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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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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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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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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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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178. 승부욕의 화신

DUMMY

“이건 아메드가 우리한테 얘기한 건데요. 원래 그 친구는 센터백을 서고 싶지 않아 했어요. 그게 로스 카운티로 이적해 온 이유 중 하나였죠. 웃긴 건 지금 그가 여기서 뛰고 있는 위치는 센터백이나 다름없어요. 물론 가끔은 오버래핑해 올라가서 풀백 역할을 하긴 하죠. 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리가 위로 올라가면 오른쪽 수비로 내려가서 백스리 형태를 만들거든요. 근데 그가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감독님에게 제대로 세뇌가 되었더라고요. 전 소속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더군요. ‘넌 이제 풀백보다 센터백에서 뛰어야 한다.’ ‘네 능력은 풀백에 맞지 않는다. 그만 고집부려라.’ 그런데 여기 와서 감독님은 그런 말을 일절 안 했던 모양이에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질 않았대요. ‘네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너의 오른쪽 커버가 없었으면 위험한 시합이었을 거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센터백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즐거움까지 느낀다고. 알바니아 대표팀 감독도 놀랐대요. 예전엔 센터백을 그렇게 서기 싫어하던 놈이 묵묵히 그 자리를 뛴다면서 말이죠.” - 로스 카운티 센터백 ‘스콧 보이드(Scott Boyd)’ -


*******


“델 레오네, 그와 한번 붙어보고 싶었습니다.”


지적인 이미지의 안경을 썼지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창립자처럼 새하얀 턱수염을 길렀으나 후덕함과 거리가 먼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말했다.


경기 전날 컨퍼런스에서 킬마녹의 감독이 꺼낸 첫마디였다.


일개 킬마녹의 감독일 뿐이었다면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현재 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람은 크레이그 레빈(Craig Levein).


던디 유나이티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짐 맥클린, 그 이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 중 하나로 피터 휴스턴과 함께 잠깐 언급한 적 있었다.


휴스턴 이전에 던디 유나이티드가 먼저 접촉했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킬마녹에 남겠다며 친정팀의 러브콜을 거절했었는데, 강등됐던 구단을 승격시킨 것도 모자라 현재 프리미어십에서도 8경기 3승 3무 2패.


아직 초반이지만, 4위까지 오르며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던디 유나이티드의 위인이자 이제는 킬마녹 역사의 일부가 되려하는 그가 델 레오네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기자들이 먼저 물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와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요?”


“저에게 자극을 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극이요?”


“사실 저는 감독직을 다시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던디 유나이티드 시절은 끝이 좋지 않았고,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실패를 겪으면서 많이 지쳐있었죠. 하더라도 충분히 휴식을 가진 뒤에 고민할 문제였어요.”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가는 레빈. 뜻밖의 이유였으나, 온화하게 유지되는 표정으로 보아 그 자극이라는 것이 적개심에서 비롯된 건 아닌듯했다.


“그러다 지난 델 레오네가 부임한 첫 시즌의 로스 카운티를 우연히 봤습니다. 그리고 감명받았어요. 그 작은 팀으로 셀틱의 바로 밑을 추격하고, 스코티시 컵 결승까지 가선 결국 그들을 누르고 우승까지 해냈으니까요. 그들의 행보가 제 안의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아, 그래서 그때 킬마녹의 제의를 수락한 거군요?”


“맞아요. 마침 여기에서 좋은 제안을 해왔었고, 다시 감독직에 서고 싶은 의욕이 생겼거든요. 로스 카운티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팀 하나를 맡아서 혁명을 일으켜 보고 싶었어요.”


필드의 전선에서 물러나 완전히 디렉터 쪽 일로 선회한다는 얘기만 나돌던 레빈이 갑작스럽게 킬마녹에 취임했던,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혁명(Revolution). 돌풍, 이변보다 더 강력한 단어. 단순히 팀의 일시적인 선전에 만족하는 걸로 그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킬마녹이 가진 위상에 걸맞은 위치에서 얌전히 순응하지 않겠다는 전방위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이것은 비단 레빈과 킬마녹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니었다.


