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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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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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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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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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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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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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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부인 - 5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9장 – 전후 처리


마침내 전쟁은 끝났고, 천족은 완전히 승리했다. 마계의 모든 영역은 원칙적으로 천족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천족은 이미 쇠락해진 마족들에 대한 배려 정책의 일환으로서, 그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하고 최소한의 경비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다.


마족들의 대부분은 별다른 저항 없이 천족의 지배를 받아들였다. 저항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견대가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마계의 재건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몇몇 고위 계승자들이 마족이 다시 힘을 키우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또 천족 역시 마족만큼은 아니지만 전쟁에 너무 많은 물자를 소모했기 때문에 마계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천족은 점령지의 안정화에 주력하며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마족에 대한 적대 감정이 약해지면서, 몇몇 마족들은 점령군 소속의 천족들과 결혼하는 경우도 생겼다.


몇몇 마족들은 엘리시온을 찾아와, 마계 내에 점점 괴수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을 막지 못하면 천족에게도 반드시 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당시 많은 관료들은 지나치게 평화에 물든 나머지 괴수에 당한 것은 어디까지나 마족이 못나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괴수의 위협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완전히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


마리우스는 교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야. 같이 이 세계를 없애버리자고.”


마리우스는 너무 어이가 없어 화조차 나지 않았다.


“세계를 없앤다는 건, 사람들을 전부 죽인다는 겁니까? 당신의 부하들을 포함해서?”


“그래. 어차피 이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난 너보다, 심지어 바이젤이나 군트프리트 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았거든. 수백 년을 살면서, 난 수많은 사람들을 관측했어. 그리고 깨달았지. 그들은 신의 영향력에 속박되어 있어. 겉보기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


“전혀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설마 제가 그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한 겁니까?”


“따라와.”


교주는 밥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우스는 그녀를 따라 벽 쪽으로 걸어갔다. 교주가 벽을 손으로 밀자, 숨겨졌던 문이 드러났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방 안에는 커다란 칠판이 있었고, 그 옆으로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칠판에는 몇몇 사람들의 사진과 그 사진 속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어디보자......네 이름은 아피우스 마리우스. 이쯤에 있으려나.”


교주는 손을 칠판에 댄 채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자 칠판에 있던 글씨와 그림들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뭡니까, 그건? 처음 보는 칠판인데.”


“나도 몰라. 중요한 건 이 안에 담긴 내용이지.”


그녀가 고른 사진은 바로 마리우스의 사진이었다.


아피우스 마리우스


아피우스 마리우스는 아피우스 루첼과 아피우스 아그리파의 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유령 사냥꾼이 되려 한다.


“이건 저로군요.”


“그래. 정확히는 신이 부여한 너의 운명이지.”


“그러면 이 칠판을 만든 게 그 신이란 말입니까?”


“이건 신이 우리를 통치할 때 쓰는 도구와 같은 거야. 오, 여기 너의 부모님이 있네.”


그녀는 아그리파의 사진을 가리켰다.


아피우스 아그리파


아피우스 아그리파는 아피우스 루첼의 아내로, 유령 사냥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였다.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유령 사냥꾼이 되기를 원하며,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건 제 아버지로군요.”


“어때? 너희 아버지의 모습과 똑같지 않아?”


“뭐 나름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칠판이 신의 존재를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수백 년 동안 조사해서 얻은 정보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당신 말은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웬만해서는 이 짓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어쩔 수 없네.”


그녀는 이번에는 새로운 사진을 가리켰다. 가이우스의 사진이었다. 교주는 사진 옆에 있는 기호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칠판 위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이 인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그녀는 <예>를 손으로 눌렀다.


<인물이 삭제되었습니다. 삭제된 인물은 임시 저장 파일에 3일간 저장되며, 이후로는 복구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무슨 짓을 한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사람을 죽였어. 너의 동료 중 하나를. 자, 이제 돌아가도 좋아. 내 부하들이 곳곳에 숨어있을 테니, 만약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그들에게 말하면 돼. 하지만 기억해. 남은 시간은 단 3일 뿐이야. 우물쭈물하다가는 동료를 영원히 잃어버릴 테니까.”


마리우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울프치니크 성의 원정대 숙소 안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볐다. 어째서인지 잠옷 차림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잠이 든 듯 했다.


“꿈이었나......”


“마리우스, 마리우스!”


루푸스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왜 그러십니까?”


“가이우스가 사라졌다!”


마리우스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


“사라졌다니, 누가 납치라도 한 겁니까?”


“모르겠어, 그건 아닌 것 같아.”


