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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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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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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0
추천수 :
197
글자수 :
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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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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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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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DUMMY

일본군이 먼저 치고 나온다. 중국군 역시 일본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 목표, 적을 뚫고 무너트릴 진형으로 맞서 공격한다. 양군 모두 전 전투병력을 동원하는 총공격이다.


끝없이 터지는 장약이 공기를 데우고 포탄이 지면을 흔든다. 병사들은 멀리서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에게 탄을 쏟아내고 엄폐물을 향해 뛰고 또 뛴다.


바람 한 점, 장약의 많고 적음과 포각의 작은 차이가 몇 미터 단위의 결과로 삶과 죽음을 가른다. 반복되고 반복되면 개인의 운도 무색하게 죽음이 파문처럼 퍼져나간다.


공기와 지면으로 전쟁의 소음을 받다보면 병사들의 정신이 초점을 잃고 붕 뜬다. 부사관들이 병사들 사이를 뛰고 소리지르며 당장 할 일과 눈앞의 목표를 주지시킨다.


신체를 잃고 곧 죽을 사람들이 울부짖으나, 땅에 누워버린 그들에게 고통을 끊어 줄 총탄은 좀처럼 닿지 않는다.


수백 발의 탄환에 하나의 목숨이라 해도 공기를 가른 탄환의 수가 벌써 수 만 발에 그 총탄들이 발을 묶은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포탄이 수 백.


한 분대가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멈춘 바로 옆에서 다른 분대가 달려나간다. 기관총 소리에 누군가는 헬멧을 끌어당기며 움츠리고 누군가는 수류탄을 던지려 한다.


몸을 내밀고 힘주어 던지지 못하는 수류탄은 그리 멀리 가지 못하고, 그 폭발에 놀란 기관총 사수는 총구를 돌리며 목표를 찾는다. 운 나쁜 누군가가 그 끝에서 휘말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지금 이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 무기는 여러 종류의 화포. 포병끼리 서로의 위치를 짐작해 포격을 주고받는 한편, 전차의 임무는 적의 포대에 접근해 뭉개버리는 것. 필연적으로 전차들은 전선의 맨 앞에서 서로 마주쳐 싸운다.


누구 할 것 없이 다급한 손과 마음으로 전차와 포탑을 움직이고, 그런 중에 좀 더 많이 훈련한 쪽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정확히 포격한다. 죽음이 기웃거리는 중에 1초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양군의 첫 공격진은 벌써 허물어졌고 두 번째의 공격 부대도 같은 운명을 맞을 예정. 태현의 부대도 몇 남지 않은 전차와 전진을 준비하고 있었고, 마침내 명령이 떨어진다. 태현은 자신의 부대가 가장 큰 용기를 낼 수 있는 구호를 외친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공격 대열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간다. 공기 중에 흩날린 포연에 모두의 얼굴이 까맣다. 아군이 밀고 들어간 적 참호에 뛰어들어 적의 시체를 밟고 머리를 내밀어 사격한다.


파괴된 아군 전차 뒤에 여러 명의 대원들이 몸을 움츠려 대기하다 지원 포격에 맞춰 그 좌우로 달려나간다. 빗발치는 기관총탄이 그들을 저지하지만, 아군 후방에서 심윤기가 대전차총의 방아쇠를 당기자 기관총 사수의 머리가 날아간다.


다음 참호로. 다음 진지로. 전차를 기다리고, 전차를 보조한다. 아군 전차가 격파되면 그 뒤에 숨어 다른 전차를, 아니면 보병을 기다린다.


모두 경험과 본능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 적을 없애는 것이 살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등을 돌려 달아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조준한 적이 자신과 아군을 쏴버리라는 것을.


“다음 전차는! 다음 아군 전차는?!”


“대기! 숙이고 대기! 쏘지마, 쏘지 마! 고개 숙여! 몸 숙여!”


“적 기관총 잡아! 네 옆에 그거!”


“탄이 없어, 운용 불가!”


뒤에서 대원들의 상황을 살피고 결정을 내리는 건 태현의 임무고, 그것을 전달하고 병사들을 움직이게 할 건 병두의 일이다. 태현이 병두가 있는 참호까지 와 적의 위치를 보고 있는데 병두가 말을 건다.


“대장, 내가 해방되고 나면 평양에서 만나기로 한···”


“그만! 하지마. 부정 타. 말하지 마.”


“그, 평양역인데. 해방되고 나서···”


“알았어. 조선의용대 이정순 중사님.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로 꺼내지 마.”


