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제 39장. 해피엔딩?-2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다 로그아웃에 성공했다. 놀랍게도 정신교육에 들어가기 전. “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너희들은 이곳에서 3일간 정신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라는 알베른의 말 한마디에 하얗게 질려서는 다들 로그아웃에 성공해 버렸다.
옆에서 유키와 다른 참모들은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동면에 든 사람들이 깨어나는 동안 우리들 끼리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맞아.”
유키가 시원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네. 이걸로 이 게임은 폐쇄되겠지. 어쩐지 시원섭섭 한 걸?”
밤톨아저씨의 포스가 느껴지는 한 마디.
“저도 그러네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참 좋은 일이 많았는데...”
“허헛. 조만간 이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을 가지고 찾아오지.”
“하하. 기다리죠. 이봐. 그쪽도 뭐라고 한 마디 해 보지 그래?”
내가 알베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하자 알베른이 망설이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삭인다.
“할 말 있나본데 어서 해 보게.”
밤톨아저씨의 제촉에 마지 못해 입을 여는 녀석.
“저... 저에게도 NPC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게 해 주시겠습니까? 이제와서 위험을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의외로 유키가 그 의견에 강력히 동조한다. 친구들이라... 좋은 생각일까?
“음. 좋네. 이곳은 내가 정리할 테니 자네들은 그만 가 보게.”
“감사합니다.”
우리는 밤톨아저씨를 비롯한 운영자들을 두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내 곁에는 언제나 처럼 은랑이 함께하고 있었다.
* * *
“은랑.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무슨 소리인가? 우리는 친구가 아니었나? 친구가 서로의 일을 돕는 건 당연하지.
정말이지 눈물 나게 고맙다. 다행이 제때 일이 풀렸지만, 혹 잘못되었더라도 꽤 큰 도움이 될 뻔했다.
-주인님. 이제 가시면 다신 못 보는 건가요?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에 내 정령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 정령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우린 주인님 덕분에 새로운 힘도 얻고, 여행도 많이 했답니다. 미안해 하시지 않으셔도 되요.
나와 심령이 연결되어서 일까? 내 생각을 귀신같이 읽어 내는 군.
-당신은 우리들의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무뚝뚝한 휘령의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맺힌다.
-이제 보고 싶어서 어떻하죠?
애교 많은 수령이 발을 동동 구른다. 그 말에 덩달아 울먹이는 정령들.
한번 소울파트너의 계약을 맺은 정령은 다른 정령술사와 계약할 수 없다. 내가 아니면 그대로 정령계에 갇혀 지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이 게임을 접을 생각을 하니 상당한 부담이다.
이미 나와 모든 감각을 공유하는 녀석들이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제부터 영원히 정령계에 갇힌다는 것도... 그런데 나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착한 녀석들.
* * *
유키에게 영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만으로도 그로서는 엄청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그의 상단은 무림맹이나 천마교와의 교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 간 매화촌에는 만나고 싶던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고마워. 얘들아.”
“아니야.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처음부터 너와 유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인데... 잠시지만, 널 이용하려 했어. 그 때 네가 도망친 후에 알았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후후. 그런데 바쁘신 분 아니었나?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거야?”
“그게...”
말하기 힘든 일이 있었던 걸까? 영균의 얼굴에 고뇌가 떠오른다. 어떤 일이 생겨도 멀쩡하게 잘 살아갈 녀석처럼 보였는데...
“효린은? 효린만 있으면 우리 멤버들 다 모이는 거잖아.”
어색한 기분에 자리에 없는 효린의 행방을 물었다.
“효린은 무림맹에 들어갔다.”
짧게 내뱉는 선빈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중원상회의 핵심이자 효린이 운영하던 와룡우체국이 무림맹에 흡수되었다. 소미의 천상호텔과 함께.”
뭐라고? 와룡우체국과 천상호텔이라면, 영균의 상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업종이다. 그런데 왜?
“유키가 떠난 뒤 중원일보도 망해버렸지. 처음부터 유키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제 내게 남은 건 동서무역뿐이네.”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는 영균.
저 정도 상태라면 이미 그의 상회는 완전히 망한 것과 진배없다.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지 말란 말이다! 그 담담함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자식아! 그게 무슨 말이냐?”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온다.
“효린은 착했는데...”
“맞아. 눈빛이 참 맑은 아이였지. 그래서 내가 그녀를 파트너로 선택한 거고. 그런데... 사람은 변하더라? 처음엔 좋았어. 일도 잘 하고 상당한 수준의 상재도 보였으니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지. 그런데 말이야...”
너무 쉽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내 눈에는 마치 통곡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것도 아니더라? 역시 사람은 순수한 게 좋은 거겠지? 후후. 내가 자초한 일인데 누굴 원망하겠어? 그래도 아직 동서무역이 남아 있고, 회심의 역작 유리사업이 남아 있으니 난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어. 네가 그렇게 죽상을 하면 어떻하냐?”
