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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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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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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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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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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세 가지 물질

DUMMY

태현의 부대는 장제스의 허락 하에 난닝을 떠났다.


장파쿠이 장군은 태현에게 그의 독일제 권총을 작별 선물로 주었다.


“상하이에서 내 목숨을 구해 준 물건이네. 응! 자네 목숨도 지켜줄 거야.”


“감사히 받겠습니다, 장군님.”


“이기고 죽어서 오기보다, 지더라도 살아서 돌아오고. 그래! 계속 패배해도, 그후에 승리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그래, 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태현이 부대와 같이 우한에 도착할 때는 이미 각지의 중국군이 허난성의 일본군을 공격하고 있었다. 북송의 수도였던 카이펑과 고대 상나라의 수도가 있던 안양의 탈환을 시작으로 중국군의 크고작은 승리가 이어졌다.


일본군은 중국군의 역량을 얕보고 가볍게 격퇴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오산이었고, 계속된 승리에 중국군의 사기가 한껏 치솟았다.


그런 상황에 우한 가까이에 15만, 주변에 5만의 중국군이 포진되고 일본군과 포격을 교환하는 중 태현의 부대가 우한에 도착했다.


태현은 한숨을 짧게 쉬었다.


“다행히 안 늦었다.”


12월 18일. 한참 격렬한 교전이 전개되는 참이었다.


일본군은 우한 외곽에 포진하고 항공기와 야포로 중국군에 맞섰고 중국군은 우한 주변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꾸준히 소모전을 걸었다.


태현의 부대가 자리를 잡고 진지를 피는데 중국 병사 한 명이 어슬렁거리며 태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이, 조선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태현은 잠시 머리가 멈췄다가 겨우 다시 돌아갔다.


“뭐냐?”


“네가 총통이 비행기도 태워주는 그 놈이라며?”


“맞는데, 뭐냐고.”


“조선 놈들은 말이야, 일본한테 굽신거리고 총 받아 우리에게 쏴대는 놈들인데, 너는 여기서 비행기나 타고. 팔자가 좋아?”


태현은 지금 시비거는 병사의 소원 중 하나가 비행기 탑승일거라 짐작했다.


중국인 병사 몇 명이 가까이 와 둘러싸고 구경한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딱히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시비건 병사는 그들이 자기 편이라 생각하고는 계속 말한다.


“여기서 우릴 쏘는 포탄, 비행기, 총, 전부 조선에서 만들어지는 거 아냐? 맞아, 틀려?”


“간도나 본토에서 만든 게 더 많지만, 조선제도 있겠지.”


“그러면 너는 가서 조선인 공장을 박살내고 그래야하는 거 아냐? 여기서 코딱지만한···”


어느새 다가온 중국군 장교 한 명이 병사의 머리를 쥐어박고, 그의 귀를 붙잡아 당기며 태현에게 말했다.


“미안해, 임태현 대장. 우리가 좀 이래, 양해해줘.”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습니다.”


“쉐웨 장군이 찾으시니 좀 와 줄래?”


창사 전투에서 10만 일본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이후로도 여러 번 창사를 지켜내는 인물. 중일전쟁이 끝나기까지 모든 장성 중 가장 큰 전공을 세우는 인물이다. 당연히 태현은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겠습니다.”


태현은 장교를 따라가 은폐된 지휘소에 도착했다.


쉐웨. 지금 제 9전구 15만 중국군을 움직이는 사령관이다. 후일에는 중국의 롬멜이나 패튼으로 불리는 사람.


다소 오만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규율에 철저하고 작전을 짜는 능력이 뛰어나며, 부하들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태현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히고 불편한 얼굴로 말한다. 날카로운 눈과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장제스와 비교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다.


“임태현 대장! 예정보다 사흘이나 늦지 않았나.”


“내륙 이동 중 도로 파손으로 지연이 있었습니다. 송구합니다.”


“이동이 길어 피곤했을 테니 푹 쉬게 해. 쯧, 하루가 더 필요한 군대라니.”


“네, 사령관님.”


“지연 중에 식량 문제는 없었고?”


“강으로 이동 중 보급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진 잘 못 먹였다는 말인가. 자네의 부대는 준비가 덜 되어 있군. 당장 부식을 보낼 테니 취식시켜.”


“어, 네··· 사령관님···”


“방한장비는? 남쪽에 있다 왔잖은가.”


