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새글

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40
추천수 :
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8.29 06:47
조회
167
추천
4
글자
13쪽

공산당의 조선인

DUMMY

태현은 자주 불평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전쟁 중인 사단의 작전장교 일이라는게 즐겁고 행복한 일과는 광년 단위로 멀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진짜···”


하루아침에 갑자기 안 하던 일을 하려니 어지러운 기분이었다. 그냥 일이 아니라 군인들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중요하고 예민한 일이니.


작전을 짜려면 아군의 전력을 알아야한다. 태현이 담당한 제 29군은 이번 공격을 위해 해체된 부대를 부활시킨 사단급 부대.


태현은 아군 전력을 점검할 겸 탱크를 시험 운행하고 포를 싣고 내리며 방열하는 속도를 보았다. 아군이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어떤 보완이 필요하고 어떤 장점을 다듬을 지 알기 위해.


결과는 당연히 태현이 각오했던 대로 걱정만 태산인 상태.


국민혁명군은 싸울 의지가 강하고 여러 전투에서 살아남은 정예병들이 중심이긴 하나, 모두가 풍족한 물자로 배를 든든히 채우며 한계까지 훈련받은 군대일 수는 없었다.


거기에 제 29군은 장제스의 중앙군을 포함 여러 군에서 차출받은 병력이 모인 부대고, 인류사에 항상 있었던 처치곤란 방출 1순위의 법칙에 의해 각 부대에서 보낸 간부들 중 성실하고 의욕 넘치는 자는 한 명도 없는 것이 문제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사람들 앞에서 할 말은 도저히 아니기에 태현은 속으로만 말을 삼켰다.


‘깝깝하네.’


하지만 이번 전투를 책임지는 사령관 바이충시의 명령이다. 그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그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일을 해내야한다.


“이래서 제갈량 죽고 위연이 들고 일어났구나.”


하늘 저편 어디에서 그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들지만,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다.


태현이 부대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알아가며 병사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니 여러 불만이 접수된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쌓인 이야기가 나오는 법. 중간중간 크고 중요한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 탱크 포탑 왼쪽으로는 도는데 오른쪽 원위치가 안 돼요. 탱크에서 내려서 발로 차면 돌지만. 오른쪽에서 적 튀어나오면 죽는 수밖에 없다니까요?”


“어디··· 이거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술자 데려올게요.”


“아무리 때려도 안 고쳐지던데. 새 작전장교님 탱크 좀 알아요?”


“조금은요. T-26은 4기통 엔진이고. 원래 끝까지 밟으면 30km/h 정도 달리지만··· 이거는 상태를 보니 25km/h 까진 되겠네요. 무게는 10톤. 소련 분류로는 경전차. 보니까 1937년 모델은 아니고, 36년보다 이전에 만들어진 거고요.”


“어어? 우리 새 작전장교님 똑똑하네?”


“고맙습니다··· 이거, 정비하면 훨씬 괜찮아질 거예요. 오늘 오후까지 부를테니 기다리세요.”


오전 중 바쁘게 돌아다니고 점심을 가볍게 먹은 후 사단장과 작전 회의. 용맹하고 우수한 군인은 아닐 지 몰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말이 통한다는 점에서 높이 살 수 있다. 고위장교에게는 잘 없는 덕목이다.


덕분에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더 없었고, 지금 정비반이 애쓰고 있는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태현은 부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중얼거렸다.


“트럭 좀 더하고 75mm 곡사포가 있으면 좋겠는데.”


태현처럼 부대를 내려다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나뭇가지와 흙을 밟는 발소리 여럿이 들린다. 태현은 그쪽을 돌아보고 흠칫 놀랐는데 국민혁명군의 군복도, 다행히 일본군의 군복도 아니었기 때문.


이 곳에 오기로 한 부대는 둘, 그중 한 곳이 다른 군복을 입는다. 중국공산당의 팔로군이다.


가장 앞에 선 남자가 태현을 보고 빙긋 웃으며 손을 위로 들고 흔든다. 아무래도 태현을 아는 듯하다.


태현도 그 남자가 누구인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는데, 중국공산당에 가장 오래 있었던 조선인 김무정이다.


1925년에 중국공산당에 가입, 1940년 지금까지 공산당의 군복을 입고 많은 승리와 패배를 함께한 사람. 중국공산당이 1년간 국민혁명군을 피해 산시성으로 이동한 대장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기도 했다.


김무정은 쾌활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기세 좋게 손을 내민다.


“동무가 그 우한의 범인가?”


중국공산당 내에 있는 조선인 중 명성과 이력으로는 당연히 1순위. 이 시기 많은 조선인이 일제와 싸우러 공산당에 합류한 데에는 김무정의 영향이 매우 컸다.


