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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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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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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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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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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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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조선의용대

DUMMY

장제스와 쉐웨는 태현의 지휘 하에 있는 제 27군을 1만 5천 병력으로 편성해 허베이로 급히 출격할 것을 명했다.


장제스의 입장에서는 공산당군의 허베이 단독 점령이 신경쓰이고, 쉐웨는 적은 병력으로도 큰 효과를 내려면 태현밖에 없다는 걸 짐작하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우한에서 허베이의 싱타이까지는 무려 789km 나 되지만 천만다행으로 철도를 쓸 수 있었고, 허베이 인근에서 내린 후에는 기름을 펑펑 쓰면서 병력을 이동했다. 태현에게 붙은 참모진이 의아해했다.


“임시 사단장님. 도착하면 우리 뭘로 기동합니까?”


“현지에서 보급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무능할 때까지 승진하고, 중국군의 장교들도 그런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래서 모두 표정으로 이놈이 권력을 잡더니 미쳤으며 우리는 망했다는 구체적인 절망을 표현했지만 태현은 애써 눈을 돌렸다.


태현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팔로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부대를 방문했다.


태현은 사단장으로서 그들을 맞이했는데, 그들은 우르르 내리더니 그들 중 한 명 뿐인 여성 군인을 앞에 세우고 태현에게 외쳤다. 한국말이었다.


“자! 우한의 범! 이 분이 우리 중 가장 미인인 이정순 중사님이다. 어때! 공산당에 입당하고 싶지 않나?”


이정순 중사는 위엄 있게 고개를 높이 들고 콧바람을 세게 뿜었고, 태현은 잠시 눈만 깜빡였다.


‘뭐 하는 거지 이 사람들.’


그들 중 한 명이 가만히 생각하다가 방금 말한 병사를 툭툭 건드렸고, 그들은 뭔가 적혀 있는 종이를 읽은 다음 다시 말했다.


“처음부터 공산당이 아니었지! 미안하다. 우한의 범! 우리 조선의용대에 들어와라!”


참모 중 한 명이 태현에게 물었다.


“임시 사단장님. 이 사람들 뭐라고 하는 겁니까?”


“필요한 물자가 있으면 지원하겠답니다.”


“휘발유 잔량은 임시 사단장님이 아실 테니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참 후 김무정이 군용 차량을 타고 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로 태현과 악수하며 물었다.


“공산당 입당서류는 썼네?”


“안 쓸 겁니다.”


“20세기 최신 이념인 공산주의에 너무 박한 거 아니네?”


태현은 웃어넘겼다.


“그래서, 사단장으론 누가 왔네?”


“접니다.”


“...동무래?”


“네.”


“왜?”


“다른 장성이 올 때까지입니다.”


“흐-음.”


“살살 꼬셔서 전부 공산당원으로 만들자는 생각 안됩니다.”


“이 동무가 독심술 쓰네?”


공산당 팔로군은 다분히 의도를 갖고 90여 명의 조선의용대를 태현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태현은 그들이 아침마다 부르는 한국어 군가를 들으며 씁쓸해했다.


‘나중에 장제스 총통에게 사상검증 제대로 당하겠는데···’


한번은 이정순 중사가 병사 여럿과 들이닥치는 바람에 경비병들이 총을 겨누기까지 했다.


“적 사단장은 들으라! 보이차 좋아하네?”


“저는 아군 사단장입니다. 본심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공산당 가입 안 합니다.”


“왜!”


“왜고 자시고. 돌아가세요.”


아직 와야 할 병력과 물자가 많았지만, 태현은 일본군부터 공격하고 보기로 했다. 조선의용대에서 멀어지기 위해.


‘저 백 명이 나중에는 수만 명이 되어서 남침한다는 말이지···’


이념 하에 모이는 만 단위의 청년들. 지긋지긋한 계급사회에서 벗어나 평등한 사회 건설에 대한 열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믿음. 강력한 집단에 참가하려는 본능. 어쩌면 출세, 신분상승의 기회···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래도 공산주의 국가들이 경제력 경쟁에서 뒤쳐지고 소련이 해체된 지 10년 뒤에나 태어난 태현에게는 이해가 어려웠다.







싱타이 시는 이전과 달리 넓게 전개한 팔로군의 공격으로 방어가 허술한 상황이었다.


