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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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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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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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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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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완성교향곡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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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8. Secret Garden - Daughters of Erin


챙그랑-

“……아.”

“우현이 너 또 이번에는 뭘 깨먹은 거니!”

거의 난장판에 가까운 부엌. 앞치마에 머리엔 수건까지 두르고 있었지만 그게 무색할 정도로 흰 가루와 계란이 튄 자국 등으로 이미 온 몸이 엉망이었다. 발밑에는 산산조각 나버린 컵이 뒹굴고 있었다.

“어머, 그건 분명 세현이가 여자친구한테 받은 거라고…….”

벌컥, 다다다다.

요란한 소리에 부엌에 나와 본 우현의 어머니가 중얼거리는 말에, 우현의 동생인 세현이 방에서 뛰쳐나왔다. 전체적으로 우현과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키는 오히려 우현보다 큰 느낌. 아직 중3인 녀석이 벌써 자신의 키를 뛰어넘자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우현의 눈엔 귀여운 동생이었다.

그 귀여운 동생인 세현은 우현의 발밑을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곧 눈을 치켜뜨며 화가 났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뭐 하는 짓이야! 병신아!”

“아, 미안. 유미한테 선물 받은 거였냐?”

세현보다 한 살 어린 그의 여자친구 유미를 떠올리고는, 멋쩍기도 해서 실실 웃으며 말하는 우현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현의 사건 수습이 오히려 세현의 화를 부추긴 꼴이 되었다.

“아, 진짜! 케이크 나가서 그냥 사가! 정신 사납게 왜 일을 벌려, 벌리기는!”

“에이, 그래도 수제랑은 다르지.”

“그래, 달라도 한참 다르지! 저거, 인간이 먹을 수 있긴 한 거야?”

화가 부들거리는 세현의 손이 가리킨 곳에는 처참하게 뭉개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아마도 케이크로 탄생되려 했었던 무언가가 있었다. 새벽부터 우현이 부산스럽게 만들었던 첫 번째 결과물로, 지금은 두 번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 중에 있었던 것이다.

세현의 손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이내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모양은 저래도 맛은 제법 괜찮았어. 이번엔 모양만 좀 수습하면 될 것 같아. 형님의 첫 번째 작품은 특별히 너한테 선물하마.”

“날 죽일 셈이냐!”

“사춘기야? 형님의 애정을 왜곡하다니.”

“내가 삐뚤어진다면 그건 분명 네 놈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진짜 주먹다짐으로 번진 적은 단 한번도 없는 형제 싸움. 하지만 실실 웃는 우현의 반응에 점점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세현을 바라보며 결국 형제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자자, 거기까지. 아들들 둘 다 그만. 일단 위험하니까 저거부터 치워야 하니까.”

어머니가 깨진 컵을 처리하기 시작하자, 우현도 뭔가 도우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됐어. 그냥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어머니에게 제지당하고는 결국 반죽을 만들고 있던 자세로 뻘쭘하게 서있는 우현이었다. 그리고 결국 씨알도 안 먹히는 자신의 불만사항에 깊은 한숨만 쉬며 식탁 의자에 털썩 앉은 세현. 식탁 위에 있는 문제의 그 정체불명의 케이크를 뚱하게 쳐다보다 손가락으로 슬쩍 맛을 보았다.

“……!”

불안한 얼굴이던 세현의 얼굴이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현은 작게 웃었다.

“크큭, 거봐. 생각보다 맛은 괜찮지? 형님의 애정이다. 그거 전부 먹어.”

“칭찬을 하고 싶어도 역시 네 놈은 재수 없어!”

“오호, 칭찬을 하려던 거야? 자, 얼마든지 칭찬해. 사랑하는 아우가 나를 찬양하다니, 귀를 후비고 들어주마.”

“누가 네 놈 따위를!”

파르륵 거리는 세현의 반응이 즐거워 언제나 이렇게 장난을 거는 우현이었다. 우현이 자신의 반응을 즐기는 줄 알면서도 마주하면 흥분하게 되고 마는 세현이었고 말이다. 또다시 반복되는 패턴에 형제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어느 새 재빠르게 컵의 잔해와 엉망이던 바닥을 처리하는 것이, 과연 프로 주부다운 모습이었다.

“자자, 우현이 넌 얼른 해야지, 늦겠다. 예빈이 2시에 병원 예약 아니었니?”

