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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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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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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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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8.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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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고된 크리스마스

DUMMY

일본군이 우한 시내로 후퇴한지 사흘째, 12월 25일.


공격도, 방어도 어려운 것이 시가전이다. 시야는 건물로 막히고 적이 어디 숨어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 수류탄의 효용도 줄어들고 박격포도 맞추기 어려운 곳. 곳곳에서 근거리 교전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혈액이 번져 흐른다.


흩어진 벽돌과 그 주변에 널부러진 시신, 벽을 메운 탄흔과 폭발 흔적. 긴장하다 못해 아군끼리 쏘는 일마저 비일비재한 가운데 태현의 부대도 작전을 펴고 있다.


“저격수다!”


아군을 노리고 발사되긴 했지만, 한참 병력이 얽힌 상황이라 아군과 적군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 없다. 국민혁명군이라고 알리고도 공격이 계속되면 반격한다.


“140미터 앞 회벽 뒤편. 병두, 각 나와?”


“안 닿겠는데.”


“윤기 형님은 반대쪽에 있고··· 둘러싸서 제압. 돌아서 가자.”


대원 몇 명이 대기하고 있다 돌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엄호 사격한다. 저격수가 움츠러든 사이 수류탄을 하나 던지고, 그걸 피하기 위해 몸을 들자 태현이 조준 사격으로 처치한다.


몸을 내밀었던 대원 중 한 명이 뒤로 넘어져 움직이지 않고, 그의 등 뒤로 피가 번져나간다. 태현이 착잡한 얼굴로 쓰러진 대원의 초점 잃은 눈을 감긴다.


금방 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울린다. 시야가 닿는 곳으로 이동 후 박격포를 설치한다. 병두는 눈을 한참 깜빡이며 거리를 재고 포를 발사, 포탄이 적이 모여있는 2층의 창을 뚫고 안에서 폭발한다.


포탄이 한발 더 날아가는 사이 중국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진압한다. 비명은 총소리에 금방 가려지고, 일본군 한 명이 창 바깥으로 몸을 날려 떨어진다. 우르르 달려온 중국군이 움직이지 못하고 신음하는 그의 등 위로 총탄을 퍼붓는다.


태현의 부대는 계속 움직인다. 초소 하나를 깨트리고 매복해있던 일본군의 기습에 맞선다. 나아갈 때마다 적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는 것을 보며 확신하고, 마침내 일본군의 숨은 지휘소를 하나 발견한다.


“일본군에 고한다, 포위되었으니 항복하라!”


대답 대신 총탄만 날아오고, 박격포가 오길 기다린다. 대원들이 낑낑대며 박격포를 옮기고 설치하면 병두가 그 중 하나를 조준해 지휘소에 포탄을 날린다. 태현은 다시 한번 소리친다.


“셋을 세겠다. 하나, 둘! 셋!”


대답은 없다. 짧은 한숨.


여러 발의 박격포탄이 동시에 지휘소에 쏟아지고, 숨어 있던 적의 기관총이 반격한다. 병두는 응전하며 총의 위치를 확인하고 박격포를 쏟아붓는다.


적의 화력이 줄어들자 대원들이 앞으로 달려가 수류탄을 던진다. 뛰어서 피하려던 일본군 몇이 사격에 맞아 쓰러지고 폭발에 휘말린다.


몇 번을 보아도 사람의 몸이 흩어지며 튀어오르는 건 익숙해지지 않고, 그 위치로 가 남은 적을 사살하는 건 더욱 그렇다. 지휘소에 살아있는 일본군은 남지 않았다.


“제압 완료. 신호탄 쏴올려.”


귀가 찢어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빛이 하늘 높이 올라간다. 만신창이가 된 시체들 옆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1톤 트럭이 오고 나석웅이 그 위에서 물자를 내려주고 다친 대원들을 싣는다.


“부상병 여기로, 자, 하나 둘···! 올라와! 눕혀 눕혀. 대장, 오늘 어디까지 될 것 같아요?”


“도시 동편 장한구 전부.”


“보니까 서쪽 구역도 내일까지 된대요. 하, 이 새끼 피 좀 봐. 빨리 가야겠네. 다음은 뭐 준비해놔요? 탄약하고!”


“보존식량, 모포. 물.”


“아, 드디어. 알았어요!”


나석웅이 트럭의 몸체를 두 번 두드리자 트럭이 천천히 아군 구역을 향해 움직인다.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태현은 흩어진 대원들을 모으고 자신은 근처에 지나가는 아군 차량을 세우고 올라타 지휘소로 향했다.