“이 곳에서 지급받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물자가 남아도는 줄 아나! 다행히 자네 대원 수만큼 비는 게 있어서 망정이지. 챙겨가도록.”


“감사합니다···”


“아픈 병사는! 병에 걸린 병사는 격리해. 다른 이에게 옮기기 전에. 귀관의 상태는 괜찮고? 지휘관이 건강에 주의해야 하는 법이야.”


“현재로는 없습니다, 장군님.”


“그래도 의무대에 말해서 약을 타 놔. 나중 가면 떨어져서 없을 테니.”


“어, 예. 그러겠습니다, 사령관님···”


태현은 자신이 지시를 받을 군인인지 환대를 받는 손님인지 조금 헷갈렸지만, 어쨌든 쉐웨 장군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부대 상태는 양호하다고 보면 되고. 우선, 내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총통이 말하길 자네가 여기 있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 했어. 그게 무슨 말이지?”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잘 모르겠습니다.”


“총통이 그런 말을 빈말로 하지는 않는데. 어쨌든, 독자행동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뭔가 무모한 걸 할 생각은 아니겠지. 계획이 뭐지?”


“적의 탄약고를 파괴할 생각입니다. 최대한 많이. 가능하면 유류고도.”


쉐웨만 아니라 모든 장교들이 할 말을 잃고 태현을 보았다.


탄약고는 모든 군대의 최우선 방어 요소. 꽁꽁 숨겨놓거나 주변 경계가 용이한 곳에 설치하고, 뭔가에 잘못 맞는 것 정도로는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짓는다.


지금 일본군의 탄약고도 그런 상태인 것은 당연하고 어느 부대에나 용이하게 보급하기 위해 적의 한복판에서 엄중히 지켜진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다 쉐웨 장군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태현에게 말한다.


“귀관, 어디 아픈가? 군의관이 필요해?”


“저는 평소와 같은 상태입니다.”


“안 돼. 반려한다. 자네 군은 한동안 제 73군과 같이 움직여.”


“부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저와 부대장을 비롯 대원 열 명의 개별행동만 허락해 주시면,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쉐웨는 태현의 눈을 보았고, 지휘소의 장교들은 다양한 표정으로 태현을 보거나 쉐웨를 보았다. 쉐웨는 몇 번 눈을 깜빡일 동안 태현을 노려보다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언제까지 가능하지? 우리는 시간이 얼마 없어.”


“12월 22일까지 완료하겠습니다.”


“좋아. 자네 부대는 자네 마음대로 움직여. 무엇을 할지만 사전에 73군에 보고하고. 오늘은 쉬게 하고! 자, 이리 와서 보라고. 전황이 궁금할테니.”


태현은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깊이 쉬며 작전지도를 보러 걸어나갔다.








12월 19일, 중국군은 재차 공격에 나섰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교전하고 폭격기가 낮게 접근하며, 수십 문의 대공포가 불을 뿜는다. 양 군간에 포탄은 수도 없이 날아다닌다.


일본군의 방어는 견고하다. 대포의 수도 더 많은데다 동일한 규격의 포와 탄환을 사용하니 운용 능력이 다르다. 중국군 역시 어렵게 생산한 야포를 끌고왔지만 그 성능과 신뢰성은 일본군의 장비보다 크게 떨어진다.


태현은 병두를 비롯 부대에서도 발이 빠른 병사들과 함께 움직이며 망원경으로 일본군의 진지를 살핀다. 출입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느 포탄이 어디에서 얼마나 출하되고 운송되는지 확인한다.


“저기 지하에 지은 탄약고가 제일 큰 것 같고. 언덕 아래를 까서 만든 게 많네. 잘 보이는 곳에 건물로 있으면 좋았을텐데···”


대원들은 출동 명령에 눈을 반짝거리며 따라왔지만 지금은 모두 답답한 얼굴이다. 그중 성질 급한 한 명이 결국 태현에게 말한다.


“대장, 저기까지 길을 뚫으라면 뚫겠지만, 저 벽을 어떻게 깨? 대포를 갖고가서 문을 쏘게?”


“안 뚫을 거야. 우리 모두의 목숨을 탄약고 하나와 바꿀 순 없지.”


“그럼 우리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디에 있는 것부터 노릴 지 순서를 정하는 거.”


대원들은 병두를 쳐다본다. 병두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보고 자기도 모른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하고 하던 일에 집중한다.


