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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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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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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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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4. Die happy - Everyday's a weekend.


“누나.”

“…….”

처음 학교에 찾아왔던 날,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마라’는 말에 그 이후로는 다행히 교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성장을 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자주 나타나는 우현 때문에 예빈은 살포시 눈썹을 꿈틀했다.

아무래도 ‘시간표’를 알려달라는 말에 곧이곧대로 알려준 것은 큰 실수였다. 우현과 비슷하게 끝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학교 앞에서 우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말에도 예빈의 핸드폰에는 예빈이 보기에 실없는 문자가 수시로 도착했다. 그것을 무시하면 기어코 전화가 걸려오기에, 적당하게 상대를 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예빈은 1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최대 6일 이하를 우현과 얼굴을 마주한다.

예빈의 학교는 늦게 까지 야자를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하교 시간엔 다른 학교보다 한산한 편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야자를 하지 않는 예빈은 항상 하교 시간에 집으로 귀가를 했고, 그것을 알게 된 우현은 더욱 자주 나타날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예빈은 생글거리는 우현의 얼굴을 마주하며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너,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는 있는 거야? 레슨이나 연습 시간으로 바빠야 할 예고생이 왜, 어째서,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서 얼굴 도장을 찍는 거야?”

“에이, 딱딱하게 굴지 말아요.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 연습만 하고 있을 수야 있나요. 그런 의미에서 누나, 주말에 소풍 가자니까요? 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갑자기 우현은 ‘소풍’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험생인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고, 주위 친구들이랑 가라고 단박에 거절한 예빈이었다. 하지만 우현은 끊임없이 생글거리는 얼굴로 나타나 ‘소풍’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예빈의 싸늘한 눈초리에도 우현은 끄떡없다는 듯 방긋방긋 거리고 있다. 예빈이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하자, 그 옆에 쪼르륵 달라붙으며 당체 입을 다물 생각을 안한다.

“간단하게 김밥 사서, 과자 좀 챙기고 어디 공원 같은 데라도 나가요, 네? 누나 귀찮으시면 그냥 몸만 나오시라니까요? 준비는 제가 몽땅 다 할게요! 네? 누나~”

예빈은 솔직히 짜증이 났다. 우현이 이 몇 주간 어슬렁어슬렁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것도 그렇지만, 대체 이 녀석 정말로 연습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예빈이 지켜본 결과, 음악을 꽤 좋아하긴 하지만, 이 녀석 열의가 없다. 뭔가 더 채우면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기가 찰 정도로 없는 것이다.

전에 들었던 우현의 피아노 소리를 기억하며, 예빈은 더욱 짜증이 났다.

‘재능이 없는 거라면 말도 안하지.’

한참 옆에서 계속 떠들던 우현은 예빈이 건널목 앞에서 멈춰서자, 더더욱 기세를 몰아 조르는 중이었다. 예빈은 아무 말 없이 우현의 얼굴을 쳐다봤다. 예빈이 자신에게 시선을 주자 더욱 ‘놀아줘요~ 놀아줘요~’라는 에코가 울리는 듯한 표정에 박차를 가한다.

‘그래, 실기 연습만이 다는 아니지.’

예빈은 생각을 바꾸고, 씨익 미소 지었다. 예빈의 미소에 우현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좋아, 주말에 같이 나가자. 대신에 조건이 있어.”

“진짜요? 아자! 뭔데요? 무조건 들어드릴게요!”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걷기 시작했다. 우현도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을 따라 걸으려 하자, 예빈이 우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왜 그러냐는 표정의 우현을 붙들고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나랑 같이 도서관에 가서, 내가 골라주는 책을 읽기만 하면 돼. 간단하지?”

“……네?”

“책, 읽으라고. 나도 어차피 책 찾아볼 것 있었으니까, 찾는 김에 골라줄 테니까 그걸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예빈은 우현이 당황해도 상관없다는 얼굴로, 반항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기세를 몰아 우현을 끌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익숙하게 체크를 마친 예빈은 우현을 끌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우현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와 프린트 종류들을 몽땅 내놓으라고 했다. 얼떨떨한 표정의 우현이 얌전히 예빈에게 책가방에 있던 것을 상납하자, 빠른 속도로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살핀 뒤에는 우현에게 잠시 짐을 지키라고 하고는 일어났다.

