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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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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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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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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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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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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난닝 전투 (1)

DUMMY

1939년 11월 15일,


구축함과 경순양함 여러 척이 호위하는 가운데 여러 척의 상륙함이 일본군 병사를 쏟아냈다.


상륙한 일본 육군은 공격 준비 후 친저우로 진격했고, 별다른 저항을 겪지 않고 친저우 시를 점령한다. 시를 지키던 중국군은 빠르게 도망쳤다.


난닝 공격의 책임자는 사이토 신타로 중장. 그는 친저우에 지휘소를 차린 후 여러 보고를 받고, 계획대로 정찰 병력을 전선에 파견한다.


친저우에서 난닝으로 가는 길은 울창한 삼림이 있는 산악지대.


삼국지 하나만 읽은 소년이라도 매복 두 글자를 떠올릴 상황. 물이 아래로 흐르고 불의 연기가 위로 오르듯 산길에는 적의 매복이 존재한다.


사이토 중장은 항공기를 준비시키고, 병사와 물자를 옮길 차량을 징발한 후 저항을 돌파하고 난닝에 닿을 계획을 짠다.


지도 위에 검은 잉크와 붉은 잉크가 교차하며 수많은 아군과 적의 죽음이 시뮬레이션된다. 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확보할 고지가 표시되고, 사이토 중장은 작전 실행을 명령한다.


“전진 개시.”


11월 19일, 일본군이 진격한다.


정찰 역할을 맡은 보병대가 고지대를 확보하면 기갑차량이 전진한다. 보병대는 최대한 몸을 숨긴 채 나아가 적의 존재유무를 판별하고, 그들이 정찰을 완료하면 도로 위의 차량들이 전진한다.


이 시기 일본 제국군의 좋지 않은 점을 꼽으라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 정도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무능한 장교들. 정확히는 장교의 무능을 걸러내기는커녕 육성하는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그런 시스템이 잘 성장시킨, 지휘차량에 타고 있는 소좌 한 명이 벌컥 짜증을 낸다.


“너무 느려.”


새 지시가 하달된다. 길을 타고 움직이는 여러 차량이 속도를 올린다.


이륜차의 사이드카에 타고 있던 중위 한 명이 깜짝 놀라 지휘차량으로 다가간다.


“소좌님! 진군이 너무 빠릅니다. 정찰대가 쫓아오지 못합니다!”


소좌는 그쪽을 쳐다보지 않고 손을 들고 지시를 내린다.


“전군 정지.”


빠르게 움직이던 차량들이 이제는 천천히 멈춘다. 매복이 있기 충분한 곳에서.


소좌는 차에서 내리고, 중위는 긴장한 얼굴로 그의 앞으로 가 차렷 자세를 하고 선다.


모두가 예상하듯이, 소좌가 중위의 뺨을 때린다. 그것도 세 번.


“너는 중국 놈들이 두렵나?”


“아닙니다!”


“적은 어차피 있을 거다. 천천히 간다고 피해 갈 수 있는가?”


“아닙니다!”


“아닌데, 아닌데, 아니면 어째서, 내 지시에 토를 다는가?”


소좌는 흥분해 중위위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찬다. 중위는 비틀거리며 다시 자세를 취하고, 소좌는 그에게 지시를 내린다.


“쇼헤이, 네놈은 뛰어서 와라. 자, 전진!”


중위는 벌개진 얼굴로 소좌가 탄 차량이 멀어지는 걸 보다 고개를 돌리고 피 섞인 침을 뱉는다. 여러 대의 경전차와 장갑차가, 그후 트럭들이 줄지어 그 옆을 지나간다.


소좌의 판단이 아주 근거없지는 않다.


중일전쟁 내내 중국은 일본의 전차를 격파할 수단이 부족했다. 대전차포는 한계가 명확하고, 전쟁 초기에 대전차지뢰는 아예 없었던데다 개인이 쓸 수 있는 무반동포나 로켓도 드물었다.


지금 움직이는 기갑차량은 92식 중장갑차와 95식 경전차 하고, 기관총을 거치하고 병사들을 실은 94식 트럭. 빈약한 중국군의 화력으로 무력화될거라 생각하기 어려운 전력이다.


거기에 더해 이때 많은 일본군 장교들에게 병사는 그냥 죽는 존재였다. 당연하게도. 그냥.


몸을 내던져 싸우고 죽는 것이 병사의 유일한 사명인 양, 손실을 우려해 신중히 작전을 펴면 겁쟁이라고 비웃을 정도로.


