못해 수많은 동지들이 죽었고, 게리온께서도 매우 분노하셨다. 그렇기에 이번 제사는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며칠 전 우리는 훌륭한 품질의 제물 두 명을 얻었다. 스스로를 바이젤이라고 부르는 여성과 그녀의 동료로 보이는 남성인데, 이들은 무척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제물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제사는 3일 후에 개시할 것이다. 이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차원의 균열이 열릴 것이다. 즉 천족이 적극적으로 생귀니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어제 경비원의 보고에 따르면 신전 근처에 파견대 몇 명이 날아다녔다고 한다. 즉 이 유적지 역시 놈들의 수색 범위에 포함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투명 결계를 통해 계승자들의 수색을 잘 피해왔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위협이 있는 법이다. 따라서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또한 제물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아껴주어야 한다.


또한 계승자 출신 전투원을 더 단단히 대비시켜야 한다. 비록 우리가 신전으로 위장한 강력한 방어탑을 갖고 있으나, 상대 역시 더 많은 수의 병력을 동원할 것이다.


우리의 승리가 머지않았다. 이미 게리온님은 마계를 멸망시켰다. 이제 우리는 남은 적들을 말살하고, 그분들을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바이젤은 명령서가 쓰인 날짜를 확인했다. 날짜는 어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즉 바로 이틀 뒤에, 그들은 제물이 될 운명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방 안으로 돌아왔다.


“아, 바이젤님. 오셨군요.”


신도들이 모두 그녀를 반겨주었다. 그녀 역시 웃으며 화답했다.


“예배는 어땠나요?”


“아주 좋았어요.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거든요.”


“앞으로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피곤할 테니 이만 쉬세요. 아니면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때요?”


바이젤과 그 신도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방 안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마리우스 역시 어렴풋이나마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바이젤은 어떻게든 마리우스와 둘만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을 의심해서인지, 아니면 제물에 대한 예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도들은 그 둘 옆에 항상 붙어 다니며 이것저것을 알려주었다.


제사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그녀는 마리우스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아낸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면 어떻게든 탈출해야겠군요.”


“우리가 여기 왔을 때 타고 온 말은 어디 있지?”


“신전 뒤편에 마구간이 있습니다. 제 말은 오랫동안 저와 알고 지냈으니, 부르면 곧바로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러면 내일 새벽에 여기서 탈출한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저희를 막아설 겁니다. 결계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계를 뚫는 건 내가 할 거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만 네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


그녀는 작은 폭탄 하나를 소환했다.


“이걸 지금 설치하라는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마나 폭탄은 계속 외부에서 마력을 공급해야만 유지할 수 있어. 내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난 이 폭탄을 세 개 정도 신전 곳곳에 설치할 거야. 그동안 넌 마구간으로 가서 말 두 마리를 훔쳐오면 돼. 중간에 경비원들이 막으면 알아서 처리하고.”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다른 방법이 없잖아. 가만히 있다간 내일 제물이 될 거라고. 놈들 본거지의 위치를 알아내고, 기밀문서를 빼낸 것으로 우리는 충분한 소득을 얻었어. 이젠 도망칠 생각을 해야지. 깨워주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말만 제대로 가져와.”


마리우스는 애써 평온한 척을 하며 저녁식사를 했다. 저번 예배 때 보여준 그의 헌신에 반한 몇몇 여신도들이 그를 은근히 유혹했지만, 바이젤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행동마저 어딘가 무서워졌다.


몸을 씻고 다른 신도들과 간단하게 경전의 몇 구절을 읽은 뒤, 두 모험가는 잠자리에 누웠다.


“바이젤, 잠이 안 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마.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그걸로 충분해.”


마리우스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정말로 시간이 지나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잠에 들었다.


어둠 속에서 마리우스는 눈을 떴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그는 바이젤이 자신을 깨운 거라 생각했지만, 옆에 그녀는 없었다. 그는 바이젤이 있는 침대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지금이 몇 시쯤 됐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폭발음과 비명이 들렸다.

“바이젤, 바이젤!”


마리우스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일어나더니 곧바로 팔찌에서 시계를 꺼냈다.


“아직 두 시간 남았는데, 왜 벌써 일어난 거야?”


“바깥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전부! 밖으로 나오세요!”


그때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신도들은 비몽사몽한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계승자들의 습격입니다! 대피소로 피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신도들은 그제서야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마리우스와 바이젤 역시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바이젤, 어떻게 합니까?”


“일단 날 따라와.”


둘은 일부러 일행의 끝자락에 위치했다. 신도들이 급히 이동하는 틈을 타 둘은 그 무리에서 살짝 빠졌다.


“됐어, 계획대로 하자.”


“폭탄 말입니까? 하지만 보아하니 파견대가 여기 온 것 같은데......”


“파견대만으로는 무리야. 이 신전은 그냥 단순한 건물이 아니야. 일종의 방어용 탑이지.”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말을 가져와야 합니까?”


“그래. 신전 별관의 뒷마당에서 만나자.”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마리우스는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정말로 파견대와 신도들이 싸우고 있었다. 이번에 파견대는 공중전함까지 끌고 와 포격을 퍼붓고 있었다. 결계는 이미 이곳저곳이 손상된 상태였다.


그때 신전 전체가 푸르게 빛났다. 당황한 마리우스는 뒤로 물러섰다.


신전의 꼭대기에서 광선이 나오더니, 저 높은 곳에 있는 공중전함을 일격에 파괴했다. 기세가 오른 신도들은 하늘을 향해 얼음 조각을 퍼부어댔다. 몇몇 신도들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돌격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파견대와, 그와 비슷한 숫자의 생귀니우스가 격돌했다. 마리우스는 그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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