“아닌데. 다른 사람.”


“뭐?”


둘이 있는 곳으로 적의 탄환이 날아온다. 태현은 병두의 말을 끊는 걸 겸해 다음 할 일을 정한다.


“전방 좌측 280미터 적 진지. 점령되면 포반 보낼게.”


“저기 저 곳. 알았어.”


태현은 뒤를 향해 달린다. 아군 포가 안전하게 끌려 올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적의 대열을 파고들 수가 없다.


핑 하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탄환의 소리에 반사적으로 엎드리고, 잠시 기어서 움직이다 또 일어나 달린다. 후방의 아군 진지가 수신호를 파악할만큼 가까워지면 지시를 전달하고, 그걸 읽은 나석웅이 할 일을 정한다.


“각 견인포 결착 확인! 탄약이랑 박격포 싣는다. 이리 건네, 올려!”


수천 명이 물결처럼 부딪치고 수십 대의 전차는 그 파도를 뚫으며 전진하다. 수많은 포가 불을 뿜고, 움직이고, 방열 후 발포, 다시 움직이고.


연약하고 잘 부서지는 사람의 몸을 뚫고 터트릴 도구와 그걸 막을 도구의 끝없는 충돌이 멈추지 않는다.


태현은 적의 방어를 뚫고 부대를 목표한 곳에 위치시켰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며 전장을 살핀다.


사람 한 명의 발버둥침은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할 것 같은 거대한 풍경. 드넓은 평야에 모두가 죽음 앞에 몸을 드러내 죽음을 퍼뜨린다.


‘상황은···’


높은 곳이 아니기에 잘 보이지 않는다. 적의 포진은 어떤지, 아군의 소모는 어느 정도인지, 적의 시체는 얼마나 쌓였는지, 어느 쪽의 탱크가 더 많은지 단 하나도 알 수 없다.


그런 중에 다음 명령이 전달된다.


“전달합니다! 다음 조와 합류해 합동 공격 전진! 지휘는 임태현 중교, 이상!”


생각이 길어지면 두려움이 생긴다. 태현은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털어내고 대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허리를 죽인 채 빠른 속도로 걸어 앞으로 나간다.


모두 긴장과 피로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아도 총을 쥐고 방탄모를 눌러쓰고 몸을 일으킨다. 넘어질 것 같이 숨이 차지만 두 다리는 움직인다.


탄환을 맞고 쓰러진 동료를 돌아보나 가서 살피지는 않는다.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러도록 훈련받았다.


부디 상대에 더 많은 죽음을, 우리보다 적에게 훨씬 많은 죽음을. 우리를 향한 그 총구가 불을 뿜기 전에 죽음이 그들을 덮치기를.


그러다 조금씩 알게 된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하지만 점점 더 또렷해진다.


적의 공격이 잦아드는 것을, 아군의 전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저 멀리 얼핏 보이는 아군의 진형도 우리처럼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수많은 화포의 발사음이 들리고 양군의 전투기가 현란하게 움직이나 모두 조금씩 알게 된다. 이기고 있다고. 눈에 빛이 돌아오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병두가 엉거주춤 상체를 든 병사들의 어깨를 누르고 박격포의 포판을 땅에 내려놓는다.


“고개 들지 마! 딴 데 보지 말고, 숙여! 지원 포격 있을 때까지 자리 지켜!”


가장 먼저 적의 전투기가, 그 다음은 전차와 차량이. 그리고 보병들이 물러난다. 이제 조금 더 전진하면 아군 포병이 적의 본대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닿는다.


이제 모두가 기다리던 명령이 전해진다. 각 보병 대기. 엄중히 현재 위치를 지킬 것.


“전 대원 포복. 사주 경계, 시선 및 총구 적 방향. 좌우로 전파.”


전달받은 대원들이 긴장을 풀고 드러눕고, 태현과 병두는 쉬어도 총 쥐고 사격자세로 쉬라고 닥달한다.


그래도 몸 성히 살아남은 자들의 긴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곧 이길 것이니까.


16:30분 작전 종료. 쉐웨가 지휘하는 제 9전구군이 일본의 관동군과 정면 격돌해 승리했다.





우한에 진을 쳤던 관동군은 난징 방향으로 물러났고, 중국군의 각 부대는 부상자를 수습하고 서류를 쓰기 바쁘다. 하루종일 죽음에 닿아 있다가 떨어진 병사들은 장비를 점검하고 부상자, 혹은 전사자를 나른다.


