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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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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44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25 23:53
조회
90
추천
5
글자
12쪽

지평선 너머 - 3

DUMMY

그 관리자는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차를 따라주려 했다.


“하하하, 그런 이름은 어디서 들으셨죠?”


“맞구나. 당신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변의 남녀들은 춤을 추며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생귀니움 신전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이러시면 곤란하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차 한 잔만 하시죠.”


마리우스는 말이 끝나기 전에 몸을 돌려 도망쳤다.


“마리우스 씨!”


그는 루시아의 부름을 무시했다.


관리자는 급한 대로 단검을 꺼내들었으나, 그의 발은 이미 덩굴로 단단히 묶인 뒤였다.


축제가 벌어지는 와중에 룩스가 관리자 회의를 소집했다. 15명의 관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무래도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 같아. 계획을 지금 진행한다.”


룩스가 말했다.


“하지만 축제를 중단시키기에는......”


“안 돼. 더 이상 늦출 순 없어. 추측컨대, 도망간 놈은 얼마 전 생귀니움 본부를 습격한 두 놈 중 하나다. 죽음을 거부하고 마을로 간 걸 보면 분명 인간이겠지.”


“그럴 수가......하지만 아직 저들의 육체에는 세라핌 성분이 충분히 퍼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계획을 실행한다 해도 전투력은 본래에 비해 한참 못 미칠 겁니다.”


“그렇다 해도 놈을 살려둘 수는 없어. 우리의 교주를 죽이려 든 사람이다. 인간이라 해도 방심해선 안 돼. 지금 즉시 주문을 외워라.”


“알겠습니다!”


관리자들은 밖으로 나와 춤을 추는 사람들의 바깥쪽에 섰다. 그들은 약초 모임의 참석자들이 선 땅 위로 마법진을 그렸다.


약에 취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루시아 역시 이미 정신을 놓고 다른 남자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전원! 의식을 시작해라!”


룩스가 생귀니우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생귀니우스들은 있는 힘껏 그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했다. 마법진에서 붉은 빛이 나더니, 갑자기 그 위의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약에 취해 흥겨워하던 사람들은 이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생귀니우스들은 재빨리 말을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의 몸에서 일순간 빛이 나더니, 그들의 형태는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졌으며, 목은 튀어나왔다. 그들의 손톱은 전투에 적합하게 길어지고 날카로워졌다. 종국에는 그들의 얼굴 역시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그들은 게리온이 된 것이다.


미끼 역할을 맡은 세 명의 생귀니우스들이 작은 불덩이를 그들에게 던졌다. 괴수가 된 사람들은 미친 듯이 미끼를 쫓았다.


마리우스는 산 중턱에서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재빨리 풀숲에 몸을 숨겼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생귀니우스들이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당분간 여기 숨어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는 그 뒤에 있었다. 미끼를 따라온 괴수들 수십 마리가 마리우스의 앞을 지나갔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숨을 죽인 뒤 뒤로 물러나려 했다. 괴수들은 워낙 빠르게 달려간 탓에 다행히도 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크르르르......”


마리우스는 하필이면 뒤처진 한 괴수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괴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곧바로 마리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손을 뻗어 근처의 나무의 힘을 빌렸다. 그는 나무 세 그루의 나뭇가지를 늘려 괴수의 온 몸을 묶었다. 산이나 숲 속에서는 마리우스의 힘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던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그 괴수는 과거 원정대가 싸웠던 괴수에 비하면 한참 약해 보였다. 마리우스는 단검으로 그것의 머리를 찌른 뒤, 다시 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은 데우스는 집안에서 하염없이 루시아와 마리우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그는 문득 루시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그제서야 자신이 먼저 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집 밖에서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났다. 노인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잠을 자려 했으나, 곧 괴수는 문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벌벌 떨며 이불 속에 자신을 감췄다. 괴수는 집안 곳곳을 때려 부수더니 노인의 방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겁에 질려 이불 밖에서 나와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 고개를 들어 그 괴수의 얼굴은 본 노인은 경악했다. 그 괴수의 얼굴이 루시아와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여러모로 달랐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인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루시아......루시아!”


괴수는 그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괴수는 노인 코앞에서 멈췄다. 누군가 칼로 그 괴수를 뒤에서 찌른 것이다.


괴수의 시체 뒤에 서 있는 건 우디스였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데우스가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일단 여기서 나가자고요.”


우디스는 이미 마을 주민 약 200명을 이끌고 있었다. 곳곳에서 불이 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죠?”


한 주민이 물었다.


“일단 미개척지 중 하나로 갈 겁니다. 북쪽 산 너머는 괴수들이 온 방향이니 그쪽으로 가면 곤란하고, 동쪽으로 이동합시다. 그곳에는 개척에 쓰기 위해 만든 가건물 몇 개가 있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거기서 머물 수 있을 겁니다.”


“저희는 괜찮은 거 맞죠?”


다른 주민이 물었다.


“난 전 재산을 집에 두고 왔어. 여기서 10년 넘게 살면서 쌓아온 걸 모두 잃어버리다니......”


다른 주민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부지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제부터 우린 마을회관으로 움직일 겁니다.”


우디스가 말했다.


