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40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08 23:35
조회
109
추천
5
글자
12쪽

아르카다 원정대 - 6

DUMMY

괴수 연구 보고서 5번째


괴수들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발할라 정부는 이들을 고대 신화속의 등장하는 괴수의 이름인 ‘게리온’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군대를 투입해 그 괴수들과 싸울 것을 명령했다. 이제 괴수 조사 업무는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마족의 신 데브칸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제 상층부가 괴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게 되면서, 괴수 조사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괴수 연구 보고서 6번째


최악의 상황이다. 발할라에 괴수들이 침입했다.


괴수 연구 보고서 7번째


마지막 보고서를 쓴지 5개월이나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발할라는 괴수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그들은 외곽 지역에서 균열을 통해 대규모로 이 땅에 소환된 뒤, 도시 주변의 결계를 비집고 들어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기에 수도 방위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발할라의 중심부에 있는 영혼석이 파괴된 건 너무나도 큰 피해였다. 영혼석이 파괴된 상태에서 죽은 수천 명의 계승자들은 다시 부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마족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주신 데브칸의 죽음이다. 그는 수백 년간 마족을 수호해 왔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발할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나, 도시 전체를 뒤덮는 게리온을 이기지 못했다.


난 비겁하게도 피난용 비행선에 몰래 탑승해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나에겐 영혼석도 없다. 이제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피난선 안에 탄 몇몇 마족들은 공포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괴수 연구 보고서 8번째


살아남은 마족들은 막데부르크로 이동해 임시 망명 정부를 세우기로 했다.


천족은 계속해서 격전지와 마족의 외곽 요새를 공격하고 있다. 몇몇 마족 고위층은 괴수가 천족의 생체병기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천족 역시 그 괴생물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 만약 그들이 괴수를 만든 존재라면, 외곽 쪽을 치느니 과감하게 중심 도시로 돌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마족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데브칸이 죽으며 그의 축복 역시 크게 약해졌고, 계승자들의 전투력 역시 약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적어도 정면 대결에서는 괴수에게 밀리지 않았지만, 이젠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몇몇 계승자들은 인간 시절의 전술을 다시 부활시켜 괴수와의 싸움에 활용하고 있다.


괴수 연구 보고서 9번째


이제 마족은 사실상 전쟁에서 패배했다. 천족은 너무나 손쉽게 고립된 마족의 성들을 점령했다. 발할라와 울프치니크, 엘더작센이 모두 천족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우리들은 막데부르크에서 어떻게든 마족의 수명을 이어나가려 하고 있지만, 승리는 고사하고 살아남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많은 마족들은 아예 천족에게 항복하자고 한다. 노예로 사는 게 괴수들에게 몸이 찢겨나가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것이다. 나 역시 여기에 동의한다. 끝까지 싸우자고 하는 사람들은 마족을 살릴 다른 방도를 갖고 있지 않다.


천 년이 넘는 싸움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려 하고 있다. 우린 대체 뭘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싸워 왔단 말인가? 어차피 외계에서 온 괴수들이 우릴 전부 죽일 텐데.


*****


“잠시 후 울프치니크에 도착합니다.”


마리우스는 창밖을 보았다. 폐허가 된 건물들과 남아있는 마족의 도시, 그리고 아직까지도 복구되지 않은 전쟁의 흔적들이 보였다.

공중 선착장에 멈춘 비행선은 홀연히 다시 떠나갔다. 10중대원들은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중간 중간에 일을 하고 있는 마족들이 보였다. 그들은 패배자의 얼굴을 한 채로 묵묵히 밭을 갈고 있었다.


“어딘가 불쌍해 보이네요, 저 사람들.”


줄리아가 말했다.


“불쌍하긴, 전쟁에서 졌으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 오히려 엘리시온 정부는 너무 유순해서 탈이야.”


가이우스는 또다시 그녀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저 사람들은 우리에게 패배한 사람들이 아니야.”


마차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급대원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중대장이라는 걸 알아챘다.


“울프치니크는 가장 먼저 괴수가 발견된 곳이야. 바깥의 마족들 중 상당수는 천족이 아닌 괴수들에게 가족을 잃었지.”


이번만큼은 가이우스 역시 할 말이 없었다.


원정대가 도착한 곳은 커다란 숲이었다. 하지만 테디아와는 다르게, 야생 동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 역시 가지만 앙상할 뿐이었다. 간간히 쌓여 있는 눈은 이곳이 바로 마계라고 원정대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대원들은 그곳에 짐을 내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중대들 역시 그곳에 모여 있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괴수 출몰 지역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테오노스가 중대원들을 한 곳에 모은 뒤 말했다.


“각자 훈련 시에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배워뒀을 것이다. 우린 그 훈련 내용에 따라, 괴수들을 추적할 것이다. 이 근방에는 공간이 심하게 왜곡된 곳이 있다. 현지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괴수가 출몰한다고 한다. 즉 천계에 나타난 차원의 균열이 반영구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균열을 ‘고정 균열’이라고 부른다. 아마 저 안쪽으로 두 시간 정도 걸어가다 보면 고정 균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정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돌았다.


