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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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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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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1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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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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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지평선 너머 - 6

DUMMY

마리우스가 다음으로 찾은 것은 1층의 창고였다. 우디스의 말에 따르면 창고 안에는 마석을 비롯해 함선 비행에 필요한 각종 가재도구가 쌓여 있었다.


“들어갑니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창고의 문을 열었다. 창고 안에는 먼지가 자욱히 쌓여 있었다.


“사제님, 아까 빛을 밝혀서는 안 된다고 했죠?”


“네. 놈들은 빛을 보고 쫓아와요.”


“그러면 도구들을 어떻게 찾지......”


“제가 할게요.”


암살자가 말했다.


“마력 감지로 찾으면 필요한 것 몇 개를 골라낼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에 사제님과 마리우스님은 절 지켜주세요.”


그는 창고의 깊숙한 곳 안으로 들어갔다. 물건들을 뒤지느라 창고 안에서는 큰 소리가 났다.


“사제님, 소리를 내는 건 괜찮은 겁니까?”


“네. 놈들은 소리에는 잘 반응하지 못하거든요.”


암살자는 10분이 넘도록 계속해서 마석을 찾았다.


“암살자님, 아직 필요한 건 못 찾은 겁니까?”


“네. 마력 감지만으로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급하게 마리우스를 불렀다.


“마리우스, 여기 뭔가 발견했어요.”


그는 그의 옆으로 갔다. 하지만 쓸모 있어 보이는 물건은 없었다.


“마석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만.”


“어라?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으아아악!”


갑자기 그는 자리에 넘어졌다.


“암살자님! 괜찮으세요?”


마리우스는 곧바로 칼을 빼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온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 크크크큭. 농담이에요, 농담. 너무 심심해서 장난 좀 쳐봤어요.”


“암살자님,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미안해요. 빨리 찾아볼......어어어?”


갑자기 암살자는 몸의 중심을 잃더니 그대로 나자빠졌다.


“이러지 마세요. 지금 저희 한시가 바쁘다고요.”


마리우스는 짜증이 난 듯 그에게 쏘아붙였다.


“......암살자님?”


그는 반응이 없었다. 워낙에 어두운 탓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사제님, 불 잠깐만 킬게요.”


마리우스는 후레쉬를 최소 밝기로 하여 작동했다.


암살자의 얼굴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온 몸에는 무언가에 베인 듯한 상처가 가득 있었다.


마리우스는 천천히 사제 쪽으로 다가갔다.


“사제님......”


“암살자님이 죽은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뭔가를 찾는 건 무리일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다 망쳐버려서......”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애초에 여기에 오자고 한 건 그 나이 든 기사님이잖아요.”


“우디스는 저를 믿고 팀원들을 맡겨줬는데, 제가 허무하게 그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같이 싸워달라고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자세한 건 나가서 얘기해요.”


그들은 창고에서 나갔다.


“저기 마리우스님, 이쪽으로 가는 길이 맞나요?”


사제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들은 꽤 오랜 시간을 걸었지만, 아직 1층의 중앙 로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요. 분명 이쪽 길이 맞았는데......”


복도는 갈수록 복잡해져 갔다. 복도의 양 옆에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교실들이 늘어서 있었고, 창문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합니다. 저희는 위층으로 올라온 기억이 없는데, 여긴 한 3층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님, 저 무서워요.”


“금방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버텨 주십시오.”


그때 저 앞에서 쿵쿵거리며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사......살려주세요!”


사제는 그대로 뒤로 돌아 도망쳤다.


“사제님! 혼자 떨어지면 안됩니다!”


마리우스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마리우스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위로 올라가 우디스의 팀과 합류하려 했지만, 계단이 어디 있는지도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일을 망쳤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곧 절망은 사라지고, 그 대신 대원들을 잡아간 정령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마리우스에게는 슈트가 있었다. 그는 유저와 같은 특권을 지닌 자신이 고작 유령 따위에게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는 사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정신체는 물리적으로 죽일 수 없으나, 그것의 본체를 찾기만 하면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지금 복도에서 헤매고 있는 것 역시 정신체의 공격에 의한 효과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은 무의미했다.


마리우스는 천장을 파괴한 뒤 위로 올라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만약 자신이 1층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면, 2층을 공격하는 것은 우디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는 역으로 아래를 공격하기로 했다. 마리우스는 슈트의 무기 중 레이저 포를 가동했다. 오른쪽 팔을 내밀자 슈트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예상대로 아래에는 공간이 있었다. 그것이 정말로 학교의 지하인지, 아니면 정신 공격으로 인한 마리우스의 상상일 뿐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학교의 지하는 각종 발전 설비를 비롯해 기계 장비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몇몇 기계들은 미약하게나마 작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만약 자신이 살아남는다면 지하의 물건들을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하 1층의 복도를 걷다보니 저 앞쪽에 폐기물 처리장이라고 쓰인 곳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강렬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슈트를 입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폐기물 처리장의 문을 열었다. 거대한 공간 안에 각종 기계들과 쓰레기들이 모여 있었다.


마리우스는 슈트의 불을 킨 뒤, 인사치레를 할 겸 로켓을 쏘았다. 처리장 내부가 진동하며 곳곳에 불이 붙었다.