음악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곳에 익숙한 발걸음으로 도착한 예빈은 빠르게 책을 훑으며, 2권의 책을 골라냈다. 그리고 독일 문학 칸에 가서 이번에도 익숙하게 원하는 책을 찾은 뒤에 다시 우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예빈이 밝은 얼굴로 우현에게 책을 내밀자, 우현은 하얗게 질리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책을 받아들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얌전히 읽어!’라는 분위기를 발산하는 예빈의 기에 눌린 우현은 울상을 지으며, 두 권 중 얇은 책을 펼쳤다.

우현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 예빈도 곁에서 자신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로 마주 앉아 조용히 자신의 책을 붙들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우현이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더니, 우현 쪽을 바라보던 예빈과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으며 예빈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예빈의 귀에 한쪽 이어폰을 꽂고, 나머지 한쪽을 자신의 귀에 이어폰을 꽂더니, 꼼지락거리며 음악을 찾기 시작한다.

예빈은 우현이 하는 행동을 그냥 가만히 두며, 시선은 자신의 손에 들린 책에, 그리고 귀는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올 음악에 집중했다. 곧 조용한 도서관의 분위기와는 다른, 시원하게 울리는 음악이 귓가를 때리기 시작했다. 우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시 자신의 책과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예빈이 읽는 속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중인데, 역시나 책을 읽는 것과는 인연이 없었던 듯 우현은 상당히 몸이 뒤틀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예빈은 싹 모르는 척 하고 있었는데, 용케도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는 있는 것이 어지간히 ‘소풍’을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Everyday is a weekend. Think of all the money we intend to waste and burn and overspend. I wanna spend it with you. Hoping you feel the same way too. (매일매일 주말이야. 우리가 쓰고 태우고 낭비할 그 모든 돈들을 생각해봐. 너도 나와 같길 바라며 난 너와 함께 그 돈을 쓸 거야.)”

신나는 음악에 우현은 이미 몸이 들썩들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힐끗거리며 예빈의 눈치를 살핀다. 전공이라던 독일어만이 아니라 영어도 잘 하는 예빈이 가사 내용을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을 테니까.

더구나 이 노래를 부르는 밴드는 독일 출신이다. 우현은 싱글거리며, 책보다 예빈을 더 힐끗거리느라 계속 같은 곳만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Monday we stay in the bed and Tuesday we rob the bank instead. Wednesday we're contemplating you and I escaping. Thursday we make the headlines. They want us by Friday alive or dead. Everyday is a weekend in my head. (월요일에 우린 침대에서 뒹굴거릴 거고, 화요일에는 그 대신 은행을 털겠지. 수요일에 우린 함께 탈출에 대해 생각할 테고, 목요일에 우린 헤드라인을 장식할 거야. 그들은 금요일엔 우리가 죽던지 살아남길 바라겠지. 나에게는 매일매일 주말이야.)”

우현이 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빈은 계속 가만히 있었다. 노래 가사나, 우현이 보내는 시선의 의미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중이었다. 눈치 채 달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우현의 시선에도, 예빈은 미동도 없었다.

“Don´t set yourself no limits. Cause it won´t work if your heart´s not in it. Enjoy yourself. Think clearly. I wanna clear it with you. Hoping you feel the same way too. Here we are. We´ve gone too far. I wanna die here with you. Hoping you feel the same way too. (너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마. 왜냐면 네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니까. 즐기는 거야. 한번 생각해봐. 나도 너와 함께 생각할게. 너도 나와 같은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어. 우리가 여기 왔지. 꽤 먼 곳까지 온 것 같아. 너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고 있어.)”

한참 만에 노래가 끝나자, 예빈은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꽂고는 덮었다. 이어폰을 빼서 우현에게 건네고는, 노트에다가 급하게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우현의 볼을 잡아당긴 상태로 우현의 눈앞에 노트를 들이밀었다.

‘제대로 안 읽을래? 이런 식으로 하면 소풍 같은 건 영원히 없을 줄 알아.’

우현은 움찔하더니, 두 손을 마주 잡더니 용서해달라는 포즈를 취했다. 예빈은 볼을 잡아당기던 손을 놓고는, 다시 노트에다가 무언가를 적더니 우현에게 보여주었다.

‘열심히 읽으면 상으로 소풍 날 김밥은 내가 직접 만들어 줄게.’

“……!”

예빈의 노트를 쳐다보던 우현은 ‘아자!’하는 포즈를 취하며, 다시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예빈도 다시 자신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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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를 따라가시면 음악 감상이 가능하십니다 ^^

이번엔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음악입니다~

한동안 제 핸드폰 벨소리였던 곡이기도 합니다~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silverwolf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

읽어주신데다 흔적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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