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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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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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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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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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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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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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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필리핀으로

DUMMY

‘돌겠는데.’


태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1941년이고, 전쟁 중인 군대이다. 군 통솔자의 결정된 일이라는 말은 되돌리기 너무도 어렵고, 태현은 빠져나갈 핑계나 말을 찾지 못했다.


‘좋은 마음으로 지옥에 보내시는군요··· 총통.’


필리핀의 미군은 1942년까지 일본에 맞서 5개월을 저항하다 한계 상황에서 항복, 바탄 죽음의 행진이라 불리는 강제 이동과 그후의 학대로 미군 포로 수백과 필리핀군 수천이 죽게 된다.


필리핀이 일본에 함락되는 것이 1942년 5월, 맥아더가 미국군을 이끌고 필리핀에 상륙하는 것이 1944년 10월이다. 당시 필리핀에 주둔한 일본군은 40만에 달하고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필리핀 북부는 끝내 탈환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손쓸 수 없는 비극이 앞으로 닥쳐올 재앙이 되었다. 태현은 머리속으로 농담을 했다.


‘이래서 공동체 정신이 중요한 거구나··· 남의 고통을 모른척하지 말라는 교훈이 이렇게 또.’


항명인지, 아니면 대책인지.


부대가 필리핀에서 전멸하느니 장제스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게 백 번 낫지만, 마음을 돌린 장제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태현의 부대를 해산하거나 죽을 전장에 내몰리는 것은 필리핀에 투입되는 것보다 더 피해야 하는 일이다.


‘생각해보자···’


지금은 1941년 4월 말. 원래처럼 일본이 진주만과 필리핀을 12월에 공격한다면 7개월의 시간이 있지만, 일본의 계획이 기존 역사와 어떻게 다를 지는 모를 일이다.


‘진주만 공격이 성공하면 필리핀의 정규군은 어떤 경우에도 버티지 못해. 다만···’


일본의 필리핀 점령 후 일본에 저항한 필리핀 게릴라의 수가 36만. 개중엔 군대와 비슷한 무장을 하고 규율을 가졌던 부대도 있었다.


‘우리 광복군 1연대가 숨어다니지 못할 지역은 아니야. 비밀 창고를 많이 운용한다면.’


필리핀의 총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1.3배, 남한의 약 3배. 1941년 지금 그 면적의 70%가 울창한 밀림이다.


‘부대를 보전하려면 현지인들과 특별히 친해질 필요가 있다. 독충이나 독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욱. 그리고, 그리고···’


태현의 입장에서 좋은 일은 한 가지 있다.


‘미군 장비를 눈으로 볼 수 있기는 해. 게다가···’


전쟁이 정치의 한 부분이며 수단인 것을 생각하면 분명 얻을 것이 있다.


‘독립군이 미군과 나란히 서서 싸운 일이 생기는 것. 얻어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심지어 지금 필리핀의 사령관이 그 더글러스 맥아더니까 더욱.’


태현은 가방 안에 중국의 지도를 만들고 꺼내 눈앞에 펼친다. 일본의 점령지와 각 지역에 있는 일본군의 규모, 중화민국군의 본대에서 간도까지의 거리를 보고 그 사이 배치된 일본군의 수를 짐작해본다.


‘허베이에 약 10만이 있겠지. 중화민국군이 간도를 점령하면 소련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그게 가장 좋은 결과지만···’


공업력이 많이 부족한 중국군이 대규모 공격을 하려면 1년의 준비는 필요하다. 같은 기간에 일본이 생산할 물자가 훨씬 많겠지만 그것이 태평양과 동남아시아의 전선에 뿌려져야 한다.


‘장제스 총통이 소련이나 만주에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이 없다면, 그사이 잠시 미국과 공동전선을 가져갈 가치가 있다.’


혼자 단독으로 결정할만한 일은 아니다. 태현은 병두와 송헌, 석웅을 부르고 생각을 털어놓았다.


“일본군이 가장 먼저 상륙할 지점인데··· 타이완 섬에서 항공기를 보내 계속 필리핀을 정찰하고 있고, 미군도 그걸 알고 있거든.”


태현은 넌지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상이라며 흘려보고, 각자는 그것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송헌이 중요한 사안을 걱정한다.


“미국 밥 먹을 게 못된다던데 윤기 형님이나 입 짧은 사람들 괜찮겠어?”


“아주 맛없지는··· 않을 거야.”


병두는 필리핀에 대해 태현에게 최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낸다.


“김한월하고 포병대는 두고 가자. 장제스 총통도 그 정도는 이해하겠지.”


“그렇게 하려고. 광복군 본부에서 따로 훈련할 거야.”