일본군의 대열은 한참 아무 일 없이 전진했고, 소좌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선두 부대가 난닝 시의 경계를 막 지나는 순간,


태현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대한 독립-!”


병두는 쩌렁쩌렁 외치는 태현의 옆에서 박격포의 각도를 손보며 한숨을 쉬었다.


태현의 목소리가 끝나고 잠시 후, 사방에서 외침이 들렸다.


“만세-!”


여러 발의 총탄과 박격포탄이 일본군의 선두를 노리고 떨어졌다.


병두는 다음 탄을 꺼내 박격포에 넣으면서 태현의 행동을 지적했다.


“발사, 라고 한마디면 되잖아. 공격, 이나.”


태현은 소총을 견착하고 트럭 위 기관총 사수를 노려 쏘며 대답한다.


“역사에 기록되라고.”


일본군도 반격한다. 병사들은 트럭에서 내려 도로에서 벗어나거나 전차 옆에 몸을 숨기고, 기관총을 돌려 방아쇠를 힘껏 당긴다.


소좌는 차량 바깥으로 나와 군도를 뽑아들어 산의 아무 방향이나 가리키며 외친다.


“공격, 공격, 공격! 조선 놈들이다! 몰살시켜라!”


병두는 마지막 박격포탄을 집어넣으며 살짝 짜증을 냈다.


“저건 왜 저런대?”


대답해줄 태현은 이미 가고 없었다. 병두는 혀를 한 번 찬 다음 박격포를 남겨두고 몸을 낮춘 채 소리질렀다.


“2조 이동! 전파, 2조 이동 후 정비! 4조 투입! 신속히, 4조 투입!”


태현은 산을 타고 달리며 전황을 파악했다. 공격받지 않은 적의 후미가 대열을 갖추는 것이 보였다. 전차가 앞을 막아서고 중화기를 준비. 교과서적인 빠른 대응으로, 지금 싸우는 일본군의 훈련 수준이 낮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제 저들이 아군을 향해 화력을 투사할 것이다. 아군이 공격당할 때 안전한 상황인 병력이 당연히 할 전술행동.


그렇게 전차로 벽을 쌓은 일본군이 공격을 개시하려는 때, 그들의 머리 위로 박격포탄이 몇 발 떨어졌다. 공격하지 않고 대기했던 다른 조에서 공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병력을 수습하고 공격자의 규모를 파악하려는 자가 있다. 몸을 숙이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자. 동료의 올라온 머리를 잡아당겨 내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할 일을 명확히 알리는 자. 병사와 간부를 막론하고.


그런 자를 솎아내는 건 심윤기의 일이다. 불규칙한 간격으로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일본군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는 자가 바닥에 엎어진다. 명령을 기다리던 병사는 혼란에 빠지고, 들고 있는 총으로 어딜 조준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물론 군도를 뽑아든 소좌는 아직 멀쩡하다. 무능한 적의 지휘관만큼 좋은 아군은 드물다.


“쏴라, 쏴! 조선 놈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려!”


기습은 성공했다. 적의 수가 많이 줄었고, 첫 반격도 무난히 저지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공격은 여기까지. 적에게는 기갑전력이 있다.


그 핵심은 95식 경전차 하고. 여러 대의 하고가 원형 대열을 만들고 주포를 쏘며 반격한다. 아군의 공격이 움츠러들고, 그 틈을 타 전차 주변의 일본군이 숲을 겨누고 사격한다.


태현은 호각을 입에 물고 세게 불었다. 짧게 두 번, 길게 두 번, 그다음 길게 세 번.


“산개!”


“능선을 넘어서, 산개!”


지금 위치에서 더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적의 반격이 체계를 갖출 수록 위험해진다. 그전에 전장을 바꾸는 것이다.


3분 정도의 짧은 교전. 일본군의 전차와 장갑차는 큰 피해를 받지 않았지만 트럭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박격포에 맞았고, 기관총 사수들도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병사들이 다급히 부상당한 동료를 챙기는 중에 칼을 뽑아들었던 소좌는 기분 좋게 웃는다.


“봐라! 쇼헤이. 격퇴했다! 조선 놈들은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쇼헤이? 어디 갔어!”


그 쇼헤이가 한참 뒤에 있는 점을 포함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틀린 발언이다.


태현의 부대가 처음 위치를 벗어나긴 했지만, 공격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태현은 그늘진 곳에 배치한 대전차포 사이에서 지시를 내렸다.


