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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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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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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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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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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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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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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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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우한의 범

DUMMY

태현에게 별명이 하나 생겼는데, 호랑이가 많았던 조선에서 왔고 우한에서 큰 전공을 세웠다는 점이 결합한 ‘우한의 범’ 이었다. 물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건 아니고, 장제스가 선전 효과를 보려고 퍼트린 것이다.


당연히 태현의 양해 같은 건 구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태현은 언제부터 자기가 그렇게 불리는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 별명은 허베이에 와서 바이충시 장군에 의해 처음으로 공문서에 언급되는데, 그것이 한동안 태현이 별명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1940년 2월 20일, 허베이 공격 7일째.


태현은 바이충시에게서 온 명령서를 펼쳤다.


‘우한의 범이라더니 부대를 새끼고양이처럼 아껴서 얻은 별명인가? 네 부대가 굼벵이들로 구성되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만약 인간이 아닌 것들을 지휘하고 있다면 상부에 알려라.


분명 22일 23시까지 타이항 산맥의 싱타이 시 서쪽 지역을 점거하고 공격 준비를 마치라 전달하였으며, 네녀석은 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네 진격속도는 달팽이들의 행진보다 뒤쳐질 지경이고 부대 배치는 바닷가의 어린아이들이 만든 모래성도 못 뚫을 날카로움을 자랑하고 있다.


아군 손실을 틀어막는 능력 하나만큼은 내가 박수를 보내지만, 그 외의 모든 점에서 낙제점이다. 당장의 열 명 스무 명의 손실이 아까워 일천 일만 십만의 희생을 불러올 셈이냐? 수를 세는 능력을 어머니의 뱃속에 고이 놓아둔 채 출생한 게 아니라면 생각이란 걸 해라.


21일까지 진전이 없다면 네녀석의 부대는 충칭으로 보내버리고 나는 작전을 처음부터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역사에 실패한 장수로 기록되어 길이길이 치욕을 누리겠다면 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무운을 바란다.’


병두가 옆에서 같이 서신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짧네. 바빴나.”


태현은 얼굴을 구긴 채 웃으며 서신을 잘 접어 문서낭에 넣었다. 문서낭 안에는 이미 열 네 개의 명령서가 있었고, 태현은 그걸 보며 착잡하게 웃었다.


“이걸 다 손으로 쓰는 것도 힘들 텐데. 하, 8시간 가만히 있었다고 이렇게 화낼 일인가.”


“공격 준비는 다 됐어.”


“알았어··· 그러면. 이번에는 뚫자.”


이번에 태현의 부대에 주어진 역할은 미끼. 적 안으로 파고들어가 자리잡은 후 공격을 받아내며 다른 아군에게 안전한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작전이다.


태현의 부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제5전구의 모든 병력이 가만히 앉아 식량만 축낼 상황. 태현은 총과 탄약을 챙기며 계속 어이없이 웃었다.


‘이건 중책을 맡긴 거니 인정받았다고 해야 할지, 가장 위험한 자리로 내몰렸다고 해야 할지.’


다행히 아군의 사기는 높다. 합류한 중국인 부대도 장제스가 특별히 붙여 준 병력인만큼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


작전지역은 타이항 산맥. 그 넓이를 남한과 비교할만한 광활한 산악지대다. 태현은 작전 개시부터 지금까지 미끼 역할이란 것에 입맛이 썼지만, 여기서 가장 잘 싸울 병사가 자신의 부대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평소처럼 태현과 병두가 각각 절반씩 맡아 적지를 향한 공격을 시작하고, 적의 진지와 주변의 매복지에서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다.


조금이라도 불리한 지형에서는 빠르게 물러나고, 승기가 잡힌 지역은 굳히고 적의 도주 방향을 보고 다음 매복을 짐작한다.


양군 저격수들의 싸움도 치열하다. 병사들은 헬멧을 몇 번씩 고쳐 쓰며 허리를 숙이고 이동한다. 화북지방의 2월은 춥지만 모두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흐르고있다.


