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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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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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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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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6. Sting - Someone to Watch Over Me.


R예고는 현재 축제 시즌을 맞아, 각종 축제 준비로 소란스러웠다.

R예고의 축제는 주위 그 어느 학교보다 성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되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그것이 학교의 자랑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 기간 중엔 수업도 대부분 ‘자습’이란 명목으로 축제 준비에 할애된다.

지금 시각은 오전 10시. 평소라면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테지만, 현재 이 교실을 포함한 학교 전체는 축제 준비로 소란스럽기도 하거니와 축제 준비용 물품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학생들 사이로, 한 남학생이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던 그는, 드디어 목표물을 발견한 듯 학교 내의 연습실 중 한 방으로 직행했다.

“야, 서우현! 드디어 찾았네.”

핸드폰 MP3를 듣고 있던 소년, 우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들어온 친구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음악을 끄며 물었다.

“여어, 무슨 일이냐.”

“너 반장한테 축제 티켓 받아갔다며. 웬일로 니가 축제에 참여하려는 거냐?”

연습실 안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서, 태평스러운 친구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그가 알기로 서우현이라는 녀석은 축제고 뭐고 슬그머니 한 발자국 물러서서는, 자신은 알 바 없다는 듯 무시해버리던 녀석이었으니까.

“아하, 뭐.”

정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작게 쿡쿡거리는 얼굴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축제에 참여하려는 것 같으니 잘 됐다 싶어서 교복 주머니에 구겨 넣어온 것을 꺼냈다.

“아무튼 잘 됐다. 그런 김에 이거나 나가자.”

구깃구깃한 종이를 받아들며 우현은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친구는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축제 때마다 교내 콘테스트가 열리는 건 알지? 아무래도 우린 예고니까 예술 쪽 관련된 것들로 말이야. 너랑 난 피아노니까, 피아노 부문 나가자고. 지금 신청 받는다고 해서 신청서 받아왔으니 써서 내기만 하면 돼. 난 이미 내고 왔어.”

기분이 한껏 업된 친구에 비해, 교내 콘테스트 관련 공고문과 신청서를 읽어보는 우현은 표정은 시큰둥했다.

“흐음, 근데 왜 나는 붙들고 늘어지는 건데?”

“좋은 기회잖아, 뭘. 야, 이거 예선은 우리끼리 하지만, 본선은 축제 당일에 다른 손님들 앞에서도 한다고. 캬~ 완전 인기 폭발이라니까!”

“흐음, 난 관둘란다. 응원은 해줄게.”

우현은 친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고는, 공고문과 신청서를 다시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 날 예빈 누나 오기로 했거든. 그런 거 나가느라 혼자 있게 하면 다시는 이런 데 안 온다고 할 거야. 안 그래도 싫다고 하는 걸, 우리 학교 축제 진짜 재미있을 거라고 얼마나 붙들고 늘어져서 겨우 맘 돌리게 만든 건데.”

우현의 말에 친구의 표정은 살짝 꿈틀거렸다. 하지만 애써 그 표정을 감추며, 다시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야, 오히려 좋은 것 아냐? 그 때 멋지게 연주하면, 그 누나도 널 다시 봐줄지 모르잖아?”

“다시 봐주긴 뭘 다시 봐줘?”

“모르는 척 하긴. 너 요새 계속 그 누나한테 작업 걸고 있던 거잖아.”

친구의 말에 우현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예빈 누나는 그런 거 아냐.”

“……그럼 뭔데? 그 누나가 대체 뭔데, 너 매일 연습도 내팽개치고 그 누나 따라다니는 건데? 어디 들어나 보자.”

가볍게 넘기려는 우현과 달리 꽤 강하게 밀어붙이는 친구를 보며, 우현은 살짝 당황해서 벙찐 얼굴이 되어버렸다.

“야, 뭘 그렇게 열 내고 그래. 그냥 잘 맞는 친구 사이지.”

“하, 친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강한 시선으로 우현을 바라봤다.

“너 말이야. 알고 있어? 아무리 봐도 너, 얼마 전에 실연당하고 그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으로는 안 보여.”

“……!”

“오히려 한창 사랑에 빠진 소년으로 보일 뿐.”

