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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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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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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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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941

작성
24.08.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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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난닝 전투 (4)

DUMMY

고작 오십 명 남짓의 사격. 집결해 있는 병력은 육백 명이다.


그러나 좁은 곳에 모여 있는데다 행군해 오느라 지친 병사들. 낯선 지형, 새까만 한밤중의 숲 속. 상대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겨우 몇 명이 총에 맞고 쓰러지지만 그것만으로 패닉이 번져나가기 충분한 조건이다.


병사들이 일부는 엎드리고 일부는 도망치는 혼란이 벌어지지만 장교 한 명의 목소리가 그들을 진정시킨다.


“숙여, 숙여, 숙여! 전열 장전, 반격!”


일본군의 총탄 하나가 태현이 쓴 헬멧을 스치며 팅 하는 소리를 냈다. 대원 한 명이 깜짝 놀라 태현의 어깨를 잡아 끌어내리고 태현도 놀란 얼굴을 하다 웃음을 터트린다.


“적에도 명사수가 있네.”


“음!”


“네, 네. 형님. 농담 안할게요. 여기선 이쯤 하고, 다음 위치로 가죠.”


태현과 같이 있던 대원들이 자리를 벗어난다. 일본군은 공격이 멈춘 걸 확인하고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지만 멀리서 박격포의 발사 소리가 들리자 다시 엎드린다.


“흩어져라!”


포탄이 병사들 사이에 떨어지고, 아무 방향으로나 달리던 일본군 여럿이 지뢰를 밟는다. 적의 위치는 알 수 없고 폭음은 꽤 멀리서 났다. 장교 한 명이 무전을 보낸다.


“북동 방면 도로 10km 지점, 적 기습! 공격받고 있다!”


무전기에서는 성난 대답이 돌아온다.


“마에다 소위. 피해, 심각한가?”


모여 있는 병사는 수백 명. 그에 비하면 경미한 피해만 입은 것이 맞다.


“그건··· 아닙니다!”


“병사를 산개시키고, 돌격대를 내보내! 고지를 확보하고 기관총을 거치해라. 완료 시 보고하도록!”


병사들이 걷어차이며 앞으로 달린다. 조금 높고 평탄한 곳이 있어 자리를 잡으면 저격수의 탄환이나 박격포탄이 올라온다. 총구화염이나 폭발음을 듣고 돌격해가면 그 곳엔 아무도 없다.


태현의 대원들은 공격 후 이동을 반복하는 데 능하다. 지난 3년간 반복해 온 일들이므로.


그런 중 일본군 한 분대가 주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기관총을 놓는 데 성공한다. 총몸 상부에 탄창을 꽂아넣고 방아쇠에 손을 건 채 사격할 곳을 찾아 살핀다.


하지만 수류탄 하나가 그들 사이에 떨어지고, 일본군들은 몸을 던져 벗어나며 엎드린다. 수류탄이 폭발한 직후 숨어있던 대원들이 덮쳐 총칼로 찌르고 권총 방아쇠를 당겨 목숨을 빼앗은 후 일본군의 시체에서 장비를 챙긴다.


“기관총 상태는?”


“좋아! 아마도.”


“탄환 다 갈겨버리고 벗어나자.”


그 무엇도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 일본군의 지휘관들이 흥분한다.


일본 육군에는 1920년부터 고착된 잘못된 전술이 하나 있다. 적을 향해 돌격해 백병전을 벌이는, 소위 반자이 돌격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장교 중 한 명이 이를 갈며 전황을 주시하다 멀리 보이는 목책과 방어시설, 그 주변에 스쳐지나가듯 보이는 여러 명의 그림자를 보고 고함지른다.


“전 병력 착검! 착검!”


적은 수의 적에게 계속 공격당하기보다 돌파해 진지를 점령하겠다는 판단. 일이 잘 되지 않아 초조한 지휘관 입장에서 언뜻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기는 하다. 진지에서는 최소한 총탄이라도 피할 수 있으니.


“저기 저 곳이다, 둘러싸! 옆으로 움직여, 흩어져! 포위한 다음 일제 돌격이다. 뛰어, 꾸물거리지 말고 뛰어!”


이제껏 일본군이 승리한 주요 전투는 힘으로 밀어붙인 야전과 끝끝내 화력 우위를 확보한 시가전. 달려나가 취약한 적을 제압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태현은 일본군의 움직임을 보며 탄식한다.


“진짜 하네. 간도에서는 안 이랬는데.”


태현은 대원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의 뒤에 있는 상자를 하나씩 열어본다. 그 안이 모두 비어 있는 걸 확인한 후,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 쌓고는 그 안에 있어야 할, 필요한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런 다음 태현은 가장 위에 있는 상자들을 열어 안에 있는 것을 만지작거리고, 대원들의 뒤를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일본군의 배치가 끝나자 장교의 군도가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달빛이 그 날을 비춘다.


