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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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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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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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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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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호랑이들

DUMMY

바이충시의 군대는 뒤로 물러나기는 했으나 병력을 해산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각 전선에 1940년 1월에 반격을 준비했던 일본군 병력이 신규 배치를 완료했고, 국민혁명군 입장에서 당장 보급을 잘 받고 틀어박힌 부대들을 공격하기는 부담스러웠다.


미국은 약속한 만큼의 지원을 했으나 일본을 격퇴하고 본토로 돌려보낼 정도의 물자는 아니었다. 또 731부대의 존재에 화난 스탈린의 국민당 정부 지원이 재개되었지만 중국공산당으로도 상당한 물자가 넘어가 축적되고 있었다.


안그래도 위태한 기반 위에 있는 장제스에게는 골치가 아픈 상황.


1940년 3월 10일, 장제스는 충칭에서 매일 회의를 열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광저우를 되찾고 미국에게 직접 해상 보급을 받는 게 좋겠지만, 일본 해군이 문제로군.”


일본 육군은 수만 많을 뿐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강한 군대라 볼 수 없지만 1940년 일본 해군은 다른 강대국의 해군보다 강하면 강하지 못하진 않다.


장제스와 의논하는 장관 한 명이 의견을 낸다.


“미국의 선박이 계속 광저우에 머무르면, 일본도 광저우를 직접 공격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본에 의한 미국의 피해는 상하이에서도 있었잖은가. 미국이 전쟁을 할 생각이 있느냐가 문제야··· 미국 내 반전 여론이 만만치 않네.”


한참 의견이 오고가고 여러 상황에 따라 병력의 운용 논의가 진행된다.


장제스는 이때까지는 과감하고 어려운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달리 가장 큰 효과를 볼 목표도 없었다.


“광저우를 되찾기로 하지. 제 29군은 산시성에서 재무장시키고, 바이충시를 불러들여 다시 11전구를 맡기겠네. 일본의 함대가 움직여야만 하면, 최소한 석유는 소모되겠지.”


바이충시의 제안에 따라 태현과 태현의 부대도 충칭으로 돌아왔다. 제 29사단장은 태현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건넸지만, 태현은 도대체 자신이 그의 무엇을 도와줬는지 알지 못했다.


“사단장님, 제가 한 건 없습니다. 사단장님 말에 고개만 끄덕였을 뿐. 좀 더 자신감을 가지셔도 괜찮습니다.”


“임 소교, 죽지 마, 응? 죽지 마! 자네는 내가 만난 최고의 부관이야. 꼭 살라고.”


태현이 충칭에 도착하기 얼마 전인 1940년 3월 13일, 임시정부의 이동녕 주석이 서거한 후 김구 부주석이 새로운 주석으로 선출된다.


김구는 그동안 자원해 온 병력을 무장해 충칭에 온 태현에게 합류시켰고 태현의 전투 가능한 조선인 대원은 다시 300명에 가깝게 늘었다.


중화민국이 광저우에 보낼 병력을 준비하고 태현도 신병들을 훈련시키는 중에 김구 주석이 충칭으로 와 장제스를 만난 다음 태현을 찾았다.


“수고 많소, 장군.”


“어서 오십시오. 주석님.”


김구는 태현의 부대에게 간단한 사열을 받는다.


승리해오기는 했지만 격렬한 전투를 여러 번 겪은 부대. 3년간 함께한 많은 동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눈빛은 여전히 싸울 의지로 빛나지만 깊은 피로와 슬픔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태현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김구는 병사들을 격려하고 태현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밀 정보를 전달한다.


“장제스 총통이 미국에 다녀와서 큰 걸 얻어왔어. 미국의 전투기와 파일럿이 합류할 것이야.”


중일전쟁 중 미국의 뻔히 보이는 위장으로 중국군을 지원한 미군 항공대, 플라잉 타이거즈를 말하는 것이다.


원래 플라잉 타이거즈의 운용 시작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겹치는 1941년 12월. 그보다 1년 넘게 앞당겨진 것이다. 거기에는 최근 장제스의 연이은 승리의 영향이 컸다.


김구 주석이 계속 설명한다.


“그리고 미국의 항공기술자들과 장비가 올 거야. 우리 동포를 여럿 포함해서. 전투기를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이지. 엔진을 제외한.”


태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한다.


“우한이 가장 좋겠지만 최전선이니 그럴 수 없고, 충칭에 건설하겠군요. ”


“우한의 철강을 이쪽으로 실어오는 형태가 되겠지. 발전소도 새로 짓고··· 한동안 충칭이 바쁘겠어. 폭격이 멈춰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네.”


