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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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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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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4
추천수 :
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9.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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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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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신임 장교

DUMMY

“아니죠, 여기 중앙에서 제 150mm 곡사포가 놀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돌격대형을 하시면 바로 집중사격이···”


태현은 말을 멈췄다. 여러번의 가상 전투에서 태현은 참모진의 돌파를 모두 막아냈고, 당연히 그건 그들이 원한 결과는 아니다.


그래도 참모들은 지금까지 사단장 일을 제대로 해온 태현에게 억지를 쓰지 못했다. 태현은 슬쩍 그들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다행인 건 적의 기갑전력이 아주 두텁지는 않아 우리도 비슷하게 막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태현의 말을 도우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그 다음날 일본군이 소규모로 공격해왔고, 노획한 기갑부대로 막아선 후 병두의 포반 지휘 하에 약간의 피해만 입고 격퇴했다.


태현은 부대의 약점이 노출되었다는 판단에 전방 진지를 재구축하려 했지만 일본군이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공격해왔고, 닷새나 걸려서야 새 참호를 파고 진지를 보강할 수 있었다.


태현이 방어를 보강한 후에는 공격이 멈췄다. 그렇게 서로 노려만 본지 닷새, 드디어 공산당 팔로군의 북상했던 병력이 남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마무라의 부대가 퇴각을 준비하는 게 보였고, 태현은 겨우 한숨을 쉬며 마지막으로 주변 도시에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조선인 부대에 돈을 주어 보냈다.


매우 안 좋은 소식은 이마무라는 배를 타기 위해 동쪽으로 가야 하고, 태현은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서쪽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점. 서로 원하는 게 분명하다고 우리 못본 척 지나가죠 하고 정식으로 합의하면 군법회의 1번 안건이다.


그래서 태현은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고, 그 탓에 일본군 포로 사토에게 다소의 불행이 발생했다.


태현의 요청을 받은 이송헌이 한밤중에 사토를 불러내고 다음 양해를 구했다.


“김씨, 미안하지만 이 꽉 물어.”


“...!”


이송헌은 사정없이 사토의 뺨을 후려갈겼고, 맞은 곳이 부어오르기를 기다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됐다.”


이송헌은 사토에게 권총과 탄환 하나를 건넸고, 사토는 그의 의도가 뭘지 혼란스러워하며 말을 기다렸다.


“쳐맞다가 탈출했다고 하고 저기로 가서, 우리가 남쪽 해안 따라 빠져나갈 계획이더라고 얘길 좀 해. 틀린 말이 아니니까 김씨가 손해볼 건 없어. 내가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고 해도 상관없고.”


“우리가 공격하면 어쩔 생각이오···? 나는 이 군의 상태와 보유한 화력에 대해 남김없이 말할 것이오.”


“그럼 싸우는 거지. 우리가 무서워서 안 싸운 건 아니거든.”


“이 권총은?”


“돌아가는 게 영 무서우면 네 머리에 대고 쏘라고. 설마 날 쏘라고 줬겠냐? 여기서 삽탄하진 마라. 내가 총 맞을까봐 널 패야 하거든.”


사토는 가만히 총을 내려다보다 받아서 한쪽 주머니에, 탄환은 다른 주머니에 넣고 물었다.


“존함이 어찌 되시오···?”


“나? 조지 워싱턴.”


“허튼 질문이었소··· 아무튼, 잊지 않겠소.”


“뭘 잊지 않을 것까지야. 우리 좋은 일 하라고 풀어주는데.”


“그 이야기가 아니오.”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가라 좀. 훠이. 꺼져.”


태현의 의도대로, 일본군은 북쪽에서 아군을 포위하겠다는 듯 움직였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에 대치하듯 부대를 남쪽으로 돌렸다.


사토를 시켜 이마무라에게 귀띔을 준 건 참모들에게는 비밀이었고, 팔로군이 싱타이에 집결을 시작했단 정보를 듣고 나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마무라의 사단은 쫓아오지 않았다.


제 27군의 참모 중 한 명은 여전히 언짢았다.


“임시 사단장. 적을 앞에 두고도 싸우지 않았다고 총통에게 보고할 겁니다. 분명히 말했습니다!”


태현은 너스레를 떨었다.


“이왕이면 물자를 싸들고 돌아가느라 불필요한 병력과 물자의 소모를 막았다고 해 주세요.”