후일 국공내전에서 불리할 때 혼자 도망쳤다가 두고 간 동료들에게 걸려 한 대씩 맞았다는 일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


“임태현입니다. 김무정 장군을 뵙습니다.”


“오, 옛날 사람이구만? 인사하는 법이. 나보다 꼰대 아닌가 모르겠어.”


반갑지는 않다. 태현이 가장 신경쓰는 일은 6.25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그 목적에 김무정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는 어렵다.


“작전에 합류하러 오셨습니까?”


“맞네. 우리는 우리대로 알아서 싸우고 있는데 장제스 영감 참, 거기에 바이충시 영감이 사령관이라며? 고생이 많아! 동무.”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바이충시는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사람이다. 과거 난징과 상하이의 공산당원을 기습적으로 검거해 체포하고 사형에 처한 일이 있기 때문.


그러나 지금 그의 원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불리해지고 장제스에게 공격받을 빌미까지 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전투부대를 파견한 것이다.


김무정은 넉살 좋게 말을 붙이며 태현에게 뒤에 있는 부사관과 병사들을 소개한다.


“여기 날 따라온 친구들, 모두 조선인이야. 전체 차렷! 인사드려라. 국민혁명군의 우한의 범 임태현 소교시다.”


같은 조선인이라도 의용군과 임시정부라는 입장으로도, 공산당군과 국민혁명군이라는 입장으로도 임태현은 잠재적 적군.


모두 태현과 인사를 나누고는 있지만 쏴죽이고 싶은데 그래도 될지 고민하는 얼굴에 가깝다. 임태현은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마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긴. 공산당의 미래도 밝진 않네.’


김무정은 활짝 웃으며 태현에게 말한다.


“동무 지금 바쁜가? 동무 부대를 한 번 보고싶어서.”


“하하하, 대대도 못 되는 작은 부대인데 굳이 들르실 것 있겠습니까.”


“그래도 난닝에서 우한, 곧 베이핑(베이징)까지 깃발을 꽂을 역전의 정예부대 아니네? 보면 이 녀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지도 모르고.”


소련에 있는 김일성이 와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면 일단 쏴죽인 후 둘러댈 말을 고민했겠지만, 한동안 중국공산당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상황. 태현은 불필요한 긴장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장군님.”


태현은 한참을 걸어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평소처럼 낮잠을 자고 있거나 모여서 뭔가 읽고 있거나 내기 장기와 축구 등을 하고 있을 걸 예상했지만, 어디서 정보가 샌 건지 다들 살벌한 눈으로 총기를 닦거나 구보를 하거나 사격 자세 연습을 하고 있거나 한다. 태현은 쓰게 웃었다.


‘우리 부대의 미래는 밝은 걸까. 아, 그건 나에게 달렸지. 젠장.’


김무정은 태현의 부대를 죽 둘러보며 농담한다.


“하, 이 머릿수로 일본놈들 그래 많이 처단하느라 고생했겠구만. 나는 겨우 몇천 명 병력 이끌고 다니며 한 줌 적만 처치했을 뿐이네.”


태현은 김무정의 엄살에 웃었다.


김무정의 현재 보직은 공산당 팔로군 포병사령관이고, 포술의 귀신이라 칭송받고 있다. 단순히 공산당에 오래 있었다는 것만으로 명성을 쌓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김무정의 개인 주특기는 박격포.


“거 동무, 부대에 김병두라는 동무가 박격포 참 잘 쏜다고 하던데, 나랑 시합해볼 생각 있나?”


“아, 병두는···”


태현이 뭐라고 둘러대기 전에 근처에 있던 병두가 벌떡 일어나 김무정에게 와 경례 후 인사한다.


“제가 부대장 김병두입니다.”


“와, 체격 좋은 친구구만! 어디 그래, 한번 겨뤄보겠어?”


“그럼 장군께 한수 배우겠습니다.”


똑같은 20식 82mm 박격포 두 문. 멀찍이 놓인 여섯 개의 표적. 한 쌍의 표적이 300미터부터 600미터까지 점점 높아지는 지형을 따라 늘어섰다.


태현은 군수물자로 이런 걸 해도 되나 하는 표정이고 나석웅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이 비뚤어져 있지만 다른 모든 대원들은 불타는 눈으로 시합에 집중하고 있다. 이송헌과 심윤기까지.


먼저 300미터. 둘은 박격포 앞에 서고 목표까지의 거리를 잰 후 포를 만진 후 발사한다.


병두와 무정 둘의 조준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고, 두 포탄은 각각의 목표에 비슷하게 맞았다.


“기본은 하는구만!”


두 번째, 450미터. 김무정의 포탄은 목표를 잘 때렸고, 병두는 좀 더 오래 조준한 다음 발포하고 약간 떨어진 곳에 맞는다. 그래도 목표는 쓰러졌다.