“사제님!”


저 멀리 사제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리우스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슈트를 비행 모드로 바꾸었다.


그 순간 사방에서 정령들이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엘리시온에서 봤던 순한 정령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랫동안 굶주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놈들은 극도로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령 하나가 슈트의 발을 물었다. 마리우스는 재빨리 검으로 정령을 베어냈다. 사제의 말과는 다르게 그 정령은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소멸했다.


마리우스의 주위로 몰려드는 정령들은 수십 마리가 넘었다. 그는 리볼버로 정령 두 마리의 머리를 터트린 뒤, 칼로 눈앞의 적들을 베어 넘겼다.


사제 앞에 가까이 가니, 그녀의 뒤에 거대한 살점이 보였다. 그 살점 곳곳에는 눈알이 붙어 있었고, 그 눈들은 모두 마리우스를 쳐다보았다.


마리우스는 그 육편이 바로 자신의 대원들을 공격한 정신체의 본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샷건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소환한 뒤, 폭발 탄환을 장착했다.


“제법이지만 나한테는 안 돼.”


총에 맞은 본체는 잠시 동안 고통스러워하더니 곧 안에서부터 폭발해 산산조각이 났다.


“사제님, 구하러 왔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죠.”


사제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서 있었다.


“사제님, 이제 괜찮습니다. 제가......”


갑자기 그녀의 목이 180도 꺾였다. 마리우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경악해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끝없이 피눈물이 흘렀고,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빨은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제님! 빌어먹을, 설마 당신도 당한 겁니까!”


“난 당하지 않았어요. 이게 원래 내 모습. 이제까지 수고 많았어요.”


그녀의 몸 곳곳에서 거대한 촉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 촉수들은 마리우스의 슈트를 휘감았다.


“비상, 슈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브가 말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봐! 저딴 놈에게 질 순 없다고!”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슈트에서 탈출하십시오.”


하지만 촉수는 점점 더 강하게 그를 조여 왔다.


“이렇게 강할 줄이야......”


“속아줘서 고마워. 이토록 강한 녀석은 처음 봐. 인간 주제에 계승자보다도 훨씬 더 강하다니. 널 섭취하면 난 누구보다도 강해질 거야. 그리고 여기서 탈출하는 거지. 천족도, 마족도 전부 내 손아귀 안에 떨어질 거야.”


그녀는 다시 사제의 얼굴로 돌아왔다.


“넌 영원한 쾌락 속에서 내 일부가 되는 거야.”


마리우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가문은 오랫동안 사제로서 마족과 싸워왔고, 가족의 구성원 모두가 계승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딸을 달래보기도 하고 야단치기도 했지만, 그녀는 사소한 상처 하나도 치료할 수 없었다.


반면 그녀의 두 오빠는 능숙하게 치유 마법을 사용했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대학교에서 의학까지 마스터한 뒤 계승자 선발 시험에 통과되었다.


반면 소녀는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발전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서서히 딸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남아있었던 부모는 딸에게 돈을 주었지만, 여자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결국 집을 나왔다.


그녀는 천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벌기 위해 허드렛일을 했다. 한 번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매춘을 시도했으나, 하필이면 첫 손님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으며, 그를 막다가 실수로 손님을 죽이고 난 이후로는 수배령이 떨어져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우연히 흑마법을 쓰는 비밀결사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그녀를 아지트로 데려온 흑마법사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흑마법을 사용해 매춘을 하러 온 손님을 죽였으며, 그 재능은 천 년에 한 번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흑마법은 육체를 강화하거나 바람을 불게 만드는 일반적인 마법과는 다르게, 상대를 죽이거나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에 특화된 마법이었다. 그 위험성으로 인해 천계와 마계 모두에서 금지되었으나, 금지된 마법이 으레 그렇듯 수많은 계승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아지트는 천계와 마계 중간쯤에 있는 격전지의 땅 밑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두운 지하에서 매일같이 흑마법을 연구하며 천족과 마족의 전쟁을 자신들의 힘으로 종결시키려 했다.


처음 여자는 흑마법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들은 여자에게 자신들 밑으로 들어올 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그녀가 자신들에게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흑마술 협회에 들어간 이후에도 그들은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법은 무척 잔혹했지만, 같은 구성원들끼리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특히나 인정받는 존재가 되었다. 여자의 흑마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고, 협회의 계승자들은 그녀가 천마전쟁을 끝내줄 희망이라 여겼다.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암흑 사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녀는 계승자가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인간은 한 번만 죽으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며, 싸움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계승자가 되어야 했다.


흑마술 협회는 마족에서 개발중인 신기술에 주목했다. 그들은 더 많은 계승자를 찍어내기 위해 마신 데브칸의 축복 없이도 계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 중에 있었으며, 최근에는 천족에서 전향한 한 여자를 마족 계승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협회는 마족 측의 첩자와 거래하여 그 기술을 얻으려는 시도를 했다.


계승자 변환 기술은 꼭 암흑 사제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 출신의 협회원들에게도 유용했는데, 천족과 마족의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 없는 그들이 제 3의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승자가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거래는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돈을 받은 첩자는 설계도를 넘겨주었으며 협회에서는 곧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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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1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90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8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7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5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9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6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6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5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0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2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6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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