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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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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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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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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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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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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외부인 - 12

DUMMY

마리우스는 모든 마력을 짜내 날아오는 신도를 붙잡았다. 그 신도는 이런 일을 자주 당해본 듯 단검을 꺼내 덩굴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마리우스는 더 많은 덩굴들을 소환했으나, 계승자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광전사님! 한계입니다!”


그러나 포스마린이 그를 도울 시간은 없었다. 마리우스는 눈앞의 적에 집중하느라 뒤의 두 명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고, 그들은 곧 덩굴에서 풀려나 포스마린을 공격했다. 포스마린의 창술은 마리우스가 이제가지 본 그 어떤 계승자들보다도 더 뛰어났다. 그가 창으로 땅을 내려치자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두 생귀니우스들을 불태웠다.


그러나 상대방 역시 계승자였다. 사제 계승자는 순식간에 화상을 치료한 뒤, 빛의 창을 소환해 포스마린에게 던졌다.


포스마린의 창과 빛의 창이 맞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광전사는 빛의 창을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빛의 창은 적에게 막힌 순간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포스마린의 몸을 찔렀다.


다른 계승자들과는 달리 포스마린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체력 증강 마법을 써 상처를 회복한 뒤, 사제와 함께 그를 공격중인 기사의 방패를 내려쳤다.


엄청난 충격에 기사는 공격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비틀거렸고, 포스마린은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기사를 죽인 뒤 재빠르게 사제의 목까지 베었다.


문제는 뒤의 마리우스 쪽이었다. 그를 노리던 암살자 생귀니우스는 덩굴을 순식간에 베어낸 뒤 마리우스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마리우스는 필사적으로 목재로 된 바닥을 뜯어내 날아오는 검을 막으려 했다. 단검은 마리우스가 뜯어낸 나무 조각을 뚫은 뒤,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그는 고통으로 인해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눈앞의 암살자는 여분의 검을 꺼낸 뒤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마리우스는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덩굴을 소환했고, 암살자는 그 덩굴을 모두 잘라내며 전진했다.


마리우스는 최후의 수단으로 단검을 꺼내 암살자에 맞섰다. 그의 공격 한 방을 쳐내는 대는 성공했으나, 두 번째 일격에서 가슴과 배에 큰 자상을 입었다. 마리우스는 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암살자가 곧바로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찰나, 뒤의 계승자들을 모두 죽이고 온 포스마린이 창으로 암살자의 심장을 찔렀다. 암살자는 잠시 부들거리더니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마리우스 씨......”


“곤란하게 됐습니다, 광전사님. 이대로 가다간......”


마리우스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싸우기는커녕 한 걸음도 걷지 못할 것 같았다.


“상태창 소환.”


포스마린의 눈앞에 오직 그만 볼 수 있는 스테이터스 창이 나타났다.


그 스테이터스 창은 마리우스를 나타내고 있었다. 가련한 보급대원의 몸은 당장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태창......그게 뭡니까.”


“눈앞의 대상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는 도구예요. 일종의 유저만의 권한이죠.”


“......그런 권한은 별로 갖고 싶지 않군요.”


“당장 병원에 가거나 사제를 불러야 해요. 안 그러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일단 여기서 나가야......이런.”


“뭐가 문젭니까.”


“사방이 적이에요. 놈들이 우리 존재를 눈치 챘어요. 앞으로 1분 내로 이 광장 안으로 들이닥칠 겁니다.”


“전 여기서 끝인 겁니까.”


“미안해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을 이렇게 사라지게 놔두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광전사님은 나름 노력하셨습니다.”


“일단 여기서 도망가요. 저기 뒤쪽에 식당으로 가는 길 보이죠? 그쪽에는 신도들이 없으니까 잠시 동안은 몸을 숨길 수 있을 거예요.”


“광전사님은......”


“전 여기서 시간을 끌게요. 어차피 부활하니까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주세요. 가요. 빨리!”


마리우스는 아픈 몸을 이끌고 광장의 뒤쪽으로 움직였다. 도망가는 도중에 저 멀리서 포스마린과 적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생귀니우스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마리우스는 난생 처음 보는 곳에 와 있었다. 교주 그라쿠스의 초대로 몇 번 신전을 방문하긴 했지만, 보통 그때는 경비병들의 지시에 따라 교주의 집무실을 비롯해 제한된 장소만 들어갈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팔찌안의 아공간에서 체력 회복 물약을 꺼냈다. 물약을 마시니 고통이 좀 가시는 것 같았지만, 상처 자체는 제대로 낫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그 암살자가 칼에 독을 발랐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빌어먹을.”


마리우스는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시 교주에게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라쿠스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에게 도달하기 전에 성난 신도들의 칼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차원문으로 향하는 복도에 적들이 대기하고 있다면, 유일한 방법은 정문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문제는 계승자의 도움이 있다면 탈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마리우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신전 안에서 죽을 때까지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마리우스는 트랜스 슈트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교주를 자주 만나다보니 너무 안일하게 협상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교주는 협상에 응하기는커녕 포스마린이 했던 말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 기억 삭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혹시 슈트를 소환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포스마린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 방법을 알 길은 없었다.