병두는 턱이 굳었지만 김무정은 흥미롭다는 듯 병두를 본다.


그리고 600미터. 커다란 목표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김무정은 포 뒤에 서서 손을 펼쳐 눈앞으로 가져온 후 손가락을 전방으로 향하고는 잠시 그대로 있다 포를 만지고 발사한다.


김무정의 포탄은 목표에 정확히 맞았고, 대원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병두는 한참 더 목표가 있는 곳을 본 후 각을 맞추고 포탄을 집어넣는다.


포탄은 목표의 위를 지나가 조금 뒤에 떨어진다. 병두가 노린 목표는 약간 기울지만 멀쩡히 서 있다.


김무정은 병두의 어깨를 두들기며 크게 웃는다.


“하하하!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나. 그래도 명성 떨칠 수준은 되는구만. 나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네. 거, 내가 전사하거든 동무가 우리 포병 좀 이끌어달라우.”


“잘 배웠습니다. 장군님.”


병두는 딱딱하게 굳은 턱으로 김무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무정은 묘한 표정으로 병두를 보다가 임태현에게 슬쩍 말한다.


“거 여기도 성실한 청년이구만. 조금 부러워지네.”


대원들이 분한 얼굴로 무정의 일행을 보고, 무정을 따라온 조선인들은 이겼다고 으스대는 눈으로 마주 쏘아본다. 태현은 마음 속으로 여기서 6.25의 시작은 참아달라고 생각한다.


“자, 대장. 잘 보았수다. 오늘 우리 쪽으로 와서 저녁 먹지 않겠어? 자네 부대 전부가 와도 좋다구.”


“전투가 끝난 후로 미루겠습니다. 밤새 할 일도 있고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우리 공산당 도살자, 바이충시 장군이 유능한 대장을 가만히 두지 않구만 그래.”


상당히 뼈 있는 농담. 태현은 이번 작전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한다.


“뭐, 아무 때나 들르라우. 혹시 모르지. 대장한테 필요한 걸 우리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잖은가? 그럼 나는 또 놀러 오겠네!”


“살펴 가십시오, 장군.”


김무정이 한참 멀어지자 다들 와서 병두에게 원망을 늘어놓는다.


“그거 맞췄어야지!”


“아 부대장, 아, 좀만 힘 덜 주지.”


병두는 입꼬리가 조금 찌그러진 채로 가볍게 대답한다.


“시끄러워.”


이송헌이 가까이 와 김무정이 다룬 박격포를 보고 툴툴댄다.


“진짜 포술의 귀신이긴 하다. 안 보이는 조준기라도 달았나, 진짜 빠르게 쏘네.”


대원 한 명이 이송헌에게 불평한다.


“적을 칭찬하면 어떻게 해?”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 번 붙어도 위태롭지 않느니라.”


태현이 정정한다.


“적 아니야. 경쟁자라고는 할 수 있겠다.”


병두가 비뚤어진 입을 원래대로 돌리고 박격포를 해체하며 중얼거리듯 말한다.


“맨주먹이면 내가 이기는데.”


태현이 짤막한 말로 그를 위로한다.


“저쪽은 20년쯤 포를 쏴 온 사람이고···”


대원 몇 명이 와서 병두를 거들고, 태현은 멀리 보이는 표적이 있던 자리를 보고 고민한다.


“산포를 썼으면 더 잘 맞았겠네. 우리 인원도 늘었는데 운용해볼까?”


나석웅이 질색한다.


“그만둬요. 우리가 대열 짜서 지원 포격 끼고 싸우는 거 얼마나 해봤다고.”


“우리 주특기는 아니긴 해. 갖고 다니기도 힘들고. 그래도··· 어떻게 쓰는지 한번 가서 물어볼 만한데.”


“정말 가게요? 아무리 조선인끼리라도 공산당에게 기웃거리면 우리 개갈량님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개갈량···”


장제스에게 받은 병력 중에는 포병도 있었다. 태현은 가만히 생각하다 결론을 지었다.


“그래도 가서 물어보고 뭘 얻는 게 욕 안 먹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을지도?”


“그것도 말 되네요. 말리지 않을게요.”


만약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면 싸울 수밖에 없을 적. 그래도 태현은 무정에게 뭔가 얻어내보기로 했다.


‘잠재적인 적. 싸우지 않을 방법은 있을까.’


역사는 이미 많이 변했다. 하지만 원하는 걸 이룰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태현은 다음에 할 일이 무언지, 어떤 목표를 세워야할지 천천히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내 오류 수정 내역입니다. 24.09.02 112 0 -
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1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6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8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2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8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7 4 15쪽
»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8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0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1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6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200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