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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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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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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글자수 :
229,941

작성
24.09.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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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DUMMY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군이 가진 문제는 수도 없이 많았다. 충분한 수준의 공업 기술 없이 전세계를 호령하는 군국주의 강대국이 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 중에 한 가지가 공격 중심 교리. 공격은 방어보다 훨씬 어려운 전술행동임에도 ‘문제가 있으면 강한 공격으로 해결’ 이라는 인식을 정치인과 군인들이 공유했다. 특히 일선의 세세한 문제를 직접 볼 일 없이 전 군을 컨트롤하는 도쿄의 대본영에서는 유달리 심했다.


그래서 태현은 일본군이 어떻게 나올지 잘 알았고, 여기로 돌격해주세요 라고 써붙이는 것만 제외하고 최대한 허술해보이도록 방어진을 꾸며 함정을 팠다.


부족한 병력으로 지난 시와 타이난 시를 방위하는 일본군 61 사단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일념하에 일점돌파를 강행했고, 태현이 움직이는 중국군 제 27군은 어렵지 않게 그들을 포위한 후 공격했다.


태현이 전황이 돌아가는 걸 지켜보는 가운데 이송헌이 옆에서 짜증을 냈다.


“저 새끼들 참 항복 안하네···”


태현은 대기 중인 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소대, 홀수대 전진과 짝수대 엄호를 반복해 적 격멸합니다. 전 소대 준비되는 대로 개시.”


총공격에 들어가고 얼마 후 일본군의 한 대대가 항복했고, 이어서 남은 일본군도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았다. 27군은 포로와 물자를 수습하고 빠르게 지난과 타이난 가까이 포진했고, 도시를 지키던 소수의 일본군과 경찰은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가장 먼저 항복한 일본의 젊은 대위가 참모진의 심문을 받았고, 태현은 주요 포로를 끌고 다닐 여유가 없으니 그를 풀어주려 했지만 대위는 거절했다.


“원하는 대로 모두 말해줬으니 이제 죽여 주길 바라오. 우리는 풀려난 장교를 용서하지 않소.”


막상 얻을 정보는 다 순순히 얻었으니 수고 많았다고 사살하기도 좀 꺼려지는 상황. 포로 관리를 하고 있는 이송헌이 난처한 듯 그를 보다 말을 걸었다.


“당신 성함이?”


“제 6852부대, 311대대 1중대 중대장 사토 쇼지.”


“사토? 김씨네, 김씨···”


이송헌은 태현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눈빛으로 물었고, 태현은 모르겠다는 답을 보냈다. 이송헌은 사토를 붙잡고 데리고 나가며 말을 걸었다.


“한동안 김씨라고 좀 부를게? 내가 일본 사람들을 안 좋아해서 말이야.”


적을 어렵지 않게 격파했으면 전리품을 챙길 시간. 태현은 나석웅과 같이 획득한 일본군 물자를 분류하며 병두에게 징발을 요청했다.




“병두. 조선인 병사들로 두 도시에서 일본인들 물자 떼와 줘.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엄청 곤란하고 급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우리는 어차피 떠날 건데 시민들이 해방된 줄 알고 좋아했다가 곤란 겪지 않게. 기름, 의약품, 식량, 맥주 위주로.”


“술? 갑자기?”


“칭다오에서 만든 맥주가 여기도 꽤 있을 거야. 다같이 한번 먹어봐야지. 중국인들에게는 돈을 주고 사고.”


“술 살 때도 심각해 보여야 할까?”


전쟁 중인 군인은 술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태현도 아차 싶었다.


“어, 가능하면···?”


“그게 될까. 일단 잘 말해 볼게.”


병두와 조선인 부대가 주변의 도시를 돌며 중국인에게 물자를 사고 일본 회사에서는 빼앗았다. 와중에 일본인 개인 상점을 털어도 되냐 아니냐로 가벼운 논쟁이 있었고, 안 비싼 거 위주로 절반만 털고 빠지자는 합의안이 실행되었다.


이틀 만에 27군 사단의 트럭이 물자로 가득 찼고, 이송헌이 그걸 보며 나석웅와 대화했다.


“이 맛에 군벌 하나?”


“그러게요 형. 다들 군벌질 해서 배부르니 황제 하고 싶고 그런 것 같네요.”


“도시를 탈탈 털면 이만큼이나 나온다니. 실감 안 나네.”


“탈탈 안 털었다고요, 일본 놈들 것만 털었지. 그놈들이 가진 게 많아서 그래요.”