작년 시즌, 그 막강한 셀틱의 폐위식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던 모두의 의식이 차츰 바뀌어가는 과정이었다.


“킬마녹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올드 펌 중 하나인 레인저스를 제치고 이곳 프리미어십으로 올라온 게 그 증거죠. 로스 카운티를 상대로 우리 팀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진심으로 기대됩니다.”


“당신은 앞서 칼레 시슬의 스티브 클라크에게 승리를 따냈죠. 델 레오네도 이기면 하일랜드 양 팀을 잡아낸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게 될 텐데요.”


“그렇게 된다면 멋진 일이겠죠.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로스 카운티는 저에게 충격을 주었던 2년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팀이 되었으니까요. 단지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우리는 충분히 그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독보적인 우월함과 정중한 어조 속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거만함으로 동종업계에서 많은 시기를 받고 있는 델 레오네였지만, 때때로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레빈이 그런 경우였다.


예고도 없이 극찬을 받은 이탈리안은 뒤이은 인터뷰에서 신사다운 태도로 응수했다.


“제가 누군가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그의 존재는 킬마녹에게 있어 분명 축복이죠. 우리는 내일, 챔피언십에서 갓 승격해 올라온 팀이 아니라 크레이그 레빈이 이끄는 4위 팀을 상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입니다.”


*******


< 15-16 Scottish Premiership 9 Round >

킬마녹 : 로스 카운티

2015년 10월 5일 (월) 19:30

럭비 파크 (관중 수 : 13,555명)



[로스 카운티 / 4-1-2-3]

FW : 잭 마틴 / 에이든 딩월 / 앤드류 톰슨

CM : 존 맥긴 / 리차드 브리튼

DM : 알렉산더 캐리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잭 마틴, 저 친구는 참 신기하단 말이야.”


관전하던 피터 블랙이 말했다.


“드리블이 좋은 것도 아니고, 몸으로 버티면서 지키는 플레이도 못 해. 맛깔난 패스 실력도 없어. 연계 플레이도 최근에야 좀 나아졌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약한 편이고.”


“그런데 골 하나는 기막히게 잘 넣는단 얘기지?”


“그래, 토드. 벌써 일곱 번째 골이잖아. 작년도 그랬지만, 초반 페이스는 항상 선두를 달리고 있다니까? 참 대단해!”


수비진을 넘겨 박스 안으로 떨어지는 캐리의 대각선 장거리 횡단 패스. 그에 맞춰 골문 앞으로 침투한 톰슨의 오른발을 갖다 대는 인사이드 발리슛.


다리에 비껴 맞으며 놓친 골키퍼의 뒤로 물처럼 흘러 들어가 세컨드 볼을 밀어 넣는 마틴의 동점 골 장면을 보고서 나눈 두 사람의 대화였다.


“적어도 프리미어십에서는 제일 골 냄새를 잘 맡는 선수일 거야.”


토드 홉킨스가 말했다.


“그거 하나만큼은 스페셜리스트의 레벨에 가깝다는 거지.”


“동감이야. 단점이 많아도 득점 감각이 너무 뛰어나서 안 쓸 수가 없는 그런 유형이란 말이지.”


“그게 마틴을 유니크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게다가 그 단점을 감독이 잘 가려주고 있지 않나?”


“그렇지. 난 다른 감독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잘 쓰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해.”


월리스의 얼리 크로스로 연결된 마틴의 헤더 슛. 골키퍼에 막혀 옆으로 튕겨 나간 볼을 주워 들더니 관중석을 향해 위아래로 팔을 휘저으며 환호를 유도하는 마틴. 그 모습을 본 블랙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싫어할 수가 없는 선수라니까.”


