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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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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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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9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7.1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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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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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외부인 - 8

DUMMY

“유저가 뭐야?”


마리우스가 물었다.


“유저란 바로 마리우스 씨를 비롯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내가 유저라고? 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슈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았어. 아무튼 이 세계의 이름이 중국이라는 건가? 여기는 천계와는 뭐가 다르지?”


“전국시대는 기원전 476년부터 221년까지 벌어졌던 중국 대륙 내에서의 전쟁입니다. 전쟁에 참여한 나라는 진, 초, 위, 한, 제, 연, 조 등 총 7개이며, 각각의 나라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잠깐만, 나라라는 게 뭐야?”


“......”


이번에도 슈트는 대답을 피했다.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답만 하는구나. 아무튼 여긴 천계와는 다른 세계라는 거네.”


마리우스의 슈트는 더 지면 가까이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슈트는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우왓, 뭐야. 왜 몸이 투명해졌지?”


“불필요하게 눈에 띄는 일을 막기 위함입니다. 이는 해체가 불가능한 기능입니다.”


“그런가......무슨 말인지 알겠어.”


저 멀리서 대규모의 군대가 맞붙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흡사 고대의 천족과 마족이 싸우는 것과 비슷했다. 서로가 화살을 날리며 견제하며, 보병들이 전면에서 맞서는 사이 기병이 취약한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저 세계의 사람들도 과거의 우리처럼 싸우는 건가.”


마리우스는 근처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는 하늘 위에서 진나라의 건물들을 보았다. 천계나 마계에서 봤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것들의 성은 천계의 것보다 작았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다른 세계를 볼 수도 있어?”


“어떤 곳으로 가시겠습니까?”


“세계가 얼마나 많이 있는 거야? 그 세계에도 모두 수억 명이 살고 있어?”


“현재까지 개발된 세계는 총 3500개가 있습니다.”


“그 세계를 만든 건 누구야?”


“개발진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겁니까?”


“개발진은 대체 누구......아니, 됐으니까 다른 세계로 데려가 줘. 아무 곳이나 상관없으니까.”


마리우스는 하나라도 더 많은 세계를 보길 원했다. 그를 태운 슈트는 다시 어디론가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간 끝에 그는 새로운 행성에 도달했다.


두 번째 세계는 천계와 약간 비슷했다. 정확히는 천계의 500년 전 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여긴 어디야?”


“이곳은 로마 제국으로, 5현제 시기가 끝나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유저는 이곳에서 군벌을 이끌며 권력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로마 제국? 그러면 유저는 로마나 중국 같은 나라들 중 하나를 선택해 평생 그곳에서 싸워야 하는 건가?”


슈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약간 짜증이 났지만, 슈트를 무리해서 추궁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물어보면 이 슈트가 명령을 거부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한 번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


“알겠습니다.”


슈트는 땅 아래로 내려갔다. 도시에서는 한창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남녀가 함께 춤을 추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두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구나.”


“컨텐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곳에서 권력을 노리는 대신 그냥 즐기는 것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마리우스는 도시를 둘러보던 도중 문득 자신이 몰래 울프치니크 성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참, 내가 여기에 들어오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슈트를 착용한지 1시간 46분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었어. 다시 돌아가자. 나머지는 나중에 볼 수도 있을 거야.”


“서버 선택 창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잠깐, 뭐라고?”


마리우스는 이 슈트가 자신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신중하게 명령을 내렸다.


“맨 처음에 내가 들어왔던 균열 있잖아. 그곳을 데려가 줄 수 있어?”


“수행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헛소리 하지 말고. 1시간 46분 전에 있던 곳으로 데려가 달라니까?”


“해당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빨리 가자고.”


슈트는 다시 우주공간을 날아갔다.


1시간 정도 날았을까, 마리우스는 자신이 처음 통과했던 균열 근처에 도달했다. 마리우스는 직감적으로 그곳에서 자신이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근처에는 걸을 수 있는 지면이 존재했다. 마리우스는 그곳을 걸어가다가 우주 공간에 떨어진 것이다.


“혹시 이 근처를 밝힐 수 있어?”


“후레쉬 기능을 활성화합니다.”


슈트의 헬멧에서 빛이 나더니, 주변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주변을 둘러본 마리우스는 순간 기겁했다. 근처에는 괴수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몇몇 괴수들은 머리통이 날아간 상태였다.


“혹시 이 괴수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슈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모를 수도 있지. 아무튼 이 근처에 내가 나왔던 균열이 있을 거야. 혹시 찾아줄 수 있어?”


이번에도 슈트는 침묵을 지켰다.


마리우스는 왠지 불안해졌다. 근처에는 균열 같은 건 없었다.


“이봐 슈트, 혹시 너 이름이 뭐야?”


“제 이름은 이브입니다. 원하신다면 다른 이름을 지어줄 수도 있습니다.”


“이브, 혹시 이 근처에 차원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기,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거든?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여기는 우주공간 입니다.”


“그래, 우주공간이지. 그런데 빌어먹을 균열이 어디 있냐고!”


마리우스는 소리쳤다.