산둥성은 중국 역사 내내 중요한 곡창지대였으며 근래에는 중요 무역항이 된 칭다오의 영향으로 상당히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태현은 충분히 챙겼다고 판단하고 싱타이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제 27군은 다급히 배치된 일본군 사단과 마주쳤는데, 태현은 그 부대를 보고 빠르게 방어진을 펴며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병두와 참모들이 이유를 물었고, 태현은 망원경으로 먼 곳을 보며 신음을 섞어 대답했다.


“적 지휘관이 이마무라 히토시입니다. 포진을 보니 분명합니다.”


싱타이에서 바이충시와 대치하고 끝끝내 공격을 막아낸 지휘관.


일본의 대부대와 전략 장비는 모두 남쪽의 전선에 펼쳐져있고, 관동군이 더 움직일 리는 없었다.


설령 동원할 부대가 있어도 주변의 팔로군 탓에 사단 하나가 겨우 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 부대의 지휘관이 누가 될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군단장급이 왜 사단 하나만 이끌고 온 거지···”


태현이 긴장하는 바람에 부대가 어수선해졌고, 이송헌이 사토 쇼지와 있는 김에 물었다.


“김씨, 나 대장이 저렇게 쫄은 거 처음 보거든. 그 이마무라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당신네 사단장이 현명한 것이오. 한두 번 부딪치면 알 수 있을 거요.”


“나는 뭐 전술을 하나도 모르니 모르겠네··· 저 배치가 왜 그리 대단한 거야?”


“결론부터 말하면, 적은 움직임으로 당신들이 가장 싫어할 상황을 만들 포진이라 그렇소.”


“적은 움직임.”


송헌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거 우리 대장이 맨날 강조하는 건데. 겁먹을 만도 하네.”


서로 노려보는 채로 가끔 포병대가 전진해 공격하는 상황이 유지되었다. 태현은 팔로군이 적 후방으로 전진하면 이마무라가 물러날 거란 생각을 하고 팔로군에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한 번은 적의 움직임을 알기 위해 노획한 전차를 앞세워 공격했다가 뚫기 어렵다는 결론만 재확인하고 물러나야 했다.


물론 빠져나갈 방법 자체는 있다. 쐐기 형태로 전진해 차량은 모두 빠져나가고 보병을 남겨두는 식으로. 일본군이 불리한 포위를 풀고 빠져나갈 때 쓰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마무라는 태현이 그런 전술을 쓰지 않을 것을 아는 듯했다.


그렇게 속이 타던 어느 날 이송헌이 제안했다.


“우리 일본군 포로들 밥만 축나잖아. 걔네를 남기면서 뚫고 가면 안 돼? 빈 총 주고.”


태현과 병두가 똑같은 표정을 하고 동시에 같은 말로 대답했다.


“국제법 위반.”


“아니 무슨 맨날 우리만 국제법이야, 쟤네에게 매일매일 밥 세끼 먹이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태현이 아주 오랜만에 짜증을 섞어 이송헌을 질책했다.


“전쟁범죄라는 개념이 있어야 그나마 덜 잔혹해지지. 전쟁 중이어도.”


병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저쪽이 했다고 우리가 하면 저쪽이 반복할 명분밖에 안 돼.”


송헌은 투덜거린다.


“내가 아주, 부처님들 모시고 전쟁하는 것 같아 아주. 예에 예에 관세음보살님 미륵불님 두분이서 중생을 위해 애 좀 쓰세요.”


기분이 나빠진 이송헌이 못살게 굴 사람은 포로들 뿐이었고, 사토에게 가서 괜히 시비를 걸었다.


“이마무라는 착하다며? 너 지금이 풀려날 때 아니냐? 우리 취사병이 해주는 밥 그만 먹고.”


“내가 저기에 가면 묻는 것에 답해야하고, 당신들이 불리해질 거요.”


“너 사실은 여기가 편하지?”


“그 말이 맞소.”


“놀린 건데 맞다고 하긴. 손 묶이고 감시당하면서 잘도 편하겠다.”


“아니, 정말 편하오. 그건 고마운 마음이오.”


“왜 그렇게 인간이 우중충하냐. 포로가 됐으니 승진 못 해서?”


“그건 아니오.”


“그럼?”


사토는 대답하지 않았고, 이송헌은 그를 보다가 조금 짜증내며 말했다.


“야, 야. 그래도 네가 천 명 살렸어. 아니 뭐 딴 놈이 항복했을 수도 있으니 오백 명 살렸다고 치자. 자부심 좀 가져라. 네 인생 팔아서 남을 살렸잖니?”