태현은 다음날 낮까지 동행하는 대원들만 바꿔 가며 거의 모든 탄약고의 위치를 확인했고, 지도에 위치를 표시했다. 그리고 병두와 어떻게 움직일지를 정한 다음, 자고 일어난 한밤중에 진지를 나섰다.


“모레까지 장비 잘 정비해 둬. 곧 전투니까.”


“전투? 왜 하필 모레?”


“내일까지는 안 끝날 것 같아서.”


태현과 병두는 한참 걸어 멀리 첫 번째 목표로 잡은 탄약고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언덕 아래를 파서 만든 저장시설. 가장 큰 구경의 야포용 고폭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장소다.


폭격을 피해 어두운 채 두고 사고를 조심해야 하는 탄약고 안에 불을 밝힌 채 병사가 들어가 지키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탄약 수송이 없는 지금 저 안은 누구의 시야도 닿지 않는 빈 공간.


태현은 그 안에 있어야 할 물건들을 떠올린다.


태현의 능력에는 여러 조건이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눈으로 본 적이 있고 어떤 것인지 아는 물건만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고, 상태를 결정할 수는 없다.


다이너마이트는 만들 수 있지만 심지에 불이 붙은 상태로는 만들 수 없고, 시한폭탄을 본 적이 있어도 10초 후에 폭발되도록 세팅된 것을 만들 순 없다. 난닝에서 상자 안에 부비트랩을 만들긴 했지만 그것을 상자가 열릴 때 폭발하게 하는 건 직접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태현에게 불 붙은 다이너마이트나 곧 터지는 시한폭탄은 필요하지 않았다. 병두도 말 없이 태현과 같이 움직이긴 했지만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한 참이었고, 태현은 멀리 보이는 탄약고 내부에 화약으로 가득 찬 상자를 만든 다음 설명했다.


“간도에서 백린을 본 적 있잖아, 우리.”


“그랬지. 소이탄 공장에서.”


“그 백린에다가···”


화약 상자 위와 주변에 많은 양의 백린이 만들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태현은 생성에 성공했는지 얼마나 생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한여름이라면 백린 혼자 산소와 반응해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은 12월의 겨울. 백린의 발화점 30도를 넘기려면 한 가지 물질이 더 필요하다.


“질산이 닿으면, 불이 붙거든. 폭약 공장에서 본 적 있고.”


태현은 자세를 낮춘 채 고개를 숙이고, 병두도 따라하게 한다.


멀리 어둠 속에 있는 탄약고까지는 약 6km. 어쩌면 포탄이나 커다란 파편이 정확히 둘이 있는 장소로 날아올지도 모른다. 몸을 숨긴 엄폐물을 뚫고.


태현은 그 정도는 운에 맡기기로 하고, 백린 위에 질산을 만들며 병두에게 말했다.


“숙이고 있어.”


몇 초 후, 귀가 멀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탄약고가 대폭발했다.


폭발 순간 지진처럼 땅이 울렸고, 주변이 환하다 못해 눈부셨다.


폭염은 하늘 높이 치솟았고, 추가 폭발이 계속되며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병두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숨을 잘 쉬고 있지 못했고, 태현도 겨우 자기 호흡을 안정시킨 다음 병두의 등을 두드려 굳은 몸이 풀리는 걸 도와주었다.


“다음 폭발은 좀 더 작을 거니 괜찮아. 유류고 쪽으로 가자.”


병두는 가만히 눈만 꿈뻑이다 기침을 몇 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염이 사라지지 않아 주변이 아직 밝았지만, 태현이 있는 곳을 보는 눈은 없을 것이다.


태현은 밝은 틈을 타 지도를 확인한 다음 걸음을 재촉했다. 일본군의 창고는 분산되어 있었고, 날이 밝고 경계가 심해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폭파해야 한다. 걸어서 움직이는 채로.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몸과 달리 태현의 마음은 무거웠다.


‘오늘 많이 죽고, 또 그 이상이 죽겠지.’


태현이 성공한 후 벌어질 일은 하나밖에 없다. 지독한 시가전.


처절한 상황 하에서 중국군도, 태현의 부대도, 일본군까지 계속 죽어나갈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에게 제시된 선택지는 하느냐와 하지 않느냐의 둘 뿐이다.


일본군 전체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두 번째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태현은 망원경으로 그곳을 응시하며 조금 전 한 일을 반복했다.


“화약, 백린, 그리고··· 질산.”


불꽃이 꺼지지 않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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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2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6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7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70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1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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