주전에서 밀려날 때도 묵묵히 본인의 일에만 전념하다가 경기를 나오면 또 저렇게 아낌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팬들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열정에 화답해 준 관중들의 성원은 곧장 결과로 이어졌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먼저 이마에 볼을 맞힌 보이드의 골이 들어갔고, 블랙과 홉킨스를 비롯한 숫사슴들 일원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카운티의 구호가 럭비 파크를 가득 채운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 팀이지만, 정말 강해. 그렇지 않나, 토드?”


“난 상대가 먼저 골을 넣어도 조바심이 안 나더군. 경기를 계속 우리가 주도했으니 결국 역전이 나올 것 같았거든.”


킬마녹이 나름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며 저항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저항일 뿐이었다.


3 : 7에 가까운 점유율이 내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홈에서도 로스 카운티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증거였으니까.


두 사람은 편안한 얼굴로 남은 시간을 만끽했다.


이윽고 경기가 종료되자 레빈은 웃으며 델 레오네와 악수를 나누었다. 킥오프 전에도 먼저 다가와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던 걸 보면 그의 인터뷰는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왔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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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마녹 1 : 2 로스 카운티 >

카이 데이비슨(48‘)

+++++++++++++++++++++++++++++

잭 마틴(56‘)

스콧 보이드(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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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대표팀 훈련 캠프.


“너무 일찍 왔나······.”


톰슨은 선뜻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A매치 주간.


각 나라 대표팀은 로스 카운티에 저번과 똑같은 명단을 내밀며 선수들을 차출해 갔고, 추가로 북아일랜드는 리암 보이스를 예비 엔트리에 등록했다.


이전에 성인 대표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톰슨도 다시 호출을 받아 글래스고에 도착한 참이었다.


그러나 라커룸 안은 지독히도 한적했다. 익숙한 로스 카운티 동료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어색한 다른 소속의 선수들만이 한두 명 앉아 있을 뿐이었다.


“좀 더 늦게 올 걸······.”


작년에 비하면 제법 적극적이고 용감하게 변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치 위에서의 얘기. 밖에서는 여전히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톰슨에게는 라커룸을 입장하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렇게 망설이던 도중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놀라며 반사적으로 안에 들어간 톰슨.


반갑게 맞이하는 국가대표 팀원들과 어색한 손 인사를 나누며 도망치듯 자신의 캐비닛까지 도착해서야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뱉을 수 있었다.


“······이러는 나 자신이 싫다.”


혹시나 들릴세라 모기만 한 목소리로 중얼대며 캐비닛을 열고 짐을 정리하려는데.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툭툭 건드렸고, 뒤를 돌아보자 생소한 얼굴이 있었다.


“너도 뽑혔었구나? 이렇게 또 만나네.”


초면이었지만, 상대는 반가워하고 있었다.


톰슨이 입만 벙끗거리며 대답을 못 하자 그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기억 못 할 만도 하지. 내가 던디 유나이티드에 있었을 때 잠깐 맞붙어 본 게 전부였으니. 하지만 난 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왜냐하면, 널 쫓아가다가 퇴장까지 당했었거든.”


“아······ 죄송해요.”


“하하, 왜 사과를 하고 그래. 미안할 일은 아니잖아? 넌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니까. 단지 그때 너의 엄청난 스피드에 충격을 받았었지. 나도 발은 빠르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날 제대로 신세계를 겪었다니까?”


“······고마워요.”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었어. 인정을 못 했을 땐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되새겨볼수록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 들더라. 네가 언젠가는 국가대표로 뛸 것 같단 예감이 들었지. 나까지 뽑힐 줄은 몰랐지만.”


“······.”


“사실 예상보다 더 늦은 거야. 국가대표에 먼저 뽑힌 건 나였으니까. 넌 진작 발탁됐어야 했는데. 물론 그때에 비하면 나도 실력이 꽤 많이 늘었어. 너와의 만남이 성장의 계기 중 하나였을지도.”


그 남자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다시 소개할게. 난 앤드류 로버트슨이야. 저번 9월에는 부상으로 차출되지 못했다가 이번에 복귀했지. 지금은 헐 시티에서 뛰고 있어.”


“앤드류 톰슨이에요. 소속은 로스 카운티.”