“아, 그렇지, 참.”

힐끗 바라 본 시계는 어느 새 10시 반을 넘어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빈의 진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려면 시간이 꽤나 빠듯했다. 다시 뭔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우현은 퍼뜩 생각이 난 듯 어머니에게 덧붙였다.

“맞다. 나 오늘 누나네서 자고 올 거야. 콩쿠르 연습도 하고, 파티도 하고 저녁 땐 미역국도 끓여주려고.”

“미역국은 이렇게 만들지 말고. 뭐, 그러렴.”

우현의 외박 선언에 아무렇지도 않게 선뜻 허락이 떨어지는 모습을 떨떠름하게 바라보고 있던 세현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저거 사고라도 쳐서 예빈 누나 덥석 애라도 생겨서 오면 어쩌려고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오케이 허락이야?”

세현의 말에 우현과 어머니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 향했다. 두 사람 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이더니, 서로의 시선을 마주했다. 뭔가 반응을 기다리는 세현에게, 곧 어느 정도 예상 범위에 들었던 반응이 돌아왔다.

“아들, 일단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그 이후에는 마음대로 하렴. 예빈이가 며느리로 들어오는 거라면, 엄마는 대환영이니까. 엄마는 예빈이 같은 딸을 원했거든, 사실.”

“하하하핫,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어머니. 1년 남았으니까. 그 이후엔 기대에 응하도록 노력할게.”

“……제길.”

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다.

잠시나마 뭔가 정상적인 반응을 기대했던 세현은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이런 전개다. 그런 세현과는 상관없이 모자간의 대화의 꽃은 활짝 피고 있었다.

“예빈이처럼 평소엔 무뚝뚝한 아이가,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는 그 희소가치 이상으로 사람을 녹이거든. 이 엄마도 그 미소에 녹아버리고 말았지. 아아, 정말 예빈이가 친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아, 역시 아는 구나, 어머니! 진짜 레어템을 득템한 기분? 물론 평소에도 잘 웃으면 좋긴 하겠지만, 이게 잘 볼 수 없다보니 더 그 가치가 큰 거라니까. 품에 꼭 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

“아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이성을 잃으면 곤란해, 아들.”

“하하하핫, 걱정 마.”

“물론 걱정은 안 해. 우리 아들은 그럴 깡도 없을뿐더러, 혹여나 실수를 했다 예빈이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아들에 대한 평가치고는 좀 그렇지 않아, 그거?”

“어머, 이건 칭찬이야, 아들. 엄마의 애정을 의심하지 마렴.”

이거야 말로 모전자전이랄까.

어머니의 성격을 그대로 빼다 박은 우현과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빼다 박은 세현이었다. 쿵짝이 참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 맞은 두 모자를 바라보던 세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탁 의자가 땅에 끌리며 나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 두 모자는 넉살 좋게 물었다.

“어디가? 그거 먹어야지.”

“작은 아들, 케이크 접시에 담아줄까?”

지금까지 용케 삐뚤어지지 않고 자란 자신이 대견하다 생각하는 세현은, 진심으로 삐뚤어져 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소리쳤다.

“안 먹어!”

그리고 세현의 등 뒤로 맥빠지는 반응이 돌아왔다.

“작은 아들, 정말 사춘기니?”

“으음, 예민한 나이니까, 아무래도.”

방학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세현이다. 그나마 균형을 이루어 줄 아버지마저 없는 집에서 홀로 버티는 것은 너무나 가혹했다.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온 세현은 책상 위에 올려진 선물 포장이 눈에 들어왔다.

세현보다는 5살이나 많은 예빈은 저 바보 형과는 달리 무척이나 차분하고도 어른스러워 보여서, 바보 모자와는 다르지만 세현도 무척 잘 따르고 있었다. 어쩌다 저 바보 형한테 걸려서 뒤치다꺼리를 하게 되었는지 참 동정이 가긴 했지만, 우현과 그의 어머니도 예빈의 앞에서는 좀 얌전해지는 모습을 보였기에 진심으로 존경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예빈이 없는 곳에서는 더욱 폭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두 모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희생양이 되는 것은 보통 세현의 몫이기에 또 다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와 버렸다. 예빈이 정말 형수님이 되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그게 예빈에게도 좋은 일일지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차라리 예빈이 친누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저런 바보 형한테 누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의 방해공작을 펼쳤겠지만.