“천황 폐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수백 명의 일본군이 우르르 달려나갔지만, 당연히 그들이 돌격한 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본군 한 명이 안심한 듯 몸에 힘을 빼며 말한다.


“도망쳤군.”


진지 주변을 수색하지만 도망친 흔적뿐. 그러나 진지 한가운데에 어색하게 쌓여 있는 상자 무더기가 눈에 띈다.


“오장(하사)님. 이 상자, 이상합니다.”


“손대지 마! 일단 보고부터.”


“아니 하지만, 오장님. 상자가 이런 모양으로 쌓여 있는 게···”


구석도 아니고 한가운데, 제법 높게 쌓여 있는 형태. 일본군 하사관은 적이 사격해 터트릴 폭발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열어 봐. 천천히.”


“네···”


뚜껑이 올라가자 딸칵 하는 소리와 같이 폭탄이 터진다. 그 아래의 상자에 가득 차있던 화약과 탄약도 유폭한다. 화염이 치솟아올라 주변을 밝혔고 돌격 후 모여 있던 병사 대부분이 즉사했다.


돌격 지시를 내린 장교는 화염이 번지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그리고 외친다.


“돌아간다. 무전 보내! 2개 소대 전멸, 후퇴한다고.”


공포가 일본군에 내려앉았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다급하고 체력이 다한 병사들이 한 명씩 뒤쳐진다. 대열을 정비하고 대응 준비를 갖추게 할 간부들마저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서두를 뿐이다. 갑작스레 폭발한 거대한 불꽃과 폭음이 그들에게서 이성을 빼앗아갔다.


싸울 의지를 잃은 군대는 개미와의 전투에서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퇴각 행렬을 노리고 대원들이 공격하지만 제대로 된 반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숙이고 총을 쏘지만 누구는 달려서 도망친다.


지뢰를 피하려면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하지만 곳곳에 매복이 있어 일본군을 괴롭힌다. 낮은 곳에 갈 때마다 수류탄이 떨어지고 다른 길로 앞질러 가려던 누군가가 지뢰를 밟는다.


일본군이 향하는 곳은 한 군데, 처음 출발한 지역이다. 험한 산세에서 벗어나고 주변이 보이는, 원군이 도착할 수 있는.


그리고 일본군이 두 시간에 걸쳐 도착하는 그 지점에, 병두가 지휘하는 부대를 포함한 다수의 중국군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사정거리에 들어옵니다.”


중국군은 모두 이글거리는 눈을 하고 있다. 그 눈빛에 매복을 들키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중국군을 지휘하는 간부는 병두를 한번 본 다음 조용히 명령을 전파한다.


“한 놈도 보내지 않는다. 전 기관총 사수, 조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탄환이 침략자의 목숨을 노리고 공중을 갈랐다.










일본군의 여러 진지에 사이렌이 울리고 잠들어 있던 모든 병력도 일어나 바쁘게 움직인다.


“적 대부대 확인, 전투 준비! 전투 준비! 3분 내 착장 후 대기!’


해가 뜨기까지는 한참 남은 시간이니 비행기를 띄워도 상황을 알 순 없다. 거기에 주력부대의 상당수는 한참 떨어진 난닝에 포진한 상황. 따라서 친저우 인근 일본군 진지의 방어는 강하지 않다.


친저우 북쪽에 나타난 적으로도 충분히 어수선한 중에 다른 소식도 전파된다.


“중국군, 트럭 탑승 후 난닝 출발, 서쪽 도로로 남하 중입니다!”


“적의 규모는?”


“셀 수 없다는 보고입니다!.”


“각 진지에서 격퇴하라고 해, 포를 쏴! 아군 차량을 세워 길을 막아··· 왜 그러나?”


“대좌(대령)님, 도로에는 남은 병력이 얼마 없습니다. 조선인 게릴라들 탓에 난닝의 전진기지로 피신한 지 오래됐습니다.”


“그 난닝의 부대는 뭐 하고 있나! 출격해서 그들을 막으라고 전달해!”


“그쪽은 공격받는 중이라고 무전이 있었습니다! 방금 전 부대에 알렸습니다!”


친저우를 노린 중국군의 대규모 반격이다. 일본군이 사전에 전혀 상정해둔 적 없는 상황.


장교들은 다급히 모여 회의를 시작한다. 어느 부대를 어디로 움직이고, 어디서 적을 격퇴하고, 어디의 방어를 강화할지.


