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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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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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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3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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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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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외부인 - 4

DUMMY

“아직 절망에 빠지기는 일러.”


원정대장이 말했다. 그의 주변에 모든 울프치니크 점령군 사령관들과 원정대의 중대장들이 모였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테오노스는 분명 진실을 알고 있을 거야. 다만 그것이 너무 충격적이라 말할 수 없는 거겠지.”


“테오노스를 끌어당긴 건 뭔지 아십니까?”


제1 점령군 사령관이 물었다.


“몰라. 하지만 특정 생명체라 보기 어려운 건 확실하다.”


“어째서입니까?”


“만약 생명체라면, 곧바로 밧줄을 끊으려 시도했겠지. 무엇보다 10중대장의 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그럼......대체 왜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도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린 여기까지 왔어. 괴수들에게 밀리지 않았을 뿐더러, 일시적이지만 균열 내부로 침투하는 데까지 성공했지. 이 정도만 해도 마족들에 비하면 충분히 잘한 거야.”


“......”


“이만 해산하지. 의사들은 그가 깨어나면 바로 알려주도록.”


마리우스는 동료 대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마계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날씨도 선선하고.”


줄리아가 파스타를 우물대며 말했다.


“그러게, 나중에 결혼하면 마계로 넘어와서 살까?”


가이우스의 말에 줄리아가 약간 얼굴을 붉혔다.


“어이 어이, 너희들 지금 분위기가 왜 그래?”


루푸스가 장난스런 얼굴로 말했다.


“한창 좋을 때 아니겠습니까.”


루시우스도 거들었다.


“아, 아니에요, 저희는 아직 그 정도는......”


줄리아는 차마 부정은 하지 못하고 친한 친구 사이라며 애써 둘러댔다.


“그런데 어쩌다가 친해진 거야? 원래 사이 안 좋았잖아.”


“그......저번에 구해준 이후로 얘기해 봤는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랄까......”


“줄리아 씨는 은근 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군요.”


루시우스가 말했다.


“이 커플을 어찌하면 좋을까. 마리우스, 어떻게 생각해?”


마리우스는 아까부터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중이었다.


“뭐......원정대원 간 연애 금지 조항 같은 게 없다면,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우리가 너무 끼어드는 것도 불편해 할 테니까. 이렇게 된 거 둘만의 시간을 갖게끔 먼저 일어나 줘야겠구먼.”


밥을 먹은 세 명의 남자들은 성 안을 천천히 걸었다.


“마리우스, 무슨 일 있어?”


루푸스가 물었다.


“아니요, 딱히......”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길래. 또 어디 다친 건가 싶었지.”


“사실 중대장님 생각을 했습니다. 대체 어딜 갔길래 그렇게 된 건지......”


“그러게. 괴수들이 사는 세계는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한 곳이겠지. 괴수에 대해 우린 아는 게 너무 부족해.”


“그러고 보면 포스마린님은 어느 정도 괴수에 대해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사실 저번에 괴수 시체를 해부하다 폭발 사고가 났을 때도, 그분이 위험하다고 말리는 걸 무시하고 진행하다가 다친 겁니다. 다만 제가 무례를 범한 터라 이것저것 물어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전 그분이랑 몇 번 대화해본 적이 있는데.”


루시우스의 말에 둘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얘기요?”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 괴수에 대한 거랑,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요. 예전에 천마전쟁에서 꽤 큰 공을 세운 것 같던데, 의외로 괴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괴수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까?”


“네. 본인도 여기 와서 괴수를 처음 본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한데, 분명 그 때의 태도는 괴수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인간들에게 중요 정보를 밝히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지.”


“그런가......”


마리우스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나랑 루시우스는 한잔 더 할 건데. 너도 갈래?”


루푸스가 물었다.


“아니요, 오늘은 좀 피곤한 거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자러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들어가 쉬어.”


마리우스는 숙소로 향했다. 그는 스스로가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균열 조사는 지지부진하고, 괴수의 생체 조직을 마력원으로 쓰는 연구 역시 사실상 중단되었다. 어쩔 때는 차라리 괴수와 싸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괴수와 싸우는 건 그가 아닌 계승자들이었지만, 마리우스는 자꾸만 자신을 그 계승자들과 겹쳐 보았다.


“마리우스 씨?”


마리우스가 골목길로 들어서고 잠시 후,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밤이라 그런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코트를 입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구시죠?”


마리우스는 그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는 순간, 그의 손끝에 서려있는 마법의 기운을 느꼈다. 수면 마법이었다.


“당신 대체 뭐 하는......”


마리우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코트를 입은 남자는 그를 재웠다.


“으으윽......”


마리우스는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가 어디야......”


그는 눈 앞에 창살이 처진 것을 보았다. 감옥이다. 그는 감옥에 갇힌 것이다.


마리우스는 이 세상은 도저히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무슨 죄를 지었길래 감옥에 보낸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사이, 한 남자가 지하 감옥으로 내려왔다. 그는 분명 전날 마리우스를 불렀던 사람이었다.


“음, 일어났구만.”


