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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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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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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2
추천수 :
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8.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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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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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DUMMY

12월 22일까지 밤마다 일본군의 탄약고와 유류고가 불타올랐다.


일본군은 경악에 빠졌고 중국군의 지휘관들마저 혼란스러웠다. 전쟁을 오래 수행해온 쉐웨에게는 특히 더 그랬다.


“귀관은 내가 멍청이로 보이는 모양인데.”


쉐웨 장군은 태현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떨었다. 태현은 사흘째 바깥에서 숨어다니느라 한참 수척한 상태였다.


“참모장, 임태현 대장에게 차와 다과를 좀 건네. 자, 대장! 대답해. 내가 멍청이로 보이냐고 물었어.”


“그렇지 않습니다, 사령관님.”


“탄약고 일곱 곳, 유류고 네 곳. 모두 가장 큰 시설. 이거를, 단순히 내통자가 있어 파괴할 수 있었다? 가능한 일이 아니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거 좀 먹고. 먹고 나서 말해.”


과자도, 차도 맛있었다.


태현은 쉐웨가 준 과자를 우물거리며 어떻게 말할지 생각했고, 입 안의 것을 씹어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께만 설명하겠습니다.”


“모두 나가 있어.”


참모가 모두 쉐웨 장군의 지시를 따랐고, 태현은 쉐웨를 마주 보고 말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저도 장군께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할 수 있었습니다.”


쉐웨가 입을 다물고 신음을 흘렸다.


“그뿐입니다.”


“공작에 사용한 무기, 출처, 운송 방법, 동원한 인력과 수단.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예. 일본군 내에 오래 준비한 협력자가 있습니다. 말할 수 있는 건 그뿐입니다.”


“좀 앉아. 서 있지 말고. 아니, 신경쓰지 마. 우리도 늪에서 구른 다음 그 의자에 앉고 그런다고. 지금 귀관 정도는 더러운 것도 아냐··· 말해줄 것은 하나, 내통자가 있다? 그것은 사실이고?”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쉐웨는 그 의미를 알고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임태현 대장. 장제스 총통이 귀관이 여기 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한 거, 그게 이 말이야?”


그럴 리는 없지만, 태현은 둘러대기로 했다.


“총통이 제 계획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이 병력, 이 물자로 우한을 공격하라니 무슨 생각인가 했는데··· 아니지, 그게 아니야. 귀관은 애초에 계획에도 없었잖아.”


“어쨌든 사령관님, 적의 시설은 파괴되었습니다.”


“그래, 알아! 하지만 그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귀관이 일본군 사이를 날아다닌 게 아니라면!”


“저는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중국군은 장강을 낀 일본군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1940년 1월에 물러난다. 첫 공격부터 퇴각까지 약 한 달,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건 3주 정도다.


“후방의 우리 물자는 넉넉하지 않고, 아군이 보급로를 틀어막았지만 잠깐일 뿐 일본의 증원과 보급이 훨씬 빠르게 이뤄질 겁니다. 화력과 기갑전력도 적이 우위에 있어 하루 단위로 아군이 불리해질거라 판단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쉐웨가 이를 꽉 물고 태현의 말을 듣다가 힘겹게 대답했다.


“귀관, 요괴라도 되는 거냐? 요괴라면 무슨 목적으로 움직이지.”


“제가 무엇이든, 대한민국의 편입니다. 그리고 국민당의 국민혁명군이 대한민국을 돕고 있습니다.”


쉐웨는 한참 동안 태현을 쳐다보다 빠르게 얼굴을 풀고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들어와!”


쉐웨는 밝은 얼굴로 들어오는 장교들을 맞고, 밝은 목소리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좋아, 문제는 해결됐다. 자, 하던 이야기 계속 진행. 각군 준비 상황, 보고해.”


“27군은 준비 완료. 79군은 이동중이고, 73군은 12시에··· 준비됩니다.”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다. 10시를 기해 전군 진격시켜.”


“장군님, 73군은 12시···”


“진격 개시는 10시다. 준비보다 시간을 우선해.”