지휘소는 우한시 시청 건물에 설치되었고, 태현이 들어오자 그 안에 있던 장교들이 조금 놀라거나 긴장하는 기색을 보였다. 태현은 그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상황을 물었다.


“남은 적의 위치와··· 상황을 알고자 합니다.”


소교(소령) 한 명이 소위에게 눈빛을 보내고, 소위가 긴장한 채 설명한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요 청사는 모두 확보하였으며 상수도를 비롯 도시 주요 시설의 안전도 확인되었습니다. 어, 아시다시피 장한구는 제압되었으며···! 차오커우의 저항이 거세어 소강 상태에서 아군 증원이 진행 중입니다!”


태현은 소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소교에게 요청했다.


“저희 부대는 새벽까지 휴식 및 정비에 들어간 후, 전황에 따라 차오커우에 합류하겠습니다.”


도시 점령 명령을 받은 소교 계급의 장교가 대답한다.


“그렇게 하게. 대장. 정말 고생 많았네. 서쪽의 대치도 곧 끝날 테니 편하게 기다려.”


태현이 인사하고 나가자 중국군 장교들은 한숨 돌렸다는 듯 긴장을 푼다. 그중 한 명이 방금 태현에게 대답한 소교에게 말을 걸었다.


“저 부대··· 장파쿠이 장군이 또 허풍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봅니다.”


소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공산당 놈들하고도 몇 년을 싸웠는데··· 독해. 저 조선인들이 훨씬 독해.”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은 저녁, 태현은 김병두와 이송헌 둘과 같이 중국군에게 받은 차량을 운전하며 도시의 아군 구역을 돌아다녔다. 적이 아니라 아군이어도 점령지에 있는 군인들은 안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총소리가 들리는 곳에 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단순한 장난이었던 걸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난다.


그러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자 차를 급히 돌린다. 이송헌의 얼굴에 짜증이 확 떠오른다.


“아, 또야.”


중국군 병사들이 둘러싼 한가운데 일본인 두 명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고, 병사 한 명이 일본인 여성 한 명의 머리카락을 잡고 끌고가고 있었다.


태현이 모는 차가 가까이 와 멈추자 여성의 머리를 잡은 병사가 태현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조선 대장?”


“그 손 놓도록.”


병사는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는 듯, 붙잡은 사람의 머리를 흔들며 대답한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어. 나중에 오든가.”


“다시 말한다, 그 손 놓아.”


“이 막대기 새끼가···”


막대기는 중국에서 한반도 사람을 가리키는 멸칭이다. 소위 말하는 방쯔.


체격이 좋은 병두와 그 병두보다도 힘이 센 이송헌이 차에서 내려 앞으로 간다. 일본인을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쭈뼛거리기는 하지만 여차하면 덤빌 생각으로 마주 걸어나온다.


태현은 계속 머리를 잡고 있는 병사를 노려보고, 병사도 태현의 눈을 쏘아보다 여성의 머리를 내던지듯이 놓고 소리친다.


“야, 야! 막대기. 나는 난징에 있었어. 어? 난징에서 이 새끼들이 우리를 유린했다고. 그냥 닥치는대로! 그거 알아?”


“알고 있다.”


“그러면! 우리도 이것들에게 똑같이 해줘야 해. 복수해야 해!”


“아니, 안 돼.”


“안 돼? 안 돼애? 네가 뭔데, 이 한간 새끼야.”


한간은 일본의 앞잡이를 말하는데, 태현은 그 말의 많은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병사가 태현의 멱살을 잡으러 손을 뻗지만, 이송헌이 그 팔을 낚아채고 뒤로 꺾어 당긴다.


“워, 워. 진정해, 대국의 형제.”


“아, 아, 아!”


중국군 병사 몇 명이 총을 들고 겨누고, 병두가 수류탄을 꽉 쥔채 안전핀을 뽑고 선다.


“쏘던가.”


수는 중국군이 많지만 그들이 기를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이 커지면 군율에 따라 두들겨맞거나 총살까지 당할 지도 모른다.


한 명이 총을 거두며 다른 병사의 옆구리를 찌르고, 앞을 향했던 총구들이 모두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병두는 쥐었던 수류탄을 멀리 공터로 던진다. 이송헌은 아직 팔을 비틀고 있는 채 한마디 한다.


“대국의 형제들, 할일 없으면 가서 이 닦고 자. 응?”


이송헌이 팔을 놓아주었다. 병사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이송헌을 노려보지만 둘 사이에 힘의 차이가 명확하니 오래 보고 있을 순 없었고, 병사들은 어두운 곳으로 사라졌다.