태현은 작전을 잘 짰고, 작전에 필요한 물자는 부족함 없이 준비할 수 있다. 싱타이 시는 공격한 지 일주일 뒤 중국군의 수중에 떨어졌고, 태현은 부대를 정비한 후 동쪽의 지난 시와 타이안 시를 노리고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산당 팔로군의 펑더화이가 싱타이 시를 거점으로 삼자 장제스가 다급한 전보가 왔다.


“공산당원이 몰려든다는군. 싱타이로 복귀하게. 내가 정치인들을 보낼 때까지만.”


장제스의 조치가 뭔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동안 공산당은 대민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고, 화북지역 중국인들의 공산당 지지는 매우 강했다.


중국 중부와 남부에서 어떤 전투가 벌어지든 북부에서 일제와 싸운 것은 공산당 팔로군이었기에.


‘총통이 그걸 모를 리는 없지만 눈뜨고 볼 순 없는 거지···’


안 될 줄 알아도 찔러는 봐야 불안이 풀리는 것이 인간이다. 태현은 그 사실이 안타까웠다.


싱타이로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태현과 펑더화이의 만남이 주선되었다.


태현은 사상검증을 넘어서 고문까지 당하는 아닌지 고민하며 펑더화이를 찾았고,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부드럽지만 강직한 태도로 태현을 맞았다.


물론 태현은 불편했다. 펑더화이는 이후 북한의 남침에 찬성하고, 그후에는 유엔군과 한국군을 무너트리며 밀어낸 중국공산당의 고위 장교이며 잠시나마 중국의 권력 3위로 꼽힌 자다. 그저 명령대로 잘 싸운 지휘관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김일성의 뺨을 두 대 후려갈겼다는 일화도 있다. 태현은 그 점을 떠올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펑더화이의 맞은편에 앉았고, 그가 대화를 시작했다.


“무정이 말하길 사단장이 곧 공산당에 가입할거라 하더군요?”


“맞습니다. 장제스 총통이 가서 첩자질을 좀 하라고 했습니다.”


펑더화이는 껄껄 웃었다. 그런 후 솔직하게, 거리낌 없이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대부분 태현이 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펑더화이는 가만히 태현의 말을 듣다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장제스 총통이 우리에 대한 감정을 풀 일은 없겠소?”


“총통께서는···”


태현은 나중에 장제스에게 갈굼먹지 않을 말이 무엇일까 고민한 다음 말했다.


“중국의 혁명과 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있고, 현실로 옮길 계획이니까요.”


“하하. 이념을 떠나 우리 중국이 발전한 형태는 하나지요. 드넓은 국토의 산업화···풍요와 부강. 하지만 제 관심은 그것이오. 그런 중에, 누가 고통받을 것인가.”


태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자산계급이 민중의 피땀으로 바꾼 금과 꿀을 독차지하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지 않겠소. 귀족과 지주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더욱 발전한 압제일 터. 사단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단장도 같은 생각이실 거란 추정이 가능했소만.”


“긍정도 부정도 않겠습니다.”


펑더화이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는 이후 장제스나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이 펼칠 전술과 전략적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태현은 지도 위에서 펼쳐지는 그의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혀를 내둘렀다.


‘순간순간 더 많은 병력으로 공격을 집중하는 진격 경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병사들은 지시에 따라 싸우다보면 이겨 있을 것이다. 분명히 바이충시와 동급··· 이 자와 같거나 한 수 위라는 주더는 어떤 장군이지.’


펑더화이는 군사회의를 마치고 빙긋 웃었다.


“무정이 왜 그리 사단장님을 탐내는지 알겠소. 허나 서로 다른 소원이 있는 처지. 부디 무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태현은 문득 궁금해 물었다.


“사령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펑더화이는 평생 그가 주장했던 말을 꺼냈다.


“중국의 군인과 정치가들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세상이 오는 것.”


태현은 표정을 숨기고 대답했다. 그런 세상은 21세기까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사령관님.”


그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펑더화이는 조선의용대에게 싱타이 지역에서 공산당 홍보와 가입 권유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태현은 펑더화이가 자신이 장제스에게 불필요한 갈굼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라는 생각을 했다.


태현이 싱타이에 머무르고 펑더화이는 북쪽으로 진군한 지 며칠,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병두가 굳은 얼굴로 달려와 태현에게 전했다.


“대장, 일본군 기습. 팔로군 보급로에 아군이 고립됐어. 적 전차가 확인됐고.”


이 시기 조선의용대는 일부 전투에 동원되긴 했어도 아직은 대민지원과 지원업무에 치중하고 있었다. 공격당한 위치를 보면 의용대가 갇혔거나 최소한 구조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태현은 이를 잘근잘근 물었다.