“어째서요? 동쪽 개척지로 간다고 하셨으면서......”


“그곳에 무기가 있습니다. 아직 괴수들이 그쪽까지는 들이치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제 편한 생활은 끝났습니다. 저것들이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살기 위해선 이제부터 싸워야 합니다. 여성과 아이들은 개척지로 가는 교차로에서 대기하십시오. 싸울 줄 아는 남성분들은 저와 함께 마을회관으로 갈 겁니다.”


우디스를 따라간 남자들은 저 멀리서 마을 사람을 붙잡고 있는 생귀니우스를 보았다. 그 신도는 마을 사람의 입 안에 무언가를 강제로 부어넣더니, 그에게 마력을 주입했다. 그 주민은 잠시 후 몸이 괴수로 변했다.


“마을사람을 잡아다가 괴수로 변하게 하다니......저걸 놔둘 순 없습니다!”


한 남자가 나아가 싸우자고 말했다.


“진정하세요. 충분한 전력 없이 우리끼리 싸우면 죄다 죽어나갈 뿐입니다. 우선은 마을회관으로 가야 합니다.”


그들은 마을회관에서 칼과 방패, 화살을 챙겼다.


“계승자들은 모두 앞서 나가 싸우고, 인간 남성들은 등에 화살통을 매십시오. 제가 앞장설 테니 뒤를 따라오십시오.”


그들이 교차로로 가는 길에 괴수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우디스는 능숙하게 괴수를 조각냈다.


“저기 여자들이 있습니다!”


한 계승자가 외쳤다.


“이제부터 남성들은 여성과 아이들을 둘러싼 형태로 이동할 겁니다.”


생존자들은 우디스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들은 대형을 이루고 동쪽으로 움직였다.


“저기 두 놈이 옵니다!”


후방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후방의 궁수들은 화살을 쏘아댔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한 대도 맞추지 못했다. 결국 기사 한 명이 방패로 괴수의 공격을 받아냈다.


“크으으윽!”


괴수의 연이은 공격에 기사는 뒤로 나자빠졌다. 괴수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찰나, 궁수 한 명이 괴수의 머리에 화살을 꽂아 넣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동쪽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괴수 10마리 정도를 더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계승자들 중 몇몇은 과거에 싸웠던 경험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계승자 5명 정도가 심각한 상처를 입어 들것에 들린 채로 이동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마리우스는 폐허가 된 마을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근방에 생귀니우스나 괴수는 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잠시 머물던 오두막에 가보았고, 문이 뜯겨진 흔적을 보았다.


사람들이 다 죽었는지, 살아남았다면 어디로 갔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마을 회관이나 다른 집에도 더 가보았다.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다만 어젯밤에 이 마을에서 학살과 방화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마리우스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했다. 이럴 때야말로 그 트랜스 슈트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브, 내 말이 들리나?”


마리우스가 말했다.


“혹시나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면......그 슈트라는 걸 보내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리우스는 생존자들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생귀니우스 놈들을 박살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이 유저와 비슷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 권한을 쓸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교주 그라쿠스, 광전사 포스마린, 그리고 원정대 동료들......


“상태창 소환.”


마리우스는 나지막이 말했다.


막상 말해놓고 그는 창피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그의 눈앞에 정말로 스테이터스가 나타나자, 그런 감정은 곧바로 사라졌다.


그는 유저가 쓰는 스킬을 쓸 수 있던 것이다.


상태창에는 마리우스의 몸 상태가 나타났다. 어디가 다쳤고, 체내의 마력은 얼마만큼 인지가 모두 나타났다.


그는 이렇게 편리한 마법을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이것은 유저, 현실 세계의 인간들의 특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상태창에는 그의 몸 상태에 대해 나왔을 뿐, 트랜스 슈트를 소환하는 기능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했다.


마리우스는 이것이 일종의 귀족 아이들의 병정놀이라고 생각했다. 귀족들의 병정놀이는 철저하게 하인들이 아이들을 위해 놀아주는 형태였다. 만약 놀다가 지치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이 세계가 환상이라면,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병정놀이의 귀족 아이들과 같았다. 그들은 원한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즉, 트랜스 슈트를 소환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기술창 소환.”


마리우스의 눈앞에 그가 보유한 스킬의 목록과 효과가 나타났다. 마리우스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어딘가에 적어둔 적은 없었다. 이것은 분명 세계 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이었다. 기술 목록에는 예전에 썼던 활쏘기와 관련된 능력은 물론이고, 생귀니움 신전에서 배운 땅 속성 마법과 관련된 기술도 있었다.


그리고 기술 창의 가장 끝 쪽에 공통 스킬이 있었다. 공통 스킬 중에는 트랜스 슈트를 소환하는 기능이 있었다.


마리우스는 어째서 자신이 이 능력을 쓸 수 있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스스로 진실을 깨우쳤고, 다른 사람들을 깨우치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공통 스킬 발동.”


마리우스의 몸 주위로 푸른빛이 생겨났다.


“그 다음은......트랜스 슈트를 소환한다.”


운이 좋게도 그는 한 번에 스킬을 쓰는데 성공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눈앞에 그 슈트가 소환되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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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90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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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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