원래부터 냉정하기 그지없던 소미라면, 아니 수지타산에 밝았던 영균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효린이...
“이봐. 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야?”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자 애경이 나를 툭 치며 말한다.
맞아. 언제나 이럴 때 분위기를 띄우는 건 애경의 몫이었지. 난 멀뚱히 애경을 바라보았다.
“나 뭐 변한 거 없어?”
여전히 빨간 옷을 입은 모습이 매력적인데? 어라? 그런데 왜 저렇게 배가 나온 거야?
“살쪘냐?”
“머...뭣이라!! 이이익!!”
내 말이 꽤 충격이었나? 소리를 빽 지르는 애경.
하하. 아이를 가진 건가? 선빈의 아이?
“오오. 그런거야? 선빈 축하한다?”
“요즘 선빈이 입이 아주 찢어진다니까. 얼마나 꼴보기 싫은지 아냐?”
“하하하”
선빈이 자식. 많이 좋은가 보다. 영균이 욕을 해도 싱글벙글이다. 웃음과는 담쌓고 사는 줄 알았다니 그건 또 아닌가 보네?
“아깝지 않냐?”
영균을 놀리기 위해 애경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아깝긴... 아주 속이 후련하다. 안 그랬으면 저 자식 노총각 돼서 빌빌거리는 꼴을 어떻게 봐 줬겠냐?”
한술 더 뜨는 군.
선빈이 그 말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미 익숙한 듯 그저 한 번 노려 볼 뿐이다.
“하하핫.”
“호호호”
다행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는 즐거운 마지막을 보낼 수 있었다.
* * *
새로운 원로원의 구성은 매우 간단했다. 이 전에 실질적으로 모든 행정을 총괄하던 카이저, 1호가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첫 연설에서 자신을 데이비드라고 밝혔다. 이미 데이비드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점령되어 있던 사람들은 그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1호가 데이비드라... 다시 생각해 보니 의심스러운 점이 많긴 했다. 왜 이제까지 눈치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카리스마에 사람을 다루는 능력. 어린 시절부터 제왕의 교육을 받아 온 1호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린 전부 놀아난 거야. 1호에게.”
내 옆에서 투덜대는 2호.
이 여자는 왜 자꾸 날 따라다니는 거야? 짜증나게... 나를 따라다니는 2호의 존재 때문에 1호가 내게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2호가 나를 제거하려 했던 그 때...
1호가 보낸 자객이 2호를 기습했다. 그는 2호와 나를 함께 없애려 했다. 그는... 내가 암흑의 공간에 갇혀 있을 때 본 지우라는 청년이었다.
나나 2호 중 한 사람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그에게 당했겠지만, 우리는 함께 있었다. 2호를 싫어하기는 해도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던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지우를 상대했고, 우리는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 후 2호가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난 말야. 1호가 널 이용해 원로원가 브레인을 제거하고 스스로 원로원주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 싫었어. 1호도, 브레인도, 원로원도 다 싫었어.”
그래서? 그러는 당신도 전혀 잘한 건 없잖아.
“그래서 원로원과 손을 잡았어. 그래도 원로원이 1호보다 좀 덜 싫었거든. 아니 그 사람들이 좀 빨리 죽을 거라는 게 내게는 꽤 매력적이었지.”
그러셔?
“1호를 제거하고, 원로원을 장악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지. 솔직히 난 브레인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야. 내가 원로원을 장악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 널 미리 제거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야. 내 일생의 유일한 실수였어.”
하하. 재미있다. 그러니까 내가 원로원을 제거하면 1호의, 제거하지 못하면 2호의 승리라는 건가? 아주 멋지게 놀아나 버렸어.
난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위해 싸워 온 거야?
허탈하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허탈하다.
하하하.
미친듯이 웃었다.
눈물이 흐른다.
하하핫!
그래도 또 웃었다.
웃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전 인류를 손 안에 넣고 휘두른 자들.
1호. 2호. 오메가.
지금은 내게 힘이 없지만, 절대... 절대 너희들 만은 용서하지 않을 테다.
-완결-
=====================================
드디어 오메가가 완결을 맞았습니다.
솔직히 이것 보다 조금 더 빠르게 완결이 났어야 했는데 제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마지막에 좀 늘어질 뻔 했네요. 휴~
추후에 35장과 36장은 외전으로 따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제 욕심의 산물이거든요. 재미 없으셨죠? 죄송합니다. ㅠㅠ)
완결과 그에 뒤따른 이야기들은 공지에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연참대전 끝날 때 까지는 달릴 겁니다. ^^)
그간 오메가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