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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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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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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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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5. Edward Poldini(에드워드 폴디니) - La Poupee Valsante(춤추는 인형)


조금쯤은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있던 거리는 이제 그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과 밤에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서 몸을 떨게 하던 것도 점점 사라져 가기 시작했고, 따스한 햇살에 감싸인 거리마다 녹음과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으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맑은 하늘 아래 자신을 뽐내는 벚꽃들이 일렬로 늘어선 곳. 한창 벚꽃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에 치이고 있었지만,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한 예빈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쏟아내는 전철역 출구 앞에서 예빈은 시선 가득 자리 잡는 꽃들의 향연에 부드러운 얼굴로 서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항상 넉넉하게 나오는 것은 예빈의 몸에 밴 습관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에 섞여 간신히 출구 밖으로 나온 우현은 멀리서 예빈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늘색 미니 원피스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예빈의 손에 들린 푸짐해 보이는 쇼핑백을 발견하자, 우현의 얼굴은 저 꽃들처럼 활짝 펴졌다.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며 우현은 예빈을 향해 달렸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피해서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았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사람들을 헤치며 달리기 시작하자, 우현의 시선을 느낀 예빈이 고개를 돌렸다.

“어서와.”

“많이 기다렸어요?”

어쩌면 이렇게도 기분이 좋은 지 모를 일이었다. 우현은 예빈이 그와 눈이 마주치자 희미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특히 예빈의 손에 들린 저 ‘식량’은 우현을 무척이나 뿌듯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으니 걱정은 마. 게다가 이 모습을 보니, 나와서 잘했다고 생각 중이었으니까.”

만개한 꽃은 확실히 장관이었다. 우현은 씨익 웃으며 챙겨온 디카를 꺼냈다. 원래는 큰 형의 것이지만, 예빈에게서 소풍에 대한 허락을 받자마자 갖은 애교를 부려 얻어낸 산물이었다. 물론 망가뜨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듣긴 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 시간을 명확한 흔적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예빈은 안 그래도 신경이 쓰이던 우현의 카메라가 손에 들리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다지 카메라를 좋아하질 않는 예빈에게 우현의 그 디카는 달갑지 않은 물건이었던 것이다.

“설마 그거, 나랑 같이 찍겠다고 가져온 것은 아니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담긴 예빈의 질문에 우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그러려고 가져온 거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가볍게 대답했지만,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우현의 얼굴에 예빈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하지만 결국 졌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예빈. 우현과 만난 이후로 묘하게 우현의 페이스에 자꾸 말려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예빈의 말에 우현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벚꽃나무 앞에 서있는 예빈을 카메라에 담고서, 예빈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푸짐하게 담긴 김밥과 샌드위치, 간단한 쿠키와 음료수가 담겨있는 것에 우현이 연신 싱글벙글인 것을 보며 예빈은 어쩐지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었다.

해외를 나가는 일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예빈은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정기적으로 생활을 챙겨주시는 아주머니가 오시지만, 어지간한 것은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주말에 일찍 일어나 부산스럽게 이것저것 준비한 적은 없었다. 별로 내키지 않았던 주제에, 자신도 모르게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버린 것이 멋쩍은 마음에 슬쩍 우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음식들을 만들면서 예상했던 대로 우현은 무척이나 기뻐했고, 그것이 어쩐지 심장에 기분 좋은 감동을 전달하게 했다.

“그냥 만들다 보니 좀 많아져서.”

“최고예요, 누나! 마침 배도 고픈데 샌드위치 지금 먹어도 되죠?”

“마음대로. 여기서 계속 이러고 서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은 좀 걷자.”

예빈의 허락에 우현은 바로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고,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맛있다고 말했다. 오버스러울 정도의 반응에 알겠으니 그만하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만든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우현을 보니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하는 예빈이었다.

연달아서 샌드위치를 처리하더니, 손에 달라붙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낸 우현이 예빈을 향해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예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현이 갑자기 손을 잡자 깜짝 놀란 예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딱히 사심이 섞이지 않은 우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는, 그저 입술만 달짝거릴 뿐이었다.

결국 우현의 손을 잡은 채로 걷던 예빈은 한참만에야 말했다.

“만약 널 좋아하는 여학생이 이 모습을 보면 상당히 가슴 아파 할 거야.”

“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예빈을 향해 고개만 갸우뚱하는 우현. 예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단정하면서도 호감형의 얼굴, 큰 키에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우현은 동성 친구들에게도 인기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르는 척 하지 마. 너도 자신이 꽤 인기가 있다는 자각은 있지 않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 꽤 괜찮으니까.”

“헤에, 그거 칭찬인가요?”

금세 눈을 빛내는 우현을 보며 예빈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히 우현 본인도 어느 정도 자각은 있다는 것이다.

“너, 의외로 바람둥이 인 것은 아닐까 몰라. 넌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어도, 상대방은 가슴이 떨릴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

우현은 그런 예빈을 바라보며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을 물끄러미 내려봤다. 그러고보니 그다지 의식을 하지 못했다. 우현이라고 여자에게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얼굴에 철판을 쓰진 않았다. 예빈의 말대로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거나 다가오는 여자 아이들이 꽤 있기는 했지만, 우현의 관심은 사촌 형의 형수에게 가 있기도 했기에 오히려 한 발자국 물러서곤 했다.

그런데 예빈에게는 여성에게 스킨십을 한다는 자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던 것이다. 딱히 그런 자각조차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 사실을 새삼 자각하며 속으로는 꽤 놀랐다. 예빈이 말을 꺼낼 때까지, 전혀 자각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럼, 누나도 지금 가슴이 떨려요, 혹시?”

하지만 어쩐지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에 우현이 그렇게 물었고, 예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는 그 표정에 우현은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한 기분을 느꼈다.

“하하핫, 충분히 알았으니 걱정 마요. 착각하지 않을 테니. 뭐, 지금은 그냥 이렇게 걷고 싶어요. 하지만 누나가 싫다면 놓아도 상관없어요.”

구겨져 있던 표정 그대로 예빈은 우현과 잡고 있는 손을 쳐다봤다. 사실 이러고 있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다.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 손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애초에 우현이 손을 잡는 순간,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예빈은 자신이 싫은 것을 억지로 붙들면서 참고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크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

“나쁘진…… 않아.”

예빈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고, 우현은 그 말에 무심코 예빈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지금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예빈이 당장 손을 놓으려고 할 것이 뻔했기에 애써 그 마음을 참았다.

예빈은 우현이 손에 힘을 주는 것을 느끼며, 고집스럽게도 앞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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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곡은 추가되었던 부분이라..

다른 분 블로그를 일단 링크만 시켜둡니다 ㅠ_ㅠ;


이미지 음악 찾느라 한참 걸리지만..

그 작업도 즐거운 저입니다 ^^ [웃음]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silverwolf님, 계속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앤드류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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