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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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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32
추천수 :
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8.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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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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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간도의 게릴라

DUMMY


1939년 6월, 간도의 만주국 수도 신징특별시 인근.


일제가 만주 사변을 일으키고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운 지 7년째 되는 해이다.


원래의 역사에 이 시기 이곳에서 독자 활동한 독립군은 없는데, 조선혁명군을 이끌던 양세봉 의사가 1934년에 순국한 후 혁명군은 중국공산당의 팔로군과 다른 독립운동 조직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밤에 관동군 병기 공장에 접근하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림자들은 수신호로 의견을 주고받은 후 조용히 밝은 곳에 접근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공장에 들어오는 전기를 담당하는 변압기. 공장의 기계와 조명을 마비시키기 위해서다.


그림자 중 하나가 전기실 문앞에서 졸고 있는 병사에게 달려들어 입을 막고 그 목을 찌른다. 칼을 꽂아넣은 손은 계속 떨리고, 공격받은 병사는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다 축 늘어진다.


공격한 자는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고 다른 그림자 둘이 환한 조명 아래로 나와 죽은 병사를 끌어낸다. 전기실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시체가 끌리는 소리를 가린다.


시체는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지고 조명 아래에는 핏자국만 남았다. 방금 병사를 공격해 죽인 사람은 숨을 가다듬고 있고, 그의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호흡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대장. 괜찮아?”


“응. 잠깐만.”


대장이라 불린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의 키는 그와 같이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20cm가량 크다. 지금 이 곳은 1939년의 간도지만, 그는 2003년의 한국에서 태어난 탓이다.


그의 이름은 임태현. 2024년의 한국에서 1936년의 만주로 와 이제 3년이 지난 참이다. 그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뜬 후 공장의 지도를 펼치고 설명한다.


“파괴할 시설은 여기 A, B, C 세 곳. 가장 큰 기계를 찾으면 돼.“


파괴 대상은 일본 본토에서만 생산되는 공작 기계. 사실 힘들여 망가트려봐야 며칠이면 본토에서 공수되어 올 것이다. 하지만 이 작전의 목표는 그 다음에 있다.


“전기가 나가는대로 내가 혼란스럽게 하고, 병두는 윤기 형님이 있는 곳으로 가서 혹시 모를 엄호를 해 주고. 문일과 지혁 두 명, A로. 나머지는 B에 설치 후 C 까지 이동해서 설치해.”


병두라고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꺼운 목과 날카로운 눈, 조용히 긴장한 입매가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부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태현은 숨을 짧게 내쉰 후 들고 있는 길다란 소총의 상태를 한 번 점검했다.


태현이 공격하러 온 곳은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관동군의 군수 공장. 태현은 손에 묻은 피를 옷에 문질러 닦고 메고 있던 소총을 쥔다.


“전기가 나가는대로, 즉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흩어진다. 태현은 눈을 감고 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마지막 발소리까지 멈추자 폭탄을 전기실 안에 넣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후 다른 그림자로 몸을 숨긴다.


커다란 폭발음이 터지고 모든 조명이 꺼진다. 사방에 암흑이 깔리자 태현은 공장이 있는 방향에 일본어로 외친다.


“적습! 적습! 국민당군이다! 중국군이다!”


마오쩌둥의 8로군이면 모를까 여기 간도에 남쪽 멀리 있는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들이칠 리 없다. 하지만 한밤중에 공격받은 입장에서는 보통 누가 공격했는지가 자신의 목숨 보존 여부보다 중요하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공장 안에서는 국민당군이 맞냐는 질문 대신 비명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뛰어나온다.


태현은 허공에 총을 한 번 쏜 후 재장전하며 계속 소리친다.


“적 게릴라 접근! 적 접근!”


태현의 외침에 호응해 가까운 곳에 대기하던 대원들이 어디론가 사격한다. 공장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의도에 따라.


