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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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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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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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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글자수 :
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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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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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미국의 장교

DUMMY

일본군의 공격이 없는 가운데 우한에 활기가 돌았다. 시민들이 돌아와 시장이 다시 열렸으며 공장에 전기가 복구되었다.


우한은 이전부터 철강 생산의 중심지였고, 일본은 이 곳을 빼앗은 후 군수물자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제 그대신 중국군의 무기를 찍어낼 설비가 장강을 타고 실려와 여러 공장에 설치되었다.


중국군 병사들은 며칠 새 부쩍 공급이 늘어난 미국제 보존식을 먹으며 피로를 회복했다.


다만 모든 장병들이 편안하기만 한 건 아니었는데, 그 상황에는 임태현이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전 올빼미, 시작에 맞춰 소총 조립. 본 교관의 완료 후 셋을 세면 멈춥니다. 준비, 시작!”


우한에서 태현에게 시비를 걸었던 소위들이 황급히 손을 움직여 앞에 놓인 소총을 조립한다.


현재 중화민국의 초임 장교는 역사가 있거나 부잣집 등 소위 좋은 집 자제들. 전장에서 구르다 승진한 베테랑들이 아니다.


교육받고 연습한대로 총을 조립해보지만 그들 앞의 교관, 임태현보다 빠르고 정확하기는 불가능하다.


“교관 조립 완료. 하나, 둘, 셋. 정지!”


태현은 조립되다 만 소총을 보고 한숨을 쉰다.


“4번 올빼미.”


“4번 올빼미익!”


“본 교관이 장전손잡이를 이렇게 끼우면 어떻게 된다고 했습니까.”


“튕겨나가 터진다고 했습니다악!”


“전 올빼미 구보로 저쪽의 깃대 찍고 달려옵니다. 교관보다 빠른 올빼미 없으면 반복합니다. 실시.”


당연히 태현이 가장 빠르다. 태현은 한번 더 뛰게 하는 대신 헉헉거리는 소위들을 보고 안타까운 척 다그쳤다.


“1번 올빼미 똑바로 서서 대답합니다, 12월 25일 기억합니까?”


“기억, 허억, 허억, 합니다.”


“대답이 조금 이상합니다, 기억합니까?”


“기억합니다악!”


“왜 그때만큼의 패기가 보이지 않습니까, 지금이 무릎에 손 대고 숨쉴 때입니까? 뛰다가 지치면 멈춰서 적에게 총 맞을 겁니까?”


“아닙니다악!”


그동안 건방지게 군 소위들이 구르는 것은 중국군 장교들에게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나이든 장교들은 편하게 앉아 훈련 장면을 보고 있었고, 태현은 해를 보고 시간을 짐작한 후 훈련을 중단했다.


“본 교관 오늘 매우 실망입니다. 각자 돌아가 개인 연습 하고, 내일도 총을 못 다룬다면 산악 구보부터 다시 시작할테니 좋은 판단 하길 바랍니다. 해산.”


“악! 악! 악! 해산!”


소위들의 훈련이 끝나고 근무표에 따라 우한 순찰 임무를 교대한다. 몇몇 우한 시민들이 태현을 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태현은 중간중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할 문제를 듣는 등 도시 상황을 파악한 후 시간에 맞춰 쉐웨를 찾아간다.


“그래서, 협력장교. 올빼미는 왜 올빼미지? 너무 궁금한데.”


태현은 쉐웨가 주는 간식을 집어먹으며 눈앞의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친절히 구는지 궁금해했다.


쉐웨는 태현을 자주 불러 잡담을 했고, 태현 입장에서도 긴 시간 많은 전투를 이끌어 온 장군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떠올랐습니다.”


“협력장교 덕분에 그게 유행어가 되었어. 올빼미. 거 참, 올빼미라니.”


쉐웨는 미소짓고 있다가 아쉬운 듯 문서를 하나 꺼낸다.


“협력장교의 훈련 코스를 더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장제스 총통의 교대 명령이야. 협력장교의 부대 전부 충칭으로 갈 준비를 하도록.”


의외의 상황이다. 태현은 장제스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하며 명령서를 받아 읽었다.


“예, 사령관님. 4일 후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쉐웨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중국 외 다른 국가의 운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조선이 독립하길 바라. 권총은 파쿠차이에게 받았다지? 나는 달리 줄 게 없고, 이거라도 가져가. ”


쉐웨는 국민혁명군 장교의 정복을 꺼냈다.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졌고 계급장도 깔끔하게 달려 있다.