그 기이한 공간은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리우스는 그리 어렵지 않게 공간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균열이었다. 균열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한때 균열이 열렸다가 닫힌 흔적만 남아있었다. 마리우스의 예상이 맞다면, 바깥에 누군가가 균열을 파괴한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는 우주공간에 남겨진 채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운 좋게 돌아간다 해도, 원정대원들은 그를 분명 미친 사람이나 마족 측의 첩자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마리우스는 이곳으로 넘어오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슈트......아니 이브, 이제 내가 뭘 어쩌면 좋을까?”


“어떤 세계로 가길 원하십니까?”


마리우스는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만약 창조주가 이 모든 세계를 만들었다면, 그리고 자신들이 사는 세계 역시 그런 세계 중 하나라면, 정답은 이미 나온 것이다.


“혹시 울프치니크라고 알아?”


“울프치니크에 대해 검색합니다.”


헬멧 안의 화면에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예상대로 울프치니크의 전경이 나타났다.


“울프치니크는 ‘페어리 월드’에 등장하는 지역입니다. 그곳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갈 수 있어?”


“네.”


“가보자. 얼마나 걸려?”


“목표 지점까지 약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의외로 얼마 안 걸리네. 자, 출발하자.”


“차원 도약 모드로 전환합니다.”


순간 마리우스의 슈트 뒤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빨라?”


“도약 모드에서는 평소보다 약 1500배 빠른 속도로 비행합니다.”


“그런가......진작에 이걸로 날아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부터는 월드를 이동할 때는 도약 모드를 사용해 보세요.”


“그러지. 이제 페어리 월드에 대해 설명해 줘.”


“페어리 월드는 천족과 마족의 전쟁을 컨셉으로 잡은 월드로, 현재 동시 접속자 수는 약 200명입니다.”


“동시 접속자? 그건 뭐......아니다, 물어봤자 대답 안 할테니......”


“동시 접속자란 현재 해당 게임을 몇 명이 플레이 중인지를 의미합니다.”


‘200명이 내가 살던 세계를 플레이한다는 건가.’


마리우스는 생각했다. 이 슈트가 하는 말은 분명 당장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진실을 담고 있었다. 그는 200명이 플레이를 한다는 개념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 혹은 그 외의 존재 200명이 그가 살고 있는 천계 또는 마계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분후 슈트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페어리 월드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내가 살던 세계......바깥에서 보는 건 처음이야.”


마리우스는 눈앞에 펼쳐진 행성을 보고 감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땅과 바다의 모양이 그가 예전에 봤던 세계지도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울프치니크로 이동하겠습니다.”


그의 슈트는 북쪽 대륙으로 움직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동 모드로 전환합니다.”


“수동 모드가 뭐야?”


마리우스가 물었다.


“유저가 직접 파워 슈트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등 뒤의 제트팩과 양 손의 에너지 방출을 이용해 직접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마리우스는 이브가 시키는 대로 했다. 정말로 슈트가 날아가는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다. 몇 분 정도 날아가니 저 아래로 울프치니크 성이 보였다. 늘 보던 곳이지만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이 통과했던 균열 근처로 날아갔다.


‘예상대로 균열이 없어.’


다행히도 근방에는 계승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 뒤, 슈트를 담고 왔던 아공간 형성 가방을 주웠다.


“인벤토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총 30칸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브가 말했다.


“나중에 모르는 걸 한꺼번에 물어봐야겠어. 이브, 근처의 마을을 찾아볼 수 있어?”


“울프치니크 지역의 마을을 탐색합니다.”


성을 비롯해 몇몇 마을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화면에 나타났다. 마리우스는 우선 마을에서 좀 휴식을 취한 뒤 향후 행방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는 울프치니크 성 근처의 시골 마을에 내려앉았다. 과거 원정대가 균열 조사를 할 때 와본 적이 있던 곳이었다. 저 멀리 농사를 짓는 한 노인을 제외하면 근처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슈트에서 내렸다. 두꺼운 갑옷을 오랫동안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별로 땀이 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근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신 뒤, 자리에 주저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교주 그라쿠스에게 가야 할까, 아니면 원정대에게 솔직하게 자신이 알아낸 모든 이야기를 해야 할까?


분명 그라쿠스는 어느 정도 진실을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는 마리우스에게 최대한 진실을 전달했다. 그녀의 계획이 정말로 세계멸망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적어도 마리우스에게 적대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이대로 부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정말로 이 세계의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창조주에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마리우스는 이들을 위해 싸울 필요가 없었다.


본인 역시 그 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동료들과 가족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호기심을 충족하고 괴수의 시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도 어디까지나 주변이 멀쩡할 때 얘기지, 이교도를 따르면서까지 부와 권력을 얻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을 어기는 일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울프치니크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리우스는 사실을 말한 뒤 원정대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이교도에게 협력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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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지평선 너머 - 1 20.07.24 89 4 11쪽
38 외부인 - 12 20.07.23 87 4 13쪽
37 외부인 - 11 20.07.22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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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르카다 원정대 - 2 +1 20.07.04 1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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