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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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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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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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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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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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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아르카다 원정대 - 4

DUMMY

괴수 연구 1번째


울프치니크의 한 시골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괴수에 의해 마족 주민 몇 명이 죽었다.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본 결과 그들의 몸에는 심한 상처가 나 있었으며, 다리나 팔 한 쪽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목격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일반적인 야생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흉포함을 보여 주었으며, 식인을 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천계 임무가 끝나고 마계에서 편하게 휴양이나 하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비극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은 없다. 나는 대원 몇 명을 꾸려 조사대를 만들었다.


괴수 연구 2번째


한 달여간의 조사 결과, 울프치니크 뿐만 아니라 마계 전체에서 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은 차원의 균열을 통해 자신들의 본거지에서 이곳으로 넘어온다. 차원의 균열은 최고위 마법사만이 쓸 수 있는 것이기에, 이 괴수들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균열을 만들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들이 왜 마계를 습격하는 것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들은 천족 못지않게 심각한 위협일수도 있다.


괴수 연구 3번째


발할라에서는 괴수의 존재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 결정에 반대했으나, 정부는 괴수의 존재가 바깥에 알려지게 된다면 천족이 그 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을 속이고 싶지는 않지만, 천족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나 역시 할 말은 없다. 지금은 그저 괴수 퇴치에 집중할 뿐이다.

별 것 아니지만 추가로 알아낸 정보가 있다. 괴수 중 하나를 포획해 그것과 의사소통을 시도했으나,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괴수 연구 4번째


울프치니크의 얼음 사막에서 괴수와 계승자간의 대규모 전투가 있었다. 이토록 많은 괴수들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이쯤 되면 괴수가 사실 천족의 생체병기였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측의 계승자들은 수없이 죽음을 반복하고 난 뒤에야 수백 마리에 달하는 괴수들을 퇴치할 수 있었다.


차원에 균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균열은 생겨난 뒤 괴수를 소환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스스로’ 사라진다. 균열이 본래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괴수의 본거지에 있는 누군가가 직접 균열을 열고 닫는 것으로 추측된다.


*****


마리우스는 침대에 누워 바이젤이 남긴 기록을 읽고 있었다. 그녀가 한때 괴수에 맞서 투쟁을 벌였던 곳에, 지금 그를 비롯한 천 명의 원정대가 가려하고 있었다.


그는 며칠 동안 성에서 머물며 보급대원에게 필요한 훈련을 받았다. 물건을 옮기는 것과 장부를 작성하는 것, 비상시에 밥을 익히는 것 등......


전투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마리우스는 교육에 성실히 임했다. 그에게 있어 더 이상 뒤는 없었다. 원정대에 들어간 이상, 성공해서 독립하거나, 아니면 그곳에서 죽거나. 길은 둘 중에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마리우스는 땅 속성의 물건들, 즉 나무로 만들어진 들 것을 마법을 이용해서 들어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의외로 다른 보급대원들은 이 능력을 많이 부러워했다.


종종 훈련이 힘들 때면 마리우스는 성공한 자신의 미래를 떠올렸다. 게리온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뒤, 그것들 중 몇몇을 천계 내에서 사육하는 것이다. 그런 뒤 그 안에서 마력 결정을 빼내어 비싼 값에 팔아먹는다면, 남은 인생을 부자로 살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계승자가 될 수도 있었다.


다른 보급대원들 역시 계승자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여신의 마력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 모두를 계승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를 포함한 인간 대원들은 원정대에 지원한 것만으로 계승자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다고 믿었다.


“원정대원, 전체 집합.”


루푸스가 보급대원 전체를 불렀다.


그들이 간 곳은 테디아 성의 미네르바 신전이었다. 그 신전은 본래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원정대원들을 축복하기 위해 임시로 개방한 것이었다.


강당 안에 1중대부터 10중대까지 모두가 모이자, 그 규모는 상당히 컸다. 마리우스는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마계로 향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원정대의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군가 제창이 있었을 때는 마리우스를 비롯한 보급대원들은 뭐가 뭔지 몰라 입만 뻥끗거렸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신 미네르바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제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저게......여신?’


원정대 앞에 나타난 미네르바는 생각보다 수수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책 속에 나올 법한 화려한 장식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금발의 긴 머리와, 얼굴에서 풍기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은 그녀가 여신임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우선 이번 원정대에 참여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는 오랜 싸움 끝에 마족을 멸하고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위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천계 곳곳에 나타나는 괴수들입니다.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저 역시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이들이 마족에 이은 새로운 천족의 주적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여신의 목소리는 무척 강인했다. 마리우스는 그녀가 왜 여신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수많은 계승자가 점령지 안정과 천계 내의 괴수 퇴치에 힘을 쏟고 있는 관계로, 추가적인 괴수 조사에 인원을 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전 최고의 인재만을 모아 원정대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아르카다 원정대의 목적은, 최초로 괴수가 목격되었다고 알려진 울프치니크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서, 놈들의 비밀을 알아내십시오.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내리는 명령입니다. 이상.”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500여명의 계승자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경례를 올렸다.


