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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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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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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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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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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DUMMY

태현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미군도 은근히 태현이 남태평양 전역에 참여해 주기를 바랬고 장제스도 어째서인지 그 결정을 마음에 들어했다.


태현이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나와 같은 것이 독일군에 있고, 그건 내가 누군지 반드시 알고 있다.’


나치 독일에 있을 그 누군가는 중일전쟁과 필리핀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에서 태현의 이름을 금방 찾았을 것이다.


분명히 히틀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독일 내에서 지위가 높을 것이며 태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나치 독일을 돕는다면 날 마음에 들어할 것 같진 않고.’


태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몰라도 나치 독일을 이용해 하는 일이라면 기꺼울 리는 없다.


따라서 그 누군가는 태현의 목숨을 노릴 수 있다. 독일의 요원 몇 명을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


그런 이유로 비교적 허술한 중국보다는 미군 사이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고, 또 미군 사이에 있어야 도대체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여러 이유로 미군에게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어. 다만···’


서유럽 전선이 만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윈스턴 처칠이 대독일 전쟁의 실패로 총리직을 사직했기 때문.


원래라면 그가 총리로서 1943년을 바라보고 미국과 한참을 논의하며 전쟁을 준비했겠지만, 지금의 총리는 스태퍼드 크립스라는 노동당의 정치인이다.


필요하다면 독일과 전쟁을 치를 인물이기는 하나 전쟁 의지가 확고하다 못해 넘쳐흐른 처칠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신중한 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상황이므로 태현이 갈 곳은 남태평양 전역. 당장의 적은 일본이다.


태현의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맥아더는 태현을 자신의 참모본부의 커피나 서류 담당으로 두지 않고 최전선에 배치했다.


맥아더는 멜버른에서 태현을 부르거나 찾아오지 않았는데, 태현은 자신이 맥아더의 필리핀 방어작전에 시시콜콜 딴지를 걸었던 앙금이 남은 거라 생각했다.


‘고맙긴 한데, 설마 싸우다 죽으라는 건 아니죠? 맥아더 사령관.’


태현에게는 육군 164 보병연대를 돕는 역할이 주어졌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대인 광복군 250명을 움직이게 되었다. 미군 내 취급은 작은 외국 부대의 중대장.


두 달만에 보는 광복군은 조금 인상이 달라져 있었다. 태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모두를 맞았다.


“분명 다 살아있지만 어째 원귀가 들었는지 불구대천의 원수가 늘었는지···”


병두가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하지만 좀더 딱딱한 어조로 답했다.


“뭔가 어디엔가 성질을 좀 내야 할 것 같아.”


“해병대 훈련 좀 그랬지?”


“인간이 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던데.”


“그런 것 같더라고.”


태현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대기하다가 육군 164보병연대가 움직일 때 같이 투입될 거야. 정해졌어.”


병두는 깜짝 놀란다.


“해병대 1사단과 함께가 아니라?”


“응, 어··· 왜?”


“우린 다같은 해병인데.”


태현은 마음 속으로 감탄했다. 병두마저 이렇게 만들다니, 도대체 해병대 훈련이란 무엇인가 하며.


1942년 8월 7일, 복수에 이를 가는 맥아더의 지휘 아래 미 해병대 1사단 15,000 병력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동쪽 솔로몬 제도의 툴라기, 가부투, 타남보고 섬을 공격해 장악한다.


방어 병력이 2,200 명에 불과했던 일본군은 순식간에 허물어졌고 일본의 대본영은 황급히 과달카날을 재탈환하기 위해 일본군 함대와 상륙부대를 밀어넣는다.


일본 해군의 승리로 돌아간 사보 섬 해전과 미국이 반격한 동솔로몬 해전이 이어졌고, 전략적으로 과달카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핸더슨 비행장을 노리고 일본군이 꾸준히 공격해왔다.


1942년 10월 13일, 164보병연대가 핸더슨 비행장의 방어에 투입되었고 벼르고 있던 광복군이 일본군을 마주하자마자 돌격해 나갔다.


태현은 미군 교리 상 부대 최고책임자라는 직책 탓에 부대에 붙어 지휘할 수 없었으므로, 그저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쉴 뿐이다.


‘병두야···’


해병과 육군의 협력을 담당한 해롤드 K. 존슨 대령이 태현을 위로했다.