1941년 3월 말. 태현은 제 27군 임시 사단장에서 물러났다. 보직에서 해임되자마자 사단 참모들이 성을 내며 자유로운 언어 사용으로 갈구긴 했지만 태현에게는 아무 타격이 없었다.


태현은 싱타이에 제 27군을 남겨놓고 대원들과 철도를 타고 우한으로 내려왔다.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전황은 의외로 크게 달라지지 않아보였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두 군대··· 서로 신중할 수밖에.’


제 27군 참모들의 보고서는 최대한의 사실 그대로와 과장 섞인 태현에 대한 불만이 기록되어 올라갔지만, 그 보고서가 가기 전 사령부에 보낸 맥주 궤짝들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 덕에 별다른 지적은 없었다.


태현은 참모들에게 마음 속으로 한마디했다.


‘여러분 맨 앞에 세우고 돌진하자고 하는 수가 있었어요. 이 자식들아.’


그래도 보고는 보고. 태현은 쉐웨에게 가서 있었던 일과 사토를 시켜 적당히 합의한 일까지 말했고, 쉐웨는 태현에게 몇 가지를 지적해 주었다.


“나는 협력장교 판단이 맞았다고 봐. 하지만 그럴 때 소모를 각오하고 회전을 시도하는 일이 한 번은 이뤄져야 해. 지금까지 겪은 전투를 생각해 보라고.”


“네, 사령관님. 어째서입니까?”


“틀어박혀만 있던 병력이 갑자기 전투에 들어가면 전투력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많아. 귀관의 유격대는 짧은 간격으로 움직여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네, 그건 생각 못했습니다.”


“전투일지를 보면···상대가 매섭게 공격했군.”


“예. 적에게 탱크 몇 대만 더 있었으면 위험했습니다.”


“적장이 항공지원을 기다렸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우리가 적을 서둘러 격파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도 말이 되지만. 아무튼, 잘 해냈네. 가서 자네의 부대를 쉬게 해.”


태현의 부대가 대기하는 중에 임시정부에서 보낸 인력이 일부 충원됐다. 그 중에는 장교 역할을 할 자도 있었다.


“신,고합니다! 소위 김한월 외 41!인! 맹호대에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 고! 합니다.”


태현은 가만히 있다가 지적했다.


“잘못 오셨어요.”


“광복군 제 1전투연대 맹호대! 에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태현은 병두, 송헌, 석웅을 차례차례 보고 모두 처음 듣는 말인 걸 확인한 다음 김한월에게 물었다.


“여기가 광복군 제 1전투연대는 맞는데··· 어떤 분이 그런 명칭을?”


“김구 주석님이십니다!”


태현은 시선을 땅으로 떨어트렸다.


‘주석님, 좀.’


태현이 2003년생이긴 한데, 태현 외 다른 사람들도 얼굴이 썩 좋지 않은 걸 보면 1941년 기준으로도 최신 센스는 아닌 듯하다.


어쨌든 새로 온 사람이 있으면 환영을 해야 한다. 태현의 부대는 주변에서 다양한 식량을 구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환영회를 열었다. 태현은 어색하게 신임 소위에게 말을 걸었다.


“지청천 사령관님은 잘 계시고···?”


“예! 사령관님께서는 정보작전, 초모작전을 위해 현재 절강성··· ”


이송헌이 말을 가로막았다.


“워워워 워워 안돼안돼 기밀 기밀, 막 말하지 마.”


“숙지하겠습니다!”


환영회가 진행 중에 시간이 흘러 태현이 취사장을 도울 차례가 되었다. 김한월 소위가 그 뒤를 따라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안돼. 식사는 다 했고?”


“저는 다 먹었습니다! 연대장님이 직접 일하십니까?”


“연대장 된지 몇 달 안되어서 아직. 식사 마쳤으면 가서 휴식하고··· 그, 자신 있는 분야가?”


“포술입니다!”


태현은 솥을 휘젓던 삽을 놓고 한월의 손을 덥석 잡았다.


“포병. 잘 부탁해. 우리도 좀 가르쳐주고.”


“소위 김!한!월!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현은 포를 다룰 줄 아는 장교의 합류가 반가웠지만, 그 대신 다른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긴 했다.


“독! 립! 소위김한월지휘본부에용무가있어왔습니다! 연대장님! 큰일났습니다! 물자를 보니까 어제는 없던 식용유가 네 통 생겨나 있습니다!”