어느 정도 적을 몰아내고 사방의 경계가 용이해지면 진격을 멈추고 빼앗은 적의 진지를 보수, 병력을 배치한다. 태현은 그나마 높은 곳에서 엄폐물 뒤에 숨어 지형을 확인하고 중얼거린다.


“일본 지휘관 누구지. 포진이 너무 좋은데.”


한참 기다리고 있으니 수레를 끌고 보급반이 도착해 탄약과 물을 전달한다. 나석웅이 태현에게 총탄과 수류탄을 건네며 묻는다.


“적 기관총이 한둘이 아닌데 이거 돼요? 밤까지 기다리는 게 안 나아요? 차라리 내일 산포를 지원받아 끌고오던가.”


“내일까지 확보해야 할 고지대가 있는데 야습 한 번으로 다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최대한 적을 포위해 고지대를 뚫고 모레까지 목표 지점에 닿아야 해.”


“아이 미친 영감님이 지가 직접 하던가. 총탄도 10단위로 재고 관리해라 수류탄 지급 최소화해라 전사한 병사 장구와 군화 챙겨라. 피 묻은 군화 얼굴에 던져 주고 싶네.”


“작은 제갈량이니까. 별명이.”


“제갈공명이 이렇게 악독했어요? 진짜로?”


“물자를 아낀다는 점에서는···?”


“그럴 리가요.”


고지 탈환과 포위 공격, 야습과 반격 격퇴 등을 다 겪고 지치다못해 선 채로 기절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체력을 쏟고 나서야 22일 19시, 목표 지점을 전부 획득하는 데에는 성공한다.


하지만 적의 저력이 충분해 반격을 대비해야 할 상황. 그런 마당에 아군의 피해는 지금껏 겪은 어떤 전투보다도 크다.


그래서 태현은 바이충시 장군의 다음 명령서가 아주 반갑지 않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펼쳐보았다.


‘굼벵이지만 그나마 구르는 재주가 있어 다행이다. 곧 거기에 증원이 도착할테니 방어 배치해. 이번에는 기름뿌린 나무 목책보다는 안전한 진지를 구축하길 바란다···’


태현은 읽다 말고 명령서를 가져온 장교에게 돌려주며 부탁했다.


“요약 좀 해 줄래요.”


“제가 그래도 됩니까···? 네. 작전 성공 잘 하셨고,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이 자리를 잘 지키라십니다.”


“예. 기관총과 마우저 13mm 대전차소총, 최대한 빠른 지급 요청드린다고 전해 주십시오.”


“소교님, 요청서는 직접 쓰셔야··· 합니다.”


“아.”


떨리는 손으로 최대한 바른 글자로 문서를 보내니 그나마 방어용 화기가 빠르게 도착한다.


멀리 평지가 보이는 지역은 확보했지만 이제 상대에게 두들겨맞을 차례. 일본군이 어디서 어떻게 반격해올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지켜야 하는 것이다.


태현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방어선을 살피고 부족한 화기와 탄약을 점검했다.


‘내일 낮부터 포탄이 날아올텐데. 적이 야습할 수도 있는 상황에 참호를 파라고 해야만 하나.’


적의 야습을 각오하고 방어시설을 만들 것이냐, 뜬눈으로 가만히 있다가 포격을 맞을 것이냐.


다들 체력이 떨어진 상태지만 어쩔 수 없다.


“전 병력 2개조로 분할, 포격에 대비해 참호를 판다. 적의 진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지금 당장, 전투 무장 해제하지 않은 채로.”


그리고 아주 당연히 적의 야습. 다행히 정찰을 나간 아군이 먼저 발견했고, 전등을 켜고 땅을 파던 병사들이 불을 끄고 공격에 대비한다.


한참 기관총이 불을 뿜고 수많은 수류탄이 폭발하고 나서야 적의 공격이 잦아든다. 태현은 바쁘게 돌아다니며 각 진지의 상황을 확인하며 이를 갈았다.