나석웅은 한숨을 쉴 뿐이다.


“여기 섬이 몇 개라고요?”


“전부 7100개. 주요 섬은··· 어, 20개? ”


“20개··· 생전 해본 적 없는 물류가 되겠네. 알았어요.”


태현은 잠시 생각한 다음 모두에게 묻는다.


“아니면 장제스에게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할 수···”


태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세 명 모두 고개를 젓는다.


“정해졌다고 했으니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애써 딴 점수 다 말아먹는 거 별로야. 알잖아 대장, 그거 중요해. 조선의 미래에.”


“군 통수권자가 자기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할 일은 별로예요.”


병두가 석웅에게 묻는다.


“방금 그거···”


“농담 아녜요! 아니라고!”


태현은 결정했다.


‘최대한 싸우고, 그후 방법을 찾아 빠져나오는 걸로.’


하지만 필리핀에서 중국까지의 거리를 보고는 생각을 다시 해야 했다.


‘마닐라에서 광저우 아래 선전 시까지 약 1100km···’


어쨌든 필리핀에서 자력으로 나와 닿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태현은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는 미뤄두기로 했다.


‘잠수함을 찍어내면 어떻게 되겠지.’













1941년 5월, 태현이 중화민국 다국적군 협력담당장교 및 광복군 1연대 연대장의 자격으로 선발대에 포함되어 필리핀에 도착했다. 병두를 비롯한 여러 간부들과 함께.


대원들은 미군과 만나는 것이 처음. 첫 시작은 그렇게 좋지 않다.


“대장. 방금 그 칭챙총이라는 거 뭐야?”


“인종차별 발언.”


“역시. 가서 저것들 때려도 되지?”


“참아줘.”


1941년의 보통의 미국인 장병에게 아시아인 군인은 거부감 혹은 흥미의 대상이 될 순 있어도 존경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다. 태현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시민권운동이 1950년대부턴가 그랬지 아마.’


태현과 부대의 간부들, 몇 명의 중국인 장교는 배를 타고 사령부가 있는 코레히도르 섬으로 향했다.


필리핀의 루손 섬 북부군 사령관 조나단 웨인라이트 소장이 태현을 맞이했고, 시설을 안내하며 모두가 잠시 머무를 방을 알려주었다.


“불편하시겠지만 곧 마닐라 인근에 더 나은 숙소가 건설될 겁니다. 그때까지만 여기서 지내시지요.”


이송헌이 이런저런 안내를 받다가 태현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대장, 이 키 큰 장교님 장군 아냐? 소장?”


“맞아.”


“근데 왜 직접 움직여···? 우리에게 이렇게 친절해?”


“글쎄···”


태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인이라 그런가.”


물론, 미국인이서는 아니었다. 더글러스 맥아더와의 만남은 매우 짧게 끝났다.


“잘 왔네. 힘내주도록. 그럼 나는 이만.”


태현은 맥아더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고, 조나단 웨인라이트 장군이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보안도 그렇고, 사령관께서는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시는 중이라, 조금 급히 마무리하시는군요.”


“네, 웨인라이트 소장님.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임무가 시작되었다. 먼저 태현의 광복군 300명이, 그후 조금씩 중화민국의 국민혁명군이 필리핀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태현이 할 일은 중국군 5천명을 필리핀의 환경에 적응시키면서 방어작전을 훈련하고 미군이 제공하는 장비에 숙달시키는 것.


중국군은 차례차례 루손 섬의 요새와 기지에 나누어 배치되고 주요 시설의 경비도 맡았다.


필리핀 군인이 7만이나 있다 해도 절대 다수는 최근의 동원으로 소집된 예비군.


그들이 입대해 훈련받은 기간은 6개월 뿐이며 당연히 실전 경험이 없고, 전쟁을 수행할 정도의 장비를 갖고 훈련된 부대는 수색사단의 1만 2천명뿐이다.


그에 비해 장제스가 보낸 병력은 잘 훈련되었고 전투를 뚫어 온 정예병. 태현은 험한 지형에서 부대가 어떤 전술행동을 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잘 알았고, 그것을 광복군과 중국군에 반복 숙달시킨 후 필리핀 부대에 전해지도록 한다.


훈련은 치열하게 진행되어 나날이 성과를 보였고, 히죽히죽 웃으며 훈련을 구경하던 미군들이 며칠 후에는 웃지 않고 지켜보거나 아예 보러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날이 조금씩 이어지던 중 가벼운 충돌이 일어났다. 물자를 살피던 나석웅이 미군 병사에게 제지당한 것이다.


