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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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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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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미완성교향곡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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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9. The Indigo - Waiting for you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휘감는 계절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이기에 그다지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쪽이 조금쯤 기대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한다. 그래도 오늘은 무언가 조금은 특별한 날이기를 바라는 마음. 항상 반복되던 하루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마음은 하루의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일기예보에서 뭐라고 했던가. 아, 일기예보 같은 것은 원래 신경을 쓰지 않으니 알 리가 없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눈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었다. 본인이 외출할 일이 없다면, 안에서 밖을 구경만 해도 된다면 눈 오는 날도 꽤 좋아한다. 하지만 본인이 외출을 해야만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아, 제발.”

예빈은 자신이 눈 오는 길을 걸으면서 꽤나 잘 미끌어 지는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신발에 눈이 따라붙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날 나가기는 정말 싫다. 하필 오늘은 예빈을 도와주던 아저씨도 휴가라 안 나오시는데, 이미 새하얗게 변해버린 곳을 홀로 뚫고 갈 자신이 없다.

어떻게든 콜택시 번호를 이리저리 눌러보았지만, 눈 때문에 차가 움직일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오고 있었다.

결국은 눈 속을 어렵사리 움직여 병원까지 도착은 했다. 고지가 눈앞이라 생각한 순간, 병원 건물로 들어서는 곳에서 휘청거리고 만 예빈이었다. 다행히 급하게 건물 기둥을 붙잡은 덕에 넘어지는 것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이미 짜증은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겠다.

그러다 문득 정기 진료 이후의 일정을 떠올렸다. 평소라면 아침부터 예빈의 곁에 달라붙었을 존재. 그러나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인지 굳이 진료가 끝날 때쯤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던 우현을 떠올리며 예빈의 우거지상이 조금은 펴졌다.

그냥 조용히 보내자고 그렇게 말했지만, 분명 뭔가 또 시끄러운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 뻔하다. 언제나 부산스러운 우현을 나무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밝은 우현이 있어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Waiting for you, 君に続くこの道を歩けば(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이어지는 이 길을 걸으면.)]


그러고 보니 이곳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느라 예빈은 그 때도 이곳에서 우현을 기다렸다. 저 길 끝에서 달려올 우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지각이라며 짜증을 내긴 했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더욱 소리를 질렀는데, 우현은 그저 웃으며 예빈의 손을 따스한 캔으로 녹여주었을 뿐이었다.

“바보 멍청이.”

피식 웃으며 예빈은 씩씩하게 눈을 털어냈다. 진료를 받고 다시 이곳에 내려오면, 이곳엔 우현이 서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눈과 함께 짜증을 털어내며, 예빈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향했다.


[Smile and Joy, 昨日までのできごとが嘘みたい(웃고 즐기고, 어제까지의 내 삶은 거짓말 같아.)]


하지만 금세 예빈의 마음은 또 흐려지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보통은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전부 네 손가락을 사용해서 지판을 두드리지만. 예빈양은 알다시피 새끼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다른 손가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무리가 가게 되는 거죠.”

“…….”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네 번째 손가락, 건초염이 의심되고 있어요.”

“…….”

핑그르르, 세상이 도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찾아낸 빛이,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가는 소름끼치는 감각이 온 몸을 감쌌다.

“요즘 콩쿠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죠? 손가락에 통증이 오거나 하지 않았나요?”

또다시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당장 귀를 막아버리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지만 예빈은 필사적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 여기서 도망가면, 지금까지 어렵게 달려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무리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예빈양, 아무래도 이번 콩쿠르는 포기하는 것이…….”

“선생님. 저 요즘 행복해요.”

“…….”


[ああ何度も遠回りしたけど出会えた喜び(아아, 한참을 돌아왔지만 만나게 된 행복)]


“정말로 행복해요.”

무섭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예빈의 단호한 말에 결국 선생님은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조건을 들며, 예빈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병원 복도를 걸었다. 등으로, 손으로, 아니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며 온몸의 진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 상황이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괜히 모든 것이 서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주체할 수 없이 서럽고도 서러워지는 느낌.