이런 식으로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언제나 할 마음 없는 듯 대충대충이지만, 그럼에도 깜짝 놀랄 만한 연주를 해내는 친구. 조금만 더 하면 정말 톱클래스 중에서도 톱이 될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적당히’하며 ‘적당히’ 톱클래스에 머문다.

친구로서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뇌를 잠식하는 ‘질투심’과 힘겹게 싸워야만 했다.

아주 최소한의 성의. 아주 최소한이라도 할 마음이라도 보여주면 좋으련만. 그 조차도 보여주지 않는 그의 친우가 원망스러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재능을 가진 녀석이 그 재능을 썩히는 꼴을 보며 속이 뒤틀리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가끔 너 짜증나. 너 대체 이 학교에, 예고 피아노과에 왜 들어왔어?”

격해진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어느 새 우현의 멱살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당황한 표정의 우현의 얼굴. 흥분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이미 한번 폭발한 감정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네가 첫 사랑이라는 그 사람 때문에 연습을 빼먹을 때도, 그 예빈 누나인지 뭔지 만나러 간다고 연습을 빼먹을 때도. 나도 다른 녀석들도 모두 필사적으로 연습했어. 근데 넌 그러고 돌아다니면서도 실기 시험만큼은 언제나 톱클래스지! 네가 그렇게 낭비하고 있는 네 재능을 부러워하는 녀석들은 세고 셌어, 이 자식아! 하려는 의지도 없는 녀석이 언제나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으며 말이야, 그게 얼마나 재수 없는 지 생각 좀 해보라고.”

이를 악 물던 그는 우현의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을 거칠게 뗐다. 그리고 우현에게서 다시 받은 공고문과 신청서를 우현의 앞에 던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주려고 가져온 거니까 알아서 처리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우현을 뒤로 하며, 그는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그러고도 한참동안을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난 뒤에야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는 듯, 우현은 벌어졌던 입을 다물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어서 큰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시선은 천장을 향했다.

평화로운 하루의 시작이라 생각했는데, 어째 틀려버린 모양이었다.

우현은 그 자세 그대로 뒤적거리며 익숙한 동작으로 이어폰을 다시 꽂고, MP3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곧 자신이 골라서 집어넣어둔 음악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There's a saying old says that love is blind Still we're often told, ‘Seek and you shall find’, So I'm going to seek a certain girl I've had in mind.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죠, 사랑을 하게 되면 장님이 된다고.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이런 말을 합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제 마음 속에 간직한 한 여자를 찾으려고 해요.”

조용하면서도 감미로운 피아노 음색과 함께 귀에 울려 퍼지는 노래. 엉망진창이 된 감정을 정리를 하기 위해 눈을 감고 음악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Looking everywhere, haven't found her yet, She's the big affair I cannot forget, Only girl I ever think of with regret. 모든 곳을 찾아봤지만, 아직 그녀를 찾지 못했어요. 저는 그녀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요. 그녀를 찾지 못하면 후회 속에 항상 그녀만 생각하게 될 거예요.”

떠오르는 것은 이제 사촌형의 형수가 된 여인의 모습. 전에 공항에서 곁에 사촌형이 있던 것도 상관하지 않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형이랑 행복하길’이라는 말에 ‘고맙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던 가슴의 통증은 아직도 여전하다.

“I'd like to add her initial to my monogram, Tell me, where is the shepherddes for this lost lamb? 나는 그의 이름 이니셜을 가지고 모노그램을 만들고 싶군요. 내게 말해주세요. 이 길 잃은 어린 양을 구제해주실 분은 어디 있나요?”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예빈을 생각하며, 자신은 뒤를 돌아 다시 힘차게 달렸다.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것만을 생각하면서 힘차게.

그렇게 생각하던 우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There's a somebody I'm longing to see, I hope that she turns out to be Someone who'll watch over me. 저에게 간절히 바라는 어떤 사람이 있어요. 저는 그녀가 저를 따뜻하게 감싸줄 누군가이기를 바랍니다.”

MP3안에 들어있는 곡들은 모두 사촌형의 형수가 된 ‘그녀’를 생각하며 담은 곡들이었다. 확실히 이 안에 들어있는 곡들은 그러하다.