“스프링처럼 튀어나가는 부대이니, 다음부턴 해병대와 같이 움직이는 건 어떻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싸울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아군의 함대와 비행기, 전차가 충분히 전개되어 있다. 등 뒤와 하늘을 믿고 적을 향해 달려가 제압할 수 있는 환경.


병두가 지휘하는 광복군은 전투를 벌이는 족족 일본군을 격퇴하고 진지를 박살냈고, 적이 없는 날에는 해병대 1사단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씨름을 알려줘 겨루거나 했다.


“우어어어!”


“하!”


해병대원 중 몇 명은 택견을 배워 깔끔한 발차기를 하겠다고 매일 연습했다.


태현은 멀리서 그런 광경을 보며 약간의 소외감을 느꼈지만, 굳이 들어가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선사시대의 인류가 이랬을까.’


보급을 받지 못한 일본군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미 해병대와 육군이 남은 일본군을 전멸 직전까지 밀어붙이자 일본도 최대한의 물량을 밀어넣는다.


10월 26일, 산타크루즈 해전에서 일본이 약간의 우세를 점한다. 미국 항공모함 USS 호넷이 침몰하고 USS 엔터프라이즈가 손상을 입는다.


그러나 과달카날의 전황은 이미 한참 기울어 있었고 11월 12일에서 15일, 양 해군이 부딪친 과달카날 해전에서 미군이 승리하여 일본 해군은 미국 함대의 진출을 막을 능력을 상실한다.


이 기간 동안 태현은 일본 해군의 교리와 습관, 작전 상황을 예상하는 의견을 내어 해군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고 미군 사이에서 태현의 평가가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과달카날의 일본군이 분쇄되자 태현이 광복군에 꼭 붙어 있을 이유는 없게 되어 1942년 12월 육군 지휘참모학교에서 만났던 로버트 아이켈버거와 같이 뉴기니 전역에 합류한다.


아이켈버거는 태현의 조언을 참조하며 작전을 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나와 고나의 굶주린 일본군을 격파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안전을 확보하며 남태평양 일본군의 중심인 라바울로 통하는 길을 연다.


라바울에서 일본군을 총괄하고 있는 일본군 장성은 악연이라면 악연인 그 이마무라 히토시. 태현은 실제로 미군이 내렸던 판단 그대로를 조심스럽게 건의한다.


“라바울의 방어는 튼튼하고 이마무라는 전술에 능한 사령관입니다. 다만 항공기와 함선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으니 바깥으로 나와 공격하진 않을 것이고, 주변을 정리하고 포위해 증원과 보급은 막되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입니다.”


이마무라와 두 번 부딪쳐 본 적이 있는 만큼 태현의 의견에 약간의 무게가 실렸고, 이후 비스마르크 해전으로 일본군의 대량 증원을 차단해 파푸아와 뉴기니 지역을 제압해가며 태현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여담으로 비스마르크 해전 후 미군은 파괴된 수송함에서 낙오된 생존자들에게 며칠에 걸쳐 공격을 가했는데 이 무력화된 병사들에 대한 공격은 이후 여러 관점에서 분석되어 비판의 대상이 된다.


1943년 6월. 태현은 아이켈버거 중장의 부관 역할을 하며 파푸아 뉴기니 전역에 머무르는 중 과달카날에서 임무 교대 후 부대 정비 중인 병두에게 와 줄 것을 요청했다.


태현은 나름 혼자 쓰는 사무실에 타자기도 있는 책상을 갖고 있었고, 병두가 안으로 들어와 태현과 만나자마자 말을 걸었다.


“공격할 적은?”


“참아, 참아. 진정해 해병대.”


“농담이었어. 나 혼자 왔는데 무슨.”


“제발 농담이면 표정으로 알려줄래···”


“노력할게.”


지금 태현과 병두, 광복군에 대한 평가는 무척 좋지만 그와 별개로 함선과 항공기로 승패가 결정나는 남태평양에서 대위급 장교 한 명과 300명이 안 되는 부대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 군대가 더 바람직한 군대기는 하지만.


그래서 병두는 1900년대 초에 태어난 조선 사람 답게 전공을 쌓을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지만, 태현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다.


태현은 병두에게 말하면 군법 위반이 될 사실을 조심스레 전한다.


“미군은 1943년 10월 전까지 북아프리카로 진격, 늦어도 1944년에는 서유럽 프랑스로 진출할 예정이야.”


“영국은? 프랑스에 영국의 원호 없이 상륙이 안 되지 않나.”