태현은 약간 가슴이 찡해졌다.


“잘 입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 소위들은 협력장교가 간다는 거 모르게 하고··· 마지막까지 굴려.”


태현은 웃었다.


“그러겠습니다.”


“떠나는 날까지는 내가 없어. 그러니 지금 무운을 빌지. 또 보자고.”











태현은 마지막까지 소위들을 굴리고 과정을 마친 다음, 대원들과 충칭으로 향하는 배에 탔다.


어째서 장제스가 자신을 불러들이는지는 곧 알게 되었는데, 미군 장교 한 명이 장제스에게 태현을 만나길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 장교는 장제스와 나란히 앉아 있었고, 태현은 그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중령. 인상이 사납지 않고 계급도 다르니 조지프 스틸웰이 아닌데···’


그가 누구인지는 장제스가 말해주었다.


“이번 협정 군사고문으로 특파된 오마 브래들리 참모장이시네. 인사 드리게!”


태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독일의 패망까지 유럽전선의 육군을 지휘하는 장군. 그가 지휘한 제 12군집단은 약 90만명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집단이다.


성질이 개떡같기로 용호상박을 이루는 몽고메리와 패튼의 중재에 고생한 걸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의 진짜 장기는 작전 구상과 실행. 노르망디 상륙 후 프랑스의 해방을 앞당긴 코브라 작전이 유명하다.


이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합참의장이었으며 마지막 육군 출신 5성 장군으로 남는 군인이기도 하다.


1939년까지 그는 미국 보병학교의 훈련 감독 참모장이었고 1940년 2월 육군 참모대학에 들어가 7월에 졸업하는데 1940년 1월 지금은 참모대학 입학 전 특수임무로 중국에 온 것이다.


오마 브래들리는 태현과 악수를 나눈 후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군요. 오마 브래들리 중령입니다. 먼 길인데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만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자체가 없는 사람. 태현은 좀 당황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그걸 보며 장제스가 농담하고 통역이 전달한다.


“이 친구는 저나 사령관들 앞에서도 뻣뻣한데 참모장님을 뵙고 긴장해서 떠는군요.”


“이상하네요. 그럴 이유가 있나요? 자, 소교(소령)님. 편하게 앉으시지요.”


나중에 수십만 군대를 움직이고 말 안 듣는 꼴통 장군들을 달래고 수많은 작전을 세워 성공하지만 그건 미래의 이야기. 지금은 중화민국의 사정을 살피기 위해 파견된 장교 한 명이다.


브래들리가 태현을 찾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가장 중요했다.


“그 부대의 사진과 필름을 제공한 분이 임 소교님이라 하더군요. 그러니 직접 뵈어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요.”


“사실입니다. 간도에서 작전 중 얻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나요?”


“1936년, 이시이 시로라는 의무장교의 뒤를 쫓다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3년간 간도 지역에 있었던 거로군요. 멋집니다. 우리도 여기 장제스 총통이 알리신 후 정보작전을 펼쳐 많은 걸 알아냈어요. 우리가 추가로 확보한 자료도 있는데, 괜찮다면 보십시다.”


태현은 브래들리가 내민 자료를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그러다 중간쯤의 문서에서 처형된 사람의 사진을 보고 말을 잃은 채 멈췄고, 브래들리는 설명에 들어갔다.


“일본은 사실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우리 자료 일부를 보내 추궁할 수 있었어요. 그에 일본은 정부나 군부와는 관계 없이 그 사진에 있는 의무장교의 기행, 일탈이었다고 할 예정이지요.”


태현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브래들리는 그런 태현의 얼굴을 보다가 물었다.


“추정이지만, 이 자가 내부 협력자인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이 의무장교가 우리가 촬영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했군요··· 중요한 정보입니다. 잘 알았어요.”


그 뒤로 브래들리는 한참 태현과 대화를 나누었다. 태현은 브래들리의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하고, 일본과 직접 싸운 경험을 풀어 설명하였다.


장제스는 옆에서 한번씩 태현을 추켜세웠고, 브래들리는 태현을 보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가자 아쉬움을 표했다.