마리우스는 급히 루푸스를 따라 줄리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리우스, 제발 도와주세요. 가이우스를 찾아 주세요.”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보십시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방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에요. 그러니까, 그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하던 도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줄리아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숙소 창문으로 침입하는 걸 본 적 있어?”


루푸스가 물었다.


“없어요. 정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사라질 수가 있는 건지......”

곧이어 중대장들과 원정대장까지 들어왔다. 원정대장은 모든 원정대에 비상사태를 발령한 뒤, 누구도 울프치니크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마리우스와 보급대원들은 숙소 안을 뒤져보았지만, 가이우스를 찾을 수는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줄리아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 어떡해......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는 자신의 방 안으로 돌아와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겨누었다.


그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해 애썼다. 칼끝이 목에 닿자 고통이 느껴졌다. 현실이었다. 이것은 분명 현실이었다.


“마리우스, 일단은 인간들은 숙소 안에서 대기하란 명령이야.”


루푸스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는 곧바로 방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마리우스! 어디 가?”

그는 루푸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건물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그라쿠스!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가 다시 정신을 잃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하 감옥의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교주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당신 말을 믿을 테니까, 가이우스를 살려 주십시오.”


“그러지. 따라와.”


그녀는 다시 비밀의 방으로 들어갔다.


<인물을 다시 살려 내겠습니까?>


<예> <아니오>


그녀는 <예>라고 쓰인 글자를 눌렀다.


<인물이 다시 복구되었습니다.>


“이제 어쩔 거야? 뭐 다시 돌아가도 상관없는데.”


“......”


“이야기할 마음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네.”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물건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물건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사수들이 쓰는 소형 석궁과 비슷한 듯 했지만, 구조 자체는 엄연히 달랐다.


“이건 신의 하수인이 쓰는 도구 중 하나야. 여기 구멍에서는 작은 마탄을 쏘지. 사용법은 석궁과 비슷해.”


“그 신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나도 잘 몰라. 그냥 우리를 만들었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지. 확실한 건 그 괴수 역시 신이 만들었다는 거야.”


“그러면 당신은 신에 맞서려 하는 건 아닌 겁니까?”


“그게 좀 복잡하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신이 싫어. 하지만 그에게 맞서려면 이 세계는 멸망해야 해.”


“어째서 그런 겁니까?”


“이 땅의 모든 생물은 신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어. 너희 아버지가 사냥에 집착하고, 천족과 마족이 서로를 증오하고, 가이우스와 줄리아가 처음에는 사이가 나쁜 듯 했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 모두. 신의 설계 범위 안에서 벌어진 일이지.”


“그걸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겁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어. 다만 예외가 딱 하나 존재하지.”


“그게 뭡니까?”


“바로 너야, 마리우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넌 사냥꾼이 되기 싫어했잖아. 그건 이 칠판에도 적혀있지 않은 내용이었거든. 수백 년을 살면서 이런 경우는 네가 처음이었어. 넌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에서 벗어난 거야. 물론 난 혼자서도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지. 하지만 그러면 세계를 다시 복구하는 게 불가능해. 세상을 다시 창조하려면 남자와 여자 모두가 있어야 하거든.”


“정말로 정해진 것과 다른 삶을 산 게 저밖에 없는 겁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래. 난 수백 년 동안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봤어. 몇몇 사람들은 중간에 운명을 약간 벗어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여기 적혀있는 대로 행동했거든. 근데 넌 달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로 했어. 참고로 원래 역사에서 바이젤은 널 만나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었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 부하들이 이 계획을 알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겠습니까?”


“찾아봤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오랜 시간동안 찾아봤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찾았지. 근데 소용이 없었어. 사람들은 내 말을 곧바로 잊어버린 거야. 즉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게 하는 지식은, 알아봤자 곧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되어 있어. 만약 니가 아니라 루푸스나 루시우스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들었다면, 1분도 안 돼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렸을 거야.”


“그래도 저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았습니까? 찾아보면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수백 년간 자신의 힘으로 운명에서 벗어난 건 너랑 나, 둘 뿐이야. 미네르바나 데브칸도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해.”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모든 생명을 멸종시키는 건 너무 과한 조치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인데도? 자유 의지가 없는 걸 생명이라 할 수 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녀는 비밀의 방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어찌된 일인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 그들은 거대한 아티팩트를 발견했다. 커다란 수정이 복잡한 기계 장치에 묶여 있었다.


“본래 아티팩트는 마력 공급이나 긴급 부활에 쓰이는 물건이지. 하지만 이건 달라. 이 녀석은 세계를 멸망시킨 뒤, 재설계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걸로 세계를 멸망시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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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1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90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7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 외부인 - 5 +1 20.07.16 105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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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부인 - 1 +1 20.07.12 10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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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0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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