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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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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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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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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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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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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부인 - 7

DUMMY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엘리시온 정부는 신속하게 괴수에 대응했다. 과거 마족과 맞서 싸웠을 때처럼, 정부는 신속하게 물자를 생산해 전선으로 보냈고, 성벽에 다시 마력 대포를 달았다.


여기에 더해 정부에서는 정령들을 풀어 괴수가 튀어나오는 균열을 추적하기까지 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천족은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괴수의 정체에 관한 조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아르카다 원정대뿐만 아니라 천족의 주요 학자들이 몰려와 균열 너머를 조사했으나, 하나같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자살하거나 병원에 실려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정대의 균열 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역시 상당히 늘어났다. 어차피 괴수들은 그냥 적일뿐이고, 그렇다면 모조리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원정대가 출동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천계에서 온 계승자들이 괴수들과 맞서는 동안, 원정대는 무료하게 성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몇몇 계승자들은 원정대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더 이상 무의미한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정대 지휘부는 처음에 그들을 처벌하려 했으나, 가면 갈수록 내부의 동요가 심해지는 것을 알고는 한 번 대대적으로 원정대 탈퇴 신청과 더불어 새로운 가입 신청을 받았다.


마리우스가 속했던 10중대에서도 탈퇴자들이 꽤 많이 나왔다. 보급대원들은 꿈을 갖고 들어온 원정대가 내부로부터 붕괴하는 모습을 보았다. 가이우스 역시 처음에는 탈퇴를 생각했으나, 줄리아의 만류로 어찌어찌 남아있기로 했다.


마리우스는 그 모든 상황을 그냥 지켜보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는 너무 튀는 행동을 많이 했고, 섣불리 그 갑옷을 꺼냈다간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아공간 형성 가방을 침대 밑에 꽁꽁 숨겨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게리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균열 너머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정말 그라쿠스의 말대로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창조주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걸까?


마리우스는 생귀니우스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과 함께하는 것 외에는 호기심을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울프치니크 성 근처에 균열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리우스는 내심 기뻐했다.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은 다른 계승자가 아닌, 마족의 어린이였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마리우스가 혼자서 성 안을 거닐고 있었는데, 한 남자아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괴수가 나타나는 균열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과거 테디아에서 바이젤이 구했던 꼬맹이처럼, 부모가 생귀니움에 빠진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성 뒤편의 산 보이시죠? 산 입구에서부터 큰길로 한 30분 정도 올라가다가 보면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때 왼쪽으로 꺾어 30분 정도 더 가면 균열이 있어요.”


“넌 그걸 어떻게 알았니?”


“저희 집은 산에서 약초를 캐거든요. 근데 요즘은 부모님이 다 예배 때문에 일을 안 해

서 제가 대신 산에 가고 있어요.”


“혹시 그곳에 천족 군인들이 있지 않았니?”


“없었어요. 제가 방금 보고 돌아오는 참인데요.”


마리우스는 본능적으로 이것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균열 안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말 다행으로 향후 일주일 동안은 부대 재정비를 위해 원정대는 성 안에서 대기하도록 되어 있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전투는 다른 계승자들이 해 줬기 때문이다.


“왜 이 얘기를 나한테 한 거지?”


“형은 엘리시온에서 온 원정대 맞죠? 어렸을 때 천족은 적이라고 배웠지만, 지금은 괴수를 대신 처치해 주고 있잖아요.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렇군. 제대로 신고해줘서 고맙다.”


“참, 그거 아세요? 저희 부모님이 다니는 신전에서는 괴수를 게리온이라고 부른대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그것도 처음 듣는데. 오늘 많은 걸 알았구나. 고마워.”


그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의 상황은 정말 우연 그 자체였다. 성 근처에 균열이 종종 생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계승자들의 감시를 벗어난 곳에 생겼을 줄이야.


그는 곧바로 숙소 안으로 들어와 가방을 챙겼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정문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의심을 받을 게 분명했지만, 경비병이 없는 곳은 나가기에 너무 높았다.


마리우스는 침착하게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이번에는 덩굴이 아닌, 좀 더 두꺼운 나무줄기를 소환했다. 나무는 빠르게 자라며 마리우스를 들어올렸다. 그는 자신의 몸을 나뭇가지와 잎으로 덮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사람은 없었다. 어느샌가 마리우스는 3m가 넘는 높이를 올라갔다. 밑을 내려본 그는 순간 겁에 질렸지만, 곧 성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성벽 위에 올라선 뒤 나무를 소멸시킨 뒤, 성 밖에 다른 나무를 생성해 자신을 내리도록 했다.


산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었다. 마리우스는 최대한 사람이 다니는 길을 찾으며 산을 올랐다.


근처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는 움츠러들었다. 이제 옆에는 바이젤이나 다른 계승자는 없었다. 만약 두 마리 이상의 괴수와 마주한다면 그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마리우스는 마력 계측기를 괜히 테오노스에게 줬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직 소년에게 들은 말에 의지해서만 산을 올랐다.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보이자 마리우스는 왼쪽으로 꺾어 나아갔다.


아까보다 길은 더 험해졌다. 발을 삐끗하면 저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마리우스가 혹시 자신이 길을 잃은 게 아닐 까 생각할 때쯤, 저 멀리 균열이 보였다.


그는 균열 근처로 다가갔다. 균열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가방을 열어 갑옷을 꺼냈다.


