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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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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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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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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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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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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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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아르카다 원정대 - 8

DUMMY

원정대는 나무가 별로 없는 곳을 찾은 뒤, 방어 대형으로 뭉쳤다. 폭격조로 선정된 원소술사와 궁수 등 150명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계승자의 하얀 날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저기 균열이 보입니다!”


“좋아, 전부 태워버리자고.”


원소술사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운석을 소환했다.


“발사!”


수십 발의 불덩이가 괴수들 위로 작렬했다. 대공 수단이 없었던 괴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었다. 괴수들이 더 격렬하게 뛰어다닐수록, 불은 더 쉽게 한 괴수에서 다른 괴수로 옮겨 붙었다.


“계속 공격해라. 놈들이 재정비할 시간을 주지 마라.”


궁수들은 도망치는 괴수들을 재빠르게 잡아냈다. 폭발 화살은 괴수들의 몸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한 3분 정도 공격을 하자, 서서히 계승자들의 마력도 바닥나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3중대장이 복귀를 지시했다.


“저기 폭격조가 옵니다!”


사제들은 재빠르게 그들의 떨어진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켰다. 마리우스를 비롯한 보급대원들 역시 틈틈이 계승자들의 마력을 채웠다.


“제 2조, 출발!”


다시 한 번 궁수들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번에도 계승자들은 일방적으로 괴수들을 학살했다. 첫 번째 조가 공격할 때에 비해 괴수들은 상당히 흩어져 있었다.


“이렇게 하늘에서 공격하면 놈들도 별 것 아니구먼, 마족들은 왜 고작 이런 것들에게 밀린 거지?”


5중대장이 으스대며 말했다. 그는 마력구를 소환해 괴수들의 머리통을 날리며 실실 웃고 있었다.


“중대장님, 저쪽 좀 보십시오.”


부관이 균열로부터 좀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음? 뭔데?”


5중대장이 쳐다본 곳에는 괴수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자세히 쳐다보니, 그들은 마치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뭉쳐 있다면 우리야 고맙지. 어이! 거기 궁수들! 저쪽에 뭉쳐있는 괴수들을 죽여라!”


“중대장님! 놈들이 움직입니다!”


뭉쳐있던 괴수들은 자신들끼리 뭐라 신호를 주고받는 듯 하더니, 갑자기 단체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건......”


“아무래도 원정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안 돼, 폭격을 멈춰서는 안 된다. 공격을 중단하는 게 바로 놈들이 노리는 거야. 시간이 될 때까지 균열 근처의 괴수들을 계속 공격해라.”


한편, 지상에 있던 계승자들 역시 괴수들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놈들이 옵니다!”


“전원! 충격에 대비해라!”


원정대장이 외쳤다.


분명 폭격을 통해 수를 상당히 줄여놨음에도 불구하고, 괴수들의 숫자는 못해도 수천 마리는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몇몇 원소술사들이 곡사 마력포를 쏘았다. 괴수들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원정대를 빙 둘러쌌다.


“10중대! 남쪽 방향을 방어해라! 기사들은 전원 수호 방패를 발동해라!”


돌진해오던 수백 명의 괴수들이 기사들의 보호막에 막혔지만, 그것들 중 몇몇은 목숨을 걸고 보호막을 뚫는데 성공했다. 광전사들은 방패를 넘어오는 괴수들을 사정없이 창으로 찔렀다.


“이런, 우리 다 죽게 생겼어! 사방이 괴수라고!”


“좀 닥쳐요, 가이우스. 우린 사제들만 신경 쓰면 된다고요!”


줄리아는 그에게 한마디 쏘아붙인 뒤, 사제들 등 뒤에 서서 공급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두려운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괴수들 중 몇몇은 방어선을 꿰뚫고 원정대 내부로 들어와 방어력이 약한 궁수 몇몇을 죽였다.


“폭격 2조, 복귀했습니다!”


5중대장을 비롯한 폭격조가 괴수들을 피해 원정대의 한가운데로 내려앉았다. 몇몇 계승자들은 폭격을 계속하는 것에 반대했다.


“지금 원소술사와 궁수들을 올려 보낸다면, 여기서 괴수들과 맞서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더군다나 비행을 마친 계승자들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만큼, 전력 공백은 두 배로 심해질 겁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최대한 방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반면 5중대장과 같이 폭격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었다.


“폭격을 멈추면 놈들에게 모든 우위를 내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인원을 줄이더라도 계속 균열을 공격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놈들이 전술적인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원정대장은 고민에 빠졌다. 이러고 있을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었지만, 쉽게 결정이 나질 않았다.


“일단 인원을 60명으로 줄여 폭격에 나서라. 폭격에서 돌아온 병력은 최대한 안쪽에서 휴식을 취해라.”


폭격조의 숫자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화력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2중대장님,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부관이 굳은 표정으로 고정 균열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도 보여.”


균열에서는 괴수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었다. 어느 정도 괴수를 뱉어내고 나면 사라지는 일반적인 균열과는 다르게, 고정 균열은 필요할 때마다 끝없이 괴수를 뱉어냈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백 마리를 죽여 봐야, 균열 안에서는 수천 마리를 뽑아냅니다.”


“......시간이 다 됐군. 이만 돌아가자.”