“전차라니. 팔로군 여러분 주변 경계를 잘 안했군.”


“우리만이라도 갈까.”


“맡길게. 그, 조선인 병력만 데리고.”


“물론.”


참모들은 불편한 눈이지만, 태현이 싱타이를 수월하게 점령한 뒤라 별다른 지적을 하지는 않았다.


낮에 출발한 병력은 해가 질때쯤 부대로 복귀했다. 병두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몇 명의 사상자가 있었지만 일본군의 격퇴에는 성공하고 돌아온 것이다.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게 의용대와 태현 부대의 조선인이 모인 합동 장례가 치러졌다. 무정과 태현이 그들 사이에 나란히 섰고, 조선인들이 나운규의 아리랑을 부르며 흙이 덮히기 전의 관을 내려다보았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동시 섣달에도 꽃만 핀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흙이 덮이는 중, 태현이 먼저 김무정에게 말을 걸었다.


“공산당 가입하라고 안 합니까?”


“됐네.”


김무정은 후 하고 숨을 뱉고 태현에게 물었다.


“동무네는 이럴 때 무슨 아리랑 부르네?”


“우리도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 부릅니다. 밀양 아리랑은 군가고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내 그 아리랑 차암 잘 부르는데.”


“다음에 듣겠습니다.”


장례가 끝났다. 무정은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태현도 그랬다. 간이 묘소 앞에는 둘만 남았다.


“동무. 우리네 대원들 구해줘서 고맙네.”


“장군께서도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내래 마오 주석 무서워서 하겠간?”


“안 무서워하시면서.”


“어허, 조용히 하라우.”


무정이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죽탕을 치고 또 쳐도 끝이 없어. 일본 놈들 참으로 지겹구만.”


“전 세계에서 같은 생각일 겁니다.”


“동무. 내 십만 병력은 약조받았네. 조선 정벌 때 내가 총사령관이지. 그 날이 올 것 같으면서 참 안 오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역시 동무가 내보다 꼰대라우. 노인네들 좋아하는 말하기는.”


“병력 십만··· 적은 수는 아니지만, 전투기가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만주만 얻으면 거기 전투기 공장이 우리 거고, 철도를 타고 압록강을 넘으면 금방 조국인데 말이네. 헌데 병사들은 어찌 먹일지, 탱크는 누가 줄 지 고민이구만.”


태현은 소련이 줄 수도 있다는 위로를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김일성 대신 탱크를 끌고 남하하는 김무정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김무정이 툭툭 털고 일어난다.


“내 오늘 은혜 잊지 않네.”


“감사합니다. 허나 마음 쓰지 마십시오.”


며칠 후, 장제스에게서 동진 명령이 떨어졌다. 난창은 일본군에게 점령당했고, 이청은 치열한 전투 중이며, 우한의 상황도 마냥 좋지는 않다는 정보와 함께. 태현은 서두르기로 했다.


부대가 떠날 준비를 하는 중, 의용대의 이정순 중사가 찾아왔다.


“사단장! 김병두 동지 있는가?”


“공산당 안··· 아니 잠깐. 누구요?”


“김병두 동지 말이네! 너희 중대장! 그 동지 뭐 좋아하네?”


“운송대에 있을 테니 가 보세요. 저기 트럭 준비하는 곳.”


“고맙네. 잠깐! 그 동지 결혼했네?”


“우리는 개인사정 안 물어봅니다. 가서 직접 물어보시죠.”


“좋았어!”


‘뭐가 좋다는거지···’


태현은 병두에게 굳이 결과를 묻지 않았고, 병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태현은 증원된 1만 9천을 움직여 동편의 일본군을 공격하기로 했고, 병두가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전투기 없이 될까.”


“만들지 뭐.”


“농담인 건 알겠는데, 조종사는?”


“내가?”


“이륙하기 전에 불태워야겠는데.”


“다들 내 조종 실력 가지고 왜들 그러지. 몰다가 죽은 적 없는데.”


“아직 없는 거잖아.”


“그 말이 맞긴 해.”


저 멀리 평야 가운데 우뚝 솟은 타이산 보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라고 할 때의 그 태산이다.


태현의 목표인 지난 시와 타이난 시는 각각 타이산의 북쪽과 남쪽에 있고, 두 도시를 지키는 병력이 있지만 태현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면··· 뚫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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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1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 조선의용대 24.09.07 108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2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8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7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7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0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1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6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200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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