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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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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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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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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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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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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이청 전투 (2)

DUMMY

일본은 이청을 점령하자마자 중국과 미국에 협상을 요구했다. 기껏 공장을 세우고 철강을 얻고 있는 우한을 다시 잃을 것인지,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이고 얌전하게 있을 것인지의 제안이다.


이청에서는 우한만이 아니라 충칭까지 진격할 수 있기에 일본의 위협은 허풍이 아니다. 미국은 장제스의 의견을 물었고, 장제스는 단호했다.


“이청에는 아직 아군이 있고, 포위해 적을 섬멸하고 되찾을 거요. 우리가 난징, 상하이, 광저우를 되찾은 후 협상하라면 하겠소.”


난닝의 방어와 우환의 탈환으로 미국 정부는 장제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보이는 상황. 그리고 광저우를 탈환하러 갔던 중국군의 주 병력이 이청으로 북상하는 중이기도 하다.


태현은 이청 바깥쪽에 위치한 일본군 부대를 야습해 도시 안으로 내쫓는 등 외곽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 공격할 수는 없었다. 적이 방어선 구축을 마친 데다 이청 안에는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중에 중국군의 유효한 공격 수단이 그나마 태현이었는데, 유류고나 식량 창고를 파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현은 밤 동안 확인된 창고를 우한에서 한 것처럼 불태웠고, 쉐웨는 조선인 특수부대의 잠입공작이라 둘러댔다. 리쭝런은 따지는 걸 포기했다.


일본군이 드디어 창고 내부에도 경계를 세우고 물자를 흩어 보관했다. 그래도 태현은 불을 지를 수 있는 것에는 최대한 불을 지르며 일본의 물자를 소모시켰다.


그런 상황에 보병 중심의 일본군 39사단이 도착해 다시 북쪽의 샹양을 점령하고, 중국군에도 드디어 광저우를 공격하려던 물자와 병력이 도착했다. 리쭝런은 부대와 장비의 배치 전환을 서둘렀고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쉬게 했다.


중국군 40만이 이청을 넓게 포위한 중에 일본군은 후속부대를 통해 보급로를 확보하고 도시를 방패삼아 버티는 구도.


시간이 없는 것은 중국군이다. 일본의 군이 증원될수록 충칭과 우한이 위험하므로.


태현은 여러 공격 계획이 잡히는 걸 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큰 전투에서 장비를 계속 찍어내 싸우기는 어려워. 남들 눈을 피해 석웅이와 미리 준비해두고, 그러려면 아군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게 좋아.’


일본군의 후속 부대가 지키는 보급로 공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태현이 자원했다. 이미 한 번 샹양의 일본군을 격퇴해본 만큼 반대는 없었다.


태현이 부대를 꾸려 움직이려는 중 쉐웨 장군이 직접 찾아와 따로 당부한다.


“너무 과하게 하진 말고.”


“알겠습니다. 장군님.”


쉐웨에게는 아쉽게도, 태현도 독이 오른 만큼 적당히 할 생각이 없었다.


병두는 이번에도 태현이 준비한 걸 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을 했지만, 태현은 그 시선을 외면하고 입만 움직였다.


“이거? 155mm. 일본 거 주웠다는 설정. 우리도 한번 쏴 봐야지. 언젠가 또 쏴야 할 날이 올지 모르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닌 게 아니라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 뒤의 저거, 치하잖아.”


“고장나서 샹양에 남겨진 두 대를 고쳤다는 설정.”


병두는 자신이 지적해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색이나 다시 칠하자.”


“알았어. 페인트 가지고 올게.”


태현의 부대를 공격했던 일본군이 자국산 탱크에게 격퇴되는 일이 일어났고, 일본군은 아예 포위 섬멸을 하기 위해 큰 병력을 움직였다.


하지만 샹양 인근에는 충분히 울창한 숲의 산악지대가 있었고, 기존 대원들이 체력이 모자란 신입 대원들을 잡아끌며 적을 유인하고 포위해 역공하는 것이 가능했다. 태현은 그러는 데에 싱타이에서 보았던 바이충시와 이마무라 히토시의 포진을 참고했다.


‘여러 방향에서 적을 동시 공격할 수 있도록.’


세 번의 교전 끝에 일본군이 백수십의 사상자를 내며 패주했다. 스물 한 명의 일본군이 사로잡혔고, 태현은 그중 부상을 입지 않은 몇을 심문해 정보를 알아낸 후 포로는 리쭝런에게 보냈다.


심문 중 일본군 한 명이 태현에게 되묻는 일이 한 번 있었는데, 태현에게 썩 유쾌하진 않은 내용이었다.


“당신이 우한의 범입니까?”