밖의 상황을 보니 오븐에 들어가는 작업까지 마친 듯 정리가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세현은 결국 그 선물을 들고 다시 방에서 나왔다. 세현이 나오는 소리에 이쪽을 돌아보는 우현에게 다짜고짜 그 선물을 던졌고, 우현은 재주 좋게 그것을 받아냈다.

“예빈 누나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줘.”

저 바보에게는 과분할 정도인 예빈의 생일이었으니, 세현도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걸 저 바보 형이 용납할 리가 없으니 선물을 전해주는 정도로 넘어가 주기로 한 것이다.

“누나 넘보지는 마라.”

“……그 오븐에 네 놈 머리도 집어넣어 버려.”

또 다시 욱한 세현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렇게 말하자, 우현은 싱글거리며 덧붙였다. 그 말에 세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뒤돌았다. 저 천연 바보를 보니, 세현도 어쩐지 그의 여자친구인 유미가 보고 싶었다.

“고마워. 널 위해서라도 예빈 누나를 네 형수님으로 모셔 오마.”

“그 전에 차이지 않도록 노력이나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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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힛; 대지각입니다아아악 =ㅂ= [쿨럭]


이건 언젠가 이미지곡으로 쓰려고 했던건데..

어쩌다보니 이제야 사용하게 되는 곡입니다~


오늘은 우현의 가족을 그려보았습니다 .ㅁ.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웃음]

이미지 잡으려고 고민하다 떠올랐는데..

이런 형제? 이런 가족? 뭔가 즐거울 것 같아졌달까요 ^^


다음 주엔 인천으로 이사가고..

정리되는 대로 또 오겠습니다~ /ㅁ/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앤드류님, 긴장감 있었다니 제가 노린대로(?) 되었군요! [씨익]

가슴을 철컥하게 만든 공지는 없애버렸습니다~!

다음 번 공지는 예쁜 아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오봉산님, 빨리 오고 싶었는데 어찌 상당히 늦었죠 ㅠ_ㅠ

더구나 짧기까지 합니다만 -_);; [덜덜덜;]

미완성도 잠수 해제 시킵니다!


카이리시스님, 이번에도 늦었습니다만 ㅠ_ㅠ 흑흑

항상 링크는 걸어두니까요~ /ㅁ/;;

오늘은 조금 신나는 분위기로 준비했습니다~ ^^

요새 좀 우울 분위기로 가는 내용을 환기시키기 위해!;


silverwolf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

상당히 텀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ㅠ_ㅠ


철LovE님, 에헷, 저도 애정하는 커플입니다 *-_-*

오늘은 시크릿가든입니다~ 모 드라마가 생각나게 하지만 ㅋ

간만에 밝은 분위기죠~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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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미완성교향곡 - (26) +3 12.05.27 517 8 12쪽
25 미완성교향곡 - (25) +3 12.01.23 566 9 13쪽
24 미완성교향곡 - (24) +3 12.01.08 560 12 11쪽
23 미완성교향곡 - (23) +5 11.09.11 665 11 19쪽
22 미완성교향곡 - (22) +4 11.06.25 774 10 10쪽
21 미완성교향곡 - (21) +6 11.04.04 716 10 19쪽
20 미완성교향곡 - (20) +5 11.03.29 795 8 10쪽
19 미완성교향곡 - (19) +3 11.02.02 806 8 20쪽
» 미완성교향곡 - (18) +6 10.12.11 776 8 11쪽
17 미완성교향곡 - (17) +6 10.10.24 900 8 11쪽
16 미완성교향곡 - (16) +4 10.10.20 871 5 10쪽
15 미완성교향곡 - (15) +4 10.10.10 921 7 17쪽
14 미완성교향곡 - (14) +4 10.10.03 802 7 18쪽
13 미완성교향곡 - (13) +5 10.09.23 878 11 19쪽
12 미완성교향곡 - (12) +6 10.09.19 873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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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완성교향곡 - (10) +4 10.09.05 919 7 12쪽
9 미완성교향곡 - (9) +6 10.09.01 1,094 8 16쪽
8 미완성교향곡 - (8) +4 10.08.31 1,07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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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완성교향곡 - (5) +4 10.08.25 1,146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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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완성교향곡 - (3) +6 10.08.23 1,460 9 7쪽
2 미완성교향곡 - (2) +6 10.08.20 1,85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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