그런 중에 장제스에게 의외의 제안이 들어왔다. 장제스는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태현에게 미군 출신 고문들과 플라잉 타이거즈의 파일럿들을 지원하도록 명했다.


장제스 본인이 말했듯 태현은 장제스에게도 매우 뻣뻣했기에 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였다.


“무척 중책이라 생각하는데, 굳이 저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총통님. 다른 중국인 장교들이 적임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 결정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1938년 중국 공군에 협조하기 위해 온 미군 출신 고문으로 클레어 셔놀트라는 전직 2성 장군이 있었는데, 이번 플라잉 타이거즈의 합류도 그의 계획이다.


그의 2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 중국 공군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들인 비용이 군벌이나 고위층의 부패로 먼지처럼 흩어졌기 때문에.


셔놀트는 여전히 장제스에 우호적이기는 했지만, 중화민국의 고위층이나 장교에는 치를 떨고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그나마 클레어 셔놀트와 사이가 좋은 쉐웨 장군이 태현을 추천했고, 태현은 어느 정도 장제스와도 직접 통하는 인물이란 점과 지난번 오마 브래들리와 대면해 무리없이 영어로 대화했던 점이 겹쳐 낙점된 것이다.


중화민국의 군벌과 고위층을 믿기 힘든 건 장제스도 마찬가지였고, 영어가 가능한 직속 부하들 중 미군의 수발을 드는 것보다 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정으로, 장제스는 태현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 없었다.


“귀관의 직책이 중화민국 다국적군 협력담당장교인 것으로 내가 기억하네. 내가 직접 임명했었지, 아마도. 이전에 브래들리 참모장과도 영어로 잘만 이야기하지 않았나? 자. 별 거 없네. 해 달라는 거 들어주고, 필요하다는 거 구해주고, 싸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 뿐이야.”


사실 그래서 하기 싫은 것이었다. 중국에 용병으로 온 미군이 대체 무얼 바랄지 상상도 안 가기 때문에.


어쨌든 장제스의 명이다. 태현은 이번에도 부대를 잠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태현 부대의 신병을 병두가 훈련시키는 사이, 태현은 클레어 셔놀트가 있는 쿤밍으로 가 몇 명의 미군 장교들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을 맡았다.


쿤밍은 중국 남서쪽에 있는 도시로, 얼마전 일본군과 싸운 난닝 시가 광저우와 쿤밍의 중간 지점에 있다. 셔놀트의 계획대로라면 중국 최고의 공군기지가 되었어야 했지만··· 있는 것은 미군기 몇 대와 1차 세계대전에서 썼을 법한 낡은 전투기 여럿뿐.


이곳에서 2년간 스트레스를 받아 온 미국인들은 많은 요구를 하며 태현을 박박 긁었다.


미국 본토에나 있을 무엇이 필요하니 구해와라, 정수기를 관리하라, 전력 공급을 안정화해라, 품질 좋은 옷과 신발을 구해와라. 어느 중국인에게 따끔하게 주의 좀 줘라. 비 샌다, 곰팡이 슬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주변에 벌레가 없으며 방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딸린 막사와 그 옆에 방공호까지 건설하라는 부분에서 모두 때려치우고 야반도주를 하고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이득이 없는 행동이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1940년 4월 25일, 광저우를 공격할 병력이 준비하고 있는 중에 플라잉 타이거즈의 파일럿들이 그들의 군용기와 함께 쿤밍에 도착했다.


파일럿 한 명이 미리 들은 게 있는지 마중 나온 태현의 별명을 부른다.


“요, 타이거.”


태현은 여러 고생으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는데, 그런 김에 웃으며 화답한다.


“헤이, 타이거즈.”


파일럿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태현은 문득 이 곳에 오기 전 응원했던 야구팀을 떠올렸다.


‘그립네. 야구 빼고 전부 잘 하는 망할 놈의 우리 팀.’


플라잉 타이거즈는 전투기의 정비와 비행 훈련에 들어간 후 광저우 공격을 위해 난닝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 중 파일럿 한 명이 농담한다.


“소교님도 타이거인데, 직접 한 대 몰고 가지 그래?”


또 웃음이 터져나오지만, 태현은 내심 몰아보고 싶었기에 대답한다.


“비행기를 몰아본 적은 있어요.”


웃던 파일럿들이 갑자기 정색한다.


“안돼요, 소교님. 당신 죽어.”


“우리 비행기 막 최신이고 안전하고 그렇지 않아. 제일 폐급으로 줬다고. 우리처럼!”