두 시간 후, 친저우에서도 중국군의 차량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포가 그 행렬을 향해 불을 뿜자 트럭에 달린 견인포들은 대열에서 이탈해 자리를 잡고 방열한다.


포격의 숙련도는 일본군 쪽이 좀 더 낫지만, 중국군은 속속들이 도착하고 트럭에서 뛰어내린다. 일본군은 상대가 돌파하지 않고 넓게 퍼지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 그 뒤를 지나가는 트럭을 보고 그 의도를 짐작한다.


“비행장이다! 저들의 목표는 비행장이다!”


날고 있지 않은 비행기는 손쉬운 공격 목표. 당연히 비행장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 수에서 밀리는 일본군이 전투기와 경전차 없이 난닝을 탈환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일본군이 트럭의 돌파를 막으러 움직일 때, 다른 소식이 들린다.


“북측 방면 중국군, 남하 중! 그리고 친저우 시 내부에 적군 확인···! 아군 차량을 탈취 중입니다!”


“시 내부에 적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거기 중국군은 없었어, 있더라도 장비가 없다고! 샅샅이 수색했단 말이다!”


“하지만··· 적은 중무장했습니다! 간이초소들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어디에 무기들이 있었다는 거야?”


중국군의 무전도 부산하게 울린다. 태현은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 장파쿠이 장군의 직속 장교와 작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도시 내부의 차량 탈취, 현재 상황이면 두 시간 내로 완료됩니다. 바로 북쪽 방면 아군에 전달될 것입니다.”


“해가 뜬 뒤가 문제겠군요. 서쪽 공격은··· 아직 순조롭지 않고요.”


지금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비행장까지는 약 20km. 전투기가 하늘에 오르면 일본군이 막아내는 것이고, 그것은 곧 여기까지 온 중국군의 전멸을 의미한다.


태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전황을 본다.


당장 장비와 화력에서 밀리는 중국군이 거리를 둔 전투에서 일본군을 이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태현의 생각으로는 부대를 어떻게든 전진시키고, 적을 포위한 후 공격해야한다.


하지만 태현이 당장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는 중국군에 달린 것이다.


장교는 태현의 초조한 얼굴을 보다가 껄껄 웃고, 태현은 의아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본다.


“임태현 대장. 여기까지 오면 우리가 이겼어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네, 중교(중령)님.”


“이것은 우리 조국을 위한 전쟁이요. 일본은 우리를 계속 유린했고, 우리 병사들은 싸울 의지가 넘쳐흐르죠. 일본 놈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죠?”


“맞습니다.”


“진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게 누군지, 오늘 알게 되겠군요.”


친저우 북쪽에서 내려온 병력이 서쪽 전장의 뒤에 도착하자 일본군의 반격이 급격히 약해진다.


그에 맞춰 서쪽으로 진입한 트럭들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여러 대의 견인포와 보병이 과감하게 앞으로 치고 나온다.


일본군도 상황을 짐작했는지 비행장에서 전투기를 띄우는 소리가 나지만, 11월 말의 태양은 늦게 뜬다. 조금 밝아지려면 두 시간도 넘게 남았지만, 중국군의 포탄이 드디어 비행장에 닿기 시작한다.


태현이 마음을 조금 놓자 장교가 설명한다.


“그동안 보니까 말이지요, 이 놈들은 위기 상황에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더군요?”


“네.”


“우리는 알지요. 일본에게 그렇게 당했으니까. 그런 중에 어떻게든 살아나가려 했으니까. 그래서 살아있는 게 우리니까. 이놈들이 뭘 할지, 그때 우리는 뭘 해야 할 지 알지요.”


태현은 가만히 있었고, 장교는 말을 마친다.


“간절한 병사들이 정말 뭘 해야 할 지 알고 있다면··· 그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법입니다.”


마침내 여러 대의 트럭이 비행장에 닿았다. 기지가 불타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태현은 안심했고, 몸의 긴장이 풀리자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장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아래를 향해 걸었고, 태현은 그 뒤를 따랐다.


“그거 아나요? 임태현 대장. 내게는 첫 승리이네요.”


“그렇습니까.”


“대장이 만들어 준 승리지요. 고마운 마음이요.”


“아닙니다. 국민혁명군이 만든 승리입니다.”


“겸손하시지 않아도 되어요. 자, 이제 끝나겠군요.”


일본군의 진지 곳곳에서 불이 피어올랐고, 그 주변에서 쓰러지는 병사들의 모습이 잘 보였다.


트럭은 계속 중국군을 실어나르고, 점점 더 많은 일본군의 포가 빼앗겨 방향을 바꿔 발포했다.


11월 30일 오전 6시, 난닝을 공격한 일본군 제18사단은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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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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