“알아, 톰슨. 그나저나 우리 이름도 같잖아? 같은 이름끼리 서로 친밀한 사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그러네요.”


“그리고 너 스물한 살 아냐? 나랑 동갑인데 편하게 얘기해.”


“그······ 그래.”


톰슨은 로버트슨과 손을 맞잡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어색하지 않았다.


로스 카운티가 아닌 외부에서 친해진 첫 동료.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이였으나 이상하게 몇 년간 지내왔던 친구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


이번에 열린 A매치, 유로 2016 예선전은 세세한 언급을 할 정도로 큼지막한 경기가 없었다.


스코틀랜드 2위, 북아일랜드 1위, 알바니아 2위. 로스 카운티 선수들이 속한 나라가 전부 본선에 진출했다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했다.


폰투스 얀손이 뛰는 스웨덴은 조 3위로 마감하여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겠지만, 이기기만 한다면 뒤늦게라도 막차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언급만 하고 가자면, 9월에 독일을 잡아내는 이변을 만들어 낸 그들은 폴란드와 지브롤터를 만나 무난한 2연승을 거뒀다.


승리뿐만 아니라 예전의 스코틀랜드를 생각하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팀워크가 눈에 띈다는 평가가 많았다.


폴란드전에서 레프트백으로 나온 앤드류 로버트슨(Andrew Robertson)이 반대편 오른쪽으로 전환하는 장거리 패스로 앤드류 톰슨에게 넘겨주고, 길게 치고 나간 톰슨이 에이든 딩월의 머리에 정확히 맞추는 크로스로 헤더 골을 어시스트했던 장면은 팬들에게 여러 번 언급될 정도였다.


그러나 가장 화제가 된 건 스코틀랜드의 중앙 미드필더진이었다.


“각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두 선수가 뒤에서 버텨주니 안정감이 확연히 달라졌어요. 둘의 시너지가 얼마나 좋으면 대런 플레처 같은 베테랑이 벤치로 밀려나겠습니까? 물론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전성기 폼이었으면 달랐겠지만요. 그래도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 스코티시 스포츠 해설자 ‘롭 맥케나(Rob McKenna)’ -


셀틱의 스콧 브라운과 로스 카운티의 리차드 브리튼은 그렇게 합을 많이 맞춰본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근 몇 년간을 거쳐 온 스코틀랜드 3선 조합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브롤터전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었던 스콧 브라운은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브리튼은 저와 잘 맞는 동료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어요. 제가 놓치는 부분도 그가 잘 메워주다 보니 다른 유럽의 강팀과 맞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 리그로 돌아가서 그를 또 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핵심은 마지막 발언이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다는 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프리미어십 최대의 빅매치가 다가옵니다. 올 시즌 첫 언코 펌. 로스 카운티와 셀틱이 선두권을 놓고 드디어 격돌합니다! 또한 국가대표팀에서 환상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스콧 브라운과 리차드 브리튼은 이제 서로 갈라져서 혈투를 벌이게 될 것입니다.]


*******


올드 펌(Old Firm).


세계적인 더비를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매치업. 수준 떨어지는 리그라 폄하 당해도 스코틀랜드만의 명성을 꾸준히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어떻게 보면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의 아이덴티티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객석을 꽉 채워주던 흥행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 레인저스가 하부 리그에서 올라오지 못한 것도 어느덧 4년째.


자칫하면 리그 운영에 적자가 크게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로스 카운티의 비약은 사무국에 있어서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었다.


레인저스와 비견되는 경쟁력을 보이면서 수년간 이루어지지 못했던 올드 펌을 대신할 언코 펌(Unco Firm)의 구도를 만들어줬으니까.


작년 매진 사태에 이어서 올해도 순식간에 티켓이 다 팔려나간 걸 확인한 사무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로스 카운티와 인버네스 CT의 대결도 하일랜드 펌(Highland Firm)이란 공식 명칭을 붙여서 제대로 홍보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시류의 흐름은 그러했지만, 셀틱팬들은 굉장히 언짢아했다.