‘이건 어떻게 입는 거지......?’


갑옷은 마치 커다란 철제 인형처럼 되어 있어서, 그 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딘가에 분리 버튼이 있는 게 아닐 까 싶어 갑옷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 망할 갑옷 놈아. 어떻게 입어야 되는 건지 좀 알려줘라.”


“파워 슈트 가동. 신원 확인을 위해 가슴에 있는 인증 창에 지문을 입력하십시오.”


“뭐, 뭐야?”


마리우스는 놀라 뒤로 자빠졌다. 분명 목소리는 갑옷 안에서 나왔다. 갑옷에는 불이 들어왔다. 분명 그는 어떤 식으로든 갑옷을 작동한 것이다.


그는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은 뒤 갑옷에게 물었다.


“지문을 갖다 대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아무 손가락이나 대면되는 거야?”


갑옷이 말이 없자 그는 검지손가락을 갖다 댔다.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하란 대로 했잖아? 손가락을 갖다 댔다고.”


잠시 생각하던 마리우스는 이번에는 엄지를 갖다 댔다.


“인증에 성공했습니다. 환영합니다. 아피우스 마리우스 님. 이제 헬멧을 분리하십시오.”


“헬멧이 뭐야?”


이번에도 갑옷은 말이 없었다. 마리우스는 열이 뻗쳤지만 최대한 화를 참았다. 그는 자칫하다간 갑옷이 자신을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헬멧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어?”


“왼쪽 허리의 작은 빨강색 레버를 잡아당기십시오.”


정말로 갑옷의 등 쪽에 작은 레버가 있었다. 그가 그것을 잡아당기자 투구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났다.


마리우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구를 들자 정말로 갑옷과 분리되었다.


“이제 슈트를 분리하십시오.”


“슈트는 어떻게 분리할 수 있어?”


“오른쪽 허리의 작은 노랑색 레버를 잡아당기십시오.”


갑옷의 말대로 하니 정말 갑옷이 기묘한 형태로 펼쳐졌다. 마리우스는 직감적으로 그 갑옷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펼쳐진 갑옷 안으로 들어가니 자동으로 갑옷이 다시 닫혔다. 살짝 갑갑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철제 갑옷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헬멧을 착용하십시오.”


마리우스가 투구를 쓰자 눈앞에 이상한 글씨들이 나타났다.


“뭐, 뭐야 이건 또?”


“인터페이스 언어를 설정하는 동안 기다리십시오.”


잠시 뒤 화면에는 마리우스에게 익숙한 글자가 나타났다.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임무? 임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한 내용은 도움말을 참조하십시오.”


“그래, 알았어. 도움말 참조 시작. 이 갑옷......아니 슈트는 어떻게 쓰는 거야?”


“원하시는 기능을 말씀해 주십시오.”


“보호막 형성 기능 같은 건 없어?”


“존재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마리우스는 살짝 실망감이 들었지만, 더 이상 주저할 수는 없었다. 슈트를 입자 확실히 힘이 세진 듯 했으나, 괴수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젠 더 늦기 전에 균열 안을 탐험해야 했다.


“좋아, 가보자고.”


그는 균열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는 몇 발자국 어둠 속을 걸었다. 주변은 오직 어둠뿐이었다.


‘여기가 괴수의 본거지......“


그 순간, 갑자기 땅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아악!”


마리우스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끝도 없이 떨어졌다.


그는 우주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주변에 그가 잡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위아래, 앞뒤를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마리우스는 균열 안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면 그 역시 미쳐버릴 게 분명했다.


“살려줘! 빌어먹을, 살려달라고! 슈트, 생존을 위한 기능은 없나?”


“비행 장치를 작동하겠습니까?”


“그래, 그래!”


그 순간 마리우스의 등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마리우스는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엄청난 속도에 압박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끝없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날고 있어. 내가 날고 있다고. 계승자보다도 훨씬 더 빨라! 속도, 속도를 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왼팔 위의 조절 장치를 누르십시오.”


정말로 왼쪽 팔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속도가 느려졌다. 그는 적당한 속도로 설정한 뒤 앞으로 나아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는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빛이 있었다. 그것도 수없이 많은 빛이.


“저 빛들은 다 뭐야?”


“해당 세계에 대한 설명을 원하십니까?”


“세계라니?”


슈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테오노스가 균열에서 나온 직후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세계......”


마리우스는 더 이상 넘어선 안 될 선을 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부모가 정해준 삶을 살기를 거부했고, 바이젤을 따라 무모한 모험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더 무모한 원정대에 합류했다. 일단 시작한 이상, 그는 반드시 세계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야 했다.


“설명을 듣고 싶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세계에 대해 설명해줘.”


“알겠습니다. 우선 관람을 위해 그곳까지 비행하겠습니다.”


슈트는 저절로 방향을 틀더니 가까운 불빛으로 날아갔다.


점점 가까이 갈수록 그 빛은 거대한 행성으로 변했다. 그곳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마침내 진실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방금 전의 두려움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를 살피고자 하는 열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세계를 관측하는 동안 유저님의 존재는 저들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유저가 대체 무슨......아니 아니다. 계속 얘기해.”


“그러면 61번 세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61번 세계는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를 기반으로 한 세계로, 유저는 각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 그곳의 장수나 군주가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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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42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5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 외부인 - 7 +1 20.07.18 97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6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10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20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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