나석웅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기에 태현이 달려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나석웅과 시비가 붙은 미군 두 명은 성격이 매우 드셌고, 1920년대에 태어난 유럽계 미국인의 가치관에 충실했다.


“백인만 출입 가능이라고, 아시아인. 여기는 방역구역이란 말이야.”


태현은 기가 막혀 곧이곧대로 번역하지 않고 돌려 말했다.


“자기들 말로는 보안구역이라는데···”


태현의 시도는 별 의미가 없었다. 나석웅은 충분히 눈치챈 채 단단히 화나 있었다.


“늬들이 뭘 처먹고 자빠지는지 알아야 상황에 따른 소요량을 계산하고, 그걸 보고한 후 준비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해 주세요.”


태현은 곱게 말을 옮겼지만, 미군은 식료품 창고의 문을 막고 노려볼 뿐이었다.


상황을 알고 병두와 송헌이 왔고, 그에 따라 미군 병사와 심지어 부사관까지 나와 서로 대치했다.


태현은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앞으로 계속 이럴 수는 없었다.


‘웨인라이트 소장에게 고자질할 만한 일도 아니고 말이지.’


태현은 식료품 창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미군이 태현을 세게 밀치려 했다.


태현은 그 손목을 잡아당기며 다리를 걸어 땅에 메쳤고, 흥분한 다른 미군이 달려들자 병두와 송헌이 그 앞을 막는다.


송헌이 달려드는 미군 한 명을 밀어내면서 태현에게 핀잔을 준다.


“대장 진짜 인생 거꾸로 산다. 일본 놈에게 좀 그래 봐.”


“일본군은 조준해서 쏘잖아.”


“그건 그렇네?”


병두도 송헌도 완력이 좋지만, 젊어서 하고 싶은 운동 실컷 하고 군인으로 훈련받은 미군들도 많이 모자라지 않다. 병두는 미군 한 명의 손을 뿌리치고 노려보며 말한다.


“이놈들 손힘 되게 세네.”


미군 부사관이 태현에게 항의하고, 태현은 준비한 말을 꺼낸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필리핀에서 일어날 전투를 도우러 온 겁니다. 존경을 표하시지요.”


미군들이 웃으며 받아친다. 태현의 예상대로다.


“우리에게 총하고 탄약 받아 싸웠으면서 무슨!”


“너희 없다고 우리가 일본에 질 거 같냐? 짐 싸고 중국으로 가던가. 늬들 돈으로.”


태현은 야외의 식탁으로 걸어가 앉은 다음 팔씨름을 할 자세를 취한 다음 미군들을 손가락으로 까딱거려 불렀다. 미군들은 한바탕 웃었고 아까 태현에게 나동그러진 병사가 씩씩거리며 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송헌은 해맑게 웃었고, 병두도 한쪽 입꼬리로 살짝 웃었다. 미군들이 모두 응원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태현은 가볍게 상대의 손을 바닥에 내려찍은 후 일어났다.


“되게 세네. 병두. 교체.”


“송헌이 아니라?”


“송헌은 마지막에.”


병두도 가볍게 승리. 흥분했거나 들떠 있던 미군들의 표정이 험악한 얼굴로 변했다. 사태에 상관 없는 미군 병사들도 우르르 모였고, 병두는 가만히 앉아 다음 도전자를 기다렸다.


병두와 태현이 돌아가면서 한 명씩 꺾자, 취사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몸집이 큰 병사가 걸어나왔다. 태현은 그제서야 송헌을 불렀다.


“송헌.”


“야이 대장아 너희 둘은 일반인을 상대하고 나는 저 괴물딱지를 이기라고?”


“쟤만 꺾으면 다 끝날 것 같아. 안 그래?”


“저거보다 더 육중한 게 있으면 그것도 좀 잘못된 일이겠네. 아무튼 알았어.”


미군 취사병과 송헌은 한참 서로 힘을 주며 버텼다. 송헌은 주변의 눈치를 한번 본 후 매우 힘들어하며 버티는 척 하다 힘을 풀었고, 취사병은 벌개진 얼굴로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태현은 송헌의 의도를 읽고 웃었지만, 병두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런 후 어째서인지 취사병과 송헌이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하는 사이, 태현은 부사관에게 말했다.


“식료품 종류 및 잔량 파악해야 하는데, 비켜 주시죠.”


덩치 좋은 취사병과 송헌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고 있었다. 송헌의 의도대로.


부사관은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보다가 태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나석웅이 드디어 식료품 창고로 들어갔고, 태현은 마음 속으로 길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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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내 오류 수정 내역입니다. 24.09.02 111 0 -
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2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19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8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69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4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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