감히 챔피언의 자리를 앗아간 촌놈들. 그것도 고작 한 번 우승한 걸 가지고 오랜 기간 군림해 왔던 자기들과 맞먹으려 하는 건방진 놈들.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게다가 몇 달간 늘어지며 팬들의 마음을 들쑤셔놨던 블랜차드 사가로 인해 자존심이 뭉개질 대로 뭉개진 상태.


그리고 하필 이 타이밍에 블랜차드가 복귀한다고?


거대한 산불처럼 번져나간 적개심은 정말로 셀틱이 레인저스를 향하던 감정에 못지않은 화력이 되어가고 있었다.


감독 사이에서도 스파크가 튀기긴 마찬가지였다.


마틴 오닐은 델 레오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었고, 누군가와 친근하게 지낼만한 성격도 아니었다.


“주변에서 지겹도록 델 레오네에 대해서만 떠들더군요. 그래서 참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확인해 볼 수 있겠네요. 근데 뭐······ 제가 2000년대에 셀틱을 맡았을 때도 누가 대단하더라, 그런 식의 얘기는 몇 번 듣긴 했습니다. 막상 붙어보면 별거 없었지만. 과연 이번엔 다를지 기대해도 되겠죠?”


크레이그 레빈이 보였던 호감과 정반대의 반응.


델 레오네 역시 상대의 태도에 따라 장단을 맞춰주는 인간이었다.


“주변에서 지겹도록 셀틱은 넘볼 수 없는 존재라며 겁을 줬었죠. 근데 뭐······ 결과는 다들 알지 않습니까? 제가 부임한 후 셀틱과의 총전적은 10전 4승 4무 2패. 리그로만 따지면 8전 4승 3무 1패. 저의 데뷔전이었던 개막식 경기를 빼면 진 적이 없었습니다만. 마틴 오닐 정도의 감독이라면 기대해 봐도 되겠죠?”


굳이 살을 붙여서 날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노골적인 설전.


언론들은 신이 나서 두 감독의 어록을 정리해 퍼뜨렸고, 언코 펌의 분위기는 끝을 모르고 계속 치솟아 올랐다.


[9전 9승의 로스 카운티, 9전 8승 1무의 셀틱. 2점 차로 뒤처져 있지만, 여기서 셀틱이 이긴다면 순위가 역전됩니다. 왕좌의 재탈환. 팬들이 마틴 오닐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그런 장면이겠죠?]



[ Daily Mail ] 마틴 오닐 “내 경력상 이곳에서 대단하다 했던 감독들 다 별거 없었어.”


[ Daily Mirror ] 안토니오 델 레오네 “개막전 이후 리그에서 셀틱에 패배한 기억이 없다.”


[ Daily Telegraph ] 마틴 오닐은 로스 카운티가 셀틱에 패배하는 기억을 이번에 강렬히 심어주리라 다짐했다


[ Scottish Sports ] 1군 훈련을 소화한 제임스 블랜차드, 벤치 명단에 들 수 있을 것


[ BBC ] 연이은 매진, 평소보다 더 주목받는 언코 펌


*******


< 15-16 Scottish Premiership 10 Round >

로스 카운티 : 셀틱

2015년 10월 17일 (토) 15:00

햄던 파크 (관중 수 : 52,100명) / 매진



[로스 카운티 / 4-1-2-3]

FW : 잭 마틴 / 에이든 딩월 / 앤드류 톰슨

CM : 대런 케틀웰 / 리차드 브리튼

DM : 알렉산더 캐리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폰투스 얀손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셀틱 / 4-1-4-1]

FW : 스티븐 플레처

MF : 제임스 매클린 / 스콧 브라운 / 제프 헨드릭 / 제임스 포레스트

DM : 니르 비톤

DF : 에밀리오 이사기레 / 셰인 더피 / 데드리크 보야타 / 미카엘 루스티그

GK : 크레이그 고든



로스 카운티는 약간의 타격을 받은 채로 시작해야 했다.


