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09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26 13:23
조회
85
추천
4
글자
12쪽

지평선 너머 - 4

DUMMY

마리우스는 분명 이것도 유저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슈트의 뒤쪽이 개방되자 마리우스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헬멧을 단단히 고정한 뒤, 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안녕하십니까, 마리우스님.”


“이브, 오랜만이야. 이왕이면 슈트를 어떻게 소환하는지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슈트의 사용법은 도움말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래. 그렇겠지.”


마리우스는 충분히 높이 올라간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의 대부분은 역시 밤중의 습격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재빨리 남쪽과 동쪽을 둘러보았다. 동쪽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대략 200여명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어찌어찌 괴수들을 물리치고 동쪽 거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그 뒤에 오고 있는 생귀니우스였다. 계승자로 추정되는 신도들이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자 집단은 그들과 싸워 이길 만한 전력이 없었다.


우디스는 온 힘을 쥐어짜내 괴수의 목을 찔렀다. 그 괴수는 과거 과수원을 운영하던 늙은 노파였다.


“편히 쉬십시오, 아주머니.”


“우디스님, 이제 쫓아오는 괴수는 다 처치한 겁니까?”


그를 돕던 계승자 출신 마을 주민이 물었다.


“아마도요. 일단은 여기서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죠.”


“기다린다고요?”


뒤에서 한 여자가 말했다.


“그러면 괴수가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채로 여기서 새로 시작해야 된단 말이에요?”


“진정하시죠, 부인. 정황상 저 괴수들은 에너지 효율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즉 계속해서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으면 알아서 굶어 죽는단 얘깁니다. 그 때가 오면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우디스님, 저기 보십시오!”


한 계승자가 외쳤다. 그가 가리킨 곳에서 생귀니우스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뭐야, 저것들은?”


“계승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 사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우디스는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자세를 보아하니 우호적인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저들은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싸울 준비를 하십시오!”


주민들을 그의 말을 따랐지만, 고속으로 날아오는 생귀니우스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커헉!”


그들은 생존자 집단 주위를 날며 화살을 쏘아댔다. 빈약한 무장의 주민들은 공격을 맞고 허망하게 쓰러졌다.


“개자식들. 주민은 놔두고 나와 붙자!”


우디스가 외쳤다. 그 말에 응하기라도 하듯 두 명의 생귀니우스가 우디스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두 신도의 가슴을 맞췄다. 신도들은 일어나서 싸우려 했으나, 곧바로 그들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굉장하네. 계승자를 한 번에 죽일 수 있다니.”


마리우스는 슈트 안에서 이런저런 무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지연 폭발 탄환은 강한 육체능력을 지닌 인간형 적을 처리하는 데 유용합니다.”


“좋아, 다른 생귀니우스도 마저 처리하자고.”


“비상 무기의 지나친 활용은 제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지금 사람들이 죽고 있잖아.”


“비상 무기가 권장되는 건 사용자가 극복하기 어려운 위험에 처했을 때뿐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마리우스님은 저들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습니다.”


“난 안전하지만, 아래에 있는 주민들은 그렇지 않잖아. 지금도 또 한 명 죽었어! 시간이 없다고.”


“비상 무기를 전개합니다.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무기는 에너지 소드입니다.”


슈트의 오른팔에서 검이 나왔다. 마리우스는 땅으로 내려가 그 검으로 생귀니우스와 맞섰다.


트랜스 슈트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리우스가 검을 휘두르자 계승자의 몸은 두 동강이 났다. 민첩성 역시 크게 증가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속도로 적의 공격을 피했다.


이제 생귀니우스들은 주민이 아닌 마리우스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다섯 명의 신도들이 그를 둘러싸고 마법을 퍼부어댔다.


“이브, 상황이 좋지 않아! 슈트가 부숴지겠어!”


“근접 리볼버를 전개합니다.”


이브의 말에 허리춤에 총이 생겨났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그것을 뽑아 들어 생귀니우스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강력하던 생귀니우스들은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 사방에 널브러졌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설마......너는?”


