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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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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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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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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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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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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3. Emil Waldteufel(에밀 발트토이펠) - Die Schlittschuhlaufer op.183(스케이팅 왈츠).


웅성웅성.

평소도 하교 시간엔 떠들썩하긴 하지만, 그런 소란스러움과는 다른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 분명할 거란 생각에 슬그머니 신경을 꺼버렸다. 그리고 교복 주머니에 들어있던 MP3를 꺼내 플레이시키며 교문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맑은 음색의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귀를 적시고, 그 분위기에 취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고 느낄 무렵,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분명 교문 앞쪽에서 발랄하고도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는 얼굴은 낯익다. 무언가 이쪽을 향해 소리를 치고 있는 것도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잡아당겼다.

그와 동시에 차분한 음성의 노랫소리와 달리 우렁찬 목소리가 오른쪽 귀를 때린다.

“예빈 누나! 저 기억하시죠? 모른다고 하심 화낼 거예요! 오늘 수업 끝나고부터 서있었는데 겁나게 쪽팔려요, 하핫! 얼렁 와요!”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볼이 파들거린다. 지금 당장 누군가가 저 입을 막아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 그럴 의지를 보일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 했다. 흥미롭다는 시선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을 뿐.

그 마음에 너무나 정직하게 반응하여 얼굴을 돌리던 예빈은 학교 선생님이 다가오고 계신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소란스러움에 나오신 것 같은데, 붙잡히면 골치 아파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예빈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현의 팔을 낚아챈 뒤에 그대로 모두의 시선을 따돌릴 때까지 달릴 작정이다.

“혹시 저 때문에 곤란해지시는 건가요?”

“…조금 많이.”

“흐음.”

벌써부터 숨이 차기 시작하는데, 얄밉게도 우현은 마치 걷고 있는 듯 여유로웠다.

“눈에 안 띄게만 되면 되나요?”

“일단은.”

“그럼 실례 좀 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우현이 멈춰 서자 그의 팔을 잡고 있던 예빈도 덩달아 멈춰 세워졌다. 저쪽에서 선생님이 쫓아오실 기세인 것 같다. 더욱 다급해지는 마음과 한편에서 왜 이런 일에 휘말려야 하나 짜증이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칠 기세이던 순간, 멈춰 섰던 우현은 예빈을 번쩍 들어올렸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예빈에게 씨익 웃으며,

“이 편이 더 빠르거든요.”

이렇게 말한 뒤 그대로 쌔앵 달리기 시작.

어쩐지 익숙한 상황전개다. 설마 이런 일이 또 생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공원에 도착했고,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렇게 되면 날 만나러 온 의미가 없게 되지 않아?”

“네?”

숨을 고르고 있는 우현의 이마엔 또 땀이 송글송글이다. 예빈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의미를 설명했다.

“손수건 때문에 날 찾아온 거잖아? 네 얼굴, 또 땀범벅이야.”

“…….”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가슴이 서늘해진다.

하지만 그런 우현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예빈은 가방에서 또 손수건을 꺼냈다. 우현이 가져갔던 것과는 다른 손수건이다.

확실히 예빈의 말대로 그녀의 손수건을 곱게 빨아, 어머니의 향수까지 몰래 살짝 뿌려서 가져왔다. 그 손수건은 현재 우현의 주머니에 고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마치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또 다른 손수건이 예빈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다.

갑자기 무거운 표정이 된 우현의 얼굴을 그제야 알아본 예빈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수건이 아니었으면 만날 이유가 없는 건가요?”

“…….”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던 예빈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우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입을 다문 예빈을 바라보며 이렇게나 솔직하게 침울한 표정을 지어버리다니.

“제가 귀찮게 해드렸나 보네요. 손수건 여기, 돌려드릴게요.”

물론 손수건을 받으면 그렇게 끝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나오는 것은 반칙이다. 꼭 이쪽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꼴이 되어버렸으니까.

우현이 내민 손수건은 엉겁결에 받아들었다. 그러자 우현은 예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쩐지 짜증이 난다. 이런 행동은 정말 자신답지 않은데.