어서 가야한다. 빨리 걸어서 가야한다. 다급해진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나!”


[Because I have been waiting for so long. I think you're the one, you're the one. (왜냐하면 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까. 아마도 네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아.)]


그래, 저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껏 기댈 수 있는 저 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빈은 저 멀리서 우현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을 보자마자, 우현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달려온 기세 그대로 우현의 품에 파고들었고, 그제야 안도하고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야 산소가 제대로 몸속에 공급이 되는 느낌이다.

우현의 온기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우현의 심장소리가, 예빈을 안심시킨다.


[君と響き合って, I have been waiting for, waiting for.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나는 기다려 왔어, 계속.)]


“지각이야. 기다렸잖아.”

“……네? 약속 시간은 분명…….”

“몰라. 아무튼 지각이야, 너.”

“…….”

억지라는 것을 예빈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또 진심이기도 했다. 계속 우현이 필요했는데, 왜 이제야 나타났는지 말이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예빈은 당당하게 우현의 품에 더욱 파고들면서 눈을 감았다.

“……늦어서 죄송해요.”

“…….”

우현은 그렇게 말하며 예빈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예빈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우현은 언제나 그 모든 것을 받아준다. 슬그머니 눈을 떴던 예빈은 다시 눈을 감으며, 마음속에서 말하고 있는 진심 대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면 됐어.”


[私は生まれてきたから(나는 이곳에 태어났으니까.)]


“눈 안 맞죠?”

“응.”

우현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예빈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예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장갑을 끼게 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거리로 나오자 예빈에게 우산까지 씌워주고 있다.

예빈에게 씌워주느라 정작 본인은 눈을 다 맞으며 눈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면서 말이다.

예빈의 시선이 그런 우현의 모습에 머무르는 것을 알아채자, 우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전 눈 맞는 것 좋아하거든요.”

“……네가 무슨 강아지야?”

예빈은 그렇게 말하며 우현에게 팔짱을 끼며 잡아당겼다. 예빈의 힘에 이끌려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게 된 우현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씨익 웃으며 예빈에게 붙잡힌 팔을 빼냈다. 그 움직임에 예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과 동시에, 우현의 팔이 예빈의 어깨를 감쌌다.

“그런 거면 이게 더 낫지 않아요?”

“……능글맞긴.”

하지만 예빈은 우현의 팔을 거부하지 않았다.


[Starting over, 君と二人この道を歩けば(당신과 이 길을 걸으면.)]


참 이상했다. 오전에는 그렇게도 짜증나던 이 길이 이상하게 지금은 즐겁다. 여전히 눈은 날리고 있고, 우산을 써도 하반신엔 눈이 달라붙고 있는데다가, 발밑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것은 변함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걷는 이 길은 즐겁기만 하다.

“아!”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갑자기 멈춰서는 우현 덕에, 예빈도 덩달아 놀라 물었다.

“왜?”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하는데, 어쩐지 김이 새는 반응이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하려던 말인데 깜빡 했어요. 생일 축하해요, 누나.”

“…….”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내 눈 앞에 나타나주어서 고마워요.”

“……바보 멍청이.”

최악으로 장식되고 있던 생일날이, 어느 새 행복한 생일로 탈바꿈한다. 스스로도 어이없는 그 변화에 예빈은 괜스레 쑥스러워졌다. 자꾸만 바보 같은 웃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아서, 예빈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Smile and Joy, 理由なんて必要のないこと(웃고 즐기고, 이유 같은 것은 필요 없지.)]


“우와,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어떻게 바보 멍청이가 되는 거예요?”

“그거야 넌 그냥 바보 멍청이니까.”

“고맙다, 라던가. 감동했다, 라던가. 뭐 그런 말 없어요?”

“없어.”

“누나!”

우현이 항의를 하던 뭐하던, 예빈은 그저 즐거웠다. 툴툴거리면서도 우현은 예빈이 눈을 맞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지기만 하고 있었다.


[ああいくつも時を重ねて見つけてゆく幸せ(많은 시간을 통해 찾아낸 행복.)]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늘의 특별 선물이 취소되는 수가 있어요.”