우디스는 마리우스의 얼굴을 보고 약간 경계했다. 그도 그럴게 평범해 보였던 남자가 갑자기 초현실적인 갑옷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명하기 좀 복잡하지만......이건 제 물건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어찌됐든 고맙네. 덕분에 우리가 살았어.”


“우선 시체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갑시다. 마을 안에는 더 이상 괴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고.”


마을로 돌아온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장례를 치뤄 주었다. 생존자는 총 156명, 원래 주민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다시 처음부터 농사를 짓는 건 가능했으나, 업무를 분담했던 이웃들이 죽어버렸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언제 다시 그 괴수들이 쳐들어올지 몰랐다.


몇몇 주민들은 마을을 벗어나 천계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들은 마리우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족과 마족간의 전쟁은 이제 끝났으니 마족 출신들도 천계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족들은 여전히 천계와 엘리시온에 대해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마리우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우디스가 물었다. 그는 이제 생존자들을 이끄는 이장이 되었다.


“지금 자네는 우리 마을의 최고 전력이야. 그러니 자네의 의견도 들어봐야지.”


“저는......”


마리우스는 약간 망설이는 듯했다.


“말해 보게.”


“이 마을 위에 떠 있는 생귀니움 신전을 공격할 겁니다.”


“생귀니움?”


마리우스는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말했다. 주민들은 천계가 괴수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주도하는 세력의 본거지가 자신들의 위에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면 우린 이제까지 적들의 바로 밑에서 살고 있던 건가. 그걸 평화라고 착각하다니......”


“가능하다면 계승자들이 절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저 혼자서라도 쳐들어갈 겁니다.”


“우린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여기에서 나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싸우고 싶지 않아서인데......”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 주민이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머문다고 해서 영원히 싸움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들의 수법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습니다. 천계에 있을 때에는 사람을 괴수로 변화시키지는 않았는데......무엇보다 본거지가 바로 위에 있으니 원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침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계승자를 모으려 했다. 계승자들은 그의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는 않았다. 마을에는 영혼석이 없었고, 이곳에서는 계승자가 죽을 경우 부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 하겠네.”


우디스가 말했다.


“마리우스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도 전 싸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여야만 합니다. 이제까지는 어떻게든 세상과 단절된 채 살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어요.”


그의 말에 설득된 몇몇 계승자들이 앞으로 나왔다. 마리우스를 포함해 총 10명이 부유섬을 공격하기로 했다.


그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공격 계획을 논의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9명의 계승자들이 마리우스의 슈트에 매달린 채 올라간 뒤, 일정 지점에서부터 비행으로 부유섬을 습격하는 것이다.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 그리고 만약 부유섬에 도달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가?”

우디스가 물었다.


“우선은......신전 내부로 침투해야 합니다. 그 안에는 생귀니움의 교주가 있습니다.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마을을 침공하지 못할 겁니다.”


“그 안에 병력은 얼마나 되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수백 명의 계승자가 있을 겁니다.”


“음......”


우디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너무 위험해. 그 특수 갑옷은 마력으로 움직인다고 했나? 얼마나 오래 지속되지?”


“이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충전할 필요도 없죠.”


“그렇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우린 자네만큼 강하지 않아. 본진을 지키는 수호병이라면 상당히 단련되었을 거야. 우리 실력으론 이길 수 없어.”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부유섬 말이야. 어떤 원리로 나는 거지?”


“아마도 마력으로......”


“그 마력의 근원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모든 물건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그걸 거스른다는 건 상당한 양의 마력을 공급하는 무언가가 신전 안에 있다는 거야.”


마리우스는 과거 군트프리트의 부유섬을 떠올렸다. 그 부유섬 역시 마력이 다하자 땅으로 떨어졌다.


“혹시 마법진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그걸 찾아서 없앨 수 있다면, 적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랬다간 마을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피해야지. 만약 마력 공급원이 타격을 입는다면, 분명 병사들은 그걸 복구하는 데 집중할 거야. 그 사이 자네가 하려고 했던 일을 처리하면 돼.”


“그 방식대로 해보겠습니다. 다만 제 슈트에는 마법진을 없애는 능력은 없습니다.”