예빈은 우현의 뒷모습을 좇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쩐지 축 처진 듯 한 뒷모습의 소년을 붙잡았다.

“……?”

“물론 손수건만 받음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야. 부정은 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렇잖아? 대체 뭐가 있는데? 너와 내 인연이 이어질 만한 접점이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없잖아? 근데 왜 그렇게 상처받은 얼굴을 해버리는 거야, 정말.”

“누나가 말하는 그 접점이라는 게 꼭 같은 학교를 다닌다던가, 같은 취미를 가졌다 던가 꼭 그런 것들을 말하는 건가요?”

솔직히 그렇다, 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그 생각은 표정으로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뭐예요, 그게, 재미없게.”

“…뭐?”

“서로 통성명했고, 같은 시간을 공유했고, 그렇게 인연이 닿았어요. 그 정도면 충분히 차고도 넘칠 ‘접점’ 아닌가요? 왜 기껏 만들어진 ‘접점’을 외면하고 그래요? 그리고! 누나 혹시 친구 사귄 적 없는 것 아녜요? 서로 처음 만났으면 서로 잘 모르는 게 당연하고, 접점이 없는 게 당연하죠. 그걸 이제 메워가는 게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아닌가요?”

“그….”

뭔가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생각하던 것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보기 좋게 말문이 막혀버렸다.

졌다, 졌어. 어쩐지 우현의 앞에선 지금까지의 ‘예빈’의 모습으론 있을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들고 있다.

“내가 졌어, 미안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살짝 부루퉁하던 표정이 그 말 한 마디에 활짝 펴진다. 정말 온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구나, 라는 생각에 한편으론 감동스러워지기 까지 한다.

“그럼 앞으로는 친구인 겁니다?”

“그래, 잘 부탁해.”

이런 것도 나쁘진 않다. 예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우현이 내미는 손을 마주 잡았고, 그렇게 둘은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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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면 "아, 이거!"하는 곡인데,

제목으로 보면 "뭐야, 이게?"하는 곡들이 참 많습니다;


이번 편의 이미지 음악도^^


예전에 모 게임에서 참 자주 듣던..

들어보시면 '펭귄'이 떠오르실 겁니다. [웃음]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익호님, 하핫, 츤데레.. 일까요? -_-?

으음, 그런가? 아닌가? [<-] 잘 모르겠네요; [머언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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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완성교향곡 - (29) +4 12.06.11 519 8 14쪽
28 미완성교향곡 - (28) +2 12.06.07 576 11 14쪽
27 미완성교향곡 - (27) +3 12.06.02 615 9 12쪽
26 미완성교향곡 - (26) +3 12.05.27 518 8 12쪽
25 미완성교향곡 - (25) +3 12.01.23 567 9 13쪽
24 미완성교향곡 - (24) +3 12.01.08 560 12 11쪽
23 미완성교향곡 - (23) +5 11.09.11 665 11 19쪽
22 미완성교향곡 - (22) +4 11.06.25 774 10 10쪽
21 미완성교향곡 - (21) +6 11.04.04 717 10 19쪽
20 미완성교향곡 - (20) +5 11.03.29 795 8 10쪽
19 미완성교향곡 - (19) +3 11.02.02 806 8 20쪽
18 미완성교향곡 - (18) +6 10.12.11 77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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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미완성교향곡 - (15) +4 10.10.10 921 7 17쪽
14 미완성교향곡 - (14) +4 10.10.03 802 7 18쪽
13 미완성교향곡 - (13) +5 10.09.23 879 11 19쪽
12 미완성교향곡 - (12) +6 10.09.19 873 8 18쪽
11 미완성교향곡 - (11) +7 10.09.12 909 9 16쪽
10 미완성교향곡 - (10) +4 10.09.05 920 7 12쪽
9 미완성교향곡 - (9) +6 10.09.01 1,094 8 16쪽
8 미완성교향곡 - (8) +4 10.08.31 1,07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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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완성교향곡 - (4) +6 10.08.24 1,297 6 11쪽
» 미완성교향곡 - (3) +6 10.08.23 1,46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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