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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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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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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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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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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 1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8장 – 마족의 약화와 최후의 전쟁


전쟁이 재개된 이후로 양 세력은 수십 년 동안 대치 상태를 이루었으나, 언제부턴가 마족의 세력은 크게 약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계승자들이 열심히 싸운 덕분에 마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진실은 이보다는 더 복잡했다.


마족이 쇠락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적지 않은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천계에 간간히 나타나고 있는 정체불명의 괴수가 그 원인이라고 여겼다. 괴수들은 지속적으로 마족들을 죽이며 마계 전체의 경제력을 약화시켰고, 그것이 군사력 약화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천족은 한동안 마족의 속사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다만 주요 분쟁 지역에서의 마족의 저항이 점점 더 약해진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마족의 약화는 천족의 강경파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천족의 귀족들은 지금이야말로 전면 공격을 통해 마족을 토벌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네르바가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군부의 마족 전면 침공을 승인했으며,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모든 전투는 매우 싱겁게 끝났다. 분쟁 지역은 물론이고, 마계 외곽의 요새들 역시 순식간에 천족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포로로 잡은 계승자들의 말에 따르면 마족의 주신 데브칸이 이미 죽어 마족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고 했다.


결국 마족의 수도 발할라를 비롯해 마계 도시의 상당수가 천족의 손에 떨어졌다. 그들의 도시를 조사한 결과 천족의 공격 이전에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은 흔적이 발견되었으나, 엘리시온 정부는 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살아남은 마족들은 망명 정부를 세우고 천족에게 저항했으나, 3년 뒤 그들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미네르바에게 항복 문서를 전달하면서, 천 년 넘게 이어진 전쟁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원정대가 마계에 온 지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원정대장은 공식적으로 마리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몇몇 계승자들은 마리우스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하기도 했다. 일개 인간이 어떻게 괴수에 대해 그리 잘 아느냐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의심받을 거라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계승자들을 상대하느라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그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다른 인간 대원들은 원정이 끝나면 마리우스가 계승자 임명 1순위가 될 거라며 부러워하곤 했다.


첫 날의 전투 이후로, 원정대의 수뇌부는 이대로 조사를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뒤, 엘리시온에 괴수와의 전면전을 선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정부는 “기다리라”라는 답변만을 한 뒤, 한동안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원정대원들은 그저 막연히 정부가 뭔가 계획을 짜고 있다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원정대가 아무것도 안 하고 무위도식한 것은 아니었다. 울프치니크에서 머무는 동안, 그들은 현지 점령군과 힘을 합쳐 도시를 습격한 괴수들을 퇴치하는 일을 했다. 단순한 전면전에서 계승자들이 괴수에게 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리우스 역시 원정대를 따라 나서곤 했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사제들에게 마력을 공급했다. 첫 날의 격전 이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죽음의 위기 같은 걸 겪은 적은 없었다.


종소리가 울렸다. 괴수가 또 성을 공격하러 온 것이다.


“또 오는 건가? 정말 지겹지도 않나 보구먼.”


루푸스가 말했다.


저 멀리서 계승자들이 날아다니며 성 바깥의 인간들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마족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빠르게 성 안의 대피소로 향했다.


원정대와 점령군을 포함한 약 2천명의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어 행진했다.


“전원! 전투 준비!”


원정대장이 외쳤다.


“발사!”


궁수들이 활시위를 놓자,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괴수들에게 명중한 화살은 큰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모두 불태웠다.


“중화기병! 앞으로!”


일직선의 대열을 갖춘 중화기병의 창에서 열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괴수들은 맥없이 쓰러지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방어 대형!”


중화기병들이 잽싸게 뒤로 들어가는 사이, 기사들과 광전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창과 방패로 괴수들을 저지했다.


“측면 공격입니다!”


괴수들 중 약 백 마리가 원정대의 오른쪽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기사들은 최대한 틈을 주지 않으려 애썼지만, 괴수들의 맹공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안으로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증오로 가득 찬 괴수들은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원소술사 몇 명의 사지를 찢은 뒤, 그것들을 모두 집어삼켰다.


“마리우스! 조심해!”


루푸스가 외쳤다. 저 멀리서 괴수 세 마리가 마리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잠시 공급기에서 손을 뗀 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땅 속성 마법을 이용해 괴수들과 맞섰다.


동시에 세 개의 덩굴이 땅에서 나와 각 괴수들의 몸을 휘감았다.


“좋아, 그대로 유지해라!”


궁수 한 명이 화살 세 개를 동시에 소환한 뒤, 한 번에 발사했다. 각 화살이 괴수의 몸에 명중하자, 그것들의 몸은 서서히 녹아 내렸다.


“저쪽에 한 마리 더 옵니다!”


루시우스가 외쳤다. 이번에는 한쪽 팔만 남은 괴수 하나가 줄리아가 있는 쪽으로 돌진했다. 그녀는 최대한 도망치려 했지만, 그 괴수는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마리우스가 덩굴을 만들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이우스!”


루푸스가 마력 공급기의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


“놈의 시선을 끌어!”


가이우스는 간단한 마력구를 만들어 그 괴수에게 던졌다. 다행히도 가이우스는 공을 던지는 실력이 상당히 좋았다. 생각보다 충격이 강했는지 그 괴수는 비명소리를 내며 제자리에 멈춰 주변을 살펴보았다.


“야! 이쪽이다!”


가이우스의 외침에 괴수는 다시 한 번 비명소리를 내며 그에게 돌진했다.

루푸스는 재빠르게 옆에 있던 루시우스에게 마력을 공급했다.