“특별 선물?”

물음표를 그리는 예빈의 표정을 마주하며, 우현은 자랑스럽게 어깨를 폈다. 어쩐지 스스로가 무척이나 대견해 지는 것만 같다.

“직접 만든 케이크와 누나를 위한 제 마음이 듬뿍 담긴 미역국의 스페셜 코스.”

“…….”

분명 예빈이 감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예빈의 표정이 점점 복잡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기대하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의아해하는 우현을 보며, 예빈은 언제나 그렇듯 덤덤하게 우현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거 인간이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누나!”

“농담이야, 농담.”

예빈은 키득거리면서 우현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러자 불만을 표출하던 우현도 금세 얼굴을 부드럽게 풀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험작은 세현이 녀석한테 먹였거든요. 녀석 군말없이 먹었으니 두 번째 작품은 좀 더 괜찮을 거예요.”

“……세현이 한테 언제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 겠구나.”

“어엇, 안되요, 안돼. 아무리 내 동생이라도 둘이 만나는 것은 안되요. 그리고 잘 먹었다니까요. 진짜예요.”

“……그래,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는 예빈을 보며 우현은 자신의 케이크가 얼마나 맛있는 지를 피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예빈의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Because I have been waiting for so long. I think you're the one, you're the one. (왜냐하면 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까. 아마도 네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아.)]


“짜잔.”

“…….”

예빈의 눈동자가 커졌다.

언제 와서 준비를 한 것인지, 예빈의 집은 소박하지만 파티 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식탁에는 우현의 작품인 듯한 케이크가 올려져 있었고, 가스레인지 위에는 미역국으로 보이는 냄비가 있었다.

풍선과 플랜카드로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꾸며져 있는 것을 보며 놀라고 있는 사이, 우현은 어서 칭찬해 달라는 듯한 얼굴로 예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감동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라서, 멍하니 주위만 바라보고 있는 예빈을 보며 우현은 싱글벙글이었다.

“……무단 가택 침입은 분명 범죄일 텐데.”

삐끗.

또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정말 예빈이 나간 시간에 맞춰 들어와 준비하고 나가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결국 이런 결과라니. 완전히 맥이 빠져버린 우현이 화낼 기력도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쉴 때였다.

“고마워.”

“…….”

“감동했어. 그러니 특별히 무단 가택 침입으로 고소하지는 않을게.”


[君と描く日々に, I have been waiting for, waiting for. (그대와 그리는 날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까.)]


예빈의 감사 인사에 언제 침울했냐는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파티 준비를 계속하는 우현이었다. 참 단순하다 싶으면서도, 그게 또 우현다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유난스럽게도 예빈을 챙겨주느라 바쁘다.

일단 겉모습은 초보의 티가 좀 나는 케이크. 이리저리 삐뚤어지고, 엉성하기만 하지만 사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우현이 예빈을 위해 이 케이크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예빈이 나간 시간을 맞춰 들어와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자신을 마중 나온 점, 이라던지.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예빈 누나! 생일 축하합니다!”

굳이 케이크에 촛불을 올리고, 손뼉까지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우현을 보고 있자니. 이런 것이 정말 행복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현의 닦달에 촛불의 불을 끄자, 폭죽까지 터트리며 주인공보다 더 신난 우현이었다.

“자, 이제 먹어봐요. 진짜 맛있다니까.”

예빈이 촛불을 끄자, 기다렸다는 듯 예빈에게 케이크를 권했다. 냉큼 접시에 덜어 자신의 앞에 놓이는 케이크를 보며, 못 이기는 척 한 입 입에 물어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느낌에 예빈의 입가에 무심코 미소가 번졌다.


[愛のメロディーは続くから(사랑의 멜로디는 계속될 테니까.)]


“거봐요. 맛있죠? 애정이 들어가 있다니까요.”

“응, 맛있어.”

“……웬일로 이렇게 솔직해요?”

“왜, 그래서 싫어?”