참모들이 긴장하는 가운데 태현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희 부대는, 어디에 합류하면 좋겠습니까?”


“73군의 후방에 위치했다가··· 아니지, 귀관의 계획이 뭐지?”


다른 참모진들이 깜짝 놀랐다. 태현은 몰랐지만 쉐웨는 작은 병력의 이동도 철저하게 통제해 작전을 짜는 지휘관으로, 태현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태현은 그 내막을 모른 채 주변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도시에 최대한 빨리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럼 79군의 합류지점에 가서 대기하고 있어. 자, 움직여! 공격 후 8시간 내로 적의 진지를 모두 분쇄한다. 각 부대장은 위치로.”


“위치로!”


“임태현 대장. 귀관도 가 봐. 피곤하겠지만 오늘까지는 힘을 내.”


“그러면, 가서 제 부대를 지휘하겠습니다.”


일선 지휘관이 모두 나가자 쉐웨는 지도를 내려다보며 두 손을 입 안에 모으고 중얼거렸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도 우리가 우세하군. 다들 어떻게 생각하지?”


다른 의견이 나올 이유가 전혀 없다. 참모진은 입을 모아 동의했다.


“같은 생각입니다.”


“예, 지금이라면··· 아군의 압승입니다.”


쉐웨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꿈만 같군. 아니, 정말이야. 꿈이 아닌가 의심돼.”


쉐웨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몇 번 때렸다. 다행히 그는 지금 현실 속에 있었다.


그는 지도에 표시된 일본군들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놈들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니.”









중국군은 동원 가능한 모든 화력을 퍼부었고 일본군도 그에 맞섰다. 양측 간에 포격이 이어진 지 두 시간, 일본군의 화력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각 포반이나 포대에 있던 탄약이 떨어진 것이다.


일본의 ki-27 전투기가 중국군의 포대를 노리고 날았지만 중국군의 전투기도 여럿 날아올라 상공을 방어했다.


훈련이 부족한 중국군 파일럿의 실력이 훨씬 뒤떨어지지만 그 존재만으로 전투기의 공격 효율이 떨어졌고, 한참 나중에는 중국군의 대공포가 전진배치되어 하늘을 향해 계속 불을 뿜었다.


현대에도 당연히 그렇지만, 군에게 기름은 피와 같고 탄약은 손발과 같다. 그것을 둘 다 잃은데다 보급도 어려운 일본군이 버틸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오후 2시경, 곳곳에 흩어졌던 일본군이 모두 우한으로 후퇴를 시작했고 중국군은 퇴각 행렬에 온갖 포탄을 퍼부었다.


일본군은 큰 피해를 입으며 우한시 안으로 들어갔고, 중국군은 일본군의 진지를 점령하고는 환호했다.


“이겼다아아아아아!”


“중화민국 만세! 장제스 총통 만세!”


한 명이 하늘을 향해 총을 쏘자 여러 명이 따라했다. 몇 장교들이 탄환을 아끼라고 병사들을 쥐어박았지만 흥분한 병사들에게 머리가 맞는 고통 정도는 행동을 제약할 이유가 못 되었다.


바깥에서는 진지의 점령과 노획이 이루어지는 사이 제 79군과 태현의 부대가 우한에 진입했다. 민간인의 피난이 계속되고 있기에 공격에 나설 순 없었고, 태현은 몸을 숨긴 채 가만히 그들의 행렬을 보고 있었다.


나석웅이 보급반과 같이 끙끙거리며 물자를 정리하다 태현에게 말한다.


“대장. 총 쏘다 기절하기 싫으면 지금 좀 자는 게 어때요?”


“잠은 잘 잤어. 많이 걸어서 그렇지.”


“이제 우리는 밤에 움직여요? 언제 먹여둘까요. 숙영지부터 깔고 재워요? 건물 하나에 들어가는 게 더 낫나··· 대장. 대장?”


“어, 석웅. 응.”


“정신 차려요.”


태현이 짧고 강한 한숨을 쉰다. 지난 몇 년간의 고민.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부담.