공장 안에 있던 인부들이 도망쳐 나오자 대원들이 계획대로 빈 공장에 들어가 폭탄을 설치한다.


전쟁 중인 나라의 군수 공장인 만큼 당연히 경비 병력이 있다. 불침번이었을 누군가가 막사 바깥으로 나와 태현이 있는 쪽에 외친다.


“적 위치 보고!”


태현이 대답한다. 3년간 연습한, 능숙한 일본어로.


“적습 북북서 11시! 변압실 파손!”


때맞춰 어두운 공장 한 곳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폭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주변이 한 번씩 환해지고 마지막 폭발 때 불침번 병사와 태현의 눈이 마주쳤다.


소리치던 태현이 일본군이 아니란 걸 들켰으니 이제 빠져나갈 차례. 작은 손전등을 든 병사들이 막사에서 우르르 튀어나오지만 태현의 대원들은 이미 퇴로에 모여 있었다. 태현은 그들에게 합류해 각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성공 여부를 묻는다.


“결과는?”


“완파!”


“나도 완파.”


“좋아. 가자.”


태현을 포함해 모두 지독한 훈련을 겪고 실전에서 살아나온 병력들. 자세를 낮추고도 빠른 속도로 움직였지만 공장 주변은 도로가 뚫린 평야. 몸을 숨길 만한 산악지대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사람이 달리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고, 공장에서 손전등을 들고 나와 수색하는 일본군은 많다. 결국 그중 한 명이 빠져나가는 대원들을 발견한다.


“적이다! 남쪽, 남쪽으로 빠져나간···”


총성이 한 번 울리고 목소리가 끊긴다. 퇴각 방향에서 대기하던 두 명 중 한 명, 병두과 같이 있을 심윤기가 손전등 빛을 겨냥해 쏜 것이다.


“뛰자.”


등 뒤에서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들린다. 기관총 사수가 탑승하는, 2개의 헤드라이트가 달린 93식 자동이륜차.


태현은 멈춰서 뒤돌고, 그를 따라 멈춘 다른 대원들이 듣도록 외친다.


“멈추지 말고, 달려!”


그가 들고 있는 건 소련제 카빈형 모신 나강. 드라군이라 불리는 M91 모델이다.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요란한 엔진 소리가 나는 불빛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다.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옆으로 나동그라진다. 그 뒤를 쫓아 달려오던 일본 군인들이 멈추고, 그중 누군가 손전등을 끄라고 고함지른다.


태현은 잠시 어둠 속에서 그대로 기다렸다. 공격받은 일본군 입장에서 피해는 더 발생하지 않고 적의 수와 위치는 불분명하다. 그들이 가진 장비 또한 공장을 겨우 경비할 정도.


예상한 대로 공장을 경비하던 일본군은 쫓아나오지 않았고, 태현은 먼저 간 부대를 뒤쫓아 달린 후 미리 정했던 지점에서 합류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병두와 심윤기 두 명이 조용히 걸어온다. 심윤기는 키가 작은 30대의 남자로, 방금 태현을 찾아낸 병사를 쏜 저격수다. 태현은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고생하셨어요, 형님.”


심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음.”


부대는 조용히 걷는다. 다들 몇 시간씩 걸을 만큼 단련은 되어 있지만 이곳은 전쟁 중인 국가. 주변 어느 부대에서 연락을 받아 수색이 나올 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불안감에 대원 중 한 명이 묻는다.


“대장, 이거 밝을 때까지 돌아갈 수 있어?”


병두와 심윤기 둘 말고 다른 대원들도 비슷한 표정일 것이다. 태현은 그들을 안심시킨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어디에?”


“나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이 쪽이 맞아.”


태현의 말이 전부 사실은 아니다. 다만 어떤 빈 건물이 하나 있으면 된다. 원하는 것이 들어가 있기 충분한.