“따라서 우리는 그 균열을 찾아 파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그 균열 넘어로 가보는 시도를 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너희들의 전투력이라면 그 괴수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원정에는 미네르바님의 지시에 따라 새롭게 편성된 병과가 투입될 테니, 겁먹지 말고 놈들과 맞서기 바란다.”


중대원들은 저마다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계승자들은 각 중대별로 영혼석에 자신들의 영혼을 묶은 뒤, 그 주변에 강력한 결계를 쳤다. 테오노스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대원들의 준비를 도왔다.


보급대원들 역시 할 일을 했다. 그들은 핸드캐논과 유사하게 생긴 마력 공급 장치를 몸에 매단 뒤, 최종 점검을 마쳤다.


“오, 이 친구들이 보급 담당인가?”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사제가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보급대장 루푸스입니다.”


“그래, 잘 부탁해. 우리 중대의 사제는 총 10명이야. 저기 십자가 로브 입은 사람들 보이지?”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한쪽 구석에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저 사람들만 신경 쓰면, 나머지는 계승자들이 다 알아서 해줄 거야. 너희는 5명이니까 한 명당 사제 2명을 맡으면 되겠네. 기대하고 있을게.”


“네, 몸조심하십시오.”


사제들은 지팡이를, 광전사들은 창을, 기사들은 방패와 검을 들었다.


“출발!”


원정대장의 신호와 함께, 각 중대는 수색 대형으로 펼쳐졌다. 테오노스 역시 검을 빼든 채 중대의 선봉에 섰다.


수색대는 날개를 펼친 뒤, 숲 전체를 살펴보기 위해 앞서 나갔다. 나머지 원정대는 한 시간 정도 숲속을 걸었다. 그때까지 괴수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음, 원래 이 정도면 몇 마리가 튀어나와야 정상인데.”


테오노스가 말했다.


“그러게, 오늘따라 괴수가 안 보이는데. 어디 숨어 있는 거 아니야?”


9중대장 역시 맞장구를 쳤다.


사제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보급대원들 역시 어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뭔가 이상하군요. 금방 나올 것처럼 말하더니......”


루시우스가 마력 공급기를 든 채로 말했다.


“그래도 괴수가 없다는 건 다행 아닐까요?”


줄리아가 물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루함은 생각보다 위험해. 너무 자주 싸우는 것도 안 좋지만,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하면 전투력이 크게 손실되지.”


루푸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사제들로부터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겉으로 지루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차라리 계승자들이 괴수 한두 마리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때 그는 문득 팔찌에 숨겨진 물건들이 떠올랐다. 그 물건들 중에서는 분명 괴수 추적용 마력 계측기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마리우스에게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마력 계측기를 꺼내 약한 마력을 흘려보냈다. 바늘은 쉬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리우스는 무심코 계측기를 세로로 세웠다.


하늘을 가리키게 된 바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한 가운데 꼿꼿이 서 있었다.


테오노스는 괴수가 나오지 않자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전기를 켰다.


“원정대 본부, 여기는 10중대장이다.”


“무슨 일인가?”


“수색대 소식은 아직 없나?”


“그들 역시 딱히 발견한 게 없는 것 같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중대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보급대원 마리우스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변의 보급대원들 역시 하늘을 바라보며 충격을 먹은 채로 서 있었다.


“어이, 거기 보급대원들, 대체 무슨 일......”


하늘을 올려다본 테오노스는 허공에 무언가가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하늘 자체가 왜곡된 듯 같기도 했다.


“어이, 10중대장. 왜 가만히 서 있나?”


원정대장과 다른 중대장은 제자리에 서 있는 테오노스를 보았다.


“원정대장님, 하늘에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좀 더 하늘을 자세히 보았다.


“균열, 균열이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차원의 균열이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균열들이 하늘 위에 생겨나있었다. 기본적으로 투명한 차원의 균열은 하늘에 떠 있는 동안에는 햇빛 덕분에 자동으로 위장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테오노스는 분명 그 균열 사이로 ‘눈’을 보았다. 괴수의 눈이었다. 괴수들은 균열 안에 숨어 밑으로 지나가는 원정대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테오노스가 눈치챈 것을 괴수들 역시 알아챈 듯 했다. 그 괴수들 중 하나가 균열 바깥으로 수색대원의 시체를 던졌다. 시체는 땅으로 떨어지며 서서히 소멸해갔다. 영혼석에서 부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전원! 전투 준비!”


테오노스가 외쳤다.


중대원들은 처음에 모두 당황했지만, 이내 하늘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알아챘다.


차원의 균열은 예전과는 다르게 땅 근처가 아닌 공중에 생겼다. 그리고 괴수들은 원정대를 상대로 함정을 판 것이다. 그것들은 균열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바로 옆을 날아가는 수색대원들만 빠르게 잡아 죽인 뒤, 최적의 상황이 다가올 때까지 원정대가 그냥 지나가게 놔둔 것이다.


하지만 원정대가 이를 눈치 챈 이상, 이제는 양측 모두 한 쪽이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중대 역시 어떤 상황인지 눈치를 채고 싸울 준비를 했다. 사제들은 다른 계승자들에게 힘을 증가시키는 마법을 걸었다.

괴수들은 균열 바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백 마리가 넘는 괴수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들 중 몇몇은 땅에 떨어져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인간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대원들에게 돌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6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0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