남쪽의 난창을 점령했던 일본군이 다시 주장으로 물러났고, 샹양의 일본군도 공격을 멈췄다는 정보가 전해졌다.


오늘 최고의 공훈을 세운 부대는 M2 경전차 중대. 장제스가 아끼고 아끼며 훈련시켜 온 중앙군의 병력이다. 그 중대와 같이 움직인 보병중대들은 집중공격을 받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임시정부에서 결성한 독립군의 간호중대도 우한으로 와 병원과 막사에서 밤새 부상자를 돌보았다.


태현은 저녁부터 쓰러져 잠들었다가 해뜨기 전 새벽에 일어났다. 읽어야 할 명령서와 보고서 수정 요청이 잔뜩 와 있는 걸 보고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철저하시군요. 쉐웨 장군.’


장제스가 일본에 협상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대화를 거부했다. 장제스는 쉐웨를 불러들이고 리쭝런으로 지휘관을 교체하는 한편 난징 공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본이 다시 난징에서 학살극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오갔고, 그후 미국에 난징으로 퇴각한 관동군의 동향을 살펴달라는 요청이 전해진다.


일본 본토에서 다시 증원이 이뤄질거란 소식에 장군들은 한숨을 쉬고, 장제스는 외교를 위해 바이충시와 같이 미국으로 향했다.


태현은 심윤기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의 조용한 절을 찾았다. 생각대로 심윤기는 그 곳에서 엎드려 절했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형님.”


“음.”


심윤기는 하던 것을 마치고 태현과 나란히 앉아 먼 곳을 보며 말했다.


“내 홍사익이를 봤거든, 근데 몬 쐈다.”


“그러셨습니까.”


“잠깐 망설이가··· 손가락만 땡기면 맞차는 긴데, 그기 안 되드라.”


“예.”


“내가 몬난 건지, 부처님 뜻인지··· 갑갑해사 여 왔다. 우짜노. 시간 지나면 알긋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으찌 생각하노? 금마를 쐈으면 좀 더 빨리 끝났을 것 같나?”


“그럴 전황은 아니었습니다.”


“맞나.”


“예.”


“그렇나···”


심윤기는 먼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니가 고생이 많다.”


“제 업 아니겠습니까.”


“전쟁 언제 끝날 끼 같노?”


“1945년을 넘기진 못할 겁니다.”


“아직도 한참 남았네. 가자, 내리가자···”


심윤기는 다시 묵언에 들어갔다.






중국군 9전구의 대승리 후 2주일, 미국의 모든 대일본 수출이 무기한 정지되었다. 장제스가 미국에 가서 루즈벨트를 대면하고 국회에서 연설한 것이 그 결정에 작은 영향을 주었다.


장제스는 돌아와 일본을 몰아낼 전력을 모으기로 했고, 미국은 그 물자를 지원하는 대신 장제스에게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을 방어할 방위군의 차출을 요구했다.


그리고 장제스는 별 생각 없이, 아무 나쁜 의도 없이 태현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명령을 내렸다.


“임태현 중교. 휘하 조선인들을을 이끌고 필리핀에 가 있게. 한동안은 일본도, 우리도 서로를 공격할 일이 없어.”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장제스는 태현을 보고 말한다.


“걱정 말게. 간도를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함께일 거니. 하지만 지금은 이쪽이 더 급하고, 자네가 적임이네.”


“그, 총통님. 제가 필리핀에 가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국민혁명군에 더 좋지 않겠습니까?”


장제스의 파견 명령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의 사정을 살핀.


“자네의 부대 쉴 때가 이미 지났어. 1년 전 이때 약 300명 정도였지. 그들 중 지금 몇이 남았지?”


괴로운 질문이다. 태현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를 포함 115명입니다.”


“그것 보게. 쉬도록 해. 충원된 병력도 훈련시키고. 필리핀에는 현지 병사만 7만명에 미군이 1만 5천이 넘네. 최근에 건설한 요새도 있고 물자도 많아. 자네 부대가 이번 같은 전투에 휘말릴 일도 없고··· 그곳은 해군의 전장이 될 테니 말일세.”


태현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실제 역사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필리핀에서는 부대 전멸의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태현이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장제스가 초조한 듯 다그친다.


“그렇게 싸우고 싶어할 필요 없네. 그동안 잘 해 줬고, 내 잊지 않아. 그러니 가서 자네의 대원들을 정비해. 이미 결정했고, 미국도 자네의 파견에 매우 만족하니 사소한 걱정은 말고 편히 다녀오게.”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태현은 일단 자리를 벗어나 생각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총통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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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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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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