한참을 걷던 마리우스는 어느새 신전 안의 식당 안에 들어와 있었다. 조리실 안에서는 꽤 맛있는 냄새가 났다. 마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조리실 쪽으로 걸어가려다 정신을 차렸다. 그는 최대한 몸을 낮춘 뒤, 요리사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식당을 건너갔다.


식당을 지나가자 기다란 복도가 보였다. 그리고 그 복도 중간쯤에 정문이 있었다.


마리우스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경비병이 두 명 있었고, 갑옷을 보아하니 정황상 계승자일 것 같았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들을 따돌리고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위쪽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우스는 다시 뒤쪽으로 돌아가 숨었다.


로브를 입은 생귀니우스가 문서들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그가 인간인지 계승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리우스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덩굴을 뻗어 신도의 몸을 묶었다. 그가 당황하는 사이 마리우스는 재빨리 칼을 빼내어 신도의 목을 찔렀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피가 로브에 묻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역시 찌르는 순간 피가 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죽은 신도는 계승자 같지는 않았다. 그는 마리우스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마리우스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신도의 로브를 벗겼다. 그는 시체를 속옷만 입은 채로 남겨둔 뒤,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마리우스는 모든 생귀니우스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점을 이용해 경비병들을 속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의심받지 않기 위해 왼쪽 손으로 피가 튄 부분을 가렸다. 그러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정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경비병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리우스가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 신전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경비병들은 곧바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보는 사람이 없어지자 마리우스는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정문 밖에는 죄다 풀숲이었다.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천계의 어딘가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계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저 살기 위해 나아갈 뿐이었다.


“놈을 찾아!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마리우스의 뒤에서 계승자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우스는 가슴의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며 계속해서 달렸다.


“으아악!”


마리우스는 제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공중에 떠 있었다. 마리우스는 그 아래로 구름이 보일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생귀니움의 제1신전은 부유섬 위에 있던 것이다.


“이, 이게 뭐야.”


“이 근처에 있다! 잡아!”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던 마리우스는 근처의 덩굴 하나를 잡았다. 그 덩굴은 마리우스가 서 있는 부유섬의 아래로 어느 정도 늘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덩굴에 단단히 묶은 뒤, 땅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자신이 매달린 덩굴에 마력을 주입했다. 덩굴이 서서히 내려가며 마리우스의 몸도 내려갔다.


부유섬 밖으로 나오면서 더 이상 부유섬 안의 공기를 마시지 못하게 된 되다가, 아까부터 너무 많은 마력을 쓴 탓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죽음뿐이었다.


몇 분 정도 계속해서 내려가자 이제 부유섬이 매우 작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이제 구름 아래로 내려가게 되었다. 뿌연 구름을 어떻게든 헤치고 나아가니 저 밑으로 땅이 보였다. 그는 덩굴에 매달린 채 고독과 고통을 느끼며 내려가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를 내려가자 이제 건물들이 확실하게 구분될 정도였다.


“여기 있었구만.”


계승자 한 명이 날개를 펼친 채 덩굴을 따라온 것이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엄연히 교주님의 지시로 온 겁니다.”


마리우스가 말했다.


“그러면 왜 교주님을 공격했지?”


“그건 교주님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으니까 그랬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군. 그분이 왜 너랑 그 광전사놈을 공격한단 거냐.”


“그건 우리가 그분에게 세계의 진실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진실이라, 넌 알 수 없는 얘기만 하는군.”


“이 세계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연극이나 소설 속의 세계처럼 말입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실의 인간들은 유흥을 위해 이 가상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마리우스의 말을 들은 생귀니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날고 있었다. 교주가 말했던 예외처리가 작동된 것이었다.


교주의 경우에 빗대어 볼 때, 저 계승자는 곧 마리우스를 적으로 여기고 공격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마리우스는 예외처리가 끝나기 전에 밑으로 내려가야 했다.


운이 좋게도 저 밑으로 커다란 강이 보였다. 오랫동안 덩굴을 타고 내려온 덕에 강은 의외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위치를 잘 조절하면 그 안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생귀니우스를 뒤로 하고 단검을 빼들어 덩굴을 잘랐다. 마리우스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물구나무를 선 형태로 만들었다.


물에 떨어져도 고통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마리우스는 물속에서 온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어떻게든 물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나 물에 가장 먼저 부딪힌 팔 부분이 가장 아팠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그는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는 어떤 오두막 안에 있었다.


“오, 일어났구먼.”


마리우스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한 노인이었다.


“여기가......어딥니까?”


“당연히 내 집이지.”


“그......어떤 지역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원래부터 여기서 살았으니까.”


“그게 대체 무슨......”


그때 집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점심 드실 시간......앗, 깨어나셨군요!”


마리우스보다 약간 어려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천족이었다.


“이 집의 주인입니까?”


“주인은 할아버지. 저는 그냥 손녀예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여기가 어딘지 알려주십시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긴 천계가 맞습니까?”


“그게 말이죠......좀 설명하기가 곤란한데, 사실 여긴 천계도 마계도 아니에요. 정확히는 그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는 곳. 여신 미네르바도 그 존재를 모르는 곳이 바로 여기에요.”

여자는 생긋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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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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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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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외부인 - 6 +1 20.07.17 97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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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4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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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5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7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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