태현과 나석웅은 이럴 때 서로를 쳐다보지 않기로 했지만, 너무 급작스러워 그럴 뻔했다.


태현은 바짝 긴장한 채 둘러댔다.


“이상하군. 조사해 보겠어.”


“어제 저녁 자기 전 분명히 잔량을 확인했는데! 적의 독극물이 아닐까요? 열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한월. 그런데 식료품 창고는 왜?”


“적이 언제 들어올 지 모르므로! 제 소대에게 순찰을 시켜 엄중히 경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05시 10분에서 07시 40분 사이에 침입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현재 발자국을 조사 중입니다!”


“알았어. 앞으로 계속 고생해···”


한월이 돌아간 후 나석웅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시간까지 정확하네요, 저 자식.”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미안해, 튀김 이야기한 내 잘못이야.”


“제가 조심할게요. 아이 씨, 왜 성실하고 부지런한 놈이 들어온 거죠 우리 부대에. 독립군 3지대 가서 김학규 장군이나 도와주지.”


그렇게 1941년 4월이 되었고, 소련-일본 중립조약이 체결되었다. 1940년 8월부터 시작된 양국 간의 합의가 끝난 것이다.


일본은 이 조약을 계기로 동남아시아를 공격할 마지막 외교적 벽을 넘고, 소련은 독일의 공격을 앞두고 서쪽 전선에 병력을 집중할 여건을 마련한다.


원래의 역사에서 이 조약은 급변하는 전쟁 상황 중에도 오래 지속되어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종료 직전에서야 깨진다.


조약 후 일본은 지지부진한 우한 전선의 돌파를 위해 관동군을 추가로 움직이려 하고, 쉐웨는 쌓여가는 일본의 물자와 병력을 아군 보급이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에 공격을 지시한다.


태현의 부대도 남쪽으로 내려와 임무를 받아 일본군 진지의 공격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도 김한월은 상당히 문제로 작용했다.


“아군의 다음 보급은 40시간 넘게 남았습니다! 지금처럼 포격하면 16시간 이상 포탄이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괜찮겠습니까?”


태현은 계속 발포하라고 전달한 후 옆의 병두에게 물었다. 병두는 박격포를 조준하고 포탄을 넣는 참이었다.


“쟤, 다른 부대로 보낼까···”


병두가 포를 쏜 후 매서운 눈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의 머리 뒤로 일본군의 기관총 진지 하나가 박격포탄에 박살나는 것이 묘한 연출이 되었다.


“저 친구 포격 잘 해. 안돼.”


“그래···”


김한월은 굉장히 상식적이었지만, 열정이 지나치기도했다. 그 두 가지 다 태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대장님! 연대장님! 포탄이 얼마 없으니, 포대 절반을 보병대에 합류시키겠습니다!”


태현은 이마에 손을 짚고 대답했다.


“전술상 그게 맞긴 한데, 지시 없이 부대편성 하면 안 되고, 보고하겠다고 지휘 중에 직접 오지 말고, 총알 날아오는 곳에서 소리 크게 내며 뛰어오지 말··· 잠시.”


태현은 말을 하다 말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다 먼 위치의 적 분대를 사격해 쫓아냈다.


“뛰어오지 말고, 목소리 크게 내지 말고··· 포탄은 확보해서 공급할테니, 돌아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조용히 움직여.”


태현은 한숨을 깊이 쉬었다. 병두는 한월이 달려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


“체력 좋네.”


“건강한 애들이 부지런하더라고. 아, 쟤 걱정이네.”


“신임이니까. 곧 긴장을 풀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전방, 빈 것 같지?”


“가도 될 것 같아.”


“알았어. 전진하자.”


평소와 달리 후방에 아군 포격 소리가 거의 한 번에 들렸다. 같은 종류의 여러 포를 운용할 때에는 동시에 발사할수록 포격의 효과가 증대한다.


태현은 아군의 포탄이 줄지어 공격 목표에 떨어지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잘하네.”


1941년 4월 4일, 태현은 우한 주변의 관동군 기지 여럿을 밀어내고 중화민국군의 포를 배치하도록 도왔다.


중국과 일본 모두 두 나라의 운명을 가를 전투임을 직감한 채, 양군이 서로의 사정거리 가까이에서 결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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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내 오류 수정 내역입니다. 24.09.02 111 0 -
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9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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