“그러면 자네가 길을 열게. 내가 한 번 없애볼 테니.”


작전 계획을 짠 그들은 무기를 더 찾기 위해 마을 회관의 지하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자 지하실의 문이 보였다. 우디스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문이 열렸다.


“이 마을에는 신비한 비밀 하나가 있지.”


우디스가 지하실의 문을 열자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 공간의 한쪽 구석에서는 폭포가 흐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곳은 지하실이라기보다는 다른 세계에 가까워 보였다.


“언제부터 이 공간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내 이해 범위를 넘어선다는 거야.”

그곳에는 추락한 공중전함, 거대한 용의 시체, 고대 문명의 건물로 보이는 것들이 널려 있었다.


“이것들은 대체......”


“내 추측에 의하면, 이곳은 세계의 쓰레기통 같은 곳이야. 차원 이동의 사고로 실종되거나, 전투 중 적에 의해 이계로 끌려간 경우, 그 외에 수많은 이유로 천계나 마계로 순간이동 하는데 실패한 사람이나 물건은 이곳으로 오는 거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때 트랜스 슈트의 불이 깜빡거렸다.


“이브, 무슨 일이야?”


“이곳은 개발이 취소된 유닛이나 필드의 오브젝트를 쌓아두는 곳입니다. 저기에 쓰러져 있는 용은 원래 천족과 마족의 전쟁이 끝났을 시에 새로운 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되고 있던 것입니다.”


“잠깐, 나중에 얘기해. 지금은 조용히 있어줘.”


마리우스는 혹시 이브가 하는 말을 우디스가 들은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브가 하는 말은 마리우스님에게만 들립니다.”


“내 추측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디스가 물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그쪽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비록 폐허이긴 하지만, 여기는 은근히 쓸 만한 물건이 많아. 초기에 마을을 건설한 사람들도 여기서 건축 재료를 가져다가 썼지.”


“하지만 우리가 써먹을 만 한 건 없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써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야지. 굳이 우릴 매달고 갈 필요는 없어. 여기 있는 공중전함을 수리하면, 부유섬까지는 갈 수 있을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지평선 너머 - 5 20.07.28 87 3 13쪽
» 지평선 너머 - 4 20.07.26 86 4 12쪽
41 지평선 너머 - 3 20.07.25 90 5 12쪽
40 지평선 너머 - 2 20.07.25 86 4 13쪽
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36 외부인 - 10 20.07.21 85 4 13쪽
35 외부인 - 9 20.07.20 99 4 14쪽
34 외부인 - 8 +2 20.07.19 99 5 12쪽
33 외부인 - 7 +1 20.07.18 96 5 12쪽
32 외부인 - 6 +1 20.07.17 97 4 13쪽
31 외부인 - 5 +1 20.07.16 104 4 12쪽
30 외부인 - 4 +1 20.07.15 107 5 12쪽
29 외부인 - 3 +1 20.07.14 100 6 11쪽
28 외부인 - 2 +1 20.07.13 101 5 13쪽
27 외부인 - 1 +1 20.07.12 105 6 13쪽
26 아르카다 원정대 - 9 +1 20.07.11 105 6 12쪽
25 아르카다 원정대 - 8 +1 20.07.10 101 7 12쪽
24 아르카다 원정대 - 7 +1 20.07.09 113 5 13쪽
23 아르카다 원정대 - 6 +1 20.07.08 109 5 12쪽
22 아르카다 원정대 - 5 +1 20.07.07 114 6 12쪽
21 아르카다 원정대 - 4 +1 20.07.06 120 6 12쪽
20 아르카다 원정대 - 3 +1 20.07.05 115 6 13쪽
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1 5 12쪽
18 아르카다 원정대 - 1 +1 20.07.03 119 5 13쪽
17 유령 사냥꾼 - 17 +1 20.07.02 129 7 13쪽
16 유령 사냥꾼 - 16 +1 20.07.01 126 6 12쪽
15 유령 사냥꾼 - 15 +1 20.06.30 108 6 12쪽
14 유령 사냥꾼 - 14 +1 20.06.29 119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