“잠깐이면 돼! 놈을 저지시켜!”


“좋습니다!”


루시우스는 공급기를 벗어던진 뒤, 주먹에 모든 마력을 실었다.


“이거나 먹어라!”


가이우스 앞에 선 루시우스는 괴수의 일격을 피한 뒤, 그것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괴수는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루푸스는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낸 뒤, 재빠르게 그 괴수의 머리통에 칼을 꽂아 넣었다.


“멍하니 있지 마! 본래 임무를 잊지 마라!”


그의 일갈에 대원들은 곧바로 사제들에게 다시 마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전투가 끝이 났다. 계승자 중의 사망자는 31명, 다행히도 인간 측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행입니다. 아무도 죽지 않아서.”


성으로 돌아온 마리우스는 몸에 묻는 괴수의 피를 씻어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위험했어. 자칫하면 너를 제외한 모두가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루푸스가 말했다.


“그래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이우스와 루시우스가 한 방 먹일 줄이야.”


“사실 나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 잘 싸워서 놀랐어.”


전투가 끝난 뒤 그들은 방어 체계를 재점검했다. 점령군은 항상 어떻게 하면 괴수의 습격을 더 일찍 알아채고, 더 멀리서부터 그들을 공격할 지 고민했다. 한 점령군 사령관의 제안에 따라 천마전쟁 이후로 파괴되었던 마력포를 다시 설치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또한 점령군은 궁수나 암살자들 중 몇몇을 뽑아 교대로 사역마를 소환해 성 주위를 정찰하기로 했다.


이렇듯 계승자들은 단계적으로 전시 체제에 돌입했으나, 인간들은 이 문제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투가 없을 때면 마리우스는 동료들과 함께 울프치니크 성을 돌아다니곤 했다. 그곳은 테디아 성에 비하면 비교적 조용했지만, 패배자들의 본거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번성하고 있었다.


“오, 이것 보세요! 새로운 덤벨입니다!”


루시우스가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고무로 된 손잡이와 적절한 무게......왜 천계에는 이런 게 없을까요. 이런 좋은 문화는 좀 본받아야 합니다.”


마리우스는 한 번 그 덤벨을 들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무거워?”


“하하하, 이건 근력 운동을 충분히 한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라고요.”


“아니, 그래도 너무 무겁잖아요. 이건 계승자들이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무게입니다.”


루시우스는 그 무거운 덤벨을 두 개나 샀다. 마리우스는 루푸스와 함께 근처에서 마족 음식을 사먹었다.


그들이 먹은 음식은 게살이 들어간 국과 고기볶음이었다. 천족의 음식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마리우스의 코를 찔렀다.


“확실히 이 조합이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매콤한 고기볶음의 맛을 은은한 게살국이 중화시켜 주니까요.”


“그러게. 나중에 천계로 돌아가면 이 음식으로 장사를 해볼......어, 저기 줄리아 아니야?”


루푸스가 바라본 곳에는 줄리아와 가이우스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옆에는 까칠한 친구도 있네요. 정말로 정들었나 봅니다.”


“뭐 청춘이 다 그런 거지. 자네는 여자친구 같은 건 없나?”


“있을리가요. 그리고 나란히 걷는다고 연인 취급하는 건......”


“뭐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아. 근데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외롭더라고.”


“그러고 보니 루푸스 씨한테 가족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네요. 결혼은 안 한 겁니까?”


“정확히는 했다가 한 번 이혼을 했지.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엄청 싸웠어. 그리고 아내는 자식과 함께 떠나버렸고.”


“미안합니다. 괜한 질문을 해서......”


“아니야, 뭐 가정을 지키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니까. 다만 기회가 된다면 그녀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재결합까지 가진 않더라도, 오해는 풀고 싶거든.”


그들이 식사를 거의 다 마쳤을 때쯤,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옷차림이나 무기를 보니 광전사로 보였다.


“저기......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무슨 일이시죠?”


루푸스가 말했다.


“혹시 아르카다 원정대 본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기 지붕이 뾰족한 탑 보이시죠? 그 안으로 들어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돼요. 근데 무슨 일로 원정대를 방문하는 거죠?”


“이번에 추가로 원정 임무에 배정을 받아서요.”


“추가로 받았단 말입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네, 엘리시온 정부의 특별 명령이에요.”


마리우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짧은 금발에 강인해 보이는 체구. 틀림없는 천족의 계승자가 분명했다. 하지만......


“마리우스,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저희가 그 원정대의 보급대원이거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랬군요. 저 역시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 남자는 원정대 본부 건물로 들어갔다.


“마리우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갑자기 개별적으로 추가 인력을 배정하는 겁니까?”


“그게 왜 이상해? 어차피 결정은 엘리시온에서 하는 거고, 괴수와의 전쟁이 심해진다면 원정대 병력을 늘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게 아니라, 추가 인력을 모집하거나 기존 전투 부대에서 차출한다면, 한꺼번에 100명 이상 뽑는 게 정상적이지 않습니까? 굳이 저렇게 한두 명씩 집어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뭐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정부 방침에 일일이 태클을 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저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 유능한 사람......아니 계승자일 수도 있고.”


마리우스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루푸스의 말 중 틀린 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우스는 어딘가 그 남자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그는 이때까지 수많은 계승자들을 보아 왔지만, 그 만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는 없었다. 숙소 안으로 들어온 마리우스는 애써 괴수 조사와 다음 임무 수행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그 광전사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괜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그는 왠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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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90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7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 외부인 - 1 +1 20.07.12 106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6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0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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