‘작은 제갈량··· 죽은 제갈량으로 만들어주고 싶네.’








적의 간헐적인 공격을 버티며 참호를 파고 나니 날이 밝았다.


사흘간 모든 체력을 소모한 대원들과 병사들은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들었다. 태현도 눈이 아플 만큼 피로가 느껴졌지만 바이충시의 다음 명령서를 기다려야 하는데다 언제 적의 포가 이쪽을 향해 방열한다는 보고가 올 지 몰라 깨어 있었다.


한참 지나 바이충시에게 휴식 후 내일까지 본대에 합류하라는 짧고 간단한 명령이 오긴 했지만 낮 12시경 적의 포격이 개시되자 그 명령은 취소되었다.


포격을 시작으로 상공에 양군의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5전구의 주 병력이 넓게 퍼져 포진한다. 태현이 빼앗은 진지에 대공포가 설치되고, 밤을 틈타 적 진지의 공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전투가 멈추는 걸 보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곧 병력을 이동할 시간. 태현은 씩씩거리면서도 바이충시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위치에서 동시에 공격.


‘적 본대의 후방이 싱타이 시니 여러 방향에서 몰아쳐 공격하면 후퇴를 유인할 수 있다. 그 후는 우리가 시를 포위하고 시가전. 문제는 항공전력이 너무 밀리는데, 어떻게 할 겁니까? 망할 제갈량.’


적이 한 방향에서 공격해오면 병사들이 용맹히 맞설 수 있지만 두 방향이 되면 두려움에 움츠러들고, 세 방향에서 공격해오면 엄폐 외의 제대로 된 전술행동을 펼 수 없다.


일본군도 그것을 아는지 진지를 넓게 전개해 공격을 받아칠 준비를 하고 전 병력을 동원해 참호를 판다. 서로 큰 손해를 각오하고 이기겠다는 대치 구도다.


태현은 처음으로 일본군의 움직임을 보며 감탄한다.


‘배치에 약한 부분이 안 보여. 훨씬 우월한 화력 없이 깰 수 없는 방어선.’


제 5전구의 군대도 공격할 준비를 마치고, 일본군도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했다고 보이는 상황.


25일 아침, 중국군의 기갑전력이 정면으로 전진하고 태현을 포함한 양옆의 중국군도 공격에 나선다. 양군 전차의 역할은 보병전력의 지원과 보호.


중국군에는 T-26 경전차, 일본군은 치하 중전차가 맞부딪친다. 전투력은 T-26이 더 낫지만 치하의 수가 더 많다.


양쪽이 진격과 산개, 후퇴를 반복하며 서로를 포위하려 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상태로는 서로의 대열을 뚫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한 듯 점차 공격이 무뎌진다.


태현은 자신에게 하달된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틈틈이 전차전의 상황을 살폈다. 공격 명령을 받은 적의 방어선과 맞닥뜨리기 직전에 아군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한다.


“여기서 정지. 퇴각 명령을 기다린다.”


30분 정도 지나자 양군의 전차가 서로 멀어지고, 태현에게도 공격을 멈추고 물러나라는 명령이 전달된다.


양군이 사정거리 바깥까지 물러나고 방어할 준비를 하는 사이 전 지휘관이 소집된다. 태현은 자신이 바이충시 장군의 얼굴을 보고 이성을 잃고 날아차기를 먹이지 않을지 걱정하며 긴장한 채 지휘소에 들어섰다.


바이충시는 입을 굳게 닫고 있다가 간략히 말한다.


“포로의 말대로라면 적의 지휘관은 이마무라 히토시. 전 장교는 신중히 임무에 임할 것.”


장교들의 얼굴이 다양하게 구겨진다. 태현은 얼핏 들은 것 같지만 달리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던 이름. 바이충시는 다음으로 넘어간다.


“오늘 전투 내용 보고하고, 한 명씩 소감 발언.”