“그건 나도 못 들었지만 독일의 포로 반환이 멈추기도 했고, 작년에 나타난 Me 262 로 독일이 공격할 예정이란 정보도 있다고 하고, 아무래도 참전하지 않을까.”


독소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다.


43년 6월이면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했던 독일 제 6군과 파울루스 원수가 이미 항복했고 쿠르스크 인근에서 양군이 거대한 전투를 앞두었을 상황.


그러나 소련이 후방의 공업지대를 완성해 전차를 비롯한 장비를 어마어마하게 찍어내고 있음에도 독일군은 반격을 분쇄하며 버티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더 나은 성능의 전투기와 전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소련은 물론 미국도 독일의 숨겨진 보급선이 무엇인지 정보력을 집중해 알아내려는 중이다.


“상황은 간단해. 나하고 같은 짓을 하는 놈이 나치 독일에 있어. 반드시.”


“여러 사단을 먹여살리고 있다면 숨길 수 없을 텐데.”


“송헌이 지금 정보부대 한 곳에 있는데, 그런 게 있다면 찾아달라고 했어. 히틀러의 마음을 엄청 잘 사고 대단한 권력을 가진 채 소련 전선에 있는 놈.”


“너무 많지 않나. 만슈타인이나 보크라던가. 어쩌면 클라이스트.”


“그렇지···”


태현은 부정적으로 답하긴 했지만 자신처럼 원래 역사의 인물이 아닐 테니 송헌의 정보에서 골라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병두는 더 생각하지 않고 태현에게 물었다.


“그러면, 대장. 우리는 서유럽으로 가는 건가?”


“그게, 아마도 나 혼자. 그러려고 지금껏 미군에게 잘 보였고.”


“아. 나를 왜 부르나 했더니.”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실패하면 그 놈을 찾아서 없애 줘. 김구 주석님께는 말해 놓았어.”


“하지만 우리 없이 대장 혼자 어떻게?”


“어떻게든 찾아내서 미군과 같이 우르르 가서 쾅.”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천황궁 부수고 온다는 말과 큰 차이 없는데, 가능한 건가.”


“역시 안 될까···”


“비밀을 지키며 같이 움직일 미국 장군들을 찾는 건?”


태현은 앉은 채 고개를 들어 천장을 향했다.


“현실적으로는 그뿐이네. 그게 맞겠다.”


병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알았어. 그럼 난 호주로 돌아가면 되나?”


“아, 잠깐. 안돼.”


병두가 눈을 크게 떴다.


“안 된다니?”


“내가 요청했거든. 너 사관학교로 보내달라고. 장교 단기 과정. 영어부터 배우고.”


병두가 상황을 눈치채고 문으로 달려갔지만 대기하고 있던 헌병 둘이 병두를 붙잡았다.


병두는 침착한 성격답게 소리지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빨랐다.


“야, 임태현. 야.”


“그게, 중국의 광복군 사정도 좀 그래서. 김한월이 그나마 고참 장굔데 아직 경험이 좀 그렇잖아. 네가 미군 교육을 좀 받으면 나중에···”


“이거 놓···! 이 자식들 왜 이리 힘이 세지.”


“특별히 골라서 보내달라고 했거든. 아, 헌병 두 분. 감사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임태현!”


병두는 끌려나갔고, 태현은 사과의 의미로 그가 간 쪽으로 고개를 숙인 후 속으로 생각했다.


‘잘못되면 뒤를 부탁한다. 미군은 네 능력을 알아볼테니 어떻게든 될 거야.’


태현은 타자기를 앞으로 가지고 와 문서를 두드려 쓰기 시작했다.


맥아더에게 준비 중인 유럽전선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Honiara.png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솔로몬 제도에 있던 핸더슨 비행장의 위치. 현재 호니아라 국제공항이 되어 있습니다.

미군은 이곳을 확보하고 서쪽으로 진출해 인도네시아 / 파푸아 뉴기지 지역을 점거한 후 북쪽의 사이판을 점령, 1944년 말부터 일본 본토를 공습합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추석 보내기시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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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북아프리카 전역 (2) NEW 13시간 전 31 2 13쪽
40 북아프리카 전역 (1) 24.09.18 55 3 12쪽
»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71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72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88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7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9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103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101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102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102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4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12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7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7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4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43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26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5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55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53 5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77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5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8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7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4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80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201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2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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