“조선은 잘 모르는 나라이지만, 그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필리핀을 아직 갖고 있는 국가의 군인 말이니 우스울 수 있어도, 조선에도 자유가 있기를 바래요.”


미국은 1946년 7월에 필리핀의 독립을 약속한 상황. 이후 그 약속은 지켜진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 반하면서도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하는 범인류애 정신에 입각해 필리핀을 힘겹게 놓아주는 건 아니고, 필리핀을 독립시킬 법이 통과된 1936년부터 미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아서였다.


태현도 아쉬움을 남긴 채 장제스와 브래들리를 남겨둔 채 방을 나섰고, 중국군 장교 한 명이 태현에게 깨끗한 새 소총을 하나 건넸다.


“원래 장제스 총통이 받은 선물이지만, 총통께서 소교님 부대의 저격수가 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M1 개런드. 1936년 개발된 미군의 최신 소총. 태현은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고마워요. 나중에 총통께 감사드리겠습니다.”


태현은 부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와 심윤기에게 총을 내민다.


“형님, 이거 미국 소총입니다. 반자동식.”


심윤기는 눈을 크게 뜨고 앞으로 걸어나와 총을 받았다. 장전손잡이를 당기자 너무 부드럽게 움직이는 걸 보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음···!”


“모신나강보다 짧죠? 무게는 비슷해도.”


“음.”


“예.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태현과 태현의 부대는 충칭에서 환영을 받았다. 지긋지긋한 폭격이 멈춘 데에 태현의 공이 컸다는 이야기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퍼져있었다.


거기에 지금 장제스는 미국과 협상을 준비하며 생각지도 못한 좋은 상황에 기뻐하는 중.


미국이 어느 정도 중화민국에 물자를 보내왔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일본의 전쟁 원동력은 미국에서 수입한 석유였다. 그간 장제스의 입장에서 미국은 친구인 척하는 적에 훨씬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일본에 수출을 끊고 중화민국에 많은 지원을 약속한 상황. 장제스는 그것이 태현 덕분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고, 그의 그런 태도와 말이 알음알음 충칭에 퍼져 있었다.


그런 결과로 태현은 부대에 사람들이 놓고 가는 선물 앞에 고민했다.


“이거 받아도 되는 거 맞나.”


나석웅이 물자를 분류하며 핀잔을 준다.


“어차피 돌려줄 방법도 없어요. 받을 사람들도 아니고. 자, 오늘 저녁은 잘 먹겠는데. 돼지고기 손질하는 법 아는 사람! 없어?”


충칭에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피어올랐다. 일본의 협상단이 올 때 계란 몇 개 정도만 날아가 차에 맞았을 정도로.


며칠에 걸친 협상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대로 세 나라의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맞물려 종료된다.


장제스는 처음에는 만주국을 포함한 전 점령지의 반환을, 나중에는 만주국을 제외한 나머지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미국의 모든 대일본 수출이 종료되고, 일본으로 출발하려던 모든 배들이 닻을 내리고 멈춘다.


1940년 2월, 장제스는 일본에 소모전을 걸면 반드시 이긴다는 판단을 내리고 외상이긴 하지만 대량으로 들어올 미국의 물자까지 계산에 넣어 일본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작은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제 11전구 사령관 바이충시가 임시로 5전구에 합류해 허베이성 공격과 베이징 탈환에 나서게 되었고, 태현은 장제스에 요청해 제 5전구에 합류했다.


장제스는 태현에게 5백 명의 보병을 주었고, 그중에는 전투 경험이 많은 포병도 다수 있다.


부대 살림이 커지면 일도 많아지는 나석웅이 투덜거린다.


“조선인은 늘지 않고 먹일 입만 많아졌네. 웬일이래요? 이 인원수.”


태현도 썩 내키는 상황은 아니었다. 보는 눈이 많아지면 태현의 능력을 활용하기 어려우니.


“잘 모르겠지만 허베이는 공산당과 조선의용군이 같이 활동하는 지역이라, 국민혁명군도 조선과 협력한다는 인식을 주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은데.”


“그건 그렇다 치고, 바이충시는 어떤 사람이에요? 작은 제갈량이면, 천잰가?”


태현이 한숨을 길게 쉬고 나석웅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태현은 헛웃음을 터트린 후 서글픈 목소리로 말한다.


“금방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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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2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19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8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6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 미국의 장교 24.08.27 170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69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4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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