“아니오, 그러지 못했소 나는.”


“그랬다니까? 살고 싶어서 벌벌 떨던 애들 네가 살렸지 누가 살렸어.”


“나는 난징에 있었소. 1937년 겨울에.”


“아.”


난징대학살을 말하는 것이다. 이송헌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랬냐.”


“그러니 이제··· 죽여 주시오.”


“저기 중국인들에게 말하면 네 소원대로 되긴 할 텐데, 편하게 죽진 못하겠다. 근데, 너 뭔가 했어? 안 그랬을 것 같은데.”


“그때 항의하던 동기가 상관의 발에 차이고 이가 부러지도록 맞았고, 나는 그걸 보고 침묵했었소.”


이송헌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벌컥 화를 냈다.


“그래서 뭐. 내가 널 이해해줘야 하냐? 위로해 줘? 어? 침략군 새끼가.”


사토는 다시 침묵했고, 이송헌은 혼란스러운 생각에 씩씩거리다 갑자기 진정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토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이송헌을 보았고, 이송헌은 한참 생각한 끝에 말하기로 결정했다.


“야.”


“말하시오···”


“나한테 일본인 형제가 한 명 있었거든. 아니, 수많은 형제 중에 한 명.”


“당신, 우리나라 사람이었소?”


“의형제, 의형제. 내가 일본인 싫어해도 친한 일본인은 많아요. 업무 관계상.”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만···”


“닥치고 들어. 그 형제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죽었다. 용기 있는 일을 한 대가로.”


“의로운 일을 하셨겠소. 좋은 곳에 가셨기를.”


“못 갔을 지도. 걔는 산 사람 수십을 죽였거든. 명령을 받고 고통스럽게. 천천히.”


이번에는 사토가 입을 다물었고, 이송헌은 한 마디 더 하고 말을 마쳤다.


“내 형제는 그래도 용기를 냈다. 너도 좀 그렇게 해봐.”


이송헌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처음에는 일본인을 괴롭히고 기분을 풀려던 것이 생각나서 괜히 억울해졌다.


“에이, XX.”







제 27군은 며칠간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답답해진 참모들이 태현에게 화를 내는 중에도, 태현은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못 이기는 싸움은 안 거는 게 상책이고, 보병 버리고 뚫는 것도 안합니다.”


“이것도 못해, 저것도 안해, 임시라고 해도 사단장은 사단장입니다. 상황이 더 나빠질지 좋아질지 모를 때는 움직여서 앞길을 찾는 것이 군대고, 지휘관은 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이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태현의 눈에는 먼저 공격하는 쪽이 불리할 것이 명백히 보였다.


태현은 얼마 전 위연에게 이입한 걸 잊고 이번에는 제갈량의 입장을 생각했다.


‘출병해놓고 가만히 있기만 하냐고 장수들이 대들었댔지. 아니, 사마의였나? 둘 다 그랬나? 소설이겠지만.’


어쨌든 태현은 참모들을 조용히 만들겠다고 일부러 패하고 싶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팔로군에게 저 사단의 뒤에서 위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뿐.


그러다 한 번 일본군에서 서신이 전달되었다. 태현은 그걸 펼쳐 보고 읽은 후 웃었다.


“적 사단장입니까? 뭐라고 우릴 비웃었습니까!”


“그냥 가벼운 항복 권유입니다.”


“이리 줘 보십시오!”


편지에는 붙잡힌 일본군들을 잘 먹여서 고맙다는 내용과 우리는 물자가 더 많으니 항복하면 더 잘 먹여주겠다는 농담이 적혀있었다. 그러니 이 편지의 진짜 의도는 너희 먹을 것 떨어지고 있지 않냐는 도발.


태현은 농담으로 되돌려주기로 했지만,


“우리 스팸 남으니 먹고 싶으면 나눠준다고 답해 보죠.”


사단의 장교들은 지나치게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욕을 참을 겁니까, 사단장!”


그 답으로 그럼 어디 네가 병사 이끌고 나가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쉐웨가 마음 써서 붙여 준 사단. 마음대로 하기는 그랬다.


그래도 태현은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이기는 방법이라 믿었고, 그 생각을 참모들과 공유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럼 모의전부터 해볼까요. 저 혼자 일본군 역할을 맡겠습니다. 지도 가져올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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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내 오류 수정 내역입니다. 24.09.02 111 0 -
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9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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