“I'm a little lamb who's lost in the wood, I know I could always be good to Someone who'll watch over me. 저는 숲에서 길을 잃은 어린 양이랍니다. 저를 따뜻하게 감싸줄 그분에게 저는 항상 잘해줄 수 있습니다.”

우현은 자세를 바로하며 핸드폰 액정을 멍하니 바라봤다. 음악이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노래 제목이 지나간다.


‘someone to watch over me(나를 지켜봐줄 누군가)’.


이건 ‘누구’를 생각하며 담은 노래더라?

“Although I may not be the man some Girls think of as handsome To her heart I carry the key. 비록 제가 다른 소녀들이 생각하는 멋진 남자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겠어요.”


「아무리 봐도 너, 얼마 전에 실연당하고 그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으로는 안 보여. 오히려 한창 사랑에 빠진 소년으로 보일 뿐.」


조금 전에 들었던 말이 서늘하게 심장을 감싼다.

“Won't you tell her please to put on some speed, Follow my lead, oh, how I need Someone who'll watch over me. 그녀에게 속도를 내라고 누가 얘기 좀 해주세요. 저를 따라오세요. 저는 저를 따뜻하게 감싸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대체 이건 ‘누구’를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린 우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플레이를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이어폰을 빼냈다. 어쩐지 안정이 되지 않는 듯 심호흡을 하던 우현의 눈에 아까 친구가 던지고 간 신청서가 들어왔다.

눈썹을 찌푸리며 신청서와 눈싸움을 벌이던 우현은, 곧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신청서를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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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아노도 배우다 말았고,

기타도 배우다 말았고,

바이올린도 배우다 말았고.. -_);;;;


잦은 이사로 학원도 자꾸 옮기게 되고,

이사 온 동네는 주위 음악학원이 다 일찍 닫아버려서..

모두 끊겨버리고 말았네요 ㅠ_ㅠ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격하게 애정합니다 *-_-*


珠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피아노를 항상 다시 배워야지 하는데..

직장 다니기 전 백수 상태일 때 다시 배워서 바이엘은 뗐으나.. 직장 다니면서 결국 또 불발이 되어버렸지요 ㅠ_ㅠ


저도 참 재미없는 학창시절이었달까요;

나름 열심히 보내긴 했는데.. 저런 이벤트는 전혀;

그런 의미에서 저도 대리만족입니다!;


책을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도서관에 가면 관심분야쪽 책들 뒤적거리면서..

훑어보는 걸 좋아한달까요? ^^

한 때 매일 출석도장을 찍었었는데..

역시나 사회에 찌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한번 맘먹고 가야만 하게 되었죠 ㅠ_ㅠ


아, 조언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한글도 붙여둘게요~

앞부분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silverwolf님, 계속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앤드류님, 감사합니다~ /ㅁ/

여유분과 여유분 사이 추가 부분인데..

그런 관계로 간격은 좀 벌어지겠지만;;

힘내보겠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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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완성교향곡 - (27) +3 12.06.02 614 9 12쪽
26 미완성교향곡 - (26) +3 12.05.27 518 8 12쪽
25 미완성교향곡 - (25) +3 12.01.23 566 9 13쪽
24 미완성교향곡 - (24) +3 12.01.08 560 12 11쪽
23 미완성교향곡 - (23) +5 11.09.11 665 11 19쪽
22 미완성교향곡 - (22) +4 11.06.25 774 10 10쪽
21 미완성교향곡 - (21) +6 11.04.04 716 10 19쪽
20 미완성교향곡 - (20) +5 11.03.29 795 8 10쪽
19 미완성교향곡 - (19) +3 11.02.02 806 8 20쪽
18 미완성교향곡 - (18) +6 10.12.11 776 8 11쪽
17 미완성교향곡 - (17) +6 10.10.24 90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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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완성교향곡 - (14) +4 10.10.03 802 7 18쪽
13 미완성교향곡 - (13) +5 10.09.23 879 11 19쪽
12 미완성교향곡 - (12) +6 10.09.19 873 8 18쪽
11 미완성교향곡 - (11) +7 10.09.12 909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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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완성교향곡 - (9) +6 10.09.01 1,094 8 16쪽
8 미완성교향곡 - (8) +4 10.08.31 1,07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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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완성교향곡 - (3) +6 10.08.23 1,460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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