존 맥긴과 스콧 보이드가 국가대표팀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은 바람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결장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셀틱도 온전하지만은 않았는데, 작년에 앳된 모습으로 데뷔하여 적잖이 충격을 줬던 키어런 티어니가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주전까지 꿰차며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까지 앞두고 있었으나, 2주간 부상으로 무산되어 현재는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오닐이 수비적인 진형을 가져와서 그런 것인지 전반전은 화끈하기보단 거의 탐색전에 가까운 양상으로 흘러갔다.


로스 카운티는 그들의 홈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가하고 싶어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케틀웰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활기를 불어넣어 주곤 있어도 예전처럼 시원시원한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계속 드리블로 전진하면서 패스 혈을 뚫어주던 맥긴이 그동안 얼마나 막중한 임무를 맡아왔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왜 델 레오네 감독이 그를 계속 선발 멤버로 쓰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휴식을 덜 주었었는지도.


그럼에도 햄던 파크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는데, 경기 내용보다는 경기장 스탠드에서 벌어지는 양쪽 팬들의 기 싸움이 주원인이었다.


가장 큰 발단은 피치 위의 선수들보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벤치 멤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셀틱팬들은 그가 후반전에 무조건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애증, 섭섭함, 질투, 혹은 짝사랑. 온갖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이도록 만든 장본인. 셀틱에 굴욕을 안겨줬던 그 블랜차드 사가의 주인공.


그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원정 측 스탠드는 철장 우리 안에서 날뛰는 동물들처럼 발광하기 시작했고, 차곡차곡 쌓아놨던 적개심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블랜차드에 관한 챈트까지 만들어왔을까.


기존에 셀틱이 부르던 ‘Hail Hail the Celts Are Here’은 본래 그들 팀의 위대함을 설명하고,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단순한 응원곡이었으나.


Hail과 James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늘만큼은 순수하게 조롱만을 하기 위한 노래로 재탄생하였다.



James, James, he's finally here.

(제임스, 제임스, 그가 마침내 왔네.)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린 신경 안 써.)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린 신경 안 쓴다고.)

James, James, he's finally here.

(제임스, 제임스, 그가 마침내 왔어.)

Maybe he might care now.

(어쩌면 이제 그는 신경 쓰고 있을 거야.)


He's on a hick town team to play for,

(그는 촌뜨기 팀에서 뛰고 있어.)

And he missed a great chance,

(그리고 멋진 기회를 놓쳤지.)

And if you know the history,

(만일 당신이 그의 역사를 듣는다면)

It's enough to make your heart go ohhhh -

(마음이 아프기에 충분할 거야. 오 오 오 오 -)


He has never scored in a final match.

(그는 결승전에서 득점을 한 적이 없네.)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

He has never scored against Celtic, we know.

(그가 셀틱을 상대로 골을 못 넣은 것도 우린 알고 있어.)

And he'll regret his staying there.

(그리고 그는 거기에 남은 걸 후회하겠지.)



조롱인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마음을 바꿔서 셀틱으로 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 같기도 했다.


킥오프 전부터, 블랜차드가 등장한 순간부터 들려온 노래는 거의 십 분 주기로 연달아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마치 연인에게 보내는 세레나데라도 되는 것처럼.


당연히 이 가사의 주인공도 벤치에 앉아 듣는 중이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필드를 바라보고 있을 뿐.


“······신경을 안 쓴다고 하지만,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은데요.”


후반전이 되어서도 그칠 기색이 없자 닐 스튜어트가 마지못해 말했고, 감독이 웃으며 대꾸했다.


“얼마나 제임스를 원했으면 저랬을까 싶군. 저 정도 원성쯤은 애교로 들어줄 만하지. 다만 안타까워. 나라면 저 방법을 쓰진 않았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선수가 안 간다는데, 저렇게까지 미련을 보일 필요가 있는지.”


“뭐, 그건 저들의 자유라고 생각하네만······ 나는 가엾은 셀틱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감정만 앞세워서 자극하는 게 때론 독이 될 수도 있거든.”