원정대는 아까보다 더 힘겹게 괴수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죽었다가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부활한 원정대원 120명이 방어전에 합류하면서, 방어 대형이 깨지는 일은 없었다.


폭격3조는 자신들이 본 것을 그대로 보고했다. 원정대장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건가? 1중대장, 탈출로는 없나?”


“사방이 괴수라 어렵습니다. 그 숫자도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균열 조사는 고사하고 괴수를 죽이는 것조차 어렵다는 건가......우리는 괜찮다 치더라도 인간들은......”


원정대장은 저 멀리서 힘겹게 괴수를 막아내는 계승자들과, 그들 뒤에서 괴수의 공격을 피하며 계승자들에게 마력을 주는 인간들을 보았다.


“중대장들은 인간들을 앞에 매달고 날 수 있는 계승자들을 선정해라. 여기서 벗어나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면, 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다.”


“그건......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체력을 아껴가며 날아가도 베이스캠프까지는 30분가량 걸릴 겁니다. 단신으로도 어려운데 누굴 매달고 간다는 건......”


1중대장은 애써 원정대장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고 죽게 놔둘 건가?”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인간들을 원정대에 포함시켰던 것부터가......”


“그만. 우린 군인이야. 정부 방침에 토를 달 필요는 없어.”


“대장님! 조심하십시오!”


그때 경호원 한 명이 소리쳤다.


괴수 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원정대 중심으로 돌진해왔다. 경호원들은 재빠르게 칼을 빼들어 괴수의 목을 베었다. 중대장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아연실색했다. 이미 방어 대형이 상당 부분 와해된 것이다. 인간들은 고사하고, 계승자들조차도 베이스캠프로 제 때 복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괴수들의 숫자는 너무나 많았고, 이들은 예상과는 다르게 전략적으로 행동할 줄도 알았다. 만약 계승자들이 죽은 사이 괴수들이 베이스캠프의 위치를 안 뒤, 그곳의 결계를 뚫는 데 성공한다면, 수백 명의 계승자들의 영원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계승자들의 얼굴에 점점 죽음의 공포가 생겨났다.


“......철수를 준비해라.”


원정대장이 말했다.


보급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사제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사이, 10중대장 테오노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중대장님?”


루푸스가 물었다.


“......미안하게 됐다.”


“뭐가 말씀이십니까?”


“......비행으로 철수하란 명령이 떨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미안하다. 우리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보급대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우릴 버리고 간다는 겁니까?”


가이우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중대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어떻게 이런 일이......”


이번만큼은 다른 대원들 모두 가이우스에게 동조했다. 여기서 죽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리우스는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죽을 생각도 없었고,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계승자의 권위가 사라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계승자들은 언제나 인간들의 수호자여야 했다. 그는 정체를 의심받는 것이 죽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중대장님, 혹시 균열에서 괴수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겁니까?”


“그런 것 같다. 폭격조가 죽여도 끝이 없어.”


“그러면 그 균열을 부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불가능해. 그곳에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차원 수정 마법을 쓸 수는 없어.”


“빛 속성 마법진을 균열 주위에 그린 뒤, 그걸 폭파시키십시오. 그러면 더 쉽게 없앨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예전에 몇 번 해봤습니다. 이렇게 큰 균열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계승자 여러 명이 시도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테오노스는 마리우스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을 상황이었다.


그는 원정대장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마법진을 만들 원소술사와, 그들을 보호할 기사 및 광전사들을 뽑아 균열을 급습하는 것이었다.


“정말 마법진이 효과가 있는 건가? 애초에 평범하게 폭발 마법을 써도 소용이 없는데, 마법진을 폭파시키는 걸로 균열을 없앨 수 있는 건가?”


“모릅니다. 하지만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 말이 맞군. 중대장들은 1분 내로 폭파조를 구성해라.”


원소술사들과 그들을 보호할 계승자 약 50여명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테오노스가 그들의 지휘를 맡았다.


“어이, 마법사들, 마법진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그 균열 주위로 만드는 거라면......저희 모두가 힘을 합쳐 약 1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최대 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1분, 1분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모두들 조금만 더 힘내라!”


계승자들은 그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마법진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 균열이 보입니다!”


균열에서는 쉴새없이 괴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전원 하강!”


계승자들은 재빠르게 땅으로 내려앉았다. 원소술사들이 균열 주위로 마법진을 만드는 사이, 기사와 광전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괴수들을 막으려 했다.


광전사들은 거대한 창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괴수들을 막아섰지만, 수적 우위를 극복하는 것은 무리였다. 몇몇 괴수들은 이미 죽은 광전사들의 시체를 먹어치우다가 이빨이 부러지기도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라!”


테오노스는 맨 앞에 서서 괴수들의 몸을 베었다. 그가 살의로 가득 찬 파동을 한 번 내뿜을 때마다 괴수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10중대장님! 왼쪽이 뚫렸습니다!”


“너희들이 가라! 여긴 내가 맡겠다!”


원소술사들은 눈을 감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그들은 자신 주위로 들리는 비명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끝까지 동료들을 믿고 마법진을 만드는 데에 주력했다.


“크으으윽!”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괴수가 테오노스의 복부를 베었다. 그는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창을 놓지 않았다.


“다 됐습니다! 마법진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어이, 부관! 네가 지휘해서 원정대로 돌아가라. 난 날 수 없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계승자들은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테오노스는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괴수와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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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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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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