“그 별명 싫지만, 일단은.”


“당신을 쏴서 처치하면 집에 보내준다는 공고가 있습니다.”


“머리 잘 숙이고 다녀야겠네···”


이송헌이 장난스럽게 묻는다.


“그럼 너희들은 대장에 대해 뭐라고 해? 집으로 가는 특급 티켓?”


“비슷하게, 장교들이 승진권이라고 합니다.”


이송헌은 낄낄거리며 좋아했고, 태현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목숨이 아깝게 만들어줘야 내가 안전하겠네.”


마침 태현의 부대가 보급로를 공격할 자리를 잡자 리쭝런이 장병과 여러 화기를 지원해 주었다. 태현은 받은 대공포를 넓게 펼쳐 설치하고 똑같은 것을 만들어 곳곳에 숨긴 다음 샹양을 계속 두들겼다.


포격 상황에서는 일본군의 폭격기가 공격해 무력화시키기로 되어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많은 대공포와 이상한 원인의 격추가 계속되며 출격이 중단되었다. 이때까지 태현이 직접 떨어트린 일본군 항공기는 12대에 달했다.


샹양을 지원하러 다른 일본군이 움직일 때 중국군이 몸을 던져 덤벼들었고, 그 과정에서 또 겨자 가스가 사용되자 태현은 보관고를 확인한 후 기습 포격해 터트렸다. 이 공격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일본군은 공격을 단념하고 틀어박혔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군의 사기와 전투력이 현저하게 낮아졌지만, 일본에 있는 대본영은 지원군이 이동 중이니 이청을 사수하며 버티라는 명령만 내릴 뿐이었다.


중국군도 주력이 한 곳에만 모여 있는 것도 좋지 않고 일본군이 증대될수록 이길 방법이 사라지니, 리쭝런은 일본군의 상태를 살피다 성공 가능하다는 계산이 서자마자 총공격에 나선다.


“우리가 물러나면 다음은 우한이다. 그 다음은 충칭이다! 억압받는 조국에서 천천히 죽어가느니, 우리의 몸을 거름으로 조국에 바칠 것을 결의한다. 내가 일선을 지휘할 것이니, 전 군 공격 준비.”


리쭝런은 중일전쟁 초기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적이 있는 지휘관이었고, 그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수천의 시체가 이창에서 샹양까지 긴 줄을 만들며 쌓였다. 이청에 있는 일본군은 중국군의 포위를 뚫고 탈출하려 했고, 샹양에 있는 일본군 39사단은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갑전력을 전개했다.


적이 퇴각을 개시한 것이 분명하니 그냥 보내주어도 전술적 목적은 달성되는 상황. 그러나 리쭝런은 일본군이 전력을 보존하고 퇴각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가벼운 전력 보충과 정비만 마치고 다시 공격해 올 때 막아낸다는 보장이 전혀 없으니.


태현은 계속 할당된 구역을 뛰어다녔다.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중에 전장은 넓었다.


‘이럴 때 쓸 연락 방법을 좀 정해놓을 걸.’


그러다 태현은 심윤기의 옆에 쓰러진 신입 대원을 발견했다. 짧은 한숨을 쉬고 그를 반듯이 눕혀 준 후, 그를 대신해 심윤기를 보조한다. 심윤기는 M1 개런드를 옆에 내려놓고 13.9mm 보이스 대전차 소총을 쏘고 있었다.


“형님! 적 저격··· 보셨었군요. 잘 맞추셨습니다.”


“음.”


심윤기의 위치가 드러났기에 멀리서 제압 사격이 들어왔다. 태현과 심윤기는 대전차소총을 놔두고 자리를 벗어나 엄폐물 뒤에 숨었다. 심윤기는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본 다음 태현을 보고 묻는다.


“음?”


“퇴로 차단을 할 겁니다. 중국군이 따라붙을 때까지 막아야죠.”


“음···”


“무리해서 막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심윤기는 고개를 끄덕인 후 M1 개런드를 들고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총을 흔들었다.


“음!”


“예, 잘 맞는 총··· 찾아볼게요. 그래도 그 총, 좋지 않나요.”


“음.”


“네, 셔놀트 소장에게 한 정 부탁해 볼게요.”


M1개런드는 반자동이라는 강력한 이점이 있긴 해도 어쩔 수 없이 심윤기가 쓰던 모신나강보다 정확도는 떨어졌다.


태현은 심윤기와 총을 바꿨다. 심윤기는 중국의 24식 소총을 들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고, 태현은 M1 개런드를 잡고 달리다 멀리 보이는 일본군을 향해 몇 발 쏘았다. 처음 쏘는 총이다보니 탄환은 빗나갔고 일본군은 급히 몸을 숨겼다. 태현도 엄폐물 뒤로 숨고 총을 눈앞으로 들고 보며 중얼거렸다.