부대장인 김병두가 한 번씩 앞서 나가 주변을 살피기를 몇 번, 마침내 낡은 창고를 하나 발견했다. 병두는 그 곳을 가리키며 태현을 보았고, 태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한다.


“맞아. 저기야.”


병두를 제외한 부대원들의 얼굴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태현은 그 건물을 보고 머릿속에 필요한 것을 떠올린다.


‘필요한 것, 아까 본 이륜차 세 대. 기름이 가득 찬 걸로. 커피와 먹을 것 약간. 고체연료도.’


병두가 성큼성큼 걸어가 창고의 문을 열고 손전등의 빛을 살짝 가린 채 안을 비춘다. 뒤이어 들어온 대원들이 놀란다.


“와!”


낡긴 했지만 운행에 무리없어보이는 오토바이 세 대. 몸체의 왼쪽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사이드카도 달려 있다. 조금 전 태현이 운전수를 쏴서 넘어트린 것과 같은 기종이다.


조금 전까지는 없었을 물건들이다. 이것들은 태현이 필요로 했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빈 공간이었기에 이 곳에 나타난 것들.


보급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간도 한복판에서 태현이 무장세력을 운용해 온 비밀이고, 이 비밀을 아는 자는 지금 옆에 있는 부대장 김병두와 보급 담당인 나석웅 두 명이다.


대원들이 병두가 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불을 비추며 물건을 확인한다.


“이거 서양 말인데? 대장, 알아?”


“영어야. 커피하고 초콜릿, 미국 거네.”


“이게 아메리카 초콜릿? 이게? 진짜?”


태현이 모두에게 말한다.


“여기서 취식하고, 남은 건 다 부대로 가지고 가. 나 커피 한 봉지만 남겨주고.”


사이드카를 포함해 오토바이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여섯. 공격에 나온 인원은 태현을 포함해서 일곱 명이다.


병두가 태현에게 묻는다.


“대장은?”


“나는 국민당 사람 만나고 들어갈게. 성공했다고 해야지.”


“그래.”


태환과 모두는 고체연료에 불을 붙여 수통을 올리고 물을 데워 커피를 나눠 마시고 초콜릿을 씹었다. 그후 태현을 제외한 여섯이 오토바이에 시동을 올리고 떠났고, 태환은 데운 물을 손에 흘려 피를 씻어내었다.


“···”


태현은 비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창고에 있는 바구니를 하나 뒤집어 땅에 댄 다음 생각했다.


‘비누 하나.’


그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 후 바구니를 뒤집자 그 아래에 닳아빠지고 말라붙은 흰색 비누 하나가 있었다.


능력에는 제한이 있었다. 누구의 시야도 닿지 않는 빈 공간일 것, 그리고 태현이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는 물건일 것. 비누는 태현이 간도에 있는 동안 보기 어려운 물건은 아니었다.


태현은 비누를 집으며 궁금해했다. 이것은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엔가 있는 물건이 옮겨 오는 것인지. 자신의 능력이지만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가 비누를 이용해 피 묻은 두 손을 씻었다. 자신이 붙잡고 찌른 사람의 꿈틀거림과 숨을 쉬려던 소리가 머리에 남아 어지러웠지만 표정은 차분한 채 변함이 없다.


1939년 6월의 간도. 만주국의 한복판에 2003년에 태어난 임태현이, 필요한 물건을 부르는 능력을 갖고 작은 군대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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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6 PofM
    작성일
    24.09.17 13:27
    No. 1

    저런 능력이라면 현장에서 직접 소규모 인원과 함께 뛰는것보다 더 안전하면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독립운동 지원 가능하지 않을까요? 금만 뽑아내도 나라 하나는 뚝딱 세울수 있을것 같은데... 글 잘 쓰시는 것 같으니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비행멧돼지
    작성일
    24.09.17 15:57
    No. 2

    아이고 어서오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안전제일 무사안일주의 돌다리 오함마타격주의자라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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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2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6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7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0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1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6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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