스튜어트가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반 60분.


“닐, 제임스를 불러주게. 저들의 구애에 화답은 해줘야지.”


감독의 지시가 떨어졌고, 마침내 그가 유니폼을 입고 피치 위에 올라선다.


블랜차드가 나타나자마자 반응하는 양측 스탠드. 홈팀의 열광과 원정팀의 야유가 뒤섞여 햄던 파크가 크게 들썩인다.


그야말로 팬과 안티팬을 전부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의 표본.


잭 마틴과 교체되어 필드에 들어서는 블랜차드, 케틀웰이 남은 것으로 보아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로 투입된 결정이었다.


그리고 더욱 거세지는 챈트.


James, James, he's finally here.

(제임스, 제임스, 그가 마침내 왔네.)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린 신경 안 써.)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린 신경 안 쓴다고.)

James, James, he's finally here.

(제임스, 제임스, 그가 마침내 왔어.)

Maybe he might care now.

(어쩌면 이제 그는 신경 쓰고 있을 거야.)


브라운 키퍼의 골킥이 길게 나아가며 셀틱 진영에 떨어졌고, 더피가 딩월의 어깨를 짓누르며 뛰어올라 머리로 걷어낸다.


He's on a hick town team to play for,

(그는 촌뜨기 팀에서 뛰고 있어.)

And he missed a great chance,

(그리고 멋진 기회를 놓쳤지.)

And if you know the history,

(만일 당신이 그의 역사를 듣는다면)

It's enough to make your heart go ohhhh -

(마음이 아프기에 충분할 거야. 오 오 오 오 -)


쏟아져 내리는 노래 속에서 양 팀 선수들의 공중전을 다투는 헤더가 랠리처럼 이어졌고, 중앙선을 넘어 높이 전진해 올라온 얀손이 최종적으로 볼을 걷어낸다.


He has never scored in a final match.

(그는 결승전에서 득점을 한 적이 없네.)

What the hell do we care.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


다시 셀틱 진영으로 날아간 볼. 미리 자리를 잡은 블랜차드가 경합을 이기며 가슴으로 받아낸다.


He has never scored against Celtic, we know.

(그가 셀틱을 상대로 골을 못 넣은 것도 우린 알고 있어.)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었으나, 갑자기 오른발로 높이 차올리는 블랜차드.


볼은 3미터 상공까지 높이 떠올랐고, 그에게 밀착하여 견제하던 두 셀틱 선수는 멍하니 위를 바라본다.


빠르게 몸을 돌리며 둘 사이로 빠져나와 낙하지점으로 달려가는 블랜차드.


정확히 그의 오른발 발등에 적중하는 볼.


And he'll regret······.

(그리고 그는 후회할······.)


철썩 -


직선으로 세차게 날아간 중거리 슛이 골문을 파고 들어가 그물을 찢을 듯한 기세로 꽂힌다.


나폴리를 침몰시킨 그 바이시클 킥을 연상케 하는 정교하고 단단한 자세. 심지어 그것보다 더 강렬한 임팩트.


이주의 골은 물론이고, 이달의 골. 아니면 올해의 골이 될지도 모르는 어메이징한 장면이 터지고 만 것이다.


우······ 우와아아아 -


홈팬들은 열광했고, 챈트를 부르던 원정팬들은 끝내 마지막 구절을 내뱉지 못했다.


복귀전에서 엄청난 골을 넣은 주인공은 정작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제스처도 없이 셀틱팬들이 앉아 있는 스탠드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디 더 해보라는 듯이.


뒤에서 달려든 딩월이 등에 업히고, 팀원들이 하나둘 다가와 축하를 해주는 와중에도 블랜차드의 눈은 끝까지 원정석만을 향해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탈리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은 자극하면 안 된다고 한 건데.”


작가의말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Hail Hail the Celts Are Here 을

인터넷에 검색하시면

멜로디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아두상 님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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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69 38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55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65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25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79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38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62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71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13 42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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