“괜찮은 것 같은데.”


멈춰 있을 상황은 아니다. 지금 상태로 늦어도 두 시간이면 적이 빠져나갈 상황. 리쭝런은 일본군에 최대의 피해를 강요하기 위해 병력을 계속 투입한다.


‘그 전술 이해합니다, 장군. 이해는 하지만···’


태현에게 허무한 것은 그 부분이다. 이 곳에서 일본군 병사를 아무리 많이 죽여도 전쟁을 일으키고 독가스를 사용하라고 명령한 자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데X노트 같은 만화가 괜히 나온 게 아니지.’


일본군 39사단의 병력이 밀고 들어와 태현 부대의 대포와 대공포를 무력화하며 퍼져나왔다. 전열의 몇 포대만 제거하고 돌아가면 괜찮겠지만, 더 깊이 들어오면 병두가 포위 공격을 실행해 서로 큰 피해가 날 것이다.


태현은 어쩔 수 없을 때에만 공격하라고 해 두었고 병두도 그렇게 할 거지만, 그 상황이 생길 것인지는 일본군에 달려 있다.


멈추지 않는 총소리, 대포 안에서 장약이 터지는 폭음과 포탄이 지면에 부딪치는 소리. 중국군이 일제 돌격하는지 커다란 함성이 먼 산맥에 반사되어 사방에서 들려온다.


수통을 들고 물을 마시는데 피 맛이 난다. 잘 보니 왼손의 검지가 까져 있었고, 상처가 있다는 걸 인지하자 쓰려온다. 태현은 그 작은 상처를 본다. 수많은 죽음이 흩뿌려지는 중에 고작 이만한 상처가 신경쓰인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태현은 미리 만들어 둔 간이 창고로 간다. 그 안은 비어있지만 태현이 문을 열자 그 안에서 수레 하나와 그 안에 있는 M2 브라우닝 기관총 한 정이 나온다. 높은 곳에 가 설치하고 아군을 공격하는 일본군에게 퍼붓고, 반격이 돌아오기 전에 총은 없애버리고 낮은 곳으로 몸을 숨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러 발의 총소리가 난다. 병두가 공격한 것이다. 태현은 갑자기 입 안이 쓰다는 느낌을 받으며 M1을 집고 그쪽으로 달린다. 적의 수가 상당하고, 아군이 쓰지 않는 기관단총의 발포음도 들린다.


적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엎드린 후 총을 겨누어 쏜다. 병두와 맞닥뜨린 일본군은 도주와 엄호를 반복하며 뒤로 물러나고, 태현은 날카롭게 외친다.


“쫓지 말고, 엄폐한 채 자리 지켜!”


저 적이 더 많은 병력을 데리고 다시 올 것인가, 먼저 빠져나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것보다 코를 괴롭게 하는 이 화약 냄새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든다.


태현은 어지러움을 느꼈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수백 명 대원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렸으니 잠깐 숨을 돌리는 여유도 아깝다.


적이 한참 멀어지자 병두가 일어나 태현에게 와 말을 건다.


“언제 왔어.”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곳에서는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어때?”


“퇴로를 넓혀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는 것 같아. 아군 주력에게 일본군 보병이 고립됐고, 그걸 남겨둔 채 적 탱크들이 돌파 중.”


“보병은 버리는 대신 기갑전력을 보존하겠다라··· 그렇게 놔두기 싫긴 하지만···”


“우리도 너무 흩어졌고, 장비가 많이 무력화됐어.”


“집결하자.”


태현은 부대 수습 후 빠져나가는 탱크들에게 대전차포를 쏘기는 했지만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적의 기갑부대와 차량들은 전속력으로 빠져나갔고, 주변에 남은 일본군 보병들은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항복할 것이다.


“뿌, 뿌, 뿌우우-”


본진 쪽에서 공격 종료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리고, 공격에 투입된 십수만의 중국군이 환호했다. 이럴 때 자주 그러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쏘는 총소리도 들리고.


병두가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 한다.


“이겼네.”


“예상대로···”


태현은 멍한 머리로 앉아있다 병두에게 묻는다.


“왜 안 기쁠까.”


“글쎄. 나도 그런데.”


병두의 목소리도 그리 밝지 않다. 태현은 뒤로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지는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인데도.”


“전쟁이 지긋지긋해서?”


“그런가봐.”


태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번 더 수통의 물을 마시고 눈을 몇 번 깜빡인 다음 말했다.


“그러니 빨리 끝내야지.”


곳곳에서 일본군 포로들이 중국군에게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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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19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0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4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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