또 웃음이 터져나오고, 태현은 미국인들의 농담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갖고 온 P-40은 절대 폐급 전투기가 아니고, 온 파일럿 일부가 비행기 조종 경험 없이 지원했거나 비행기는 몰아봤지만 민간인이었거나 하는 문제가 있긴 해도 모두 테스트를 통과한 실력 있는 파일럿들이다.


그간 태현과 교류한 클레어 셔놀트 고문이 재미있다는 듯 말을 붙인다. 그는 처음부터 태현에 대한 인상이 좋았고 재미란 게 무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어디, 협력장교님이 장비에 그리 빠삭하다던데. 우리 P-40에 대해서도 아시오?”


“통칭 워호크. 커티스-라이트에서 만든 P-36의 후속기로 저고도에서 성능이 좋고, 무장은 동체 50구경 기관총 둘, 주익 30구경 넷. 엔진은 앨리슨제 1,050마력. 그렇게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폭탄 장착용 하드포인트는 제거되어 있네요.”


잠시 모두가 말을 잃었다가 오 하는 감탄과 박수가 이어진다.


쾌활한 성격의 클레어 셰놀트는 바로 제안한다.


“협력장교님. 비행기 몰아본 적은 없지요?”


“사실 있습니다. 여러 번.”


“그렇다는데! 자, 우리 협력장교님 낙하산 메어 주고 실어볼까? 착륙 못 할 것 같으면 탈출하라고 하지! 설마 비행기가 충칭의 총통에게 날아가 박히겠어?”


조종사들이 걱정은 하지만, 아무래도 지구 반대편 먼 곳에 온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좀 더 우선할 수밖에 없다.


“장교님까지 지면에 처박히면 우리 근신인데? 에이, 근신 당하자!”


“우리 근신이 중요해? 장교님 목숨을 걱정해야지. 그런데 근신은 당할래.”


“내 목숨 아니잖아! 장교님 꼭 통옷 입고 타요! 시체 안 흩어지게!”


태현은 몰아보기로 했다. 그러고 싶기도 했고, 그것이 이들과 사이가 좋아지는 길일 것 같아서.


“가르쳐 주시면 멋지게 몰아보죠.”


태현은 그렇게 사흘간 파일럿들의 훈련에 끼어 조종을 배우고, 중화민국의 연습기를 잘 모는 걸 보여준 다음에 P-40을 타게 되었다. 그렇게 하늘로 치솟은 후 선회력과 상승속도, 하강속도를 시험하고 나름대로 회피 기동 비슷한 것도 해보았다. 엔진에서 겁이 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분명 ki-27보다 우위인 성능이고. ki-43이 내년부터니까. 1년 빠르게 도착한 것이 다행이야.’


태현은 뒤쪽으로 상승하며 원을 그리는 곡예비행을 하려다 날개에서 끼익거리는 소리를 듣고 포기했고, 일곱 번의 시도 끝에 착륙과 어느 정도 비슷한 작업을 해내기는 했다.


태현도 조금 가슴이 서늘한 채 내린 후 몸을 두드려 보였다.


“저 아직 한 조각입니다.”


플라잉 타이거즈는 태현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안도의 박수만 보냈다.


“장교님, 잘하긴 했는데, 다시는 타지 마요.”


“섭섭해하지 말고 들어, 장교님 비행에 재능 없어. 초짜들도 장교님보단 나아.”


태현은 조금 씁쓸했지만 그래도 플라잉 타이거즈는 즐거워보였으니 목적을 이룬 데에 만족했다.


‘이걸로 앞으로 좀 편해지면 좋겠네.’


5월 초, 플라잉 타이거즈는 난닝의 비행장에 모이고 중국군도 차례차례 광저우 인근에 도착해 공격을 준비했지만 대륙의 먼 서쪽에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다.


1940년 5월 10일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했다. 모두가 그 공격은 예상했지만 파죽지세로 프랑스가 패배하는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공격한 독일마저도.


명령서 한 장만 도착하면 시작됐을 광저우 공격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일시 중단되었고, 제 11전구는 멀리 광저우가 보이는 곳에 포진한 채 애꿎은 대포만 뜯으며 손질했다.


미국 국무부는 장제스에게 군사작전을 펴지 않을 것을 강요했고, 미국에게 많은 물자를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 하는 장제스는 일단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플라잉 타이거즈는 크게 실망한다. 그들은 적기를 격추하면 보상을 받기로 계약되어 중국까지 온 것이었다.


훈련비행도 금지되었지만 클레어 셔놀트는 그 명령을 깨끗이 무시하고 계속 파일럿들을 하늘로 보내 훈련시켰다. 그렇지만 기대가 무너진 용병들이 안전한 비행을 한다고 만족할 수는 없었다.