지금 대피하고는 있지만 민간인 중 많은 수가 죽을 것이다. 태현의 입장에서 이들은 단 하나의 이유로, 태현의 목적 때문에 죽는 것이다. 본래라면 우한 안에서 숨죽인 채 있다가 살아남았을 사람들이니까.


석웅은 투덜거린다.


“대장. 우리는 신이 아니라고요. 무고한 사람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전쟁에서 이기지 못해요.”


“그렇지.”


“나도 적만 골라서 쏙쏙 죽이는 폭탄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요. 어떻게 해요, 명복을 빌고, 용서를 구해야지.”


“그래도 기억해야 하니까.”


“아, 진짜 사람이 깝깝해가지고는.”


“봐 둬야지. 잊으면 안돼.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했는지, 무슨 책임이 있는지.”


“대장 맘대로 해요. 나는 술이나 한 잔 뿌리며 잘못했다고 빌고 말 거니까.”


나석웅은 짜증내면서도 계속 다그치지는 않는다. 태현이 이럴 때마다 답답하게 굴어도 전투에서 망설이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때 여러 대의 항공기 소리가 들렸고, 점점 가까워진다. 중국군의 방향이다.


커다란 수송기와 폭격기, 그것을 호위하는 전투기 여럿.


전투기는 지금 중국이 보유한 것 중 최신예기인 P-36 호크. 장제스의 중앙군이다.


편대는 우한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고, 사람들이 먼 하늘을 보며 겁에 질린다.


우한의 민간인은 아직 한참 도망치는 중이고, 좁은 길에 몰려 있다. 폭탄 하나라도 잘못 떨어지면 큰 피해가 일어난다.


태현은 일어나 다가오는 비행기들을 보며 경악한다.


“설마···”


“대장? 숙여요, 숙여요! 저거 하나는 폭격기야!”


“장제스 총통, 미친 겁니까?”


수송기의 해치와 폭격기의 폭탄창이 열린다. 그리고 거기에서, 폭탄 대신 수많은 종이가 쏟아져 나와 우한에 떨어진다.


우한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태현은 몸에 힘이 빠져 자리에 천천히 앉는다.


“하···”


나석웅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 X발, 깜짝 놀랐네, 근데. 뭘 뿌리는 거래요?”


두 비행기가 우한 상공을 한 바퀴 돌며 종이를 한참 뿌리고 돌아간다. 태현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고 잠시 할 말을 잃는다.


“뭔데요 그게. 대장.”


“송헌이가 731부대에서 찍은 사진하고, 설명. 그러니까··· 삐라.”


“어?”


“731부대에 대한 내용이야.”


피난민들이 웅성이고, 일본군이 도시 곳곳에서 소리지른다. 심윤기가 소총에 삽탄한 후 태현에게 와서 묻는다.


“음?”


“아, 네 형님. 가서 몇 놈 쏴 주세요. 별 반격 없을 겁니다.”


“음.”


심윤기가 저격조 몇 명을 데리고 골목 사이로 사라진다.


태현의 부대도 장제스가 살포한 전단지를 줍고는 할 말을 잃는다. 몇 명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토하고, 태현은 이제야 쉐웨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래서 내가 우한에 있는 게 의미있다고 한 거군. 총통.’


멀지 않은 곳에서 심윤기가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전단지를 줍는 중국인들을 위협하는 일본군을 쐈을 것이다.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비명이나 고함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태현이 나석웅에게 지시한다.


“빈 건물을 찾아서 다들 쉬게 해. 잘 먹이고··· 오늘 새벽부터 전투다.”


“알았어요.”


“우리 자는 사이에 송헌 오면 주변 파악 해달라고 하고.”


“예, 예. 대장은 빨리 가서 자요.”


가까운 곳에서 중국군들도 전단지를 줍고 분노하는 것이 보였다. 일본군은 거짓 선전이라 주장하겠지만 병사들의 사기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태현은 장제스의 이 판단이 길고 길 시가전이 일찍 끝날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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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0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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