“뭣 때문에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전 그냥 일개 병사입니다. 계승자도 아니라고요. 절 고문해봤자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다만 순순히 따라올 것 같지는 않아 조금 과격한 방법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 남자는 의외로 예의바르게 감옥의 문을 열어주었다. 마리우스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를 따라갔다.


지하 감옥의 위는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리우스는 그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생귀니움......!’


벽면의 문양들은 분명 마리우스가 바이젤과 함께 생귀니움 신전에 잠입했을 때 보았던 형태와 똑같았다.


마리우스는 화려하게 꾸며진 교주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교주님, 마리우스를 데려왔습니다.”


“수고했어, 이제 나가봐.”


커다란 식당 안에 둘만 남게 되었다.


“뭐 해? 앉아.”


마리우스는 의자에 앉았다. 눈앞에는 각종 해산물과 고기, 값비싼 야채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내 이름은 그라쿠스야. 반가워.”


“남자입니까?”


“설마. 그냥 이름이 남자다운 거지. 자,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싫습니다.”


“왜? 독이라도 탔을까봐?”


그녀는 포크로 새우 하나를 찍어 먹었다.


“그게 아니라, 수면 마법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속이 심하게 울렁거려서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실례를 했네.”


그녀가 스테이크를 써는 동안에도 마리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궁금한 것도 없어?”


“물어봤자 진실을 말해주진 않겠죠.”


“확실히 패기는 있네. 마음에 들어.”


“절 괴수의 제물로 바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여신 미네르바가 직접 주관하는 원정대의 대원은 아무리 인간이라 한들 천족의 핵심 보호 대상. 이미 수많은 계승자들이 저를 찾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뭐든지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그 망할 괴수들이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겠군요. 괴수를 이 세계에 풀어놓는 건 미친 짓입니다. 당신들이 게리온이라고 부르는 그 존재들은, 가장 충성스러운 신도조차 한낱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흐흐흐,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다행이네. 아직 진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참 부럽네요, 남들이 모르는 걸 혼자만 알다니. 리더로서의 태도가 훌륭합니다.”


“당연히 나만 알아야지. 한 명이라도 진실을 알면 날 따르지 않을 텐데.”


“당신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든 제 알 바 아닙니다. 당신은 여기에 절 가둘 권리가 없으며, 제 때에 풀어주지 않는다면 계승자들의 심판이 있을 뿐입니다. 제 말 알아들었으면 이만 풀어 주시죠. 요구를 들어준다면 위치를 알리지는 않겠습니다.”


“위치를 알리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문제야. 여기를 파괴하면 내가 눈 하나라도 깜짝할 것 같니? 아 참, 널 데려온 그 친구를 잃는 건 좀 슬픈 일이긴 해. 유능한 부하니까. 하지만......지금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넌 죽는 순간까지 후회할 걸.”


마리우스는 고민이 되었다. 교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이용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호기심이 그의 경계심을 억눌렀다.


“하지만 난 걱정 안 해. 넌 호기심이 강해서 물어보지 않고는 못 배길걸?”


마리우스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몹시 불쾌했지만, 애써 괜찮은 척 했다.


“제가 호기심이 강하다고 어떻게 단정 짓는 겁니까?”


“왜냐하면......너는 이 세계가 만들어낸 오류니까.”


“제가 오류라고요?”


“그래. 넌 오류야. 잘못 만들어진 존재.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어.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해. 넌 신의 뜻에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전 미네르바의 뜻에 거역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미네르바가 아니야. 그녀는 그냥......좀 강한 마법사일 뿐이지. 밤하늘을 올려다 본 적 있어?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과연 인간이 사는 세계가 여기 하나일까?”


“뭐 찾아보면 우리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는 행성도 몇 개 있겠죠. 하지만 그게 신에 대항하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이제야 말이 통하네. 난 신에 대해 알고 있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왜 우릴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지. 그는 우리를 일개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어.”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죠. 어린아이들조차 장난삼아 개미를 죽이는데, 신이 뭐든 못하겠습니까? 문제는, 당신의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 신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인간을 만들었는지 증명할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왜 없어? 이제까지 수도 없이 만나 봤잖아.”


“괴수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 괴수들은 모두 신의 창조물이야. 물론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 그럼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겠지. 뭣하러 그 괴수를 만들어냈는지 말이야.”


“신이 장난삼아 우리를 만들고, 장난삼아 멸망시키기 위해 그 괴수를 만들어냈다는 겁니까?”


“음......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진지하게 멸망시키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장난인지는, 어찌됐건 그 괴수들은 이 세계에만 존재하지 않아. 이 우주에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괴수의 침공을 받고 있지.”


마리우스는 그녀의 말에 별다른 증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비논리적인 일이었지만, 마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 교주에게 신뢰가 갔다.


“뭐 당신 말이 맞다 치더라도, 괴수를 이 땅에 풀어놓는 것은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에게 맞선다면 천족과 함께 괴수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무의미해. 우리 모두가 신에 의해 창조된 이상, 그가 설정해놓은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어. 유일한 해답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시 시작한다면......”


“그래,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신세계를 만드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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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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