“그럴 리가요. 자, 오늘은 특별 서비스 대방출. 달콤한 케이크를 즐기시는 동안, 배경음악을 라이브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우현은 손목을 풀면서 피아노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예빈이 피식 웃었다.

“그건 특별 서비스가 아니잖아.”

“에이, 그런 건 따지고 들지 말자구요, 우리.”

우현이 피아노 앞에 앉자, 곧 부드러운 음색의 멜로디가 집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아직도 창 밖으로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따뜻한 집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은 좋아한다. 더구나 달콤한 케이크가 달콤한 기분을 선사하고, 귓가엔 부드러운 멜로디가 가슴까지 녹여주고 있는 시간.


[Because I have been waiting for so long. I think you're the one, you're the one. 君と響き合って, I have been waiting, waiting for. (왜냐하면 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까. 아마도 네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아.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나는 기다려 왔어, 계속.)]


“응, 제법 괜찮은 생일날이야.”

“……뭐라고 했어요?”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예빈의 작은 목소리에 피아노를 치고 있던 우현이 반응했지만, 예빈은 시치미를 뚝 떼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결국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우현이 그대로 치고 있던 곡을 마치고 숨을 돌릴 때였다.

어느 새 다가온 인기척이, 등 뒤에서 우현을 끌어안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우현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예빈이다. 무언가가 불안해서 미치겠다는 것처럼, 예빈은 우현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불안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우현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예빈의 얼굴에 마주 기대며 물었다.

“다음 곡은 같이 할까요?”


[私は生まれてきた光の中で沸き上がるリズム(나는 빛 속에서 이곳에 태어났어. 솟아오르는 리듬.)]


처음엔 그저 바이올린을 다시 연주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하지만 어느 샌가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이상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조차도 아직 자각이 없지만, 우현은 분명 재능이 있었다. 정말 마음으로 결심을 하면, 본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재능이 있었다. 그런 우현의 곁에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었다.

음악의 축복이 충만한 그 길을, 파트너가 되어 함께 걸어가고 싶었다.

“특히 네 번째 손가락, 건초염이 의심되고 있어요.”

그 앞을 그 무엇이 가로막아도, 지금에 와서 멈춰서고 싶지는 않다. 그 정도의 장애물 따위, 움직이지 않는 새끼손가락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무섭지 않다.

“응. 잠깐 기다려.”

예빈은 자신의 바이올린을 챙겨왔다. 자연스럽게 A음을 잡아주는 우현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조율을 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음색이 절묘하게 하나가 되며 부드럽게 미끌어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you're the one, you're the one. 愛のメロディーは続くから(바로 너였어, 그 사람이야. 사랑의 멜로디는 계속될 테니까.)]


감각이 없는 새끼손가락 대신, 고통을 호소하는 약지 손가락. 하지만 상관없다.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는 것보다는 오히려 살아있다는 느낌이니까. 이 통증조차도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지니까 괜찮다.

지금처럼 우현의 피아노 위에 자신의 바이올린 음색을 덧입힐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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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곳이었습니다 'ㅁ'


구석에 쳐박힌 깽깽이를 다시 꺼내..

바이올린 진화 프로젝트를 펼쳐볼까.. 합니다.


그러나 전 현재 백수이고(...)

일본 여행을 무작정 질러서 거의 거지가 되었습니다(...)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앤드류님, 점점 주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연중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풍성하고 행복한 설명절 되시길~☆


앤지님, 의도하지 않게 너무 어두운 분위기로만 굴러가서..

잠시 분위기 환기 중입니다 'ㅁ')

그래도 좀 우울한 분위기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게 슬프지만요;

으힛~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ㅁ/


silverwolf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

설명절 어디 내려가시나요?

전 부모님 댁인 속초에 내려갔다 올 듯 합니다~

내려가신다면 귀성길 조심하시고~

무조건 새해 복은 많이 받으시길~ ^^


소인(騷人)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ㅁ/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잿빛추억님, 어이쿠 ㅠ_ㅠ

미완성까지, 감사합니다! [덥석]

오늘부터도 일단 황금연휴인데..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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