파일럿 중 콜사인이 ‘텍스’인 데이비드 힐이 과장되게 침상에 누워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아, 일본 놈 항공기 좀 안 날아오나~. 우리에게 시비 좀 안 걸어오나~.”


실제 역사에서 일본이 진주만 공격으로 미 함대에 큰 피해를 입힌 걸 알고 있는 태현이 듣기엔 그리 유쾌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태현에게 말을 건다.


“장교님, 겪은 전투 이야기나 해 봐요.”


다른 파일럿이 거든다.


“맞아, 연전연승의 베테랑이라며? 장교님이 아시아의 프랜시스 마리온이라던데.”


지금 말하는 프랜시스 마리온은 미 독립전쟁에서 유격전으로 유명한 늪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미군 지휘관인데, 태현은 그가 누군지 몰랐다.


“그러면··· 무엇부터 말해볼까요?”


누워서 뒹굴던, 심지어 자고 있던 파일럿까지 우르르 태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태현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고 부대를 표시하는 표식을 그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부대가 겪어 본 제일 큰 전투는 우한 탈환전이고 제가 참가한 가장 큰 전투는 싱타이 공격인데. 난닝에서 유격전 하기도 했고. 어느 게 듣고 싶으신가요.”


파일럿들은 큰 전투 이야기는 천천히 듣기로 했고, 태현은 4년 전 간도에서 부대를 만들고 무기를 구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파일럿들은 눈을 빛내며 태현의 이야기를 들었고, 나중에는 클레어 셔놀트까지 와서 의자에 앉은 채 집중했다.


그렇게 한동안 식량만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태현에게도 의외인 소식이 전달되었다. 매우 좋지 않은.


“됭케르크의 철수가 실패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착잡한 표정이 되었고, 태현은 그들보다 더 놀랐다. 태현이 아는 역사와는 다른 결과였기에.


프랑스에 파견된 영국 지상군의 거의 전부인 33만 중 11만명만 탈출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포로로 잡혔다는 정보. 5월 31일 독일군이 됭케르크를 점령했고, 해변에서 탈출하려던 군대는 일부 전사하고 나머지가 겨우 목숨을 건졌다.


원래는 영국의 육군 병력 33만을 프랑스에서 무사히 철수시킨 작전이다. 그 성공이 영국의 싸우자는 여론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까지 한.


태현은 충격을 받았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머리속으로 되뇌었다.


‘역사가 달라졌다고.’


새삼스럽게, 그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인데도.


플라잉 타이거즈는 난닝에서 쿤밍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클레어 셔놀트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투덜거렸다.


“에이, 정치인 놈들. 허겁지겁 쫄아가지곤.”


프랑스의 패배는 기정사실로 정해졌고 인질 20만명이 잡힌 영국이 얼마나 강하게 나올 지 의문인 상황. 그리고 일본은 독일의 동맹국이다. 클레어 셔놀트는 태현에게 물었다.


“협력장교님. 이 상황, 우리 쪽에는 어떻게 될 것 같소? 거 참, 때려부수기 직전인데 협상이라니.”


“일본도 석유나 전쟁 비용 감소 등 간절한 게 많으니, 협상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의 협상이라는 게 상대를 공격해 위협하고 하는 방식인 게 걱정입니다.”


“3개월만 더 있으면 일본의 석유가 떨어지는데, 그 3개월만 우리 정치인들이 기다리면 될 텐데.”


셔놀트는 혼자 씩씩거리다 태현에게 묻는다.


“방금 협력장교님의 일본의 협상론 말요, 그래서 일본이 미국을 공격할 거란 주장이 많단 말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어때? 협력장교님 의견은.”


상당히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태현은 거침없이 대답한다.


“하와이에 있는 함대를 공격하지 않겠습니까?”


“진주만? 우리 태평양 함대를?”


“네.”


“일본이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거기는 태평양에서 가장 견고한 요새인데. 과연.”


셔놀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주만 일대가 강력히 요새화되었고 일본이 선제 공격할 리 없다는 낙관론은 오히려 진주만이 기습당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군은 항상 무리한 작전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로서는 육군을 동남아시아로 보내면서 필리핀을 점거할 것이 아닌가 싶지만··· 함대 직접 공격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는 하오. 정부에 일본 해군을 경계할 걸 권유하지. 하,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태현도 셔놀트와 똑같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불안이 유럽과 아시아, 북미의 모두에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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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6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8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1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5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29 4 14쪽
»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6 4 13쪽
19 우한의 범 24.08.28 168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0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69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1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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