태현은 병두에게 일본인 가족을 차로 포로가 있는 곳으로 실어다 달라고 부탁했고, 이송헌이 드디어 폭발하듯 불평한다.


“일본 새끼들 위해 꼭 이래야 해?”


“응. 이래야 해.”


“아까 왼쪽에서 두 번째 새끼 진짜 쏘려고 하더라! 부대장, 봤잖아! 손가락 힘 꽉 주고 대장 머리 겨누더라! 대장 목숨 많아?”


“그래도 해야 해.”


“대장, 이 새끼들 이거. 이 이 수염이 멋진 이 새끼, 착한 일본놈일까, 아주 X새끼일까! 중국인 피 빨아먹으려고 온 놈일까, 아닐까? ”


“맞겠지.”


“그걸 알면서···”


병두가 송헌을 말린다.


“이송헌. 그만해.”


“에이 씨.”


태현이 상황을 마무리한다.


“나는 걸어서 복귀할테니 먼저 가.”


“대장 총 맞아도 난 몰라. 일본 총알이건 중국 총알이건.”


“어두운 곳으로만 다니지 뭐.”


일본인 포로 여럿과 시신이 담긴 수레들, 그들을 감시하는 중국군이 태현의 맞은편에서 지나간다. 포로들은 지치고 겁먹은 얼굴로 시신을 주워담고, 중국군은 그들에게 호통을 치고 걷어찬다. 중국군의 시신은 곱게 다루라면서.


고참급 중국인 병사들은 빈 집에 들어가 눕고 다른 병사들은 음식을 꺼내먹는다. 쓸만한 물건이 없나 뒤적거리고 가위나 칼 같은 쇠붙이가 배낭에 담긴다. 태현은 잠시 멈춰 그걸 보다가 계속 걷는다.


‘다 이긴 분위기네.’


틀린 말도 아니다. 북부에 일본군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들이 빠져나갈 곳은 없고, 그들에게 당장 올 수 있는 원군은 전투기뿐. 그들에게 전사 아니면 항복 외의 다른 미래는 없다.


자재를 실은 트럭 여러 대가 가까이 오고, 장교 한 명이 뛰어내려 외친다.


“집합-! 뛰어!”


병사들이 욕을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모이고, 쉐웨 장군의 명령이 전파된다.


“진지구축에 들어간다. 각 분대당 2호 구축. 실시! 인상 쓰지 마! 안에서는 기지 건설 중이다. 불평하면 그쪽으로 싣고 간다!”


차량은 빈 모래주머니를 쏟아내고 다음 지역으로 가고, 태현은 약간이나마 안심한다.


들뜬 병사들이 움직이게 할 적당한 명령. 밤의 혼란도 조금은 잦아들 것이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 골목에서 중국군 몇이 태현을 똑바로 보며 앞뒤와 다른 통로를 막고 접근해왔다.


태현은 꽤 괜찮은 전술적 행동이라 생각했고, 그들 중 한 명이 태현을 보고 가까이 와 빈정거린다.


“아주 긴 막대기네?”


“가서 일이나 하지.”


“우린 장교야, XXX아. 남자 대 남자, 주먹 대 주먹. 어떠냐?”


“일대일?”


중국군이 웃음을 터트린다. 한 명이 얼굴을 내밀고 위협한다.


“그러겠냐?”


대답 대신 권총을 빠르게 꺼내고 하늘을 향해 몇 발. 중국군 소위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고 몇 명은 총을 태현에게 겨누지만, 태현은 그들에게 묻는다.


“여기 있게?”


소위들은 그러고도 알아듣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멀리서 차 소리가 들리니 그제야 달려 도망가기 시작한다. 태현은 권총을 집어넣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중국군의 미래가 어둡군요. 총통.”


태현은 계속 돌아다니며 어둠이 번지는 도시를 돌아다녔다. 집 안에 가만히 숨어 있는 민간인에게 물이 담긴 수통을 건넸고, 우는 아이가 있는 집에 가 사정을 물어보고 보존식량을 주거나 하면서. 물건은 어차피 태현이 차고 있는 행낭에서 계속 나오니까.


태현은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야 부대로 돌아왔고, 육포를 꺼내 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오, 뭐야 이거.”


“장교들 먹는 거 아닌가? 우리 먹는 거랑 다른데?”


“웬일이야 대장? 중국이 줬어?”


태현도 자리에 앉아 손가락만한 육포 하나를 씹으며 대답했다.


“그냥 뭐··· 크리스마스라서.”


“에이, 그건 서양 애들 명절이고.”


“맞아. 일본 놈들도 쇠더라.”


태현은 빙긋 웃었다.


“모르지. 앞으로 우리도 즐기는 날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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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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