출정식으로부터 3일 후, 마침내 그들은 마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아오 진짜, 뭐 이렇게 짐이 많아?”


가이우스는 기차까지 가는 도중에 끊임없이 불평을 했다. 보급대원들은 진지구축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날랐다.


“불평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다들 조용히 일하고 있는데.”


줄리아가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가이우스는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럼 댁이 하시든가, 여자라서 가벼운 걸 옮기면서 무슨......”


“난 여기 마법 장비를 옮겨야 해서, 열심히 하세요.”


마리우스는 가이우스가 조금 안쓰러웠는지, 염동력을 이용해 짐 몇 개를 들어주었다.


“오, 고마워 형씨. 역시 댁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살 만하다니까. 그나저나 마법은 어디서 배운 거야?”


“독학으로요. 어렸을 때부터 땅 속성 마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마법을 배워야 해. 나도 원소술사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여기에 강제로 집어넣었지 뭐야.”


“마법도 좋지만 전 체력이 더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저기 루시우스처럼요.”


루시우스는 검은 피부를 뽐내며 철근 여러 묶음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겉으로만 본다면 그는 이미 계승자나 다름없었다.


“하하, 근력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그때 10중대장 테오노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루푸스가 그에게 경례를 올렸다.


“어때, 물자는 거의 다 실었나?”


“네, 이제 80%정도 끝낸 것 같습니다.”


“좋아, 10중대는 8중대, 9중대와 함께 엘리시온을 거쳐서 울프치니크로 갈 거야. 대원들에게도 알려줘.”


“엘리시온 말입니까? 진짜 거기에 갑니까?”


“기껏해야 하루 묵는 거니까 쓸데없이 기대하지는 말라고 해.”


“엘리시온이 그렇게 대단한 곳입니까?”


마리우스는 루푸스가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지 못했다.


“테디아 성보다 100배는 더 화려하고 거대한 곳이야. 그곳의 인구는 무려 천만 명이 넘는다고.”


루푸스는 눈을 빛내며 수도 엘리시온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사실상 정부의 동의어이기도 한 엘리시온은, 마력 공급을 위해 거대한 고원 위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그곳은 전쟁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족에게 점령당한 적이 없는 요새도시이기도 했다.


“엘리시온에 대해서는 책에서만 봐서, 언젠가 꼭 직접 가보고 싶었습니다.”


루시우스 역시 적잖이 기대가 되는 듯 했다.


“다들 왜 이리 촌스럽게 굴어? 거기도 그냥 같은 도시야. 막상 가보면 좀 더 클 뿐이지, 별 거 없다고.”


“가이우스, 자꾸 분위기 좀 끊지 마세요. 다들 기대하고 있잖아요.”


줄리아는 또다시 가이우스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나머지 셋은 그들을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줄리아 씨는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지만, 이래 봐도 같은 팀이라고. 자꾸 무시하면 곤란해.”


“그러면 무시당하지 않도록 다른 대원들을 좀 본받으세요.”


“그러다가 정들겠네. 그만 좀 싸워요.”


결국 보다 못한 마리우스가 핀잔을 주었다.


“누가 정든다고 그래!”


둘은 동시에 화를 냈다.


“10중대, 전원 탑승!”


보급대원들은 모두 기차에 탔다. 기차......마력으로 움직이는 건 배 외에는 타본 적이 없던 마리우스는, 거대한 철마가 말이나 소가 아닌 마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그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차는 빠른 속도로 들판을 지나갔다. 배나 마차보다도 그 속도는 훨씬 더 빨랐다.


마리우스는 루푸스와 엘리시온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엘리시온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고, 언젠가는 그곳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럼 루푸스 씨도 계승자가 되길 바라는 거군요?”


“꼭 그렇지는 않아. 물론 불로불사가 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끝없이 죽음을 반복하며 싸우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 인생이란 한 번이니까 가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노력할 필요도 없지 않겠어?”


“영혼석이 없으면 계승자도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루푸스 씨는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다른 대원들도 계승자가 되길 바라는 것 같던데......”


“난 이번 인생으로 만족해. 최대한 열심히 살다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죽고 싶어. 물론 그 전에 죽는 건 사절이야. 그러면 자네는 어떤가? 자네야말로 계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벌써부터 마법을 쓸 수 있지 않나?”


“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한 번뿐인 인생에서 목적을 찾는다면 굳이 영원히 살 필요가 없겠지만, 아직 그 목적이란 게 없는지라......저 같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목표가 바로 계승자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아무튼 열심히 해 봐. 혹시 알아? 이번 원정이 끝나면 여신이 너한테 바로 축복을 내릴지.”


둘은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뒷자리에서 가이우스와 줄리아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그때 마리우스는 저 멀리 무언가 높이 솟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다.


탑이었다. 거대한 탑 수백 개가 산 위로 늘어서 있었다. 중간중간 도시를 오가는 공중전함들도 보였다.


“루푸스, 저거 보입니까? 저기가 엘리시온 입니까?”


“그래. 천족의 수도이자 세계의 중심지다.”


마리우스는 그 거대한 도시의 모습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수도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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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6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8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8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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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2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5 6 12쪽
»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1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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