“조준 완료시, 보고.”


“1포반! 조준···”


“...”


“...완료!”


“2포반, 조준 완료!”


“3포반··· 3, 포반··· 완료!”


“삼을 센 후 일제 사격, 삼, 둘, 하나! 발포!”


나무를 분지르며 대전차포탄이 날았다. 그 탓에 세 발 모두 의도한 조준에서 크게 빗겨나갔고, 그 중 하나가 기분 좋게 웃던 소좌를 산산조각냈다.


태현은 이를 꽉 물었다가 계속 지휘한다.


“포반 차탄 장전, 전 소총수, 제압 사격!”


“제압 사격!”


부대가 뒤로 물러난 지금 적을 정확히 노리기는 어렵다. 지금은 각자의 탄약도 무한하지 않고. 그저 적이 고개를 들고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게 할 목적의 사격이다.


세 문의 대전차포가 재장전을 완료했고, 태현은 조금 전과 같이 지시한다.


“삼, 둘, 하나. 발포!”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전차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하고 한 대가 주포를 대전차포에 겨누고 발사하지만 나무에 맞고 멀리 빗나간다.


아군의 공격도 멈춘 상황. 태현은 물러나는 일본군을 보며 입술을 훑었다. 공격은 성공했지만 최대한의 피해를 주진 못했다. 전차도 모두 놓쳤고.


“훈련 상태가 좋은데···”


태현은 다음 전투가 생각보다 어려울 거라 짐작했다.


한 위치에서 매복은 한 번만 쓸 수 있는 전술. 태현은 부대를 움직인다.


“병두, 부상자 수습 진행해 줘.”


“그래.”


“각 포반, 대전차포 자체 파괴하고··· 다음 위치로 이동. 나는 난닝에 다녀오겠어.”













난닝의 중국군 지휘소. 장파쿠이 4전구 사령관이 초조한 얼굴로 태현의 눈을 보며 보고를 기다린다.


“적의 추정 피해는 여기, 적혀 있는 대로입니다. 아군 사망 아홉, 부상 열 일곱입니다. 사용한 대전차포는 전량 파괴하였습니다.”


장파쿠이는 불안을 숨기지 못하고 태현의 노트를 받아 읽었다. 호흡은 불규칙하고 눈은 긴장한 채 계속 움직였다.


“보자고. 그래. 트럭 열 두대 파괴. 좋아. 하고는 못 잡았다고, 괜찮아! 어쩔 수 없지.”


“적의 선봉은 후퇴했고, 오늘 중 진격을 재개한다면 14시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병력은 재보급 후 투입 가능합니다.”


“그래, 임태현 대장. 적군이 난닝 앞에 포진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피해를 기대하지?”


“앞으로 두 번 정도 기습이 가능하지만, 하고의 저지가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방금은 대전차포의 운용에 실패했습니다.”


“그렇군. 자네 탓이 아니야! 대전차포란게 원래 말을 안 들어먹어. 그래. 임태현 대장! 수고 많았네.”


“저희 부대는, 어디서 대기하면 좋겠습니까?”


“지금 위치에 있게 해. 적의 수가 생각보다 적지만,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어. 그래, 자네 부대로 복귀할 건가? 지금?”


“그렇습니다.”


“그래. 교전은 신중하게 하게, 알겠지? 지금 한 명 한 명이 아쉽네! 자네 부대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현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태현은 의무부대로 가 병두를 찾았고, 다친 동료들을 보며 조금 전 겪은 전투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


“분명 간도 병사보다 우수해. 특히 정규군 선봉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김병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조준 후 발사가 빠르더라. 겁도 덜 먹고.”


“이런 때에는 당연히 유인 후 포위 공격이지만, 하고 때문에 쉽지 않겠어.”


하고의 방어력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약점을 정확히 공격하려면 손해를 각오하고 많은 병력을 접근시켜야 한다. 태현의 부대가 펼칠 전술은 못 되었다.


태현은 고개를 뒤로 꺾어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5천 명쯤 잃어야 돌아갈텐데. 오래 걸리겠어.”


“방금 오십은 잡았잖아. 일 푼 달성했네.”


“하하, 일 푼. 백 번만 더 하면 되나?”


태현이 고개를 원래 위치로 돌렸다.


“해야지, 별 수 없네. 하고부터 어떻게 좀 하고.”


“...방금 한 말, 농담?”


“농담이라니 뭐가... 아.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병두는 안심했다.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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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19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8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69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4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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