중국군 장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하는 중, 태현은 가만히 듣는 바이충시를 보며 눈앞에 있는 사람이 명령서를 쓴 그 자라는 부분에서 혼란을 느꼈다.


‘문서로는 만리장성도 쌓겠더니 말은 많지 않네.’


태현의 차례가 되었고, 태현은 며칠간 생각한 것을 말했다.


“평소와 좀 다른 일본군입니다. 작전 중 피해를 입지 않는 데에 집중하고 계속 아군을 흔들며 틈을 만들어내려 합니다. 전차의 방호력이나 돌파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전투 중에도 대열의 유지를 아군의 격파보다 우선시했습니다. 방어와 반격을 할 줄 아는 부대로 보입니다.”


“오늘 좌익이 멈춘 건 그 판단 때문에?”


“예. 저희의 전진이 조금 빨랐고, 반격에 밀리면 적이 치고 나와 아군을 포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임태현, 너는 지금부터 임시 제 29군 작전참모다.”


“네?... 아니, 잘··· 못 들었습니다, 사령관님?”


“제 29군에 붙어. 거기에 사람이 부족해. 자, 다음.”


“제 부대와 같이 말씀이십니까?”


“아니, 너는 네 수하를 너무 아껴. 안 돼. 다음!”


태현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장교들이 간절한 눈빛을 보내 그만두었다.


바이충시는 모든 장교의 의견을 들은 후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한동안 방어에 전력을 다해. 적의 증원이 움직였고 우리도 늘어날 거다. 그렇게들 알고 있어.”


지휘소를 나오자 대좌 한 명이 태현에게 가까이 왔다.


“소교, 소교. 내가 제 29군 임시 사단장 쉬윈리우네. 반가워.”


“안녕하십니까··· 사단장님···”


“급조된 사단이라 별 거 없지만, 그래도 전차를 담당하고 있어. 우리 사령관님 탓에 고생이 많지? 자, 짐 갖고 우리 막사로 와. 우한의 범! 환영해!”


태현은 기절해서 사흘 정도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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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아프리카 전역 (1) NEW 11시간 전 33 3 12쪽
39 1942년부터 43년, 과달카날에서 파푸아까지 24.09.17 53 3 12쪽
38 나치 독일에 드리운 그림자 24.09.16 59 3 16쪽
37 필리핀 탈출 24.09.15 76 3 14쪽
36 탈출 계획 24.09.14 80 4 13쪽
35 악전고투 24.09.13 83 3 15쪽
34 필리핀 침공 24.09.12 95 3 14쪽
33 필리핀으로 24.09.11 96 4 13쪽
32 철과 화약은 생명과 같이 비산하고 24.09.10 97 4 13쪽
31 신임 장교 24.09.09 99 3 12쪽
30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24.09.08 102 4 12쪽
29 조선의용대 24.09.07 107 4 13쪽
28 우한 방어전 (2) 24.09.06 101 4 15쪽
27 우한 방어전 (1) 24.09.05 113 4 15쪽
26 모두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고 24.09.04 120 5 13쪽
25 협상, 짧은 평화, 다른 협상 24.09.03 136 6 16쪽
24 이청 전투 (2) 24.09.02 119 6 13쪽
23 이청 전투 (1) 24.09.01 130 4 14쪽
22 호랑이들 24.08.31 147 5 17쪽
21 사나이의 약속 24.08.30 145 4 15쪽
20 공산당의 조선인 24.08.29 167 4 13쪽
» 우한의 범 24.08.28 170 3 12쪽
18 미국의 장교 24.08.27 171 5 12쪽
17 국제 정세 24.08.26 170 5 13쪽
16 고된 크리스마스 24.08.25 170 5 12쪽
15 겨울의 우한에 꽃잎이 흩날리고 24.08.24 175 7 11쪽
14 세 가지 물질 24.08.23 195 5 12쪽
13 임시정부 24.08.22 199 6 12쪽
12 난닝 전투 (4) 24.08.21 20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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